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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규화보전이 앗아간 존스와 레스너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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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사용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던 레스너의 말은 거짓이었다. ⓒ 게티이미지


김용의 유명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를 보면 '규화보전(葵花寶典)'이라는 무공비급이 나온다.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비급서인지라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무림인들이 경쟁한다. 규화보전만 익히면 천하를 차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화보전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뒤따랐다. 무공 자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으나 해당 비급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여성화가 진행되어야 했다. 결국 남성성을 버려야 익힐 수 있었던 무공이었다. 천하제패의 야욕이 컸던 동방불패라는 캐릭터는 고심 끝에 규화보전을 익히기는 했지만 외모는 물론 성향까지도 여성화되어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없었다.

이렇듯 이른바 ‘금지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때론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한다. 범위를 좁혀 격투스포츠 MMA에 빗대보면 규화보전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은 ‘금지약물’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계에서 약물의 효능은 확실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선수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신체를 얻게 됐다. 체력과 완력, 내구력 등 모두 부분에서 향상이 이뤄지고 더 강도 높은 트레이닝 소화까지도 가능해져 정신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1경기에 따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는 파이터들 입장에서 약물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세계 최고의 격투 단체 UFC에서는 연일 약물사건으로 시끄럽다.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빅네임 파이터들이 줄줄이 약물에 코를 꿰었기 때문이다.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28·미국)와 헤비급 괴물 브록 레스너(40·미국), 페더급 상위권 강자 채드 멘데스(31·미국) 등 이름만 대도 알만한 선수들이 줄줄이 약물파동에 휩싸였다. 특히 존스와 레스너는 워낙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이라 팬들 사이에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프랭크 미어, 션 셔크, 크리스 리벤, 포레스트 그리핀, 스테판 보너 등 전, 현직 UFC 대표 파이터들도 약물로 실망을 준 케이스다. 심지어 그리핀과 보너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지난 10일 열린 UFC 200은 주최 측에서 엄청난 공을 들인 대회다. 당초 계획했던 코너 맥그리거 카드가 무산된 가운데 이를 대체할 카드로 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존스는 대회 출전 직전, 약물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출전이 불발, 대회 전체 위상에 큰 타격을 줬다. 그나마 레스너가 돌아와 좋은 경기력으로 이를 커버해주는가 싶었지만 경기 후 양성반응이 나오며 UFC의 체면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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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파이터로 불렸던 존 존스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

라이트헤비급 역사상 최강의 사나이로 불리는 존스는 커리어만 놓고 따졌을 때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앤더슨 실바 등 최고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파이터다. 그런 존스이기에 UFC 주최 측과 팬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통산 22전을 치르며 단 1패만을 기록한 존스는 완벽에 가까운 선수다. 특히 1패마저도 청각장애레슬러로 유명한 맷 해밀과의 경기서 팔꿈치를 잘못 날려 발생한 반칙패였다. 신장 193cm, 리치 215cm의 축복받은 신체조건은 스탠딩과 그라운드 등 모든 면에서 특출났고, 료토 마치다, 마우리시오 쇼군, 라샤드 에반스, 퀸튼 잭슨, 다니엘 코미어, 비포 벨포트,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등 쟁쟁한 체급 내 경쟁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완벽한 파이터였던 존스는 종종 뜻하지 않은 사고를 일으켜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터져버린 약물파동은 존스의 업적을 완전히 망가뜨리기에 충분했다. 이전 뺑소니 교통사고, 코카인 복용 등 이미 중대한 사고를 친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심스레 재기활동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던지라 실망의 깊이가 더 컸다.

그 과정에서 팀메이트였던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3·미국)는 언론을 통해 누구보다도 신랄하게 존스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세로니 역시 이뇨제 전과가 있어 팬들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실소를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레스너 역시 팬들 사이에서 ‘설마?’라는 의구심을 늘 달고 다니던 선수다. 엄청난 근육질 육체에 WWE를 오갔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심을 사고 있었지만 본인이 너무 당당하게 선을 그어 ‘아니다’라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였다. 지난 경기 상대였던 마크 헌트(42·뉴질랜드)는 대놓고 레스너의 약물복용을 거론했지만 오히려 레스너는 억울함을 호소해 동정 여론을 얻기도 했다.

존스와 레스너는 이전부터 약물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펼친 바 있다. 존스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약물은 땀을 흘린 경쟁자를 배신하는 행위”라며 정의로운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레스너 또한 “근육이 크고 백인이면 다 약물이냐?”며 증거 없이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고 외쳤다.

그런 상황에서 속속 증거가 나왔고 존스와 레스너는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둘은 여러 가지 약물을 썼는데 그중 눈에 띄는 제품은 '클로미펜(clomiphene)'이라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억제제다. 해당 성분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활동을 억제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을 올린다. 팬들 사이에서 “규화보전을 썼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존스는 설상가상 NFL에서 뛰고 있는 친형 아서 존스마저 약물로 걸리며 또다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들 형제는 한때 ‘우월한 유전자’라는 극찬을 받으며 팬들의 동경을 샀지만 나쁜 짓도 함께하며 삽시간에 ‘약물 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방불패가 규화보전을 익힌 대가로 ‘남성’을 잃었다면 존스와 레스너는 ‘명예’라는 최고의 타이틀을 바닥에 버리게 됐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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