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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영주가 몽땅 다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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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리
작품등록일 :
2024.02.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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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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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

DUMMY

#5


마경의 남쪽 방향.

대륙 최강 대국인 룬델 제국, 야만족들의 왕국 발할라와 인접한 국경에 웅장한 성이 솟아 있었다.

아델란 공작가의 성이었다.

한때 인류의 방패이자 대륙 제일의 명가라 불리던 곳.

그때에 비하면 쇠락했지만, 지금도 강력한 힘을 지닌 가문.

가장 안쪽 집무실에서 냉막한 인상의 청년이 수하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유릭이 검은 숲에서 생환했다고요?”

“... 그렇습니다, 공작 각하.”


공작.

그렇다.

이 냉막한 청년이 바로 당대 아델란 가문의 가주인 악셀 공작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수작으로 유릭을 몰락시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요. 동생이 위험한 곳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기쁜 일이지요. 누가 들으면 제가 유릭의 죽음을 바랐다고 오해하겠군요.”


악셀은 딱 잘라 부정했다.

악셀은 빈틈없는 냉혈한 독사라고 불린다.

그런 악셀답게 충성을 맹세한 수하 앞에서도 절대로 책이 잡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죄송합니다. 그러면, 유릭 공자의 일은 어떻게 할까요?”


악셀은 잠시 책상을 두드렸다.

겉으로 한 이야기와 다르게 유릭의 생존은 확실히 악셀에게 곤란한 일이다.

강렬한 야망. 그에 걸맞은 능력, 가솔들에게 받는 존경.

모든 게 완벽한 악셀이었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아델란의 피를 잇지 않았다는 점.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릭의 누이와 결혼을 했지만, 지금도 숙덕거리는 인물들이 많았다.

유릭이 심각한 머저리가 아니었다면, 악셀이 가주직을 잇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다.


‘심지어 아직도 유릭이 공작이 되어야 한다고 바라는 이들이 있지. 공작위 계승 순위도 여전히 1순위이고. 물론, 그런 목소리들이야 무시할 수준이긴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직접 손을 쓰는 건 부담이 컸다.

그래서, 검은 숲에 버려 ‘자연 사’하게 하려 했지만, 살아남았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유릭은 성으로 복귀 중인 겁니까?”

“아니, 첨탑 요새를 방어하겠다고 합니다.”

“흐음?”

“검은 숲에서 살아남고, 겁을 상실하기라도 했나 봅니다. 뭐, ‘그’ 유릭 공자면 마물들을 구경하자마자 헐레벌떡 도망치겠지만 말입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누구도 유릭이 진심으로 첨탑 요새를 방어하려고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머저리 공자님이 갑자기 머리가 돌아서 영웅 놀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유릭 공자의 경솔한 행동에 책임을 묻는 건 어떻습니까?”


악셀은 고개를 저었다.

유릭이 무슨 바람이 들었든, 어쨌든 아델란의 백성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건데, 책임을 묻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이런 일로 큰 벌을 내리기도 어렵고.

도리어,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형으로서 유릭의 행동이 자랑스럽군요. 처음으로 아델란으로서 정신을 차린 거니. 유릭의 이번 행동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십시오.”


수하가 눈을 번뜩였다.

그는 오랜 기간 악셀의 충복으로 일한 덕에, 말의 행간을 읽을 줄 알았다.

유릭의 이번 어리석은 만행을 커다랗게 소문내 평판을 깎으라는 거다.

유릭에게 미련을 가지는 이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게.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집무실에서 나온 수하는 악셀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수하는 잠깐 멈칫했다.

한가지 말도 안 되는 의문이 떠올랐던 탓이다.


‘유릭 공자가 진짜 첨탑 요새를 지켜내는 데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첨탑 요새에 있는 기사 중 한 명에게 마지막으로 전해 받은 보고 때문이었다.


-유릭 공자님께서... 이전과 무언가 달라지셨습니다.


하지만, 악셀의 수하는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그 머저리가 달라지긴 개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악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악셀의 수하는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무시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릭이 지금 어떤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소문을 퍼트렸다.

그 소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상상도 못 하고.


***


아델란의 영지에 유릭의 소문이 퍼지고 있을 때, 첨탑 요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냐면.


‘고작 달라진 수준이 아니야.’


기사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


유릭이 첨탑 위에서 병사들에게 출정 전 연설을 하고 있었다.


“두려운가?”

“아닙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두렵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 ... .”


무겁게 깔리는 침묵.

유릭의 음성이 병사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난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싸운 너희가 자랑스럽다. 너희는 누가 뭐래도 아델란의 가장 자랑스러운 용사들이다. 모두 지금껏 수고했다.”


그 따뜻한 이야기에 병사들이 울컥하였다.

유릭이 검을 들었다.


“이제는 너희 혼자 싸우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내가 너희의 앞에 서, 너희를 이끌 테니, 날 따르도록. 아델란의 이름으로 맹세하거니와 너희의 가족과 터전은 안전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오싹.

기사들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전율이었다.


‘어떻게 저런 연설을?’

‘전대 가주님이 살아 돌아오신 것 같아.’

‘아니, 그것보다도 더해.’


전설로 회자하는 아델란의 역대 위대한 가주들이 저랬을까? 싶은 의문이 드는 광경이었다.

이들이 이토록 전율을 느끼는 건 이유가 있었다.


<처음으로 성공적인 출정 연설을 하였습니다!>


<카리스마 스킬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D->C)>


<망령의 힘이 카리스마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망령의 힘이 등급이 향상된 카리스마 스킬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덕분.

물론, 연설 내용 자체도 훌륭했고 말이다.


“출정이다.”


요새의 문이 열렸다.

병력은 초라했다.

요새를 지키기 위한 최소의 병력을 제외하고, 선발한 20의 병사.

라피엘을 포함한 기사 3명.

그리고, 유릭.

숫자뿐 아니라, 병력의 질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사기만큼은 어떤 정예병에 못 하지 않았다.


‘아델란의 작은 영웅께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어.’

‘승리할 수 있어.’


물론, 그들도 유릭의 과거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유릭의 악명은 이런 오지까지 전해질 정도로 지독했으니까.

하지만, 병사들은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는 모두 잊었다.

그들에게 유릭은 모두가 그들을 외면할 때 그들을 지키기 위해 강림한 아델란의 영웅이었다.

너무나도 감사하며, 존경스러운.

기사들도 놀람의 눈으로 유릭을 보았다.


‘도대체?’


지금껏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놀람.

아니, 단순히 놀람뿐이 아니다.

기사들은 조금씩 가슴이 뛰어오름을 느꼈다.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어느덧 닳고 무뎌졌지만, 그들도 한때 명예로운 기사를 꿈꾸던 이들이다.

유릭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미 잊었던 과거의 꿈이 꿈틀거렸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지휘 효과’가 발휘됩니다!>


<당신의 모습에 감화해 휘하 ‘영웅’들의 사기가 증진됩니다!>


‘시스템의 효과가 그대로 적용되는군.’


‘판모’는 디펜스 게임이다.

디펜스 게임도 여러 종류가 있다. 타워 디펜스, 미로 디펜스, 서바이벌 디펜스, 등등.

‘판모’는 분류를 따지면, <히어로 디펜스> 게임이었다.

이는 중요한 사실을 시사했다.

‘영웅’들을 활용해 적의 공세를 막고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애초에 이곳 세계의 전쟁, 전투는 지구와 전혀 다르니까.’


이곳은 기사와 마법사를 비롯한 수많은 초인이 활보하는 곳이다. 당연히 전투의 양상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의 역할 역시 중요했지만,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영웅’들에게 달려 있다.


‘... 문제는 우리 측 ’영웅‘들의 실력이 썩 좋지 않다는 건데.’


일반 기사 3명.

이게 끝이다.

부족한 건 유릭이 채워야만 했다.


“이블 우드를 향해 곧바로 주파한다! 내가 앞장설 테니, 기사들이 날 호위하도록.”


스르륵.

유릭은 숨겨온 망령의 힘을 발현했다.

마물 쪽으로 집중되게.

뒤따르는 기사들의 경지가 더 높았다면, 눈치챘겠지만, 다행히 기사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키익?


유릭이 흡수한 망령은 목표 보스인 ‘이블 우드’보다도 더욱 고등한 마물.

강렬한 피어에 일반 마물들의 몸이 뻣뻣이 굳었다.

마물들은 겁에 질려 유릭에게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파앗!

그런 마물의 몸을 유릭의 검이 갈랐고, 병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졌다.


“유릭 공자님이 앞장서고 계셔!”

“와아!! 유릭 공자님 만세!!”


<당신의 용맹함에 병사들의 사기가 증진됩니다!>


<병사들이 한계 이상의 용맹함을 발휘합니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들은 다른 의미로 더욱 가슴이 격동하고 있었다.


‘미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


그들은 유릭의 실력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유릭이 망령의 힘을 썼음을 모르는 그들은 유릭이 목숨을 걸고 앞장서 싸우는 것처럼만 보였다.

무모하고, 미친 짓이지만.


“... ... .”


저런 모습에 가슴이 뛰지 않으면, 어찌 기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기사들이 유릭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그때, 유릭의 옆에 한 인물이 섰다.

번뜩. 파아앗!

유릭의 뒤를 노리던 마물(사실 망령의 피어 때문에 겁에 질려 허우적대던 거였지만)이 검에 베어져 나갔다.


“... 무모한 행동 하지 마십시오.”


라피엘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유릭을 노려보았다.


-네가 각오만 한다면, 내가 널 이끌어주겠다.


지금 떠올려도 황당한 이야기.

뭘 이끌어주겠다는 건지는 모르지만, 이런 마음이 들었다.

저 맹랑한.

겁도 없이 모두의 앞에서 날뛰는 공자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마물들은 저희가 상대할 테니, 공자님께서는 작전에만 집중해주십시오.”


파아앗!

그렇게 기사들이 이를 악물며 마물을 베었다.

빠른 속도로 길이 뚫렸고, 이윽고 목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저게 이블 우드.”


거대한 나무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오. 아델란의 후예인가?


이블 우드는 놀랍게도 유릭을 알아보았다.


-아델란의 핏줄을 포식할 수 있다니. 오늘은 기쁜 날이군.


이블 우드의 나무 몸통 가운데가 쩌억 벌어지더니 끔찍한 혀가 날름거렸다.

유릭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거다.


“공자님.”


기사들이 유릭을 바라보았다.

유릭의 작전은 간단했다.

유릭이 미끼가 되어 이블 우드를 유인해 숲 밖으로 끌어내는 거다.

마경의 고등한 마물들은 자신들의 숙적인 아델란을 증오하니까 십중팔구 걸려들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적당히 도망쳐야만 하는데.


‘... 쉽게 유인에 걸려들 것 같지가 않군.’


유릭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이블 우드의 지능은 평범한 마물들보다 살짝 높은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유인책에 걸려들기 딱 좋게.

하지만, 지금 마주한 놈은 거의 인간에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놈을 끌어내려면 강한 어그로가 필요하겠어.’


혹시나 이럴 경우를 대비한 대책이 있었다.

유릭은 앞으로 나아갔다.


“닥쳐라. 나 유릭이 아델란의 이름으로 네놈을 직접 처단해주겠다.”

“공자님?”


기사들이 당황해 유릭을 불렀다.


“저놈은 내가 혼자 상대할 테니 너희는 가만히 있도록. 명령이다.”

“무, 무슨!”

“명령이라고 했다.”


강제로 기사들을 조용하게 만든 후, 유릭은 지그시 라피엘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무언가 신호를 주듯이.

다행히 라피엘은 신호를 눈치챈 듯했다.

이윽고, 유릭이 이블 우드 앞에 섰다.

거대한 나무 앞에 선 유릭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큭큭, 미쳤구나.

“닥쳐라. 내 검으로 네놈을 토막 내주마.”


유릭이 일부러 엉성하게 외치고 검을 들고 뛰어들었다.

당연히 먹힐 리가 없었다.

휘익!

나무뿌리가 유릭의 발을 낚아채 허공에 들어 올렸다.


-오래간만에 즐거운 식사가 되겠어.


쩌어억.

놈의 시커멓게 벌어진 입에서 흉측한 침이 떨어졌다.

허공에 매달린 유릭의 몸이 천천히 놈의 입에 끌려갔다.


“안 돼!!”

“공자님!!”


놈의 혀가 날름거리며 유릭의 몸을 핥으려는 순간.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기사들이 하얗게 질려 달려들고 있을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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