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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격투기 쓴것] '꽃미남 허슬' 키센코... 아쉬웠던 절반의 성공

[K-1열전⑧] 아투르 키센코

 

2008년을 기점으로 '북방의 신병기' 아투르 키센코(29·우크라이나)는 K-1 맥스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2008년 파이널 그랑프리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이전까지만해도 가능성 있는 기대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정도였지만 예상외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일약 맥스를 대표할 수도 있는 재목이라는 평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맥스의 4대천왕'으로 불리던 알버트 크라우스(35·네덜란드), 마사토(36·일본), 앤디 사워(33·네덜란드), 쁘아까오 반차메(32·태국)의 존재감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스타발굴이 시급했던 주최측으로서는 키센코의 급성장은 쌍수를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한때 이수환-임치빈과 호각으로 치고받으며 힘겹게 승리했던 키센코는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경기가 계속될 때마다 강해지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는데 2009년 즈음에는 파워 면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과시했다. 단단하기는 했지만 다소 호리호리한 인상이었던 초창기와 달리 근육량을 늘려 파워를 키웠는데 단순한 화력만 놓고 따진다면 이미 이 당시 정상권에 근접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키센코(드림).jpg
@드림


외모는 꽃미남, 스타일은 상남자

키센코가 신성 중에서도 유달리 높은 주목을 받았던 데에는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도 한몫했다. 모델 뺨치는 예쁘장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저돌적인 인파이터였다. 어설픈 방어보다는 한대 주고 두 대 때리려고 달려드는 키센코의 모습은 젊은 시절 피터 아츠를 연상시켰다. 전진 스탭을 밟으며 끊임없이 상대를 밀어붙이는 기백은 흡사 브레이크가 고장 난 불도저 같았다. 워낙 힘이 좋고 과감한 성격인지라 가능한 패턴이었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키센코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복장까지도 상당 부분 아츠를 닮아 있었다. 입장시 붉은색 체크무늬 모자와 남방을 입은 키센코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키센코는 "아츠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따라한 것이 아닌 이런 스타일의 옷차림을 좋아할 뿐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것을 떠나 키센코가 경량급의 아츠가 된다는 것은 주최측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K-1 역사를 통틀어서도 아츠만큼 인기와 성적을 고루 갖춘 선수는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외모와 저돌성을 두루 갖춘 키센코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K-1 맥스 최후의 괴물로 불리던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의 존재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스타성과 캐릭터에서는 키센코를 더 밀어줄만했다.

당시의 맥스가 메이저 입식단체로서 계속해서 지속됐더라면 팬들은 키센코의 최종 진화형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키센코가 젊은 맹수로서 야성을 키워가던 당시는 K-1이 하락세를 밟아가던 시점이었고 결국 그의 완성형 파이팅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물론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 욧센 클라이(29·태국)와의 대결 등 맥스 이후 타단체에서의 행보로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할 수 있겠으나 파이터 중에는 특정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다 자리이동 등을 하게 되면 급격히 하락세를 타는 경우도 적지 않은지라 온전한 평가 잣대는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키센코의 불파이팅은 '양날의 검'이었다. 정상급 강자들의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밀고 들어가는 저돌성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그로인해 반수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끝판왕 대결에서는 항상 분루를 삼키곤 했다. 2009년 7월 그랑프리 8강전에서 당시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사워와 있었던 연장접전이 대표적 예다. 키센코는 막강한 사워를 상대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에서 밀려 아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워와의 경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키센코는 전략적인 움직임에서 만큼은 최상위권 파이터와 상당한 수준 차이를 보였다. 화력-맷집-근성 등 입식격투의 기본기적인 부분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지만 강하게만 몰아붙이는 스타일은 노련한 파이터들에게 쉽게 통하지 않았다.

사워 같은 경우 강-중-약을 조절하며 상대를 공략한다. 경기 내내 밀어붙이다가는 체력을 소진하고 페이스를 잃어가는 키센코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사워와의 경기에서 키센코는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을 거듭했다. 하지만 사워는 냉정하게 디펜스를 굳혔고 경기가 거듭되면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키센코의 공격은 스윙은 컸지만 번번이 사워의 가드에 막혔고, 사워는 궤도는 짧지만 정확한 공격으로 키센코를 괴롭혔다.

이러한 공방전이 거듭되자 체력-데미지의 소모는 당연히 키센코가 클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졌다. 근성 하나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키센코는 연장에 접어들어서도 끊임없이 공격본능을 과시했다. 그러나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초반과 같은 화력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워가 단검과 창 그리고 장검 등을 가지고 찌르고 베고 완급조절을 거듭한 반면 키센코는 시종일관 손안의 철퇴와 몽둥이를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키센코는 로우킥에 대해서도 약점을 드러냈다. 로우킥을 한 대 맞으면 펀치로 맞불을 놓는 기백은 놀랍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경기가 흐를수록 키센코의 기동력은 봉쇄되기 일쑤였다. 키센코는 경기 후반 페이스 조절 실패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로우킥 데미지로 인해 고생하는 모습도 많이 노출했다.

로우킥에 의해 충격이 쌓이면 의도와 달리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급기야 다리 쪽으로 신경이 분산돼 안면이나 복부 방어마저 허술해지고 만다. 키센코는 사워뿐 아니라 마사토, 키도 야스히로, 사토 요시히로 등로우킥에 능숙한 일본 파이터들에게도 상당히 고전한 바 있다.

키센코는 화끈한 스타일로 인해 다소 유효타가 적어도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는 경우가 잦았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판정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연장에서는 로우킥에 의한 데미지와 체력고갈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키센코는 절정의 테크니션뿐 아니라 자신과 같은 공격성 짙은 인파이터들에게도 종종 발목을 잡히곤 했다. 디펜스나 완급조절보다는 기세와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잦은지라 자신 이상으로 터프하고 맷집까지 좋은 선수들에게 역으로 반격을 당하는 모습이었다. 예상치못한 강자들까지 득실거리는 입식무대임을 감안했을 때 기대치보다 늘지 않은 노련미가 아쉬운 이유였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다음호 예고: 로봇과 광전사… 절대 강자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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