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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오뚝이’ 이동국 대표팀 복귀…동국열차 아직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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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 전북 현대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이 1년 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다.

대한축구협회는 25일 22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예상대로 이동국의 이름이 당당히 포함됐다. 이동국은 내달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동국은 99회의 A매치 출전 경험을 가져 센추리클럽 가입까지 단 1경기를 남겨두고 있었지만, 많은 나이로 인해 재승선의 기회가 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뛰어난 공격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감안할 때, K리그에서 절정의 기량(득점 1위·도움2위)을 선보이고 있는 이동국을 외면할 명분은 없었다.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국가대표팀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동국의 축구인생은 굴곡의 연속이다. 잘 나갈 때는 거침없이 잘나가다가, 꼬일 때는 한없이 꼬였다. 부상도 많이 당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고 슬럼프가 찾아와도 기어이 이겨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그는 이미 스타였다. 187cm, 83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강슛을 무기로 어떤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비록 골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19세의 어린나이에 프랑스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슈팅을 날리는 모습을 본 팬들은 그가 한국축구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시 잉글랜드에서는 ‘원더보이’ 마이클 오웬이 영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는데 이동국은 ‘한국의 오웬’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정운, 김현석, 신태용, 이상윤, 노상래, 박건하, 김도훈, 우성용, 김대의, 김은중, 김동현 등 동시대 존재했던 수많은 골잡이들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황선홍이 그랬듯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골게터는 비난도 많이 받는다. 기대가 큰 만큼 부진했을 때 쏟아지는 원성의 크기는 그 어떤 종목 어떤 포지션 선수보다도 크다. 이동국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대표-올림픽대표-국가대표는 물론 소속팀까지 쉴 새 없이 불려 다녔고 혹사로 인한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급기야 해외리그에서도 실패하자 주변에서는 이제 이동국은 끝났다는 말이 쏟아졌다.

이동국 재기 불가론의 가장 큰 이유는 상실감과 그로 인한 끝없는 슬럼프였다. 어린 나이부터 늘 주인공이었던 그가 계속된 실패를 견뎌낼 수 있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고종수-이관우 등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찍부터 주연 역할을 맡은 선수들의 상당수는 나락에 빠질 경우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동국은 이후 화려하게 부활한다. 비록 어린 시절 그에게 기대했던 월드컵 대표팀 에이스, 해외리그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은 아니었지만 국내리그에 터를 잡은 후 새로운 팀 전북에서 ‘닥공축구’의 중심에 섰다. 이전까지 만년 하위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전북은 이동국이 합류한 후 일약 새로운 축구명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이동국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전설’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확실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A매치에서의 잦은 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염려하는 의견도 많다.

전북은 기본적으로 발 빠른 측면 공격수들이 상대편 양쪽 사이드를 어지럽힌 뒤 페널티 박스 인근으로 볼을 넣어주거나 제공권이 좋은 이동국을 겨냥한 롱패스로 찬스를 만든다. 이동국이 활약하기 딱 좋게 팀 전술과 구성원들이 짜여 있다. 그런 점에서 전혀 다른 환경인 대표팀에서는 제대로 된 기량이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현재의 이동국은 과거 젊은 시절과 많이 다르다. 예전의 이동국은 골대 근처에서 만들어진 찬스를 골로 연결하는 ‘타깃맨’ 이미지가 강했다. 이 때문에 게으르고 센스가 부족하다는 누명에 가까운 혹평도 자주 받았다.

그러나 국내리그에서 쏟아내는 많은 도움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그는 골은 물론 그라운드 전체를 돌아보며 팀 동료들을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능력까지 상당 부분 장착했다. 때문에 꼭 골을 기록하지 않아도 경기의 흐름을 읽어가며 대표팀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플레이만 펼쳐도 충분히 제 역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동국은 두 차례 평가전 가운데 1경기에만 나와도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센추리 클럽’ 가입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명예로운 것은 끊임없는 시련과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운명과 맞서 싸우는 축구인으로서의 행보다. 과연 이동국표 ‘동국열차’는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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