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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권아솔·이광희, 한국 MMA 라이벌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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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솔이 이광희를 꺾고 로드FC 라이트급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수퍼액션 방송 캡처)

무하마드 알리-조 프레이저, 비제이 펜-맷 휴즈 등 투기 스포츠 역사에는 인상적인 라이벌들이 존재했다.

물론 무게추가 정확히 평행을 이루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둘이 붙었을 때 유독 불꽃 튀는 명경기가 펼쳐진다면, 라이벌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같은 조건이라면 라이벌 매치에 더욱 열광하는 것이 사실이다.

명승부로 예약된 프로복싱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맞대결도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장외전쟁을 벌이고 있는 론다 로우지(28·미국)와 크리스 '사이보그' 저스티노(30·브라질) 역시 여성 MMA계의 잠재적 라이벌로 꼽힌다.

시선을 국내 MMA쪽으로 돌려서 라이벌을 떠올리게 되면 단연 권아솔(28·팀원)과 이광희(28·익스트림컴뱃)가 첫손에 꼽힌다. 비슷한 시기 나란히 성장한 이들은 결정적 순간마다 충돌하며 불꽃 튀는 명승부를 펼쳤다. 경기 내용도 매우 좋아 둘 중 누구를 떠올려도 나머지 한 사람의 이름까지 함께 연상될 정도다.

권아솔과 이광희는 펀치를 주무기로 하는 화끈한 파이터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지만 파이팅 스타일을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있다.

권아솔은 파이터 새내기 시절 복싱 세계챔피언(당시) 지인진과의 스파링에서 노가드 전법(?)까지 구사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던 한 마리 야생마였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건방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비범한 재능과 두둑한 배짱이 섞인 그의 캐릭터는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슬럼프와 군 입대 기간에도 팬들에게 잊히지 않은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전진 스텝을 밟으며 펀치연타를 쏟아 붓는 움직임은 일본의 레전드 파이터 고미 다카노리를 연상시켜 ´한국의 고미´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화끈한 펀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스텝을 밟으며 거리싸움도 한다. 기회가 오면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끈함과 더불어 상대의 빈틈 구석구석에 펀치를 꽂아 넣으며 조금씩 데미지를 안기는 아웃파이팅에도 능하다.

반면 이광희는 끈질긴 승부근성과 강펀치를 바탕으로 타격을 허용하면 물러나지 않고 곧바로 더 강하게 펀치를 휘둘러 돌려주는 독한 파이팅을 구사한다. 자신만의 타격거리로 끊임없이 밀고 들어가 투박한 펀치를 되풀이하는 단순한 스타일이지만 핸드스피드가 워낙 빠르고 한 방의 위력도 무시무시해 웬만한 선수들은 알면서도 버티지 못한다.

2006년 ´스피릿MC 인터리그4´ 웰터급 16강전에서 상대 주찬란을 선 채로 실신 KO시킨 장면은 이광희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워낙 임팩트가 강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권아솔과 이광희는 스피릿MC 시절 두 차례나 격돌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화끈한 파이팅을 추구, 둘의 대결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승리는 언제나 이광희 몫이었다. 무기의 다양성에서 앞선 권아솔이 좀 더 많이 때리고 기회를 잘 잡아갔지만 내구력과 한 방의 위력을 내세운 이광희가 결국은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그런 둘이 상당한 시간이 흘러 또다시 맞붙었다. 지난 21일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로드FC 22'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이 그 무대로 권아솔이 챔피언이 되어 도전자 이광희를 맞이하는 형국이었다.

3차전에 나서는 권아솔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과거와 달리 파워가 많이 보강된 상태였고, 쿠메 타카스케(30·일본)전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펀치와 킥은 물론 레슬링까지 장족의 발전을 이루며 레퍼토리가 한층 다양해졌다. 경기운영도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광희는 여전히 강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상대의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압박을 거듭하며 자신의 거리를 잡았다싶으면 한 방을 터뜨리는 일관된 스타일로 권아솔과 맞섰다. 압박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스텝이나 페이크 동작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광희를 잡기위해 들고 나온 권아솔 비장의 무기는 다름 아닌 팔꿈치 공격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는 결정적 승기를 잡는 최고의 한 수가 됐다. 권아솔은 1라운드에서 이광희의 펀치가 나오려는 찰나 정확한 엘보우 공격을 적중시켰다. 제대로 맞은 이광희의 이마는 크게 찢어졌고 출혈이 발생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핏빛투혼을 불살랐지만 여러 차례 닥터 체크를 받을 정도로 출혈은 심각했다. 이는 이광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며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그런 상황에서도 권아솔은 흥분하지 않고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3라운드 초반 더 이상 경기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주최 측은 2라운드까지의 점수로 승부를 가리기로 결정했다. 결국, 2-0으로 권아솔이 이기며 지긋지긋했던 이광희 징크스를 털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로드FC의 아쉬운 경기운영은 또 도마에 오르고 말았다. 정당한 권아솔의 타격에 이광희가 출혈을 일으켜 3라운드를 채울 수 없던 상황이었음에도 채점으로 승부를 가린 점과 부심 한 명이 동점을 주는 등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권아솔과 이광희가 펼친 명승부는 지난 1,2차전 못지않은 긴장감을 주며 역시 라이벌이라는 극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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