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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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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83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6 12:30
조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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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경고

DUMMY

짹짹


아직 완전히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밖은 참새들만이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사람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원래 있던 방의 옆인 1인실이다. 어제는 프란과 클레어가 어디서 난 건지 술을 꺼내 와서 완전히 뻗어버릴 때까지 계속 마셔댔다.

프란과 둘이면 모를까 클레어까지 있는 상황에 남녀가 같은 방을 쓰는 것은 거부감이 들어 결국 둘을 기존 방에 눕히고 나만 따로 옮겼다.


삐걱삐걱


“손님이 찾아왔나?”


“···손님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과 경험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든다. 그는 마치 내가 무슨 일로 나가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내심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하며 문으로 향했다.


“2차 시험이 코앞이니 너무 무리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끼이이익


여관을 나와 바로 왼쪽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금발 머리를 길게 기른 곱상한 얼굴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고가로 보이는 고급스러운 옷에 허리춤에는 기묘하게 생긴 검은 보석이 박힌 검을 차고 있다.


“오랜만이야. 알비스. 너라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부하들의 복수를 하러 왔나?”


“복수? 하! 난 그런 쪼잔 한 짓은 안 해. 경고까지 해줬는데도 죽어버린 건 그놈들이 멍청한 탓이지”


말하는 것을 보니 싸우러 온 것은 아닌듯하다. 그는 그 많은 수의 부하들이 죽어도 마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죽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오랜만에 만난 전우에게 인사도 할 겸 경고를 하기 위해서야.”


“경고?”


그는 거들먹거리면서 마치 자신이 윗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예전에는 내 밑에서 빌빌 기던 녀석이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상당히 거슬린다.


“듣자하니 이번에 새로 마법사를 영입했다고 하더군.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나?”


“···용병사이에서 남의 과거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


“흥, 도도한척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군. 어쨌든 그녀와 함께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녀는 적이 많거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다.”


그는 위협하듯이 마지막 말을 내뱉고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조금 전까지 나와 이야기하던 상대는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적대하고 있는 클라인용병단의 단장, 클라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2년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그 클라인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예전의 그는 전형적인 사기꾼타입으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자였다. 그런 놈이 지금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태도도 이상했지만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그가 차고 있던 검이다.


‘어떻게 클라인이 아니라 검에서 그의 기운이 느껴질 수 있는 거야?’


내가 처음 클라인을 보았을 때부터 느꼈던 위화감. 마치 본체가 클라인이 아닌 검인 것처럼 그는 텅텅 비어있었다. 이상하긴 했지만, 곧 의문을 뿌리치고 고개를 흔든다.


“···상관없지. 방해된다면 죽일 뿐.”


어차피 잊고 살던 놈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든 나에게 피해가 없다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상관할 일이 아니다.


“누굴 죽인다고요?”


“엿듣고 있었나?”


분명 나올 때 몰래 두 명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자는 척을 했던 것 같다.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여자다.


“어머, 저는 그저 몰래 나간 동료가 걱정 돼서 따라온 것뿐이랍니다.”


“···.”


“그래서 그는 누구죠? 잘 아는 분 같았습니다만”


“몰라도 돼”


그녀가 자신에 대해 밝히지 않는 이상 나도 말해줄 의무는 없다. 클라인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후후, 무정한 분이시군요. 곧 프란이 일어날 겁니다. 어제처럼 딱딱한 빵만 먹고 싶지 않다면 빨리 돌아오는 것이 좋을 거예요.”


휘이잉


클레어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흩날리는 흙먼지 때문에 잠시 눈을 가린 사이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끼이익


여관 1층에는 다행히 아직 아무도 없다. 가엘은 읽고 있던 책을 카운터 위에 놔둔 뒤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지 맛있는 냄새가 여관 안에 가득하다.


쿵 쿵 쿵


“방에 없다했더니 여기 있었네. 웬일로 일찍 일어났대?”


“누가 들으면 맨날 늦잠 자는 줄 알겠다.”


“시간은 소중한 것이니 일찍 일어나는 것은 중요하답니다.”


중앙 테이블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으면 인사 같지 않은 인사를 하며 두 명이 내려온다.

클레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침 뗀 얼굴이다.


“다 내려왔나? 그럼 바로 내오도록 하지”


“와~ 밥이다. 밥~”


“어제에 이어 아침까지,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네요.”


가엘은 갑작스러운 손님인 클레어의 몫까지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우리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다음에 몰래 돈을 두고 나오도록 하자.


“다녀오겠습니다~”


여관을 나서자마자 클레어는 갑자기 볼일이 있다면서 현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가버렸다. 할 수 없이 프란과 둘이서 중앙광장의 시장을 통해 대연병장으로 가기로 했다.


“혹시 프란님 알비스님 아니신가요?”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접수원 언니다!”


“다행이다. 잘못 본 게 아닌가했어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는 첫날 용병본부에서 만난 접수원이 서 있었다. 그녀는 종이뭉치가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왔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에요? 용병본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아~그게, 대회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대거 용병본부로 몰려와서요. 새로 등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의뢰도 늘어서 추가로 문서들을 가져가는 길이에요.”


‘어쩐지 시장에 사람이 많더라니’


그랑드 엔 트로는 기사단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회의 참가자자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언제 쫓겨날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분 다 1차 시험 합격하셨다고 들어서 축하한다고 말하려고 불러본 거예요. 오늘 시험도 잘 해내길 빌어요! 그럼 바빠서 이만!”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렸네.”


“그녀 나름 신경 쓴 축하 인사가 아닐까”


그녀의 눈 밑의 다크서클이 더욱 진해진 것 같았는데 저러다 쓰러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확인되었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프란, 알비스. 이쪽이에요”


“클레어! 먼저 와있었구나. 입구에서 기다릴까 했었는데 다행이다.”


대연병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클레어가 우리를 맞이했다. 볼일이 있다더니 곧장 온 우리보다 먼저 와있는 것이 명백하게 이상했지만, 시험을 앞두고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제보다 사람이 줄었군.”


“습격당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부우우우우우


주변의 다른 팀들을 둘러보며 이야기하던 중 라이아스공작의 등장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병사들의 안내도 없고 적당히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단상 앞으로 향했다.


“흠흠, 그래. 200명가량이 당했다고? 쯧쯧. 이 도시 안에 있는 한 시험은 계속 되는 것이거늘. 한심하구먼.”


라이아스공작은 병사의 귓속말을 듣고 혀를 차며 단상위로 올랐다.


“예상은 했지만 많이도 당했구먼. 하지만 이정도도 대처하지 못해서야 남은 시험은 통과할 수 없네. 자네들도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임하도록 하게.”


“···.”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클레어가 진지한 표정으로 라이아스공작을 응시하고 있다.

역시 그녀도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정점에 달한 라이아스공작을 동경하는 것일까.


“모두 어제 말한 대로 팀은 짜왔겠지? 만약 못 짰다면 바로 탈락이니 주의하게나. 그럼 2차 시험을 내용을 발표하겠네.”


꿀꺽


“2차 시험은 기스터 사냥일세. 어딜 가든 상관없으니 기스터를 많이 사냥한 상위 128명만이 다음 시험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네. 기한은 지금부터 3일후 해가지기 전까지. 자, 그럼 바로 출발하게!”


라이아스공작은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할 말 만을 마치고 혼란해 하고 있는 사람들을 놔둔 채 바람같이 사라졌다.


웅성웅성


“갑자기 기스터 사냥이라니, 이게 무슨···”


“흥, 기스터가 아니라 여기 있는 놈들이 서로 죽이려 드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


“단장! 어디로 향할 겁니까?”


갑작스러운 주제로 다들 혼란해하는 와중에도 몇몇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시험은 아마도 3일간 야숙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이 급선무다.


“대형은 1천 마리, 중형은 100마리, 소형은 1마리로 계산되니 유의해주십시오!”


입구에서 병사들이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유의사항을 외치고 있다. 당연하지만 종류에 따라서 가치가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3일간 야숙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시장부터 들리자.”


“으으, 당분간 맛있는 밥은 안녕인가”


“야숙은 처음이라 조금 기대되는군요.”


기스터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이 두 명답다.

우리는 시장을 들러 3일간 먹을 식량과 텐트 등을 구입하고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알비스. 전에 이곳에 와본 적 있다고 했지? 기스터가 많을 것 같은 곳 몰라?”


“2년 전에는 지금처럼 기스터가 많지 않았어.”


“잘 모른다는 거네. 그럼 어쩌지”


“그랑드로 가죠.”


“뭐?”


갑작스러운 클레어의 한마디. 그 말은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었다.


“그랑드로 가자고 했습니다.”


“크, 클레어.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


“왜 그렇게 놀라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시험은 기스터를 많이 사냥하는 팀이 이기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당연히 기스터가 제일 많은 곳으로 가야죠.”


“그곳에는 ‘악몽’이 있어.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악몽. 2년 전 그 강대했던 연합군을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박살내고 수도 그랑드에 자리를 잡아버린 인류의 적이다. 기스터들을 대륙에서 거의 몰아낸 연합군에게는 그날이 마치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괴물.

지금은 거의 모든 기스터가 ‘악몽’근처에서 생겨나 대륙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저도 바보는 아니랍니다.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요.”


“알면서 그곳으로 가자는 거야?”


“악몽과 싸우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번 시험은 많이 사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형’의 사냥횟수라는 것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클레어는 이 시험의 포인트를 꿰뚫고 있다. 이번 시험의 기한은 3일. 그동안 소형을 아무리 많이 잡는다고 해도 1천 마리를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중형도 생각만큼 자주보이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대형을 한 마리 이상 잡느냐가 이번 시험을 통과하는 기준이 될 확률이 높다.


‘알고는 있지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2년 전 그날 나는 ‘악몽’을 보고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사라져가는 동료들, 무슨 짓을 해도 통하지 않는 무력함. 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말이 옳아. 그랑드로···가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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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6 그램린
    작성일
    19.05.07 16:40
    No. 1

    이 시험의 못적이 뭐죠?
    자멸이 목적일리 없고
    능력자를 선별하지는 않는거 같고.
    그럼 자멸 뿐인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둥기맨
    작성일
    19.05.07 17:30
    No. 2

    시험의 목적은 본 편에서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ㅜ.ㅜ 조금만 더 읽어보시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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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멸망을 향한 첫걸음 19.05.07 7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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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신속의 주먹 19.05.04 71 2 12쪽
23 1일차 19.05.04 75 2 11쪽
22 마지막 시험 19.05.03 87 2 12쪽
21 찝찝한 해결 19.05.02 86 2 14쪽
20 흑막 19.05.01 85 2 12쪽
19 추적 19.04.30 91 2 11쪽
18 의뢰 19.04.29 86 2 11쪽
17 도주 19.04.28 116 3 12쪽
16 격전 19.04.28 96 3 12쪽
15 이형체 19.04.27 86 2 11쪽
14 그랑드 19.04.27 89 2 12쪽
» 경고 +2 19.04.26 108 2 12쪽
12 클레어 19.04.25 93 3 12쪽
11 첫 번째 시험 19.04.24 83 2 12쪽
10 늘어나는 의문 19.04.23 82 2 12쪽
9 위기 19.04.22 95 2 12쪽
8 뜻밖의 조력 19.04.21 91 2 12쪽
7 암살자 19.04.21 90 2 11쪽
6 으스스한 여관 19.04.20 100 2 12쪽
5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1 19.04.20 114 3 12쪽
4 함정 19.04.19 115 2 12쪽
3 수상한 만남 19.04.19 131 2 12쪽
2 습격 19.04.18 18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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