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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최근연재일 :
2024.03.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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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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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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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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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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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

DUMMY

유약한 인상의 소년이 허겁지겁 빌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쥐죽은 듯 살 테니!! 형님, 아니, 공작 각하!”


공작이라고 불린 청년이 그런 소년을 차갑게 비웃었다.


“유릭. 아니, 동생아. 누가 들으면 오해하지 않겠느냐? 난 그저 네게 작은 임무를 맡긴 것일 뿐이다. 국경을 지키는 건, 우리 아델란의 고귀한 의무이니 말이다.”


소년, 유릭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유릭은 알고 있다.

이 임무가 자신을 죽이기 위한 것이란 것을.

유릭의 모든 것을 빼앗은 형은 이제 그의 목숨마저 거둬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릭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무릎 꿇고 비는 것밖에 없었다.

아무런 의미 없었지만 말이다.


“자, 유릭을 데려가도록. 잘 부탁하네, 케자르 경.”

“염려 말고 맡겨주십시오, 각하.”


케자르라 불린 기사의 눈빛이 유릭을 보더니 차갑게 빛났다.

도살당할 가축을 보는 듯한 눈빛이다.


“겨, 경?”

“쯧, 이런 허약한 놈이 아델란의 공자라니. 선대 공작께서 그나마 제대로 유지를 남기셔서 다행이지.”


틀렸다.

유릭이 이렇게 허약해진 건, 어릴 때부터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뒤늦게 가문에 들어온 공작부인과 그녀가 밖에서 낳은 형에 의해서.

그렇다.

유릭의 형인 현 공작은 사실 공작가의 핏줄이 아니었다.

원래 공작 위는 당연히 유릭에게 돌아가야 했지만, 그의 형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릭을 망가뜨렸다.

유릭이 가문을 잇지 못하게.

유릭이 공작가의 공자답지 못하게 유약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도, 어릴 때부터 당해온 가스라이팅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당한 독과 정신적 학대로 유릭은 완전히 망가졌고, 결국 유릭의 아버지는 후계 위를 악셀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유릭의 누이와 악셀이 결혼해 공작가의 대를 잇는 조건으로 말이다.


“자,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십시오. 저희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사, 살려...”

“큭큭, 유릭 공자님 오줌 싸신 것 같은데?”


케자르와 기사들이 유릭을 숲 깊은 곳에 버리고 떠났다.

마족의 땅인 마경과 접경지대라, 수많은 마물이 출몰하는 곳이다.

과연.

쿠르릉.

웨어 울프들이 새롭게 나타난 먹이를 향해 군침을 흘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


도망가려 했지만, 독에 망가진 몸은 간단한 달리기마저 변변이 할 수 없었다.

콰득!


“아아악!!”


웨어 울프가 다리를 물었고, 유릭은 바닥을 뒹굴었다.

끝이다.

최후의 순간, 유릭이 느낀 감정은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후회였다.


‘내가 바보같이 굴지 않았다면.’


그래.

그가 지금 이런 처지가 된 건, 형이 악독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머저리여서 당했을 뿐이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절대 이렇게 되지 않을...’


그게 ‘유릭’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콰득!


그리고...


***


“... 또 그 개꿈이네.”


상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유릭, 그 머저리 시절이 언제 일인데. 아직도 그 꿈을.”


‘유릭’은 놀랍게도 다시 기회를 얻었다.

단, 유릭이 바라던 기회는 아니었다.

지구란 세상에서 ‘상현’으로 태어난 거다.

상현의 삶은 유릭과 전혀 달랐다.

주어진 환경은 훨씬 열악했다.

보육원 출신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철부지 아이들과 다르게 상현은 처절한 이전 삶의 기억이 있었고, 그 기억은 상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상현은 독종이 되었다.

아득바득 노력해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고, 외국계에 입사 후 탁월한 실적을 내 최단기 임원 승진을 앞두고 퇴사해 벤처 기업을 창업했다.

이후 승승장구.

창업한 회사는 시총 10조를 넘어, 상현은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젊은 CEO가 되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삶.

어느덧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유릭’의 기억을 떠올린 건, 하나의 우연 때문이었다.


-판데모니엄.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게임에 문외한인 상현이라, 관심 없이 넘기고 있을 때,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단어가 들렸다.

우연히 복도 건너편의 직원들이 떠드는 잡담을 스쳐 들을 때였다.


“아, 아델란 가문으로 플레이했는데, 또 망했어.”

“!!”


상현은 멈칫했다.


“지금 뭐라고 했나요? 아델란?”

“대, 대표님?”


부하 직원은 뻣뻣이 얼었다.

상현은 직원들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무섭고, 대하기 어렵지만, 존경스러운 인물.


“방금 아델란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뭡니까?”

“아, 네. 이 판데모니엄 게임의 플레이 세력 중 하나입니다.”

“플레이 세력?”

“이게... 디펜스 게임이라고, 세력 하나를 정해서 몰려드는 적들을 막아내는...”


부하 직원이 떠듬떠듬 설명했다.

존경하는 대표님에게 게임 설명을 하는 상황이 어색한 듯.


“아델란 공작가는 ‘수호자’라 불리는 가문으로 왕국의 국경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은 가문입니다. 주인공인 가주 악셀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사 같은 성격이지만, 그게 또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 ... .”

“대표님?”

“... 아닙니다.”


휙 등을 돌려 떠나는 상현을 보며 직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악셀 공작, 대표님이랑 느낌이 비슷하네? 대하기 어렵지만, 인기 있는 것까지.’


대표실에 들어온 상현은 침음을 삼켰다.


‘거짓말.’


‘판데모니엄’의 게임 정보를 찾아보았다.

중간 대륙.

칠정가(七淨家).

이곳 지구에는 없는 초인급 영웅들.

무엇보다 아델란.

자신의 모든 걸 빼앗았던 공작 ‘악셀’까지.

이 게임은 그의 이전 삶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그 뒤 상현은 판데모니엄 게임에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모든 게 그가 알던 그대로였다.

상현은 하나의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을 만든 제작자, 분명 나와 같이 그쪽 세상 출신이야.’


단, 상현, 아니, ‘유릭’과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어.’


판데모니엄의 시작 시점은 유릭이 죽음을 맞았던 시기 즈음이었다.

‘유릭’이 모르는 미래가 게임에서 진행되었다.

상현은 묘한 얼굴을 하였다.


“내가 죽은 후 대륙이 이렇게 절단난다고?”


이 게임의 타이틀은 ‘판데모니엄’이다.

번역하면 복마전(伏魔殿).

대륙에 끔찍한 환란이 일어남을 뜻하는 타이틀이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의 환란이잖아?’


지구의 세계대전은 인간끼리만 싸웠지만, 판데모니엄에서 벌어지는 환란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괜히 장르가 ‘디펜스 게임’이 아니었다.

끝없이 몰아닥치는 온갖 절망을 극복해야만 했다.


‘이 미래가 진짜인 걸까?’


사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미 유릭은 죽은 다음이니까.

그는 인제 상현이다.

그럼에도 왜일까?

상현은 ‘판데모니엄’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윽고 모든 루트를 클리어한 후, 상현은 명예의 전당을 보았다.


-1위, ‘유릭’ (스코어 : 7천만 892점.)

-2위, ‘스코트’ (스코어 : 2천만 71점)

-3위...


이 1위 ‘유릭’은 당연히 상현의 닉네임이다.

2위와 비교도 안 되는 점수 차의 1위.

한번 손에 잡으면 뭐든지 끝장을 보는 독종 성격을 게임에 쏟아부은 덕이다.

하지만, 상현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할 수 없었다.


‘고작 7천만 명밖에 살리지 못하다니.’


어처구니없게 게임의 스코어는 클리어 당시 생존한 인류의 숫자였다.

게임 시작 시점 인류의 숫자는 10억 명에 육박한다.

10%도 살리지 못한 거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어.’


상현은 1위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클리어를 반복했다.

목표는 10억 스코어.

전인류를 살리는 거다.

게임에서 일어나는 환란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

하지만, 상현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그가 ‘집착’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아델란은 인류를 지키는 방패다.


아버지가 자신을 후계자의 위에서 폐할 때 했던 말.

아델란의 시조는 과거 마족들의 침범에서 세상을 지켰던 영웅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인류를 지키는 방패였다.

후대에 와서는 인류가 아니라, 왕국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지만.

따라서, 아델란의 가주는 반드시 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유릭, 너에게는 자격이 없다.


사실.

상현이 된 후 이렇게 성공하려 발버둥 친 건, 저 말을 부정하고 싶어서였다.

자신은 그런 무능한 존재가 아니라고.

게임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인류의 방패를 자처하며 자신을 내친 아델란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물론, 게임에서 이루는 성취 따위 아무런 의미 없다는 것 알지만 말이다.

이윽고.


<1위 스코어가 갱신되었습니다!>


<1위, 유릭 (스코어 : 5억 200만 7032점)>


-미친? 실화냐?

-2위가 3천만도 넘기지 못했는데?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유릭 님, 제발 플레이 영상 좀 올려주세요.

-하필 닉도 유릭. 개찐따 엑스트라인데, 인류의 구원자가 되었네.


‘판모’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유릭의 이름을 외쳐 불렀지만, 정작 상현은 탈력감을 느꼈다.

무력감 때문이다.


‘이 이상의 스코어는 불가능해.’


환란의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너무 구려.’


‘판모’의 플레이어블 주인공은 총 4명이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형’도 그중 한 명.

주인공으로 꼽힌 인물들답게 모두 빼어난 능력자였지만, 상현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유릭’을 뜻한다.

황당한 이야기.

‘유릭’은 걸출한 4명의 ‘주인공’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모지리 엑스트라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과거의 ‘유릭’이었다.

‘상현’은 다르다.

그는 게임을 하면서 숱하게 했던 생각을 다시 했다.


‘내가 다시 유릭이 된다면...’


그 순간이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히든 루트가 개방됩니다!


-‘유릭’을 플레이하겠습니까?


“!!”


바라던 메시지.

하지만, 이어진 내용에 상현은 멈칫했다.


-클리어 조건 : 스코어 9억 5천만 점 달성.


-실패 시 : 영혼 소멸


-성공 대가 : 뺏겼던 영광을 되찾음.


‘영혼 소멸?’


상현은 가볍게 넘길 내용이 아니란 걸 직감했다.


‘이 게임의 제작자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초월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아.’


그 짐작이 맞는다면, 영혼을 소멸시키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했다.

더구나, 9억 5천만 스코어라니?

절대 불가능한 터무니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상현은 대가를 주목했다.


-뺏겼던 영광을 되찾음.


두근.

가슴이 뛰었다.

상현은 인정했다.

자신이 과거를 떨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막대한 성공을 하였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허전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니라는 회의감.

이제 분명히 깨달았다.

그가 바라는 건 아델란이었다.

되찾고 싶었다.

단순한 물욕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부와 명예는 이곳에서도 넘치도록 얻었으니까.

‘빼앗긴’ 것에 대한 갈망이었다.


‘악셀, 네가 가지고 있는 건 원래 모두 내 것이야.’


지구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이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거다.

방법은 하나.

억울하게 뺏긴 자신의 것을 찾아야 했다.

클리어 조건? 95%의 인류의 생존?


‘할 수 있어.’


“승낙이다.”


선택지를 누른 순간.

세상이 변하였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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