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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샌더스+산토스’ KIA 필, 한국형 용병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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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렛 필이 퇴출설을 딛고 시즌 초반부터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외국인타자 브렛 필(30)이 우량주로 거듭나고 있다.

 

필은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8경기 출전해 타율 0.394(13안타), 3홈런 7타점 7득점 맹활약했다. 정교함은 물론 외국인타자 특유의 파워까지 선보여 나무랄 데 없다. 9개 구단 외국인타자 중 타율과 안타 부문 선두를, 홈런 역시 선두 그룹과 1개 차이에 불과하다.

필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경험도 있어 KIA가 영입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였다. 2011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필은 메이저리그 통산 111경기에 나서 타율 0.233 9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평범한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팀인 프레스노에서는 68경기 타율 0.344, 18홈런 79타점을 올렸다. 김상현 이적, 최희섭 이탈로 중심타선에 비상이 걸린 KIA에서는 가장 필요한 유형의 선수였다.

영입 당시 국내에서의 평가는 맞추는 재주가 좋은 중장거리형 타자라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KIA팬들은 2001년 타율 0.310, 150안타 26홈런 107타점 46볼넷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산토스와 비슷한 성적을 기대했다. 산토스는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공을 잘보고 배트에 잘 맞춘 몇 안 되는 KIA의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필의 한국 프로야구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시즌 개막도 전에 퇴출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필은 시범경기 등에서 상대투수들의 유인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갔다.

초반 몇 경기에서의 필은 산토스가 아닌 샌더스를 연상시켰다. 어이없는 볼에 헛스윙을 거듭하며 찬스를 날려먹는 일이 잦았지만 홈런 한 방씩 터뜨리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1999년 샌더스는 타율(0.247)과 안타(101안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무시무시한 장타력(40홈런)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필에 대한 이런저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필은 몇 경기 지나지 않아 빠르게 타격감을 찾아갔고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현 시점에서 팀내 최고의 타자로 자리 잡았다. 몸쪽-바깥쪽 공에 모두 적절하게 잘 대응했고, 변화구도 잘 때려내고 있다. 좋은 체격조건(193cm, 102kg)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는 물론, 스윙 자체가 짧고 간결해 몸쪽 깊은 곳으로 들어오는 빠른공도 장타로 연결시킨다.

무엇보다 장점은 타석에서의 침착함과 선구안이다. 필은 자신만의 존을 머릿속으로 그려놓고 타석에 등장한다. 팔이 길고 스윙 스피드도 좋아 어렵지 않게 때려내지만 존에서 크게 벗어난 볼에는 무리해서 배트를 내지 않는다. 카운트가 몰리면 마음에 들지 않는 공을 커트하며 원하는 코스로 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상당수 외국인 타자들은 볼넷으로 걸어 나가느니 무리를 해서라도 장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플레이가 팀에 보탬이 되는지 잘 알고 있는 필은 그러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출루를 선택한다.

8일 넥센과의 목동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날 경기는 이범호-차일목 등 동료타자들이 홈런을 기록하며 타격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자연스레 중심타선에 자리 잡은 거포들이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필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세 차례나 볼넷으로 걸어 나가는 냉정함을 보여줬다. 홈런 이상의 가치가 있는 활약이었다.

필은 타 팀 외국인타자들과 달리 기록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해야한다. 불펜이 취약한 KIA가 마무리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를 영입한 만큼, 선발투수 데니스 홀튼이 출전하는 날은 외국인선수가 한 경기에 2명만 나갈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라인업에서 빠져야한다.

물론 어센시오 대신에 필이 출전할 수도 있지만 KIA 불펜 사정을 감안할 때 타자보다는 투수를 남겨놓는 상황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필은 불만 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난타전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나갔던 것처럼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며 팀원으로서의 자세를 더욱 강조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다혈질 외국인선수들도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셈이다. 필이 현재의 모습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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