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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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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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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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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9

DUMMY

#29


정체 모를 초월자가 이 세계에 닥칠 멸망을 게임으로 만들어 지구에 배포한 <판모>는 디펜스 게임이다.

디펜스 게임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판모>는 분류하면 ‘히어로 디펜스’였다.

압도적으로 몰아치는 적들을 주인공과 육성한 히어로들의 힘을 통해 막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

단, <판모>의 모든 전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히어로 디펜스’와 다른 스타일의 전투도 벌어졌는데, 그중 하나가 ‘타워 디펜스’ 전투였다.


‘딱, 지금 같은 상황이지.’


수 백기의 익스퍼트 급 가디언을 무슨 수로 상대한다는 말인가?

현재 아군의 전력으로는 세상이 두 쪽 나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성(守城)’이면 가능했다.

더구나 지금 유릭이 하려는 건, 단순한 수성이 아니라, ‘타워 디펜스’였다.


‘지구에서는 이렇게 순식간에 요새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곳은 마법이 있는 세상이니까.’


“뭣들 하느냐? 당장 대지 마법으로 벽을 세워라! 바닥에 그려진 설계선에 따라 세워야 하는 것 잊지 말아라!”

“네, 넷!”


쿠르르릉.

마법사들이 허겁지겁 유릭의 지시에 따랐다.

종자로 동행한 마법사들은 대체로 수준이 높지 않았다.

대부분이 Lv, 1~2 수준이었다.

앞서 말했듯, 무희와 싸우기 위한 게 아닌, 함정 등에 대처하기 위한 역할이었으니까.

그래도, 벽을 세우는 것 정도는 순식간에 할 수 있었다.


“그, 그런데 왜 방벽을 이런 형태로?”

“제대로 된 미로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인?”


몇몇 이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미로는 미로인데, 휑하니 길이 다 보였다. 사실상 미로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답은 유릭 대신, 다른 이가 했다.


“멍청한 놈들. 미로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저 인형 놈들이 순순히 미로를 헤매주겠느냐? 순식간에 벽을 무너뜨리고 돌진할 거다.”

“... ... .”

“왕립 아카데미에 다니며, 내 ‘전투 축성’ 수업을 들은 놈들은 알겠지. 내가 축성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했느냐? 바로, 적에게 피를 강요하는 하는 거다.”


그제야 참석자들은 저 방벽의 배치의 의미를 눈치챘다.

단순히 길을 잃게 하려는 게 아니다.

슈마허는 미로 곳곳에 검은 엑스 자를 표시했는데, 가디언이 그곳에 발을 들이면, 최소 삼면 이상으로 협공당하는 각도가 되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그뿐이 아니다.

미로 중간중간 요지에 높은 지대를 세워 Lv. 3 이상의 마법사와 원거리 공격이 장기인 기사들이 인형들을 타격하게 해놓았다.


‘잠깐만에 이런 설계를 해내다니. 역시 쓰레기 인성과 반비례하는 축성의 전문가.’


유릭은 혀를 내둘렀다.

‘타워 디펜스’는 설계가 싸움의 승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어떤 축성 설계가를 영입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슈마허 놈은 최고의 능력자였다.


“이 슈마허의 설계를 똑똑히 기억하도록. 너희를 구원할 방벽이 될 것이니. 이 슈마허를 찬양해라, 하하!”

“... 저 교수, 미친놈인가 봐요.”


슈마허는 자아 도취해 웃음을 터트렸고, 소피아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너도 변태잖아.’


변태 마법사, 쓰레기 건축가.

유릭은 동료들의 상태에 혀를 찼다.

이후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유릭의 지휘가 빛을 발했다.


“1번 입구를 막도록!”

“4번 입구는 포기하고, 뒤의 킬존으로 유인해 인형을 잡도록!”

“다시 2번 입구를 수복하도록!”


슈마허가 설계한 미로는 총 다섯 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다.

그 뒤 후퇴할 때마다 삼면에서 협공할 수 있는 킬존이 곳곳에 존재했고.

유릭은 한눈에 미로를 눈에 담아 상황에 맞춰 정확한 지시를 내렸다.

철저히 방어자 측에 유리하게 설계된 미로에 완벽한 지휘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미로 곳곳에서 인형들이 쓰러졌다.


“와아아아! 할 수 있다!”

“유릭 남작님 만세!!”

모두가 사기 백배하여 외치는 순간이었다.

전장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파앗. 서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와 동시에 미로의 방벽 한쪽이 와르르르 무너져 내렸다.

흙먼지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검이 보였다.


“오러 블레이드!”

“Lv. 5 마스터급 무희야!!”


다른 인형들과 눈동자의 빛이 달랐다.

한층 더 섬뜩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끄, 끝이야.”

“우, 우리가 Lv. 5 마스터급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지금껏 그들이 상대한 무희들은 Lv. 4 익스퍼트급이다.

절망이 번졌다.

하지만.


“겁쟁이 놈들. 전장에 나가서도 그렇게 질질 짤 건가? 여기가 아델란이었다면, 너희는 당장 기사직 박탈이다.”


유릭은 진심으로 기사들에게 한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우리 아델란이 아무리 쇠약해졌다고 해도, 저런 유약한 기사들은 없어.’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자왕가가 이렇게 성장한 건, 아델란이 전면에서 모든 풍파를 대신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기사들도 제대로 된 실전을 겪은 적 없는 온실 속 화초란 뜻.


“다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도록. 이게 바로 아델란의 검이니.”

“위, 위험?!”


유릭은 그대로 마스터급 무희에게 걸어갔다.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괜히 다들 절망한 게 아니다.

Lv. 5 마스터급은 밑의 Lv. 4 익스퍼트급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제 고작 Lv. 3 레귤러급인 유릭이 상대가 될 리가 없지만.


‘할 수 있어. 이놈은 인형일 뿐이니까.’


유릭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놈이 인간이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마물이기라도 했다면, 유릭에게 승산은 없었을 거다.

무희는 고대 문명이 만든 ‘가디언’이다.

비유하면,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이란 뜻이다.

‘패턴’이 있었다.

파아앗! 유릭은 검을 들고 곧바로 놈에게 뛰어들었다.

우우웅.

인형이 그런 유릭을 핏빛 눈동자로 주시했다.

‘데이터’를 인식하고, 분석하더니, 곧바로 결론을 도출했다.


[위협도 하(下). 제거한다.]


파아아앗.

갈색빛의 오러가 그대로 유릭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벌레를 처리하려는 것처럼 무심한 공격이다.

실제로 놈의 힘에 비하면, 유릭은 벌레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유릭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고.

파아아아앗!

유릭의 몸이 가속했다.

Lv. 3 레귤러급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게.

거의 Lv. 4 익스퍼트급에 육박하게.


[!!!]


예상하지 못한 이변에 인형이 버벅였다.

물론, 찰나다.

금방 다시 상황 인식을 마치고, 새롭게 행동 양식을 수정했지만, 이미 늦었다.


‘창월검법 2식(式), 사해일섬(死海一閃).’


죽은 바다를 가르는 한 줄기의 빛.

쾌속하며, 강렬한 일검이 그대로 인형의 핵을 관통했고, 인형은 털썩 쓰러졌다.


“...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경악해 유릭을 바라보았다.


“보면 알겠지만, 인형들은 변칙에 약하다. 일부러 돌발 상황을 연출하면, 허점을 만들어 잡을 수 있다.”


그 말에 기사들은 기가 질린 얼굴을 했다.

말이 쉽지, 누가 방금 유릭처럼 할 수 있단 말인가?

용기, 거침없는 과단성, 찰나의 생사를 가르는 판단력, Lv.을 훌쩍 뛰어넘는 검술 등등이 모조리 결합하였으니 가능했던 기적이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무리였지만.


“... 해보겠습니다.”

“라이터 경?”


모두 놀라 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이번 무희의 연회의 우승 후보로 꼽히던 루키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저, 저도 해보겠습니다.”

“더는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겠습니다.”

“다들 정신차려! 우리도 기사야!”


여기저기서 이를 악물며 전의를 불태웠다.

유릭이 방금 보여준 모습에 감명을 받은 거다.

유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기사다운 모습을 보이는군.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어.’


“좋다. 이곳을 방어하는 건, 너희에게 맡기겠다.”

“우리에게 맡긴다는 말씀은?”

“난 따로 움직여 유적 안쪽으로 들어가 무희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겠다.”

“!!”


모두가 술렁였다.


“안쪽은 위험합니다!”

“이곳에 남아 있으면? 방법이 있나? 결국, 조금씩 조금씩 밀리다가 전멸하게 될 거다.”


아무리 미로에 의지해 버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만. 더 이야기하지 말도록.”


유릭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두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건, 우리 아델란에게 익숙한 일이니.”

“!!”


모두가 울컥한 얼굴을 했다.

지금껏 외면해 온, 알고도 무시해 온 아델란의 희생을 떠올린 거다.

지금 유릭이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델란의 표본과도 같았으니.

한편, 유릭은 그런 기사들의 반응에 속으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의도한 대로의 반응이군. 겸사겸사 기사들의 마음을 사놓으면 좋으니까.’


사자왕가와는 언젠가 적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 터지게 죽고 죽여 한쪽이 멸망해야 하는 관계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유릭의 목표는 단순한 정복이 아니라, 세계 멸망을 막는 것이니까.

그 목표를 위해서는 사자왕가를 아델란의 발밑에 무릎 꿇려야 한다.

지금 뿌린 씨앗들은 훗날 사자왕가를 손에 넣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여튼, 여우. 사실 속은 까칠 편식쟁이면서, 맨날 다른 사람들을 홀리기나 하고.”


소피아가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투덜거렸다.


“준비나 하도록. 너와 나, 둘이서 간다. 죽을 수도 있으니, 각오하도록.”

“흐흐흥.”


<소피아의 상태 : 두근두근 흥분 설렘>


그런데, 누군가 유릭을 붙들었다.

의선 명가의 레이첼이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몸 상태가 안 좋은데, 회복시켜 드릴게요.”

“흐음?”

“방금 무리하셨잖아요. 컨디션에 악영향이 갈 수 있어요.”


파아앗!

의선 명가의 축복의 힘이 유릭의 몸에 깃들었다.


‘확실히 일반 치료사들의 힐과는 격이 다르군.’


몸 상태가 회복되는 걸 넘어, 활력이 넘쳤다. 120% 상태랄까?


“고맙다.”

“... ... .”


레이첼이 무언가 할 말 있는 표정으로 입을 달싹였다.


“왜 그러지?”

“... 죄송해요.”

“??”

“유, 유릭님이 어떤 짐을 짊어지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제 욕심만 강요했던 거요. 유릭 님은 아델란의 사명을 잇기 위해 이토록 힘쓰고 계시는데...”


유릭은 머리를 긁적였다.

기사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이야기들이 레이첼도 감동하게 만든 것 같다.


“저, 괜히 고집부려서 유릭님의 발목을 잡지 않을게요. 대신, 이걸 받아주세요.”


웬 악세사리였다.

유릭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설마?”

“네, 엘릭서리에요.”


의선 명가의 최고 치료 약인 엘릭서가 담긴 장신구로 만약 착용자가 커다란 부상을 입을 시 자동으로 엘릭서가 체내에 스며들어 목숨을 건지게 해주는 보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필요해서 상점에서 코인을 주고 구입하려고 했는데.’


“잘 받겠다.”

“네, 그, 그리고...”

“??”

“아, 아니에요. 꼭 무사히 다녀오세요.”


레이첼은 빨개진 얼굴로 후다닥 등을 돌려 사라졌고, 유릭은 피식하였다.

유릭은 눈치 없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대충 레이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 귀엽다는 느낌이었다.


“하여튼, 남작님의 시커먼 속을 저 순진한 공녀님도 알아야 하는데.”

“시끄럽고, 가자. 전설을 써 내리려.”

“우와, 이번엔 전설이래.”


오그라드는 표현이었지만, 과장이 아니었다.

지금 유릭이 하려는 일은 그만큼 터무니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할 거예요? 유적을 정복하지 않는 한, 무희들을 멈추게 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유적을 정복할 거다.”

“... 뭐라고요? 내 귀가 잘못되었나?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이곳 유적을 정복한 건, 슈테판 왕국의 건국왕인 초대 사자왕 밖에 없어요!”


‘무희의 연회’가 개최되는 곳은 유적 바깥쪽 쪽일 뿐, 깊은 내부는 미지의 험지다.

소피아의 말처럼 슈테판 왕국의 초대 건국왕만 정복에 성공했다고 한다.


“내가 두 번째가 되겠군.”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오죽하면 초대 건국왕이 이곳 유적을 다시 정복하는 이가 나오면, 사자왕가의 왕족 자격을 내려 자신의 후예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겠어요?”

“듣고 보니 곤란하긴 하군.”

“맞아요. 불가능한 일이니...”

“아니, 유적을 정복했다가 사자왕가의 후계 자격을 얻으면 곤란해질 것 같다는 거다. 족보가 꼬이게 되니.”


유릭은 힐끗 천장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들을 비추고 있는 촬영 마도구를 향해서였다.

사자왕을 비롯한 사자왕가의 핵심 인물들이 보고 있을.


“뭐,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겠지. 사자왕께서도 넓은 마음으로 날 이해해줄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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