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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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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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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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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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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7

DUMMY

#7


정적도 잠시.

누군가 콰앙! 거친 소리를 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릭 공자?! 우리 아델란이 죄를 짓다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레이몬드 자작.

악셀의 충성스러운 수족 중 하나였다.

유릭과는 악연이었다.


‘악셀에게 충성심을 증명한답시고, 날 핍박하는데 열을 올리던 놈 중 하나였지.’


이번에도 ‘안 그래도 거슬렸는데, 마침 잘 걸렸다. 제대로 밟아주마.’라는 듯 의기양양한 기색이었다.

비단 레이몬드 자작 놈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모인 가신 중 수많은 이가 비슷한 눈빛으로 유릭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유릭을 트집 잡으려고 벼르는 듯한 분위기.

단,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일부.

눈에 이채를 띠고 놀란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저들이 아델란의 ‘진짜’ 충신들이었다.

유릭이 앞으로 마음을 얻어야만 하는 이들.

유릭은 아델란의 진짜 충신들에게 한차례 시선을 주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잘 지켜보란 듯이.


“우리 아델란이 죄를 지었다니! 망언한 유릭 공자에게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어리고 철이 없어도, 저런 망발이라니!”

“가주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유릭이 길길이 날뛰는 가신들의 소란을 뚫고, 똑바로 악셀을 바라보았다.


“가주님께서도 방금 제 발언이 망언이었다고. 정말 우리 아델란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 ... .”


싸아.

그 묵직한 물음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악셀이 희미하게 눈썹을 꿈틀했다.

하지만, 찰나의 일이었을 뿐, 목소리를 높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악셀이 그렇다.

절대 직접 자신의 명성이나 이미지가 실추될 일을 하지 않는다.

특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는.

그러니, 유릭의 물음에 어떤 답을 할지는 뻔했다.


“하하. 유릭, 마냥 철부지 같았던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네가 철이 든 것 같아서 형이자, 아델란의 가주로서 기쁘다.”


악셀이 흐뭇하다는 듯, 유릭을 어린애처럼 바라보는 얼굴을 했다.


“네가 첨탑 요새의 사정을 보고 속상했던 건 백번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마음이니까. 하지만, 우리 아델란은 막아야 할 적이 많아 여력이 부족하다. 아직 어린 너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유릭의 발언을 앞뒤 사정 모르는 어린애의 무지라고 폄훼하는 답변.

딱 유릭이 바라던 답변이다.


“결국, 힘이 없어서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하하, 말이 심하구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로...”

“아델란에 여력이 없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 뭐?”


유릭이 똑바로 악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주님께 요청합니다. 제게 ‘요세-슈바르트’ 전역을 맡겨주십시오. 제가 그곳을 지키겠습니다. 아델란의 핏줄로서 말입니다.”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른 의미의 정적이었다.

모두 입을 벌리고 유릭을 바라보았다.


“... 요세-슈바르트가 어디인지 모르는 겁니까, 유릭 공자?”

“압니다.”

“아는데, 그런 미친 이야기를? 제정신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델란의 핏줄을 이은 유릭에게 제정신이냐니.

하지만, 아무도 가신의 무례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만큼 미친 발언이었으니까.

요세-슈바르트.

쉽게 말해 마경(魔境)과 인근 지역의 명칭이었다.


“왜? 마경은 우리 아델란의 영역이 아닙니까? 마경 또한, 우리 아델란이 소유한 영역입니다.”


아델란의 위세는 높다.

지닌 힘은 단순한 공작가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으며, 영역 또한 넓었다.

지도를 보면, 거의 어지간한 중소 왕국만 한 수준의 넓이였다.

아무리 한때 대륙 제일의 가문이었다고 해도 지나치게 광대한 영역.

마경 때문이었다.

마경은 아델란의 땅이었다.


‘아델란이 원해서 마경을 가지게 된 건 아니고, 주변 왕국들에서 아델란에 떠넘긴 거지. 알아서 처리하라고.’


처치 곤란 재앙을 강제로 넘겨받은 셈이다.

아델란도 처음엔 마경을 다스려보려고 시도했지만, 금방 두 손을 들었다.

아무리 청소해도 끝없이 출몰하는 마물을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아델란은 마경을 방치하게 되었다.

다행인 건, 마경의 마물들은 기껏해야 근처 정도까지만 출몰하지, 멀리 아델란의 주요 영역까지 넘어오지는 않았다.

아델란이 첨탑 요새 인근을 내버려 두었던 이유다.


‘아델란은 마경의 진짜 가치를 모르고 있어. 마경은 아델란의 나머지 영역 전체보다 더욱 가치 있는 곳이야.’


유릭이 아델란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힘을 길러야 한다.

마경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닥치기 시작할 재앙들을 막으려면, 반드시 마경을 정복해야 해.’


유릭의 목표는 악셀에게 아델란을 되찾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의 멸망을 막아야만 했다.


-아델란은 인류의 방패. 유릭, 너에게는 자격이 없다.


저 말에 보란 듯 세상을 지켜내고 말 것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시작은 마경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하하. 요세-슈바르트를 너에게 맡기라고?”


악셀이 곤란한 듯 웃었다.

저 철없는 아이를 어쩌지? 하는 웃음.

하지만, 유릭은 악셀이 유혹을 느끼고 있음을 눈치챘다.


‘내가 마경에 가면, 십중팔구 죽을 테니까. 악셀 입장에서 손 안 대고 날 처리할 방법이니, 구미가 당기겠지.’


유릭은 악셀의 선택을 도와주기로 했다.


“염려되신다면, 자격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증명?”

“네, 백성들을 지키는 데는 힘이 필요한 법. 제가 그럴 만한 힘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고, 유릭은 시선을 돌렸다.

아까 그를 윽박지르는 데 앞장섰던, 레이몬드 자작을 향해서였다.


“레이몬드 자작, 내 검을 상대해주겠나? 그대 정도면, 내 자격을 증명해 보이기에 딱 적당할 것 같은데 말이야.”

“!!”


장내의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결투 신청이었다!


“무, 무슨?”

“유릭 공자님께서 오늘 어떻게 되신 건가?”

“아무리 레이몬드 자작께서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어도 그래도 익스퍼트급 기사인데?”


오늘 유릭의 발언 중 미치지 않은 게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 건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유릭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미친 발언을 이어갔다.


“제가 레이몬드 자작에게 승리하면, 제 자격을 인정하고, 요세-슈바르트를 맡겨주십시오.”

“하하.”


악셀은 돌아가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첨탑 요새를 지켜낸 일로 유릭의 이름이 적지 않게 퍼졌다.


-유릭 공자가 사실 머저리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절대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어떻게 짓밟을지 고민되었는데 먼저 저렇게 무덤을 파주다니.

유릭이 레이몬드 자작에게 승리하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 혹시, 만약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변이 일어나면, 그때는 마경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군. 레이몬드 자작, 그대가 수고해주시오. 유릭, 저 아이가 지금 천지 분간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따끔하게 가르침을 내려주시오.”

“맡겨주십시오. 한때 스승으로서 유릭 공자에게 주제를 알게 해주겠습니다.”


레이몬드 자작이 시커멓게 미소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결투는 어떤 식으로 하겠습니까? 실제 목숨을 걸고 겨루는 생사투는 곤란할 거고요.”

“지도 대련 형식으로 하지.”

“하하! 막상 겁이 나시나 보군요. 좋습니다. 제가 제대로 교육해드리겠습니다.”

“아니, 뭔가 오해하는 것 같군. 지도를 받는 건, 내가 아니라, 그대야.”

“... 뭐라고요?”

“추욱 늘어진 뱃살을 보니, 그간 얼마나 검을 등한시했는지 알겠군. 가신의 태만함을 훈계하는 것 역시 아델란의 핏줄을 이은 이의 책무. 이번 기회에 그대의 나태한 정신을 똑똑히 고쳐주겠네.”

“!!”


레이몬드 자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기사가 급하게 준비해온 목검을 들었다.


“조심하십시오. 제가 검을 드는 게 오랜만이라 의도치 않게 조금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대도 아프다고 울지 않도록 주의하게.”

“하! 진짜!!!”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버럭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왕년의 날렵함은 사라졌지만, 거구의 돌진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반드시 어디 한 군데를 상하게 하겠다는 듯 흉흉한 기세.

반면, 유릭은 유약해 보이기만 했다.

그나마 목검을 제대로 들고 있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일 뿐이었다.

거의 멧돼지와 어린 사슴 같은 차이.


“멈춰야!!”

유릭을 염려한 일부 가신이 외치는 순간이었다.

모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퍼어억!

유릭의 목검이 레이몬드 자작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했다.


***


유릭이 결투의 형식을 지도 대련으로 하자고 한 건 간단했다.

마음껏 두들겨 팰 수 있으니까.


‘가신들에게 제대로 인상을 심어주어야 해.’


일반적인 결투였다면, 처음 얼굴을 가격했을 때, 끝났을 거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모두가 똑똑이 알게 해야 했다.

그가 어떤 존재로 변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따라서, 레이몬드 자작에게는 불행한 이야기지만, 유릭은 결투를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퍼억!! 퍼어억!!!


“이이익!!”

“느리군. 그래서 맞겠나?”


퍼억!


“크아아아악!”

“조금 더 분발하게. 내 옷깃이라도 스쳐봐야 하지 않나? 아, 혹시 우는 건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장내의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몸이 저렇게 엉망인데?’

‘아무리 레이몬드 자작이 관리를 안 해 검이 둔해졌다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고위의 기사가 많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간파했다.


‘신체 능력은 비교도 안 되게 열세인데, 천부적인 감각으로 레이몬드 자작을 압도하고 있어.’


가끔 있다.

타고난 재능으로 모든 걸 압도하는 이가.

세상은 그런 이를 천재라고 한다.

어중간한 수재가 아닌, 진짜배기 천재라면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유릭 공자님이 천재였다고?’

‘그럴 리가?’


애초에 유릭이 검술 천재였다면, 머저리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거다.

과거 유릭의 모습을 아는 모두는 도저히 지금 광경이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에 버젓이 펼쳐지는 모습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때, 유릭이 입을 털었다.


“백성을 위하기로 마음먹었더니, 많은 게 변하더군. 뜻을 품은 기사의 검은 강한 법이니.”


아.

일부 가신들이 감탄을 뱉었다.

종종 있는 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났더니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물론, 유릭의 경우는 거짓말이지만.

모두 스킬빨이었다.


<검술 천재의 감각 (B등급)>


제한적인 시간 동안 검술 천재와 같은 센스를 갖게 되는 거다.

시간은 한 10분 정도?

딱 단기 결투용으로 사용하기 좋았다.

쿠웅!

결국, 레이몬드 자작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 ... .”

“... ... .”


모두 경악해 유릭을 바라보았다.

유릭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근 체력을 단련하긴 했지만, 아직도 이런 결투를 하기에는 부족했다.

무리한 게 훤히 보였지만, 유릭의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이 자리의 모두를 압도하듯이.


“이 정도면 자격으로 충분하겠습니까?”


악셀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자격이야 중요하지 않았다.

마스터급 기사가 가도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게 마경인데, 퇴물 익스퍼트급 한 명 이긴 게 대수이겠는가?

악셀은 다른 점에 주목했다.


‘... 유릭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어.’


처음이었다.

유릭에게 경계심이 든 것은.

이대로라면, 훗날 분명히 위협이 될 것이다.

어떻게든 제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마경이 알아서 유릭을 처리해줄 거다.


“하하. 좋다. 네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네게 요세-슈바르트 지역을 맡기마.”

“감사합니다. 요세-슈바르트를 지키기 위해 가문에 몇 가지 요청할 게 있습니다.”


예상한 이야기다.

돈이나, 병사, 기사, 등등을 요청하겠지.

물론, 악셀은 일절 지원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작위를 주십시오.”

“뭐?”

“요세-슈바르트는 거대한 지역입니다. 통제를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합니다. 혹시 모를 암흑 왕국과의 마찰을 대비해서도 권위가 필요하고요.”


아예 마경을 영지로 달라는 이야기.

악셀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 거다.

애초에 마경은 지도상 아델란의 영역일 뿐 손을 떠난 지 오래다.

무엇보다 마경의 누가 유릭을 영주로 인정하겠는가?

마물들? 인간이면 이를 가는 드센 이종족들? 암흑 왕국에서 흘러들어온 마족들?


“좋다. 네게 남작 위를 내리마. 요세-슈바르트는 네 영지가 될 거다.”

“또 있습니다.”

“뭐지?”


이번에야말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유릭은 또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가문의 성지(聖地)를 개방해주십시오.”

“... 성지를?”

“네, 선조들의 뜻을 잇겠다는 의미로 의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거짓말이다.

유릭은 속으로 생각했다.


‘털어먹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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