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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완벽한 부활' 이동국, 위대한 노장 선례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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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현대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 5일 부천종합운동장서 있었던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은 이동국에게 A매치 100번째 경기였다. 4-3-3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격한 이동국은 1-1로 팽팽하게 앞선 후반 7분, 왼쪽 코너에서 김민우가 왼발로 올린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작렬 시켰다. 화려한 부활의 서막이었다. 골 감각이 살아난 이동국은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 골까지 성공시키며 3-1완승의 마침표를 찍어냈다.

이동국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절을 전후로 국내 축구에는 이른바 특급 기대주로 불리던 선수들이 즐비했다. 안정환, 이동국 등과 함께 꽃미남 축구선수로 불렸던 '시리우스' 이관우(36,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는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는 것은 물론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슈팅 등 다양한 공격옵션을 두루 장착한 판타지 스타 후보였다.

체력-몸싸움 능력에서 단점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이전 윤정환이 그랬듯 타고난 센스만큼은 국내 정상급이었다. 창조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던지라 차세대 국가대표 중원사령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고종수(36․은퇴)는 프랑스어로 '무서운 아이', '조숙한 아이'라는 뜻을 가진 '앙팡 테리블'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재치 넘치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어지럽힌 뒤 빈곳 구석구석으로 패스를 찔러 넣던 그는 유달리 왼발을 잘 썼던지라 '왼발의 달인'으로도 통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지역에서 프리킥 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고종수가 나섰다. 그리고는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던가 직접 골을 성공시켰다.

이천수(33·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불운한 에이스였다. 이동국이 그랬듯 어린 시절부터 대형 골잡이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청소년대표-국가대표 등으로 맹활약했다. 체구는 작았지만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는 물론 좌우 날개까지 다재다능하게 소화해내는 재주꾼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진을 찢어버리고 동료들에게 예리한 어시스트를 배달하는가 하면 직접 골을 넣는 데에도 능했다. 프리킥에도 일가견이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매우 곤혹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그 외 최성국은 단신이지만 화려한 드리블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이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닮았다 해서 '리틀 마라도나'로 불렸다. 김동현 또한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거구들과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이탈리아의 파워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연상케한다 해서 '한국의 비에리'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대형 기대주들 중에서 제대로 살아남은 선수는 거의 없다. 이관우-고종수는 계속된 부상 속에서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까지 쓰며 무너져 버렸고 결국 국가대표 선발 등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지는 불운에 울었다.

이천수는 경기력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특유의 다혈질 성격을 이기지 못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고를 치는 악동 행보를 반복했고 그로인해 국가대표로서의 전성기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최성국-김동현은 승부조작 사건에 연류되어 영구제명 조치를 당하며 아예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어쩌면 이동국 역시 언급한 선수들처럼 일찍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거듭된 부상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중요한 순간마다 부진을 겪으며 '국내용', '아시아용'이라는 비난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해 K리그의 전설로 거듭난 것을 비롯 국가대표 재입성이라는 '또 다른 전설'을 쓰는 데 성공했다.

이동국의 최근 맹활약은 이후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관우-고종수-이천수 등 이동국 못지않은 자질을 인정 받았던 상당수 선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성기를 길게 가져가지 못했다. 실제로 이동국처럼 수많은 시련을 겪고도 늦은 나이에 이같은 부활을 이룬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동국의 성공은 나이에 관계없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확실한 선례로 남게 됐다. 나이를 먹어서도 단순히 버티는 수준이 아닌 당당하게 후배들과 경쟁해 제2의 전성기를 과시중인 이동국의 한걸음 한걸음은 한국축구역사의 또 다른 페이지로 남게될 것이 확실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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