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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딜라쇼 독재시대…바람의 술법사 파훼법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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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 딜라쇼가 UFC 밴텀금에서 자신의 1인 독주시대를 열어 젖혔다. (수퍼액션 동영상 캡처)

UFC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28·미국) 기세가 무섭다.

딜라쇼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슬립 트레인 아레나서 열린 ‘UFC 177’ 메인이벤트에서 도전자 조 소토(27·미국)를 5라운드 하이킥 KO승으로 물리치고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소토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긴급 대체됐음에도 잘 싸운 편이다. 경기 전 현지 도박사들의 예상(딜라쇼: 88.67%, 소토: 11.33%)에서도 알 수 있듯, 절대 열세 전망에도 5라운드까지 승부를 끌고 갔고 나름대로 투지도 보여줬다.

비록 판정까지 버티는 데는 실패했지만 체급 내에서 하위권이나 다름없던 네임밸류가 순식간에 수직상승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크루즈-바라오? 새로운 밴텀급 주인공은 딜라쇼

딜라쇼는 UFC 역사상 최고의 신데렐라 중 한 명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크게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난 5월 25일 열린 ‘UFC 173’ 메인이벤트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절대강자로 꼽히던 ‘맹견’ 헤난 바라오(27·브라질)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딜라쇼는 경기 내내 바라오를 압도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맷 세라가 조르주 생 피에르를 깜짝 펀치로 넉아웃 시키는 등 이변은 간혹 있었지만 상당 부분 행운도 뒤따랐다. 하지만 딜라쇼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바라오를 제압했다. 9년간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UFC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작성 중이던 바라오는 앤더슨 실바, 조제 알도 등을 이어 브라질 격투가의 전설을 이어갈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컸다.

그간 UFC 밴텀급의 주인공으로 군림하던 파이터는 전 챔피언 ‘지배자(The Dominator)’ 도미닉 크루즈(28·미국)와 바라오였다. 크루즈는 현란한 스텝과 페이크 동작을 통해 동 체급 최고수로 불리고 있었으나 오랜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어짐에 따라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그 틈을 타 잠정 챔피언 바라오가 새로운 제왕 후보로 장기집권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엄청난 공격본능을 바탕으로 사납게 상대를 박살내는 바라오의 포스가 워낙 엄청나 크루즈가 부활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밴텀급의 중심은 딜라쇼다. 딜라쇼는 크루즈 이상 가는 스텝과 테크닉에 바라오의 파괴력까지 일정부분 갖춰 확실한 1인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딜라쇼표 ‘바람의 술법’ 계속 통할까

‘TUF 14’ 준우승자 출신인 딜라쇼는 명 타격코치 드웨인 루드윅과의 훈련을 통해 엄청난 스탠딩 테크닉을 장착하게 된다. 이전에도 뛰어난 레슬링과 터프한 타격을 통해 뛰어난 선수로 불리기는 했지만 정상을 넘볼만한 재목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그러던 중 자신을 눌렀던 하파엘 아순사오가 부상으로 낙마한 틈을 타 타이틀전의 기회를 얻었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극강의 파이터로 불리던 바라오를 완벽하게 제압한다.

루드윅과 바라오의 패턴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 것도 승리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완전히 달라진 파이팅 스타일을 통해 ‘탈태환골’에 성공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MMA역사를 통틀어도 딜라쇼처럼 기량은 물론 파이팅 패턴까지 변신시켜 정상에 등극한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때론 경쾌하게 통통 튀는 딜라쇼의 스텝은 ‘매직’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상대의 펀치 거리 밖에서 주변을 맴돌다 빈틈이 보이면 그림자가 늘어나듯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공격이 뿜어져 나온다.

‘사우스포(southpaw)’와 ‘오소독스(orthodox)’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터져 나오는 스위치 화력은 신기에 가깝다. 왼손잡이 자세에서 펀치가 나오다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오른손잡이로 킥을 차는 등 딜라쇼의 계속된 엇박자 타격에 바라오는 타격리듬 자체가 완전히 엉망이 되며 자멸하고 말았다.

이런 딜라쇼에 대해 ‘바람의 술법사’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잡을 듯 잡을 수 없는 바람에 비유한 것으로 그만큼 딜라쇼의 스탠딩 테크닉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요한 바람처럼 주변을 흘러가다 바위도 깨버릴 듯 순간적인 강풍이 돼 들이 닥치는가하면 회오리바람으로 화해 전신을 휘감아 내동댕이친다. 기후, 습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반응하는 변덕스런 바람처럼 상대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 료토 마치다 등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지 않아 딜라쇼표 ‘바람의 술법’의 파훼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략 전술에 대한 분석이 무척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현대 MMA의 추세를 비춰봤을 때 그 시기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소토는 바라오가 그랬던 것처럼 딜라쇼의 움직임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가드를 단단히 하고 자신의 거리를 유지한 채 카운터를 노렸다. 답답해진 딜라쇼는 좀 더 가까이서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 순간을 노려 소토는 벼락같이 반격을 시도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딜라쇼는 큰 타격을 시도할 때 몸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로인해 몇 차례 아찔한 상황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딜라쇼는 노련했다. 중반부가 넘어가자 무리해서 넉아웃을 노리기보다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점수를 따는 쪽을 선택했고 그 결과 5라운드 KO경기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약 소토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펀치를 소유한 선수가 카운터 전략을 잘 짜낸다면 딜라쇼를 무너뜨리지 말란 법도 없다. 한방에 승부를 내지는 못한다 해도 위험한 공격이 연속해서 들어간다면 딜라쇼의 리듬을 흔들어놓는 장면도 예상된다.

가볍고 경쾌하게 스텝을 밟는 딜라쇼의 특성상 펀치보다 사정거리가 긴 킥을 이용한 공략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패턴이 첨가되지 않은 킥 공격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라오 역시 킥을 자주 시도했지만 딜라쇼의 공격패턴 자체가 워낙 원거리를 잡고 시작하는만큼 공격이 닿기 쉽지 않았다.

스위치로 간격 싸움을 무너뜨린 다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기습적으로 불쑥 들어가는 경우가 잦아 킥을 맞추기가 어렵다. 설사 맞추더라도 정타가 쉽지 않아 킥 캐치를 당하거나 카운터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딜라쇼에게는 지금의 스타일이 완성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레슬링이라는 또 다른 무기도 장착돼 있는 상태다.

어차피 거리 싸움으로 안 된다면 타격능력과 맷집-체력을 두루 갖춘 묵직한 레슬러 타입이 상대성에서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슬러 천국인 UFC에서도 모든 것을 골고루 겸비된 완성형 레슬러는 많지 않다.

케인 벨라스케즈-프랭크 에드가 등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그러한 스타일의 레슬러들은 어차피 정상권에서 활약한다. 아쉽게도 밴텀급에는 그러한 막강 레슬러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딜라쇼의 ‘바람의 술법’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딜라쇼는 당장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기량을 늘려나갈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상대의 분석을 역으로 이용해 계속적으로 현재의 패턴을 다듬어나간다면 쉽게 공략법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딜라쇼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댓글 2

  • 001. Lv.14 필립(筆立)

    14.09.24 07:36

    바라오와의 경기에선 뭐랄까... 바라오가 챔피언이라는 감투를 쓰고 싸우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유있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진지하지 못했달까... 딜라쇼도 잘하긴 했지만, 뭔가 아직 투박한 느낌이 들어서 장기집권은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바라오전에서 성승헌 캐스터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딜라쇼가 갈라쇼를 하고 있습니다!" ㅋㅋ

  • 002. Personacon 윈드윙

    14.09.24 09:45

    저도 그 멘트때 빵터졌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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