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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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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65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18 12:29
조회
342
추천
9
글자
12쪽

새출발

DUMMY

어둑어둑해져 가는 하늘.

오늘도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마을로 돌아왔다. 보통 누가 본다면 깜짝 놀랄 만큼 심한 꼴을 하고 있지만, 마을 사람 누구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후우,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들의 눈빛. 이젠 익숙해졌지만, 그들을 볼 때마다 나까지 힘이 빠져버릴 것만 같아서 짜증이 몰려온다. 술이라도 마시면서 더러운 기분을 털어내려 주점으로 향한다.


딸랑딸랑


“오, 살아 돌아왔군그래! 알비스. 오늘은 또 누가 죽었나?”


“매번 듣는 거지만 정말 심한 인사로군···”


“내 인사보다는 네 꼴이 더 심하다는 생각 안 하나? 그렇게 피투성이인 채로 가게에 들어오면 있던 손님도 나가겠어.”


“하! 손님이라고는 나 정도 밖에 없는 주제에 잘도 말하네.”


실제로 주점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예전에는 떠들썩한 주점이었다는 것을 말하듯 때 묻은 빈 테이블과 의자들만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자리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미래를 설계하던 동료들은 이제 없다.




마스터는 대답 없이 투명한 액체가 든 잔과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걸쭉한 수프를 내려놓는다. 나도 말없이 단번에 술을 비우고 수프를 떠먹었다. 이제는 일과 같이 되어버린 행동.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다.


“아까 랜트의 어머니가 사색이 되어서 달려가더군. 이번에는 그의 차례였나?”


“···.”


낮에 있었던 기스터와의 전투. 다른 마을과 연계하여 병사들을 차출했지만 예상외로 기스터의 숫자가 많아 전투 도중 한 명이 당했다.

그의 희생은 싸움에 져서 당했다는 아주 단순하고 흔한 이야기. 많은 희생을 보아온 나로는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만큼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정말 개 같은 세상이야. 어쩌면 신께서 노하신 것일지도 모르지.”


“마스터도 종교 같은 걸 믿나?”


“아니, 만약 있다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지”


“흥, 종교 같은 건 지금 같은 세상에서 약자들이나 믿는 헛소리지. 믿을 것은 자기 자신의 실력뿐이야.”


말을 마치고 마스터가 다시 내어온 술을 또 한 모금. 잠시뿐이겠지만 마치 한 잔에 싫은 기억이 한 개씩 사라져가는 기분이 든다. 조금 취기가 돌기 시작할 무렵 문득 카운터의 벽에 못 보던 공고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음? 아, 그것 말인데 이번에 각 영주가 연합해서 실력 있는 용병들을 모집하는 모양이야. 듣기로는 선발된 용병에게는 비밀리에 새로 개발한 무기를 준다고 하는군.”


마스터는 내가 관심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묻지도 않은 설명을 시작했다.


‘용병 모집인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 전쟁의 불길이 한창이던 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기스터들.

위기를 느낀 인간은 전쟁을 멈추고 힘을 합쳐서 많은 전투를 치러왔다.

나도 한때는 그 전투에 참여한 용병이었다. 기스터들을 몰아내며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등장한 ‘악몽’에 의해 연합은 무너졌고 지금은 이런 작은 마을에서 경비병이나 하는 신세다.


“아예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나 보군.”


“뭐, 최후의 발악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 너도 관심 있으면 참가해 보는 게 어때?”


“하! 이젠 그 귀족이라는 이름의 돼지 새끼들 밑에서 일하는 것도 신물이 난다. 이 꼴이 된 것도 다 그놈들 탓인데!”


연합이 와해한 후 나 같이 운 좋게 살아남은 일부 용병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버려졌다. 분한 마음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규 병사들의 서슬 퍼런 칼날뿐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인제 와서 용병을 모집한다?’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다. 기껏 술로 기분을 내는 참에 다시 우울한 기분이 되어간다.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이번 총사령관은 그 라이아스 공작이라나 봐. 너도 들어 봤겠지?”


‘라이아스···’


2년 전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이름이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마법 실력과 지략으로 악몽을 만나기 전까지 무패를 자랑하던 지휘관.

그 특유의 병사들을 거의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적을 물리치는 기발한 전략으로 그의 부대에 들어가는 것은 모든 병사의 동경이었다.


“드디어 조금 흥미가 생겼나 보군. 뭐, 잘 생각해봐. 나도 유일한 손님을 잃는 것은 뼈아프지만 그보다 세상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흥, 마스터 덕분에 술맛이 달아나버렸어. 손님에게 이런 식이니 파리나 날리지.”


“칭찬으로 듣지”


테이블 위에 동전을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죽은 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아직도 희망을 품고 있는 마스터의 눈. 매번 험한 인사와 맛없는 안주만 내오는 주점이지만 그 눈 덕분에 이 작은 마을에서도 내가 편히 있을 수 있었다.


“···고마웠어.”


“천만에”


딸랑딸랑


마스터 덕분에 그동안 감겨있던 눈이 떠진 기분이다. 아까까지 내 몸을 돌고 있던 취기가 다 날아가 버린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마치 처음 꿈을 꾸며 세상으로 나와 용병이 되었을 때의 기분. 더는 고민할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별 것 없는 짐을 가볍게 등에 메고 여관을 나섰다.


‘목적지는 그랑드 엔 트로인가. 그립군’


<그랑드 엔 트로>는 지금은 파괴되어버린 수도 <그랑드>의 위성도시다. ‘악몽’에게 수도가 파괴되어버린 후 황제를 비롯한 귀족들과 시민들이 대거 피난하면서 사실상 수도에 가까운 도시가 되어버렸다. 또한 2년 전 처음으로 연합군이 창설된 곳이기도 하다.


‘한 달··· 아니,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걸으면 보름 정도면 되나’


지금은 예전과 달리 기스터의 등장으로 정기적으로 수도로 향하던 마차가 운행하지 않는다. 이곳이 작은 마을이 아니라 큰 도시였다면 상단의 호위를 명분으로 마차를 얻어 탈 수 있겠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일.

할 수 없이 부지런히 걷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


···

··

·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걸었을까. 다행히 내 예상대로 저 멀리 큰 성벽이 보인다. 이 도시의 이름은 <레도니아> 레도니아 후작이 다스리는 영지로 굳건한 성벽이 자랑인 제법 큰 도시다.


“이봐! 뭘 꾸물거리는 거야! 너희 눈에는 이 줄이 안 보이는 거냐!?”


“이러다가 기스터라도 나타나면 꼼짝없이 당할 거야!”


성벽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더니 많은 인파가 입구에 몰려있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경비병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고 그것이 불만인 듯 소리치며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입 닥쳐! 너희들처럼 개나 소나 몰려오는 통에 도시 치안이 엉망이라고! 신원이 제대로 확인될 때까지 절대로 들이지 말라는 것이 후작님의 명령이다!”


일단 나도 그들의 뒤에 줄을 서 있기는 하지만 경비병들은 신원을 확인 후에 들여보낸다고 말만 하고는 한 명도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는다.

아마도 신원 확인은 구실로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겠지.


‘곤란하게 됐군.’


점점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 간다. 여전히 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노숙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하나둘 누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는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장작불까지 지펴 놨다.


“어차피 들어가기는 틀린 것 같은데 자네도 이리 와서 앉는 게 어떤가?”


나도 그들처럼 잠잘 곳을 찾던 중 장작불 앞에 앉아 있던 노인이 말을 건네 왔다.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감사를 표하고 권유대로 옆에 모포를 깔고 앉았다.


“지독한 일이지.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을 이렇게 방치하다니.”


“뭐, 귀족들은 자기 보신이 중요한 놈들이니까요.”


탁 탁


중앙에 타고 있는 모닥불을 보면서 노인의 말에 적당히 대답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걸어와서 오늘만큼은 여관의 푹신한 침대에 의지하려 했지만, 세상사 내 맘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그래, 자네는 어디에서 왔나?”


“남쪽에서 왔습니다. 그랑드 엔 트로에 가는 길이죠”


“역시 용병이었구먼. 최근에 라이아스공작이 용병들을 모집한다는 소리를 들었지”


“노인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있을 곳이 사라져서 왔다네.”


무심한 얼굴로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한다. 기스터에 의해 마을이 사라진다··· 요즘 세상에는 드문 일도 아니다. 기스터는 아무런 징후 없이 갑자기 나타나 아무 이유 없이 파괴와 학살을 일삼는다. 용병 생활을 하는 동안 이 노인과 같은 피난민들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젠 살 만큼 살았고 고향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노인은 한참 나와 잡담을 주고받다가 그 말을 끝으로 텐트로 들어가 버렸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사라져버린 고향과 사람들이 떠올라 참을 수 없었겠지.

나는 따로 텐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장작불 옆에 모포를 감고 누웠다.


‘쓸데없이 밝은 달이구나’


밤하늘에는 푸른 보름달만이 대낮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고대해왔던 푹신한 침대는 아니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들지 않는다. 다만 보급물자는 필요했기에 내일은 도시에 들어가면 좋겠다 하는 마음만 가진 채 잠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 기스터다!!! 다들 도망쳐!!”


활활 타고 있던 장작불도 불씨만이 남을 시간. 갑작스러운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곁에 두었던 무기를 집어 들고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로 기스터의 위치부터 확인한다.


‘조금 뒤쪽에 중형 하나 바로 정면에 소형 여덟. 그리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정도인가’


기스터의 확인과 동시에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나처럼 주변을 경계하는 사람도 확인해둔다. 잠에서 깨자마자 도망가지 않고 주변부터 냉정하게 살피는 사람은 경험이 많은 사람일 것.


“이봐!! 당장 들여보내 줘!!”


“이대로는 전부 다 죽겠어!! 빨리 문을 열란 말이야!!”


비교적 성문에 가깝게 자리 잡고 있던 사람들은 굳게 닫힌 성문 쪽을 바라보며 호소해보지만, 성벽 위에 있는 경비병들은 고개를 돌릴 뿐 문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개자식들!’


결국 이곳에 있는 적은 인원으로 기스터를 상대해야 할 것 같다.

보통 소형 기스터 한 마리에 하급 용병 다섯은 붙어야 하지만 남아 있는 인원이 운 좋게 전부 중급 이상이라면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


“이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다들 한 가닥 하는 것 같은데 함께 모여서 대항하는 게 어때?”


남아있던 사람 중 한 명의 남자가 협력을 요구하며 소리친다.


‘다른 때였으면 좋은 생각이겠지만···’


몇 명이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지만 나는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제대로 된 마법사의 조력도 없고 이렇게 어두운 밤중에는 피아식별도 힘들어서 오히려 방해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가 가진 능력은 제대로 연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사용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덤벼봐! 기스터놈들아!”


캉!! 촤아악!


‘저 정도 인원이면 괜찮겠지’


대열을 갖춰 싸우는 그들에게 소형은 맡기기로 하고 나는 곧장 중형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내 감이 맞으면 중형은 맨 뒤쪽에 숲 안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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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결의 19.05.09 88 2 13쪽
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3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9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5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4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89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8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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