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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인파이터 vs 테크니션’ 글로리 라이트급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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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말렌이 글로리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지만, 경쟁자들의 기세가 결코 만만치 않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세계적인 입식격투단체 ‘글로리(Glory)’ 라이트급 왕좌는 한때 거리 싸움에 능한 테크니션 파이터들의 독차지였다.

‘기술의 경량급’이라는 말처럼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고 수비를 벗겨내는 입식 기술자들이 라이트급의 정상권을 독식했다.

K-1 맥스 최후의 괴물로 불리던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은 글로리에서도 기세를 이어나갔다. 특히 수비 완성도는 ‘역대 최고’라는 찬사가 붙을 정도로 굉장했다.

페트로시안의 상상을 초월하는 디펜스는 그야말로 상대를 질리게 한다. 엄청난 동체 시력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대의 공격을 손쉽게 피하는 것은 물론, 상대 공격이 나오는 타이밍보다 반 박자 빨리 흐름을 끊는 기술은 신기에 가깝다.

페트로시안은 공격을 하면서도 수비를 생각하는 파이팅을 보여준다. 날카롭게 펀치와 킥을 내다가도 상대 반격 타이밍엔 공격이 어려운 사각으로 슬쩍 비켜서는가 하면, 가벼운 클린치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좌우앞뒤로 이동한다. 공격은 공격대로 하면서도 상대에게 기회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페트로시안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됐던 상황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패배는커녕 정타 한번 맞추기도 쉽지 않았던 그가 넉 아웃으로 무너진 것이다.

‘더 머신’ 앤디 리스티(33·수리남)가 그 주인공으로 그 역시 페트로시안이 그랬던 것처럼 거리 싸움을 즐기는 기술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페트로시안이 강력한 디펜더인 반면에 리스티는 화력 쪽에 좀 더 무게 추가 실린 선수라는 사실이다.

리스티는 앞서는 신장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한편 수시로 스위치 스텝을 섞어가며 페트로시안 특유의 거리감에 혼돈을 줬다. 자신의 거리에서 차근차근 상대를 갉아먹는 페트로시안 입장에서는 크고 빠른데다 변칙적인 공격을 수시로 펼치는 리스티에게 초반부터 흐름을 넘겨줬고 이후 평소와는 다른 리듬으로 공방전을 펼친 게 패인이다.

페트로시안을 꺾은 리스티의 상승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다음 경기에서 당시 복병으로 불리던 현 챔피언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을 때려 눕혔다. 공격형 기술자답게 페트로시안과 달리 걸리는 족족 KO승을 거뒀다.

하지만 리스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체력이었다. 리스티의 무시무시한 화력을 후반까지 견뎌낸다면 충분히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같은 테크니션보다는 맷집과 체력이 좋은 인파이터형 선수들이 ‘상대성’에서 좋아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을 현실화 시켜버린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다비트 키리아(27·조지아)였다. 키리아는 리스티의 폭발적 공격을 견뎌내는데 성공했고, 결국 5라운드에 역전 KO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키리아는 현재 챔피언이 아니다. 그에게서 왕좌를 빼앗아간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현 챔피언 루스말렌이다. 루슬말렌 역시 키리아 같은 내구력과 강펀치를 갖춘 인파이터형 선수다. 바야흐로 라이트급 판도가 테크니션에서 인파이터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리스티는 지난 4일(한국시각)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린 ‘Glory 20’대회서 루스말렌과 타이틀전을 펼쳤다. 과거 한번 이겼던 선수라는 점에서 승산이 높아보였지만 후반에 승부수를 걸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루스말렌에게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일단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라이트급은 테크니션들의 기세가 확 죽어버린 상태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비록 정상탈환에는 실패했지만 리스티의 화력은 여전히 강하다. 어지간한 선수들은 체력이라는 그의 약점을 파고들기 힘들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체력이 좋아지기는 어렵지만 공격력을 좀 더 극대화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페트로시안 역시 리스티에게 당했을 뿐 그의 수비형 테크닉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비록 글로리 대회는 아니었지만 타 단체에서 치른 복귀전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했다.

페트로시안은 지난 1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있었던 ‘타이복스매니아 2015’에서 에르칸 바롤(34·터키)에게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상대가 비록 강호로 보기 힘든 전력인 만큼 아직 확실히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행보를 봤을 때 한 번의 패배로 와르르 무너질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다.

수비력이 워낙 좋고 체력적 약점도 없는 만큼 컨디션만 제대로 찾는다면 키리아, 루스말렌 등 인파이터형 강자들을 제압하기에는 페트로시안이 제격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미 2012년도에 두 선수 모두를 자신의 특기인 판정게임으로 잡아낸 경력도 있다.

물론 지금의 그들은 과거와는 또 다르지만 페트로시안 역시 기복이 적은편이라 자신의 리듬만 되찾는다면 정상 재등극도 노려볼 만하다. 더불어 자신을 무참히 박살냈던 리스티도 기량이 정점에서 떨어지는 추세인 만큼 리벤지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거리싸움을 즐기는 테크니션이냐, 투지 넘치는 터프가이형 인파이터들이냐. 하나밖에 없는 라이트급의 최후왕좌를 놓고 겨루게 될 강자들을 스타일별로 나눠 지켜보는 것도 글로리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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