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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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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42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5.01 12:30
조회
84
추천
2
글자
12쪽

흑막

DUMMY

우리 머리 위를 지나온 누군가는 딱 출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뭐야? 이제 동쪽 통로로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 아마 출구를 두드린 프란을 다른 누군가로 착각한 듯하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무기를 들며 그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끼익


“으응? 톨프, 왜 말이 없어? 무슨 일─”


“조용히 해. 떠들거나 움직이면 죽인다.”


“허···으읍!”


나는 그가 문을 열자마자 정확히 목에 검을 갖다 대었다.

남자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다 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


절레절레


“좋아. 서서히 물러서. 경고하는데 허튼짓하면 목을 날려 버릴 거야.”


“여긴···오두막인가?”


“조금 지저분하지만 훌륭한 위장이군요.”


출구 위는 1인실 여관방만 한 크기의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의 폐가같이 제대로 지어진 건물은 아닌 듯 여기저기 구멍투성이다.

이곳에는 침낭 같은 기본적인 물건도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통로를 숨기는 건물인가.


“네놈들은 누구지? 이곳이 누구 소유인지 알기는 하고 온 건가?”


“물론 잘 알지. 더러운 클라인 놈의 소굴이잖아?”


“간이 부은 연놈들이군.”


아직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나 보군.

이런 놈들은 로키르처럼 매가 약이다.




“앞으로도 계속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지”


나는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몇 번이나 후려쳤다.

이자가 클라인의 부하라면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원이 될지도 모른다.

심문을 하려면 딱 죽지 않을 만큼 패서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으윽, 그, 그만! 워, 원하는 게 뭐야?”


“별 것 아냐. 그저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기만 하면 돼”


“난 그저 이곳에서 물건을 날랐을 뿐이야.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건 내가 판단한다. 우선 이 통로는 뭐고 무슨 물건을 날랐지?”


그랑드 엔 트로는 바깥에서의 출입을 엄중히 관리하고 있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상인들이나 용병이 들고 온 물건도 포함 된다.

이곳이 외진 곳이기는 하나 이렇게 비밀통로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가일럼이야. 이 통로는 몰래 가일럼을 도시내부로 옮기기 위해서 만든 거다.”


“가일럼?”


프란은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레어도 시침 뗀 얼굴로 조용히 있는 것을 보니 모르는 눈치다.


“기스터의 시체로 만드는 마약이야. 먹으면 일정시간 초인처럼 강해지지”


“강해지면 좋은 거 아냐?”


“약효가 끝나면 끔찍한 고통이 느껴진다고 하더군. 심하면 죽기도 하고”


“과연. 그래서 마약이군요.”


가일럼은 비교적 오래된 마약이다.

그 특이한 효과는 호기심에 기스터를 먹은 어느 용병에서 기인했다. 그 용병은 기스터를 먹은 후 마치 광전사처럼 싸웠고, 약효가 떨어지자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렸다고 한다.

우연히 함께 있던 한 상인이 용병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였고 가일럼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그 가일럼들은 어디로 옮겨졌지?”


나는 일행에게 설명을 마치고 다시 심문을 시작했다. 나라에서 불법으로 지정한 물건인 만큼 들이는데 고위 귀족들이 얽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톨프의 말로는 귀족 나리들에게 팔아넘긴다고 했어. 카, 칼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칼렌드 백작 말인가요?”


“그래! 분명 칼렌드라는 이름이었지”


역시 생각대로인가. 귀족들을 꿰고 있는 클레어 덕분에 손쉽게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


“묶어서 지하에 던져놓죠. 당분간은 들키지 않을 거예요.”


클라인은 근거지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당분간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물론 죽이는 편이 더 안전하겠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매번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다시 지하 통로를 건너 돌아왔다. 다행히 나짓은 입구를 닫아 놓지 않았다.


“오래 살고 싶으면 우리에 대해서 나불거리지 마라.”


“그렇게 인상 쓰지 마. 나도 눈치는 있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나짓에게 낮은 목소리로 위협을 해두었다.

나짓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잠시 후 우리는 칼렌드백작의 저택을 찾기 위해 다시 중앙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칼렌드 백작의 저택은 황궁 근처에 있어요.”


“꽤 유력한 귀족인가 봐?”


“평판이 좋지는 않지만요.”


“그거 다행이군. 해치워도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겠어.”


“양심? 농담이지?”


프란은 웃기지 말라는 듯이 이야기 했지만 나는 반쯤 진담이었다.

나라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 즐거울 리 없다. 한창 귀족들의 장기 말로 싸우던 시절, 아무 죄 없는 사람들과 청렴한 귀족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

그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나 후회는 평생 나를 괴롭혀오고 있다.


“이곳이에요.”


칼렌드백작의 저택은 클레어가 있던 라이아스공작의 별채와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안뜰에는 클레어의 말대로 구린 구석이 많은 것인지 다수의 용병들이 저택을 지키고 있다.


“자, 마법을 사용할 테니 가까이 오세요.”


클레어의 지시에 따라 나와 프란은 그녀의 양옆에 나란히 섰다.

그러자 놀랍게도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 주변을 감싸더니 바로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우리를 눈치 채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 뭐든 가능하군.”


“간단한 마법이랍니다.”


“클레어한테 어려운 마법이 있긴 한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도 용병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는 유유히 그들의 옆을 통과해 건물 뒤쪽에 있는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길이 좁으니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가 그곳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고 해도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가면 이 마법의 바람을 알아챌 것이다.


“흠흠. 이런 구조라면··· 칼렌드 백작의 방은 2층 안쪽이겠군요.”


“대충 본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거야?”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이런 저택을 봐왔답니다.”


그녀의 말대로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오른편 안쪽에 커다란 문이 있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하인들을 피해 문 앞까지 다다르자 방안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들렸다.


“가일럼은 아직 인가?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어!”


“최근에 우리 뒤를 캐는 놈들이 있습니다. 알고 계실 텐데요.”


화를 내는 남자와 대화하는 상대는 놀랍게도 클라인이었다. 그렇다면 자연히 화난 목소리는 칼렌드 백작인가.


쾅!


“그놈들은 전부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전에 놈들이죠. 이번에는 좀 까다로운 놈이라서요.”


“에잇! 쓸모없는 놈! 라이아스의 계집년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 하더니!”


꿈틀


클레어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그때의 일이 떠올랐는지 몸을 떨었다. 프란도 클레어의 안색이 나빠지자 위로하듯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리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큰 수확을 얻어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진정하시죠. 누가 듣겠습니다. 그리고 그년을 죽이지 못한 건 백작님 휘하의 암살자들의 잘못 아닙니까?”


“닥쳐! 더는 듣고 싶지 않으니 가일럼이나 제대로 챙겨와!”


둘은 우리가 있는 지 꿈에도 모르고 마구 기밀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짧은 대화로도 그들이 얽혀있는 관계가 짐작이 간다. 여전히 더러운 짓만 골라서 하는군.


“네네~ 알겠습니다. 후우. 이제 저놈도 슬슬 버릴 때인가. 귀가 아파오는군···”


클라인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문을 나왔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칼렌드 백작과는 그렇게 신뢰 있는 관계는 아닌 지 서로를 무시하는 말투다.

클라인은 칼렌드 백작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의탁했다는 걸까?

그는 욕을 내뱉으며 우리의 반대편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르릉 휘익!!


클라인이 우리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한 그때, 갑자기 그의 허리춤에 있던 검이 저절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검은 갑자기 빠르게 날아오더니 나의 얼굴 바로 옆을 지나 뒤의 벽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피할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응? 무슨 일이야? 그 쪽에 뭐가 있다고~?”


클라인은 마치 무언가와 대화하듯 중얼거리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검이 떨어지고 나서 클라인은 마치 인형처럼 비틀거리는 걸음이다.

이야기책에서나 나오는 불사의 괴물이 저런 느낌일까.


“이쪽으로 온다! 저기 구석으로 가!”


“자, 잠깐! 밀지마세요!”


당황한 프란이 나와 클레어를 벽 구석으로 밀었다. 놀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 그래도 붙어 있는 상황에 구석으로 몰려서 나는 프란과 클레어 사이에 끼여 버렸다.

그녀들에게서 나는 뭔지 모를 좋은 향기가 내 코를 간질인다.


“아무것도 없잖아. 너도 저 돼지 때문에 짜증난 거야?”


클라인은 검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 저 검은 보통 물건이 아니었던 걸까? 말을 하는 검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를 덮쳐서 직접 물어보는 것이 빠르지만 지금은 칼렌드 백작이 우선이다.


“가서 밥이나 먹자. 짜증 날 때는 맛있는 것이 제격이지”


검을 뽑은 클라인은 그대로 계단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의 기운이 건물 밖을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휴, 겨우 살았네.”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들키지 않았을 텐데”


“이제 두 분 다 좀 떨어지세요.”


클레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나와 프란을 밀어냈다.

부드러운 것이 몸에 닿았지만 이건 프란탓이지,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니다.

이제 클라인도 가버렸고 목표인 칼렌드 백작만 남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그와 ‘대화’를 하러 가자


달칵


“가일럼을 손에 넣을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말 못들··· 어?”


칼렌드 백작에게는 마치 문이 저절로 열린 듯 보였을 것이다. 그는 놀라서 살에 파묻혀 있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클레어, 방을 격리해줘”


“알았어요. 이 방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켜.”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마자 주변을 둘러싸던 바람이 넓게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으로 이 방에서 나는 소리는 외부에 전달되지 않겠지. 마음 놓고 칼렌드 백작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네, 네년은!?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밖에 아무도 없느냐!!?”


퍽 퍽 퍽


“이젠 말도 없이 그냥 때리냐···”


“대화할 준비를 하는 거야”


암살자로 나뿐만 아니라 클레어까지 노리던 녀석이다. 곱게 말할 필요도 없고 빠르게 정보를 얻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실 귀족에 대한 악감정이 섞여 있긴 하다.


“꾸에엑!! 사, 살려줘!!”


“알비스. 이제 그만하고 정보를 알아내죠. 이러다 정말 죽겠어요.”


“···그러지”


칼렌드 백작은 나에게 한동안 두들겨 맞아서 원래도 컸던 얼굴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 돼지를 심문하는 것이 급했다.


“이제 얌전히 대답할 마음이 들었겠지?”


“무, 물어보기도 전에 때렸잖아!”


“닥쳐. 묻는 말에나 대답해. 왜 클레어를 노렸지?”


“나, 나도 원해서 한 건 아니야! 그저 시킨 대로···”


호오.

나는 틀림없이 칼렌드 백작이 이번 일에 흑막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장기 말에 불과했다는 건가.


“그럼 누가 시킨 거죠?”


“도, 도르반 후작! 그가 명령해서 저는 어쩔 수 없었어!!”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2년 전 전쟁에도 참가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클라인이 줄을 잘 섰다고 하더니 도르반 후작의 밑에 있었던 모양이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정말이다!! 가일럼도 도르반 후작이 모으라고 지시했어!”


“이, 이럴 수가”


“클레어?”


클레어의 얼굴이 마치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급속도로 하얗게 질려간다.

도르반 후작과 가일럼.

클레어는 무엇을 알고 저리 겁에 질린 거지?


“도, 도르반 후작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에요.”


그녀의 대답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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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죽음의 문턱 19.05.08 65 2 12쪽
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5 2 14쪽
26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19.05.06 81 2 13쪽
25 드러난 비밀 19.05.05 78 2 15쪽
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4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5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3 2 14쪽
»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0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5 3 12쪽
16 격전 19.04.28 94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4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8 2 12쪽
13 경고 +2 19.04.26 107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2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87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98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3 3 12쪽
4 함정 19.04.19 113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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