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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타고난 싸움꾼... 적정 체급 아쉬웠던 작은 거인

타고난 싸움꾼... 적정 체급 아쉬웠던 작은 거인

[K-1열전⑦] 구칸 사키

 

K-1 월드그랑프리는 전 세계 입식격투의 최강자를 뽑는 무대다. 때문에 사실상 체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비슷한 기술 조건이면 큰 선수들이 유리한 게 격투기인지라 헤비급-슈퍼헤비급 사이즈의 선수들이 주로 경쟁했지만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32·태국)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헤비급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얼마든지 기회를 주는 게 또 K-1이었다.

물론 K-1에는 K-1맥스라는 또 다른 체급 대회가 있다. 이른바 K-1판 경량급 무대라고 할 수 있는데 맥스를 통해 알버트 크라우스(35·네덜란드), 마사토(36·일본), 앤디 사워(33·네덜란드), 쁘아까오 반차메(32·태국),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 마이크 잠비디스(35·그리스), 사토 요시히로(34·일본), 아투르 키센코(29·우크라이나), 드라고(30·아르메니아), 버질 칼라코다(36·남아공) 등 쟁쟁한 강자들이 배출됐다.

문제는 어정쩡한 체급에 걸쳐있는 선수들이었다. K-1에는 맥스에서 뛰기에는 너무 크고 그렇다고 헤비급에서 경쟁하자니 반대로 체격적 열세를 가지고 있는 파이터들이 상당히 많았다. 많은 K-1팬들이 라이트헤비급의 신설을 강력하게 원했던 이유다.

하지만 끝내 새로운 체급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미들급 혹은 라이트헤비급 정도가 적당했던 상당수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헤비급에서 같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투르크 전사' 구칸 사키(31·터키) 역시 그러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리얼 헤비급 선수들도 어려워하던 싸움꾼

 구칸사키 복사.jpg
 ´투르크 전사´ 구칸 사키
ⓒ K-1

 

앞서 언급한 대로 K-1에는 라이트헤비급 정도의 체격에 뛰어난 테크닉을 갖춘 재능 있는 파이터들이 많았다. 만약 당시 팬들의 바람처럼 라이트헤비급이 신설됐더라면 체급의 아쉬움이 남던 세계적 입식강자들이 제대로 몰려들어 일합을 겨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살자로 악명을 떨친 네이션 코벳(36·호주), 중량급 무대에서 '더 킹 오브 더 링(The King of the Ring)'으로 통하던 타이론 스퐁(30·수리남), 한방은 없지만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하던 자빗 사메도프(34·벨로루시), 강한 근성이 돋보인 재야의 강자 마고메트마고메도프(33·러시아), 폭발력이 돋보였던 '타격짐승' 멜빈 마누프(40·네덜란드), 동양권 테크니션의 자존심 '날다람쥐' 교타로(29·일본) 등이 재미있는 구도를 이끌어갔을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사키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위용을 떨쳤을 것이다.

사키는 K-1에 데뷔하기 전부터 '터키의 괴물'로 불리며 유럽의 각종 킥복싱 무대를 뒤흔들었던 마이너 무대의 고수였다. 하지만 K-1팬들 사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2006년 암스테르담 그랑프리에서 '붉은 독전갈' 알렉세이 이그나쇼프(37·벨로루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사키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하와이 그랑프리다. 당시 그는 전 경기를 KO로 장식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결국 월드 그랑프리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사키는 16강에서 레이 세포 그리고 8강에서는 루슬란 카라예프마저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다. K-1 본무대에 본격적으로 사키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사키는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들과의 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까다로운 선수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사키는 체격(182cm·97kg)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체형 역시 근육질이 아닌 살집이 살짝 보이는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종합격투기 황제로 군림했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가 그렇듯 외모와 달리 굉장히 빠르고 민첩했다.

삽시간에 상대의 다리를 멍투성이로 만드는 야무진 로우 킥과 가드 빈곳을 쉴새없이 찔러대는 매서운 펀치까지… 사키의 파이팅 스타일은 '투박한 어네스트 후스트'버전을 연상케 했다. 후스트처럼 흑인 특유의 부드러움과 절정의 노련미는 없지만 특유의 싸움꾼 본능을 발휘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의 소유자이기도 했던 사키의 콤비네이션은 예측불허의 성격을 많이 띄었다. 다소 정석적인 콤비네이션을 구사했던 대다수 선수들에 비해 예상치 못한 각도와 타이밍에서 펀치와 킥을 내는가 하면 비슷한 부위에 같은 공격을 연달아 집어넣는 등 상대를 매우 당황케하는 패턴을 자주 구사했다. 물론 그러한 콤비네이션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피하고 때리는 데 워낙 짐승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고 더불어 엄청난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키는 큰 선수들과 만나게 되면 질풍같은 스피드로 치고 들어가 삽시간에 거리를 좁히고 안면 쪽에 앞손 훅을 맞추는 데 능했다. 제대로 맞든 아니면 가드에 걸리든 간에 한방이 들어가게 되면 묵직한 펀치 연타가 곧바로 이어지는지라 상대는 쉽게 반격하기가 힘들었다. 안면을 노리는 펀치와 함께 다리로 들어가는 묵직한 로우킥이 반복되듯 터지게 되면 화력은 절정에 달했다.

거기에 또 다른 비밀병기가 숨겨져 있으니 다름 아닌 바디블로우였다. 사키는 안면과 로우킥 방어에 상대가 온 신경을 기울이는 찰나, 열려있는 복부나 옆구리 쪽으로 펀치를 종종 집어넣었다. 얻어맞은 상대는 호흡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했다. 상중하를 무작위로 폭격당하게 되면 상대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사키는 전성기 레미 본야스키, 바다 하리 등 체격과 테크닉을 모두 갖춘 선수들에게 한계를 드러냈지만 기술이나 센스에서는 밀릴 게 없었다. 단지 체급에서 밀렸을 뿐이다. 만약 사키가 체격조건에서 비슷했다면 그들 못지않은 전력으로 우승을 다퉜을 것이 분명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다음호 예고: ‘꽃미남 허슬’ 키센코… 아쉬웠던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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