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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성급한' 심건오... 냉정한 진화가 필요하다

심건호_guno.jpg

@로드FC

 

 

로드FC 헤비급에서 활약 중인 심건오(26·팀피니쉬)는 '한국판 브룩 레스너'로 불린다. 레스너는 WWE, NCAA, 신일본 IWGP 헤비급 등 다양한 레슬링(아마·프로) 무대는 물론 UFC에서도 맹위를 떨친 그야말로 헤비급 격투계의 '괴물' 중 한명이었다. 로랜드 고릴라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근육질 외모에 영리함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아무리 '한국판'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해도 심건오를 레스너에 갖다 붙이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같은 헤비급, 아마추어 무대 레슬러 출신이라는 점 정도 말고는 닮은 구석도 많지 않다. 기량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근육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몸매는 "헤비급보다는 감량 후 아래 체급에서 뛰는 게 적절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동양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형적 헤비급 체형(신장 188cm·평체 130kg이상)을 갖춘 데다, 오랜 레슬링 경력까지 갖추고 있어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전을 치른 현재는 기대치가 현격하게 떨어진 상태다.

실망스런 2차전, 냉정한 진화 가능할까?

심건오가 격투기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XTM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4-용쟁호투>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건들거리면서 대기실 문을 박차고 호기를 부리던 참가자를 가볍게 제압하면서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상대도 결코 작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차이가 보일만큼 엄청났던 심건오의 체격에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레슬링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심건오는 단순히 덩치만 큰 인물이 아니다. '용쟁호투' 출연 당시 손혜석을 묵직한 타격으로 몰아붙이더니 이후에는 차정환을 상대로 난타전을 벌이며 강한 투지와 맷집을 과시했다. 이를 지켜보던 정문홍 로드FC 대표는 곧바로 계약을 제안했고, 심건오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짜인 각본이라는 소리도 많았지만, 흔치않은 헤비급 거구의 등장에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데뷔전에서 프레드릭 슬론(33·최무배짐)을 맞아 2라운드 중반 키락 공격을 성공시키며 첫 승을 따낼 때까지만 해도 기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심건오는 슬론의 타격에 엄청나게 얻어맞았지만 맷집으로 버티어내며 결국 그라운드에서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어설픈 점은 많았지만 데뷔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점수를 줄만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로드FC 22' 메인카드 두 번째 경기는 달랐다. 루카스 타니(32·브라질)를 맞이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경기력으로 역전패 당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치가 쑥 가라앉아버렸다.

심건오는 체격조건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타격 등에서도 크게 위협을 받을만한 부분이 없어 충분히 승산이 높아보였다. 주짓수에 능한 선수답게 서브미션만 조심하면 됐다. 뻔히 답이 나와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건오는 허무하게 승리를 헌납했다.

타니의 타격은 데뷔전 상대인 프레드릭에 비해서도 한참 떨어졌다. 스탠딩에서 별반 위협이 되지 않는지라 심건오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테이크 다운을 성공했고 탑 포지션까지 잡아냈다. 레슬링이 베이스인 심건오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힘으로 눌러놓은 상태에서 마음껏 파운딩을 난사했다.

그러나 포지션을 잡아놓고, 때리는 게 아니라 파운딩을 치는 데만 집중했던지라 정확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상대인 타니 역시 별반 큰 충격을 입지 않았다. 심건오의 체력이 좋지 않음을 감안했을 때, 버티기에 능한 상대를 만나면 헛힘만 쓸 공산이 크다. 심건오는 스탠딩으로 전환된 상태에서도 먼저 펀치를 맞추는 등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적어도 대부분의 경기 흐름은 심건오가 가져가는 듯 싶었다. 심건오는 타니를 엉덩방아 찧게 한 뒤 철장구석에 몰아놓고 멈추지 않고 파운딩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심건오를 향해 타니가 서브미션 그립을 완성시킨 것이다. 지나치게 파운딩을 하는 데만 집중하던 심건오의 팔을 타니가 잡아챈 뒤, 그대로 암바가 들어갔고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경기시작 1분 45초만이었다.

전형적인 타격가도 아닌 레슬링을 베이스로하는 그래플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건오가 암바에 걸려 패한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타니의 암바는 벼락같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건오의 파운딩 공격을 견디어내면서 조금씩 그립이 완성되어갔다. 어지간한 선수 같았으면 진작 눈치 채고 그립이 완성되게 놓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MMA초창기 이종격투기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강하지 못한 타격과 레슬링 등 타니는 심건오가 1승을 챙기기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 상대를 맞아 유일한 공격무기에 당했다는 것은 향후 행보를 위해서도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프레드릭전에서도 그랬지만 심건오는 경기 초반부터 너무 흥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투쟁심을 끌어 올리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흥분하면 세컨드의 조언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체력 또한 좋지 않은지라 자칫 오버페이스로 스스로 자충수에 걸릴 수 있다. 데뷔전이었던 프레드릭과의 경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경기에서도 똑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적절히 체력분배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몇 수는 아니더라도 바로 앞 상황은 염두에 둬가면서 경기에 임해야한다. 파운딩을 그렇게 많이 날렸음에도 타니에게 충격을 주는 정타가 들어간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보통의 선수 같으면 일단 제대로 눌러놓고 포지션부터 잡아가지만 흥분한 심건오는 한 대라도 더 때리기 바빴다. 한방을 치더라도 제대로 된 위치에서 정확하게 들어가는 효율성이 아쉬웠다.

심건오는 로드FC뿐 아니라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헤비급 기대주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찌 보면 그가 일찌감치 데뷔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헤비급이라는 메리트가 큰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 잠깐의 기대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냉철한 마인드 장착이 필요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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