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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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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최근연재일 :
2024.03.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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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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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DUMMY

#30


“... ... .”


슈테판 왕성의 연회장.

깊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왕국의 귀족들은 모두 커다란 눈으로 유적을 비추는 송출 마도구를 보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인형들을 막는다고?’

‘어떻게 저런 발상을?’


처음 유적의 인형들이 돌변했을 때, 모두 끝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기의 익스퍼트 급 전력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밖에서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고대의 기술로 틀어막힌 입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릭 남작이 나서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돌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기사들을 수습했습니다. 아니었다면, 우왕좌왕하다가 순식간에 몰살당했을 텐데.”

“마법으로 방벽을 세워 부족한 전력으로도 인형들을 상대할 수 있게 했어요. 어떻게 저런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인지?”

“기사들을 지휘해 인형들을 사냥하는 것도 보세요. 지휘가 워낙 탁월해 기사들이 몇 배나 되는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허? 방금 저 검술은? 어떻게 Lv. 3급으로 마스터급을 이긴 거지? 검술 재능도 천재란 말인가?”


감탄을 넘어선 경악.

카리스마, 신묘한 작전, 지휘력, 거기에 미친 검술 재능까지.

놀랄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


“저 잡지의 내용도 진짜인 것 아니오?”

“하. 그러게 말이오. 당연히 헛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귀족들의 시선이 연회장 한 편으로 향했다.

무희의 연회를 보도하기 위해 언론사의 기자들도 참석해 있었는데, 그중 확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쥬크였다.

앞에 잔뜩 ‘위대한 영웅 유릭님을 말하다.’ 잡지를 쌓아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팜플랫 나누어 주듯 뿌리고 있었다.

사자왕가 측에서도 딱히 쥬크의 기행을 막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유릭을 비웃기 위해서였다.


-위대한 영웅 유릭?

-웃기지도 않는군. 무슨 허풍 소설을 적어놓았어?


그렇게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도 잠시.

다들 바뀐 눈으로 자신이 내팽개쳐 놓았던 ‘위대한 영웅 유릭님’ 잡지를 보았다.


‘... 역시 아델란. 악셀 공작 말고 저런 인재가 있었다니.’

‘반면, 우리 사자왕가는...’


그때였다.


“크흠, 아쉽군요. 제가 저 안에 있었으면, 진즉 사태를 해결했을 텐데.”

“!!”


2 왕자 루이스였다.

아델란의 악셀 공작에 비견되는.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하,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왕자님께서 있으셨다면, 아무런 걱정 없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아무리 유릭 남작이 날고 긴다고 해도 루이스 왕자님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입에 발린 아부다.

이 자리의 모두 2 왕자 루이스가 그 정도 인재가 아님을 알고 있다.

2 왕자 루이스도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는 속으로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난 사자왕가의 후계자다. 아델란의 놈들 따위에 비교당할 인물이 아니야.’


“유릭 남작도 나름 뛰어나긴 하지만, 너무 제멋대로인 것 같군요. 훗날이 걱정되어요. 우리 사자왕가의 통제를 잘 받으려고 할지.”


루이스는 어떻게든 유릭을 깎아내릴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유적 안의 상황이 다시 변하였다.

유릭이 유적을 정복하겠다고 나선 거다.


“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건국왕 전하 말고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인데?!”

“역시, 루이스 왕자 전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너무 무모합니다.”


모두 겉으로 그런 반응이었지만.


‘... 만약 정말 유릭 남작이 유적을 정복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모두의 뇌리에 방금 유릭이 송출 마도구를 향해 읊조렸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사자왕가의 후계가 되면 곤란할 것 같은데 말이야. 족보가 꼬이니.


유적은 정복하는 것 따위 전혀 어렵지 않다는 뉘앙스.

건국왕은 유적을 정복하는 이에게 왕족의 자격을 내리게 했다.

지금껏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기에 실제 문제가 되었던 적 없었지만, 유릭이 이번에 성공하면?

족보가 꼬이는 수준이 아니다.

사자왕가와 슈테판 왕가의 구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릴 수도 있었다.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 채 유적 안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 안은 진짜 위험해요.”


소피아가 살짝 홍조를 띈 얼굴로 말했다.

유릭은 잠시 멈추어 선 채 안쪽을 바라보았다.


‘이 안부터 미개척지인가?’


유적이나 던전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완벽하게 통제가 되는 정복지.

무희의 연회가 개최되었던 곳은 바로 정복지 쪽 영역이었다.

안쪽 깊은 곳은 미개척지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확실히 위험하긴 하겠지. Lv. 7 초월경의 기사도 도전에 실패했다는 기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위험해요.”

“우리 둘이 도전하면 아마 십중팔구 죽을 거다.”

“그렇죠?”

“그래,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죽을지도.”

“흐흐흥.”


유릭은 위험하다고 할 때마다 얼굴에 홍조를 짙게 하는 소피아의 모습에 살짝 질린 얼굴을 했다.


“넌 슈테판 왕국의 건국왕이 왜 유적을 정복한 이에게 왕가의 후계 자격을 주겠다고 했는지 아나?”

“글쎄요? 그만큼 유적을 정복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에요?”

“자칭 천재 마법사면 생각을 좀 해라. 단순히 그런 이유일 리가 없지 않나?”

“이씨, 제가 왕가 사정을 어떻게 알아요. 우리 가문은 애초에 외지 출신이거든요?”


사실 소피아가 아닌, 누구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일 거다.

건국왕이 남긴 유지이니까.

그렇게만 여기고 다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작 유적 하나 정복했다고 왕가의 후계 위를 주는 게 정상적인 게 아닌데.

또 하나 의문.


“넌 교단 놈들이 왜 이번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나?”


소피아에게는 교단이 범인이란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다.


“글쎄요? 나쁜 놈들이니 사람 죽이고 싶어서 저지른 일 아니에요?”

“... ... .”

“아, 그 눈빛 뭔데요? 방금 저 되게 한심하게 봤죠?”

“말초적인 쾌락만 관심 가지지 말고, 생각 좀 하고 살도록.”

“마, 말초적? 무, 무슨 이상한 말을?!”


유릭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건국왕이 그런 유지를 남긴 건, 이 유적에 사자왕가에 중요한 신비(神祕)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무려 후계 위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교단 놈들은 그 신비를 노리고 이번 일을 벌인 거고.”

“그 비밀이 뭔데요?”

“나도 모른다. 인제 가서 확인해봐야겠지.”


<판모> 게임에서 이 사건은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네 명의 주인공 중 이 시기에 사자왕가에 관여할 수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유릭도 정확한 내용을 들은 건 아니지만, 짐작되는 게 있었다.


‘내 짐작이 맞으면, 이건 내게 커다란 기회야.’


사자왕가의 후계 자격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후계 자격 위도 훗날 사자왕가를 뒤흔들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유릭이 기대하는 ‘진짜 이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들어가자.”


파앗!

안으로 진입했다.

바깥 ‘정복지’와는 확연히 다른 섬뜩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분위기만 살벌하고, 막상 별다른 가디언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다.

휑하니 한산했다.


“... 뭐에요? 아무것도 없네요?”


소피아가 실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없는 게 아니다. 이미 누군가 먼저 왔다. 자세히 보도록. 전투의 흔적이 있다.”

“아.”


여기저기 긁힌 자국 등이 있었다.

놀라운 건, 전투의 흔적은 있어도 가디언의 잔해가 전혀 남지 않았다는 거다.

완벽히 소멸시켰다는 뜻.


“오면서 보니까, 마스터급 가디언들도 많던데. 이 정도면.”

“그래, 최소 Lv. 6 그랜드급이다.”

“... 말도 안 돼. 교단에서 Lv. 6 그랜드 급이면? 사도(使徒)급이 왔다고요?”


교단의 최고위층을 말한다.

하지만, 유릭은 고개를 저었다.


“사도는 아닐 거다. 위치상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니. 대신, 그에 준하는 놈이겠지.”


소피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아무리 스릴을 즐기는 변태라지만, 진짜 죽고 싶어 하는 건 아니었다.

사도에 준하는 존재와 싸우는 건, ‘스릴’이 아니라, 자살 행위였으니까.


“걱정하지 말도록. 방법이 있으니. 들어보도록.”


유릭은 자신의 작전을 설명해주었고, 소피아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진짜 그런 짓을 하겠다고요? 혹시 남작님 미쳤어요?”

“너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불쾌하군. 넌 내 지시를 잘 수행하기나 하도록.”


방법이 있다면, Lv. 6 그랜드 급과 싸우는 것도 ‘스릴’이 된다.

소피아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유릭은 소피아를 놔두고 혼자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살벌해 보이는 관문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미 다 파훼된 다음이었다.

점점 유적의 저항이 거세졌는지, 싸움의 흔적도 더욱 격렬하게 남아 있었다.

이윽고.

파아아앗!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공동이었는데, 광경이 기묘했다.

온갖 복잡한 술식이 벽에 새겨져 있었고, 사악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한가운데에 분수가 놓여 있었는데,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주변과 다르게 성스러운 기운을 머금은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역시 이 유적의 정체는 인공 성화소(聖化所)였군.’


성화소.

명칭대로 인위적으로 성력을 부여하는 장소였다.

고대인의 기술로만 가능한 일.

유릭이 이곳에 성화소가 있을 거라는 걸 짐작한 건 이유가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앳된 음성.

시선을 돌리니, 15살 유릭보다도 어린 외모의 소년이 분수 앞에 서 있었다.

대충 10살 정도 되었을까?

꼬맹이였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검은자위가 흰자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다.

<판모> 게임을 해보면 모를 수가 없는 존재.


“... 계승자 브라함.”


소년이 살짝 놀란 눈을 했다.


“날 아나? 아아, 그러고 보니 너 아델란의 아이구나. 그래도, 날 알다니? 성교(聖敎) 내부에서도 내 존재를 아는 이는 별로 없는데?”


유릭은 입을 다물었다.

계승자 브라함.

무려 교단의 차기 후계자다.

<판모>에서는 다른 별명으로 유명했다.


‘다크 세인트.’


머지않은 미래에 Lv. 7 초월경에 올라 마도이십일존의 일원으로 대륙의 공포가 되는 끔찍한 존재다.


‘아직은 Lv. 7 초월경이 아니야. 그래도 지금의 내가 상대할만한 존재는 아니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교단의 다른 놈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놈이 혼자 온 건 아니다.

놈의 주변에 사제복을 입은 이들이 쓰러져 죽어 있었다.


“마침 잘 됐구나. 성력을 흡수해야 하는데, 준비한 제물만으로는 부족했거든. 아델란의 핏줄이면 충분하겠지.”


교단의 사제들은 놈이 성력을 흡수하기 위한 제물로 바쳐져 죽은 듯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유릭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유릭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예측했다.

성화소가 있다는 것과 훗날 다크 세인트라 불릴 놈이 있을 것이란 것까지.

당연히 대책도 세워왔다.


“닥쳐라. 어린놈이 건방지구나. 가정 교육은 어디에서 받은 거지?”

“... 뭐?”

“아, 보아하니, 부모님은 없을 것 같군. 저승에 계신 부모에게 부끄럽지 않으냐?”


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판모> 게임에 알려진 놈의 공략 포인트.

부모를 언급하는 거다.


“감히... 용서하지 않겠다.”


파앗!

시커먼 어둠의 힘이 유릭을 낚아챘다.

그대로 분수에 떨어졌다.


“성화소의 제물이 되어 고통 속에서 죽어라.”


하지만.

유릭은 보이지 않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럭키 찬스.

성력을 얻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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