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쿠노 카츠노리(사진 왼쪽)와 샘 시칠리아 | |
ⓒ UFC |
괴짜 파이터로 유명한 키쿠노 카츠노리(33·일본)가 자신의 UFC 3번째 경기에 출격한다. 오는 20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서 있을 'UFC Fight Night 52 - 헌트 vs 넬슨'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샘 시칠리아(28·미국), 꾸준히 UFC 무대에서 생존에 성공하고 있는 탄탄한 기량의 소유자다. 시칠리아는 국내 팬들에게는 '슈퍼보이' 최두호의 UFC 데뷔전 상대로 내정되었던 선수로도 유명하다. 본래 최두호는 'UFC 173'에서 시칠리아와 맞붙을 예정이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데뷔전이 연기된 바있다.
카츠노리 입장에서 이번 시칠리아전은 굉장히 중요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UFC에 입성해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시칠리아전 경기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츠노리는 데뷔전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비록 前 KOTC 웰터급 챔피언출신 '옥타곤 간디' 퀸 멀헌(30·미국)이 정면승부를 피한 채 '비폭력(?) 평화 파이팅'으로 일관해 화끈한 승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카츠노리라는 이름을 어느 정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츠노리(170cm)와 멀헌(190cm)의 경기는 같은 체급이 맞나 의심스러울 만큼 엄청난 신장차이로부터 관심을 모았다. 보통 이런 경우 키가 큰 쪽이 긴 리치를 살려 타격전을 펼치고 작은 선수가 파고들어 그래플링 공방전을 노리는데 두 선수는 달랐다. 키가 20cm나 작은 카츠노리가 접근해서 타격을 날리면 멀헌은 꽉 부둥켜 앉은 채 스스로 뒤로 누워버리기 일쑤였다. 초창기 '이종 시대' MMA에서 자주 나오던 장면으로 최근에는 보기드문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장신의 서브미션 파이터 멀헌도 어느 정도 자신만의 색깔은 가지고 있지만 카츠노리는 괴짜라는 평가가 딱 들어맞을 정도로 개성이 끓어 넘친다. 극진 가라데와 유도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그는 매우 독특한 스탠스 자세를 갖고 있다.
이날도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발을 질질 끌듯이 걸음을 옮기며 스물스물 멀헌을 향해 다가가는 괴기스러운 모습을 연발했다. 얼굴까지도 무표정을 계속적으로 유지했던지라 마치 스즈키 코지의 공포소설 '링'이나 일본공포 영화 '주온'의 캐릭터를 보는듯했다. 멀헌 역시 그러한 카츠노리의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찌보면 장난을 치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특이한 파이팅 스타일의 카츠노리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도 진지하다. 경기내내 시종일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상대와 싸운다. 21승 2무 5패의 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승률역시 좋은 편이며 김장용, 이광희, 이용재 등 상당수 국내 파이터들이 그에게 제물이 된바 있다.
극단적인 자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츠노리 스타일은 스탭을 적극적으로 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회피동작이 워낙 좋은지라 어지간해서는 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짧고 강력한 정권펀치는 사전 동작 없이 상하로 뻗어나가는지라 방어하기가 쉽지 않고 가라데식 간장차기도 매우 위협적이다. 거기에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초승달 킥은 그의 성명절기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데뷔전을 승리로 마칠 때까지만 해도 카츠노리의 향후 행보는 밝아보였다. 그러나 'UFC 173'에서 토니 퍼거슨(30·미국)에게 KO로 무너지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날카로운 잽과 펀치 컴비네이션이 일품인 퍼거슨은 경쾌한 스탭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발을 바닥에 붙이고 싸우는 정적인 스타일의 카츠노리에게 상대성에서 좋지 않은 유형의 파이터다.
더욱이 신장에서도 10cm나 차이가 나는 관계로 카츠노리는 1라운드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큰 펀치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내구력이 좋은 카즈노리였지만 가드도 제대로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경쾌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공격을 날리는 퍼거슨의 죽창펀치를 당해내기는 힘들었다.
작은 체구에 기교한 괴기전법으로 UFC 옥타곤에 도전장을 던진 카츠노리의 생존일기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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