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최근연재일 :
2024.03.22 23:4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101
추천수 :
1,023
글자수 :
173,817

작성
24.03.07 23:40
조회
1,423
추천
33
글자
13쪽

15

DUMMY

#15


라피엘은 입을 쩍 벌렸다.

라피엘도 도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비록 익스퍼트 급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상당히 뛰어난 기사였다.

라피엘보다 경험, 경력, 직위, 실력 모두 우위였다.

그런데.


퍼억! 퍼억!


“고작 이 정도인가?”

“크윽!!”

“죽고 싶으면 꺼지라고? 네 검은 아군을 벨 때만 날카로워지나 보지?”

“크아악!! 이놈!!”


일방적인 전투. 아니, 저 정도면 폭행이었다.

신체 능력, 마나 양 등, 조건적인 면이 부족함에도 유릭의 검술 실력이 훨씬 뛰어나 벌어지는 일이다.


‘유릭 남작님, 검을 제대로 배운 지... 며칠 안 되지 않으셨나?’


쿠우웅!

도살자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주, 죽이십시오.”


도살자가 이를 갈며 말했고, 유릭은 빤히 그런 그를 바라보더니 뜻밖의 행동을 하였다.

검을 거둔 거다.


“아니, 됐다. 죽이는 건 관두지. 딱히 죽일 가치도 없는 놈 같으니.”

“!!”

“네놈이 아군을 죽인 게 자의가 아니었음은 안다. 마족의 환각에 휩싸였던 탓이었겠지.”

“... ... .”


흔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사건을 저지른 기사의 처우였다.

객관적으로 기사의 잘못은 아니었다.

실제 정신 공격에 당한 것으로 입증되면, 따로 기사를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군법적인 처사일 뿐이고, 감정적인 영역은 그렇지 않다.

아군을 살해한 이를 곱게 바라볼 리가.

특히 본인이 느끼는 죄책감과 자기 혐오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군 한, 두 명을 베어도 그런데, 도살자는 무려 수십에 달하는 아군을 베었다.


“이딴 꼴이라니 한심하군.”

“... 한심... 하다고?”

“나라면 마족 놈에게 복수라도 하려 했을 텐데.”

“그게 말처럼 쉬운...!”

“지금처럼 스스로를 죽이고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안 그런가?”

“... ... .”

“됐다. 너처럼 한심한 놈한테 더 낭비할 시간 없다. 영주로서 명령하니, 당장 요세 지역을 떠나도록. 네 놈 같은 겁쟁이는 들이마시는 공기도 아까우니 나가서 죽든 말든 알아서 하고.”


거침없는 폭언.

도살자가 울분에 찬 눈빛을 할 때, 유릭이 툭 말했다.


“내 말이 억울한가?”

“... ... .”

“억울하면, 행동으로 증명하도록. 날 따라와라. 마족 놈에게 복수할 기회를 실컷 줄 테니.”

“... 복수할 기회를 준다고요?”

“그래, 난 마경을 정복할 거다. 암흑 왕국의 마족들과 충돌하는 건 필연. 네가 명예를 아는 기사라면, 차라리 싸우다가 죽어라.”


도살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유릭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에게 제 검을 바치겠습니다.”


그 광경을 본 라피엘은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검술로 압도한 것도 대단하지만, 저렇게 손쉽게 도살자의 충성을 받아내다니?


‘생각해보니, 첨탑 요새에서 우리를 무릎 꿇릴 때도 저러셨던 것 같은데.’


어어, 하다가 단숨에 홀린 듯 유릭 앞에 무릎 꿇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저렇게 밑의 사람을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하신 거지?’


도살자뿐이 아니었다.

유릭은 다른 도주 중인 기사들도 찾아서 비슷한 일을 하였다.

요세 지역에 도피 중인 기사들은 다들 사정이 있는 이들이었다.

일반 범죄자들은 아델란을 떠나도 갈 곳이 없어서 요세 지역에 온 것이지만, 기사는 고급 인력이라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구태여 요세 지역에 도피한 기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멀쩡히 살아갈 수 없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유릭은 그런 기사들의 사정을 파고들었다.


“멍청한 놈. 네가 그런다고 죽은 가족들이 돌아올 것 같으냐? 가족들을 무덤 속에서도 땅을 치게 만드는군.”

“결투 중 실수로 상관을 죽였다고? 죽음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놈이군. 따라와라. 사형이 차라리 자비라고 느껴지게 해줄 테니까.”

“머리가 벗겨져서 정혼자한테 차였다고? 대머리는 남자의 자랑이다. 네게 남자의 자부심이 뭔지 가르쳐주겠다.”


... 부드러운 방식은 아니지만, 유릭의 말은 상처 입은 기사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고들었고, 모두 유릭을 따르기로 했다.

그 결과.


“유릭 남작님께 제 검을 바칩니다!”


총 4명의 기사가 유릭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라피엘까지 5명인가? 흐음. 딱 기사단 창립 최소 숫자는 맞는군. 이제 너희를 광혈(狂血) 기사단이라고 부르겠다.”

“!!”


라피엘을 비롯해 새로운 기사들은 당황했다.


“그, 그건?”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가?”

“그런 게 아니라, 그건 초대 가주님이 이끄시던 기사단 아닙니까! 저희가 어찌 감히?”

현시점 아델란 최고 기사단은 창월 기사단이다.

역사를 따지면 아니다.

과거 아델란 최강의 기사단은 광혈 기사단이었다.

초대 가주와 더불어 세상을 구원했던 기사단.

아델란은 당시 광혈 기사단이 세운 위업을 기려, 새로운 기사단을 창설할 때 광혈 기사단의 이름을 따서 짓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굳어진 거지, 딱히 광혈 기사단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게 금지된 건 아니다. 애초에 광혈 기사단도 죄수들을 모아 시작된 기사단이니, 너희와 비슷하지 않으냐?”

“우, 우리 따위가 그분들이랑 비슷하다니?”

“그리고 재밌지 않냐?”

“!!”


유릭이 씨익 웃었다.

무언가 악동처럼.


“마침 내 이름도 초대 가주님과 같은 유릭. 너희도 광혈 기사단이 되어 초대 가주님을 따르던 광혈 기사단 같은 공을 세우면, 그것보다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거다.”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지만, 왜일까?

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니, 가슴이 떨렸다.


-말도 안 돼.


라는 생각에서


-저분을 따르면, 어쩌면?


하는 어처구니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물론,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모두 유릭의 카리스마 덕분이었다.


‘... 또 세 치 혀로 사람을 홀렸어. 유릭 남작님은 요물이 아닐까?’


라피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때였다.

유릭이 라피엘의 속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시선을 주었다.

괜히 찔려 라피엘이 자세를 바로할 때였다.


“기사단장은 라피엘, 네가 맡도록.”

“네? 그건 무리?”


라피엘은 단장을 맡을 재목이 아니었다.

경력적인 면에서도 부족하고, 달리 특출난 면도 없으니까.

‘언니’와 다르게.


“차라리 부처 경께...”


그런데.


“못할 것 같은가? 난 네가 할 수 있을 거로 믿는데?”

“!!”


라피엘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라피엘은 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라피르 경의 동생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듣고서,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여튼 요물 남작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피엘은 유릭의 필살 무기, ‘세 치 혀’에 넘어가 굳게 다짐했다.

절대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


본격적으로 오크를 상대할 준비를 하였다.

광혈 기사단은 라피엘을 필두로 훈련에 들어갔다.

오랜 도피 생활 덕에 다들 검술 실력이 많이 녹슬어 있었다.

그래도 금방 이전의 실력을 되찾을 것 같았다.


“뭐 하는 겁니까? 남작님을 실망하게 할 겁니까?!”

“조금 더 날카롭게! 도살자란 별명은 푸줏간에서 얻은 겁니까?!”

“그 맥아리 없는 검은 뭡니까? 벗겨진 머리에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라피엘이 매섭게 기사들을 다그쳤다.

자신 없던 것과 다르게 제법 기사들을 잘 이끄는 모습이었다.


‘열등감 때문에 기가 눌려서 그랬지, 잠재력 자체는 뛰어났으니까.’


히어로 육성 시스템을 확인했다.


<라피엘>

자질 : B+

잠재력 : A+

상태 : 약간의 열등감, 약간의 자신감.


처음 만났을 때 라피엘의 자질은 C등급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B+까지 상승해 있었다.

상태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다른 준비도 하였다.


“잘하고 있나?”

“이익. 제게 이런 노가다를 시키다니? 도대체 절 무엇으로 보는 거예요?”

“원소 마법도 제대로 못 하는 자칭 천재 마법사?”

“이익!!”


소피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그녀는 첨탑 요새를 보강하는데 손을 보태고 있었다.


‘마법사의 도움을 받으면, 공사 기간을 확 줄일 수 있으니까.’


밑의 기반 다지기, 목재, 석재의 운반, 고정 등등.

마법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단, 실제 이런 건설 현장에 마법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법사는 비싼 존재이니까.

그런데, 비싸다 못해 도도한 소피아가 왜 이런 막노동을 하고 있느냐면.


“기껏 술식을 알려줬는데, 근성이 없어 포기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 그 말 후회하게 해주겠어요!!”


유릭은 소피아에게 원소 마법 술식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요새 건설에 도움이 될 술식들이다.


-남작님이 술식을 알려준다고요? 하? 남작님이 마법에 대해 뭘 안다고?


코웃음을 쳤지만,


-어, 어떻게 이런 술식을? 남작님이 생각했다고요? 마, 말도 안 되는? 남작님 혹시 천재셨어요?


천재가 아니라, 상점에서 구한 거지만, 대충 천재라고 둘러댔다.


‘천재 이미지는 나쁠 것 없으니까.’


지구에서 성공 CEO였던 그는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사람들은 격이 다른 위대한 천재에게 열광한다.

기사들에게 광혈 기사단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의도적으로 ‘성공 신화’를 퍼트리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점차 유릭을 초대 가주를 능가하는 위대한 존재로 여기게 될 거고, 그건 고스란히 유릭의 힘이 될 거다.


‘뭐, 그리고 마법의 천재란 게 완전히 오해인 것도 아니고.’


그때, 소피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진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요새에서 오크들을 막을 거다.”

“하! 오크들의 숫자가 지금 몇 마리인지 모르세요? 아무리 천재 마법사인 제가 손을 보탠 요새라도 한계는 있어요.”


오크들은 점점 세를 불려 벌써 700마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찰은 했나?”

“저한테 돈 줬어요? 왜 제가 남작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죠?”

“지능이 떨어지는 오크들의 눈도 피할 자신 없는 천재 마법사라니...”

“이익! 정찰 해왔거든요? 오크들 눈 따위 속이는 게 뭐가 어렵다고?!”


‘좋으면서 투덜거리긴.’


유릭은 피식 소피아의 상태를 보았다.


<소피아>

상태 : 두근두근


역시 <판모> 커뮤 공인 변태 마법사다운 반응이었다.


“오크 부족장의 마물 등급은 어느 정도인 것 같지?”


같은 종의 마물도 개체별로 수준 차이가 있다.

오크 부족장도 천차만별이다.


“그게 좀 이상해요. 딱히 별로 높은 등급이 아니에요. 기껏해야 백장(百將)급?”

“흐음.”


이상한 일이다.

모인 오크는 700에 가까운데, 부족장은 고작 백장급이라니?

유릭은 팔짱을 꼈다.


“부족장이 한 마리가 아닌가 보군. 최소 부족장이 다섯 마리 이상은 되는 거다.”

“에에? 말도 안 돼. 오크들 사이에서 부족장이 생기는 것도 드문 확률인데, 다섯 마리 이상이 한 번에 생긴다고요?”

“가능하다. 이곳은 마경이니까.”


소피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다른 곳이면 몰라도 마경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 일의 경우 단순히 마경의 영향 때문은 아니지만.’


유릭은 왜 갑자기 오크들이 저렇게 날뛰는지 알고 있었다.


“오크 부족장이 다섯 마리라니. 당장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니에요?”

“꼭 숫자가 많다고 무서운 건 아니지. 방법이 있다.”

“무슨 방법인데요?”

“쫄보 천재 마법사한테 비밀이다.”

“하!!”


소피아가 씩씩거렸지만, 유릭은 답해주지 않았다.

상점을 열었다.

유릭이 클릭한 건 <마법> 탭이었다.

분류가 나뉘었다.


<일회용 마법 스크롤>

<마법 술식 구입>

<원 타임 마법 습득>


일회용 마법 스크롤은 말 그대로 일회용 마법을 구입하는 거고, 술식 구입은 따로 자신이 공부해 익혀야만 했다.

원 타임 마법 습득은 놀랍게도 코인만 내면, 바로 마법을 익히게 해주었는데, 당연하지만, 요구 코인이 어마어마했다.

특히 원소 계열 마법은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내 마법 적성에 따라 요구 코인이 달라지니까. 원소 계열 마법과는 내 상성이 맞지 않는 거야.’


그런데 일부 요구 코인이 눈에 띄게 적은 마법들이 있었다.

유릭의 적성에 맞는 마법이란 뜻.

유릭은 그 항목들을 선택했다.

촤르륵.

세부 마법들이 펼쳐졌다.

그런데, 마법의 이름들이 이상했는데.


-부식.

-불운의 저주.

-광포화.

등등.


그렇다.

유릭의 마법 적성은 <흑마법>이었다.

유릭은 흑마법 중 하나를 선택해 습득했다.


***


그런데, 그때였다.

유릭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었다.

악셀이 아니었다.


“아델란에서 영주를 파견했다고?”

“하. 웃기는군.”


한 인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우리를 버려둘 때는 언제이고, 인제 와서 영주라니?”


마경의 수인족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 +1 24.03.22 599 30 12쪽
29 29 24.03.21 662 20 13쪽
28 28 24.03.20 710 23 13쪽
27 27 24.03.19 751 26 13쪽
26 26 +2 24.03.18 853 28 13쪽
25 25 +1 24.03.17 917 23 13쪽
24 24 +1 24.03.16 983 29 13쪽
23 23 24.03.15 1,028 34 13쪽
22 22 24.03.14 1,059 29 13쪽
21 21 +2 24.03.13 1,134 32 13쪽
20 20 24.03.12 1,177 33 13쪽
19 19 +1 24.03.11 1,227 31 13쪽
18 18 24.03.10 1,280 32 13쪽
17 17 24.03.09 1,308 36 13쪽
16 16 +1 24.03.08 1,359 36 13쪽
» 15 24.03.07 1,424 33 13쪽
14 14 +1 24.03.06 1,521 36 13쪽
13 13 +1 24.03.05 1,551 38 13쪽
12 12 24.03.04 1,617 25 13쪽
11 11 +1 24.03.03 1,684 36 12쪽
10 10 24.03.02 1,739 40 13쪽
9 09 +1 24.03.02 1,746 39 13쪽
8 08 24.03.01 1,783 37 13쪽
7 07 24.02.29 1,796 37 13쪽
6 06 +1 24.02.28 1,876 38 13쪽
5 05 24.02.27 1,980 34 12쪽
4 04 24.02.26 2,286 38 13쪽
3 03 24.02.26 2,375 49 13쪽
2 02 24.02.25 2,710 48 13쪽
1 01 +1 24.02.25 3,967 5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