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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표도르 vs 커투어... '레전드 매치'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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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아메리카´ 랜디 커투어(사진 왼쪽)와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 UFC-스트라이크 포스

 


은퇴한 MMA헤비급 레전드들인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8·러시아)와 '캡틴 아메리카' 랜디 커투어(51·미국)의 맞대결 설이 흘러나오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몰리고 있다. 벨라토르의 CEO 스캇 코커가 오는 'Bellator 123' 이벤트서 '표도르 vs 커투어'의 대진이 추가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 성사 확률 여부를 떠나 언급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코커는 표도르와 개인적인 친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제로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 선수 다 전성기가 한참 지났거니와 일단 은퇴를 한 상태인지라 경기를 뛸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팬들이 표도르-커투어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그들의 경기가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는 2%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경기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기본 이상의 흥행은 보장될 것이 분명하다. 원체 이름값이 높은지라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고, 단순한 이벤트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얼음황제', '60억분의 1'이라는 당시 닉네임이 말해주듯 표도르는 MM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2000년 데뷔한 이래 10여년 동안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물론 코사카 쯔요시전에서 커팅에 의한 어이없는 패배로 공식전적상 1패가 있긴 하지만, 팬들과 격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무패로 받아들였다.

그 기간 표도르는 자신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든 상대들을 제압했다. 올라운드 주짓떼로로 불렸던 투지의 화신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비롯해 초인 타격가로 명성을 떨친 역대헤비급 최고의 킥커 미르코 크로캅, UFC 헤비급서 '두 개의 전설'로 꼽혔던 안드레이 알롭스키-팀 실비아까지 연파했다.

표도르는 헤비급 최초 올라운드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헤비급치고는 작은 체격에 타격-그래플링 포지션 싸움-서브미션 등 하나씩 놓고 보면 최고라 할 수 없지만, 상대의 취약점을 노려 맞춤형 공략법을 들고 나와 수행하는 장면은 감탄사를 뱉게 했다. 운동능력 또한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헤비급 파이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사 신경을 바탕으로 강한 타격가들과의 스탠딩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벼락같이 상대 품을 파고들어 핸드 스피드를 앞세워 양훅을 휘두르고, 상체 클린치를 잡으면 유도식 테이크다운으로 상대를 눕혔다.

풀스윙으로 큰 궤적을 그리며 휘두르는 이른바 '얼음 파운딩'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들어가던 '리버스 암바'는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웠다. 다른 선수들보다 밸런스 면에서 월등해 가능했다. 특히, 이 모든 것이 변변한 훈련시설이나 스파링 파트너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 놀랍다.

무엇보다 표도르를 높게 평가할 만한 것 중 하나는 굉장히 공격적인 파이터였다는 점이다. 차분하고 온화한 링 밖 이미지와 달리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보다도 화끈한 승부를 벌였다. 간혹 전략적으로 풀어나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링 중앙을 선점하고 상대의 장점과 스타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초반부터 돌격모드로 들어가 닥치는 대로 부쉈다.

UFC 대표적 레전드 중 한 명인 커투어는 기량 자체로는 최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경쟁력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파이터다. 헤비급-라이트헤비급을 오가며 시기적절하게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는 등 굉장히 영리한 행보로도 유명하다.

커투어는 확실한 자신만의 필승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커투어의 공격 스타일은 단순하면서도 강하다. 그는 접근전에서 더티 복싱을 구사, 상대의 리듬을 흐트러뜨리고 데미지를 입힌 후 클린치 상태에서 교묘한 중심 뺏기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일단 옥타곤 구석에서 커투어에게 탑 포지션을 빼앗기면 좀처럼 흐름을 되찾기 어렵다. 팔꿈치와 주먹을 번갈아 가며 쏟아 붓는 파운딩 연타로 삽시간에 희생양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갈고 닦은 포지션 유지능력 또한 탁월해 일단 유리한 자세를 잡고나면 어지간해서는 스윕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그야말로 옥타곤 무대에 특화된 파이팅을 구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타 무대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 수 아래로 분류되는 엔센 이노우에, 마하일 일루킨, 발렌타인 오브레임에 패했다는 것은 언뜻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무너져 내렸다는 점에서 이변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만약 실제로 경기가 벌어질 경우 승부 양상은 전성기 때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봐야 될 필요가 있다. 표도르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가 지금까지도 팔팔하게 살아있을 가능성도 낮거니와 커투어 역시 아무리 '노장의 대명사'라고 하지만 50살을 넘은 현 시점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표도르에게는 상대적으로 젊다는 부분이, 커투어에게는 그나마 노쇠화의 영향을 덜 받는 레슬링 스타일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강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레전드들을 잊지 못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매치업이 아닐 수 없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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