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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3점 장착' 이승현... 이규섭보다는 함지훈되라



고려대학교 '두목 호랑이' 이승현(22·197cm)은 다가올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강력한 1순위 후보다. 대학정상급 센터로 꼽히는 김준일(21·201cm)을 비롯 주지훈(연세대·200cm), 김만종(성균관대·198cm) 등 같은 빅맨들은 물론 배수용(경희대), 석종태(동국대), 배강률(명지대), 이재협(중앙대) 등 알짜 포워드들로 꼽히는 선수들 역시 이승현 앞에서는 한 수 접어줘야 한다.

김기윤(연세대), 김지후(고려대), 이현석(상명대), 이호현(중앙대), 김수찬(명지대)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드 자원들 역시 이승현의 1순위 지명을 흔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학 전체로 따져도 이승현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는 같은 고려대 후배 이종현(206cm) 정도 뿐이라는 평가다. 과거 NBA(미 프로농구)에 '팀던컨 드래프트'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승현 드래프트'가 될 공산이 크다.

이승현은 힘과 유연성은 물론 패싱능력과 드리블까지 좋은 전천후 빅맨으로 꼽힌다.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다 싶으면 스탭을 살린 기술적인 움직임으로, 기동력이 좋은 상대는 힘으로 찍어 눌러버린다. 자신이 공격해야 될 때와 아닐 때를 잘 알고 있는지라 수비가 몰리면 빈 공간의 동료들을 봐주는 시야도 일품이다. 대학 초년병 시절부터 '프로에 와도 즉시 전력감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빅맨으로서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에서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던 이승현은 종종 '함던컨' 함지훈(울산 모비스·198cm)과 비교됐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프로무대에 들어온 함지훈은 매우 특이한 스타일의 빅맨이다. 그는 하승진같은 압도적인 사이즈나 서장훈급의 사기적인 슛팅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몸은 큼직하지만, 김주성처럼 신장대비 엄청 빠르거나 탄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함지훈은 골밑에서 누구보다도 막기 힘든 빅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연한 드리블과 피벗(pivot: 공을 가진 선수가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몸의 방향을 바꾸는 동작) 능력을 갖춘 그는 이같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적극적으로 상대 포스트를 공략한다. 특히 자신의 위치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한지라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 하면서도 공격성공률이 매우 높다.

거기에 코트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도 좋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싶으면 여지없이 빈 공간의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준다. '가드의 센스를 갖춘 빅맨'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알면서도 막기 힘든 게 함지훈의 플레이다.

이승현은 팬들 사이에서 '운동능력이 보강된 함지훈'이라는 극찬을 받아왔다. 물론 국내 농구 최고의 테크니션 빅맨인 함지훈의 원숙한 포스트업은 쉽게 따라하기 힘든 플레이임에는 분명하다. 스피드나 탄력 등에서는 더 나을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부분에서 함지훈을 따라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팬들의 이승현에 대한 평가에는 이른바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포함되어 있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특히 골밑에서 활약해야 될 빅맨급 선수들의 경우 기술적인 부분 못지않게 신체조건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량은 좋은 편이지만 어정쩡한 사이즈로 이도저도 아닌 트위너로 전락해버린 선수들도 적지 않다. 국내리그에서 펄펄 나는 함지훈이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배경에도 사이즈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승현은 영리한 선수다. 그는 진작부터 자신의 약점을 알고 꾸준히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를 도모해왔다. 외국인 선수가 존재하는 프로무대에서 190대 후반의 토종빅맨이 주전으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초창기와 달리 각팀에는 사이즈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이승현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4번 포지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끝없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리그도 그렇지만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재원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했다.

이승현은 원활한 프로적응을 위해 오래전부터 외곽슛 연습에 매진해왔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무대에서 포스트플레이만으로 생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래의 포지션에서 활약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3번 포지션도 가능한 이른바 3.5번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도모해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승현은 최근 대학경기에서 훌쩍 발전한 3점슛 능력을 자랑하며 예전과는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3점슛에 재미를 들리다가 이규섭(은퇴·198cm)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삼성 시절 위협적인 3점슛으로 유명했던 이규섭은 사실 대학 때까지만해도 위력적인 포스트 플레이를 자랑하던 선수였다. 큰 키에 파워와 테크닉을 두루 갖춰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대형 포워드로 주목 받았다.
실제로 그는 프로에 입단하기 무섭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규섭은 매 시즌 진화는커녕 퇴보를 거듭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대학 시절 센터까지 소화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 입성 초창기에는 상대 빅맨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블루워커 살림꾼 스타일이었다.

기록상으로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어지간한 상대 단신 외국인선수 수비를 혼자서 맡을 정도로 궂은 일을 많이 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다른 팀원들이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외곽슛 능력도 있지만 기회가 나면 끊임없이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많은 숫자의 파울을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터로 전향한 이후 3점슛만 쏘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규섭의 3점슛은 위력적이기는했지만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던 시절보다 무섭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삼성이 얻었던 이규섭 효과도 그 기간이 짧았다 할 수 있다.

물론 이승현이 어떤 스타일로 프로에 정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규섭이 그랬던것처럼 포스트자원이 3점슛에 지나치게 잠식되어버리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훨씬 많다. NBA 레전드 중 한 명인 찰스 바클리가 키가 커서 전설적인 빅맨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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