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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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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4.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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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거 치워.

DUMMY

 백우진은 이마의 붕대를 쓰다듬었다.

어째서인지 소란스러운 밤이었다.

단현우를 죽였을 때, 백우진은 수신관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는 것조차 각오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수신관은 1차 시험 합격 통보 이외에 그 어떤 조처도 언급하지 않았다.


‘교주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계산에 넣어두긴 했는데. 설마 아무런 징계도 없이 넘어갈 줄이야.’


10일 뒤에 열리는 2차 시험.

그 내용은 요괴들이 득실거리는 산을 주파하는 것이다.

흑운산(黑雲山).

요기가 불러온 탁기 덕분에 매일 안개에 뒤덮여 있는 산.

삐죽이며 자라난 나무들 덕분에 낮에도 한밤중인 것처럼 어둡다.

그 흑운산을 뚫고 수신관에 제일 빠르게 도착한 200명의 생도만이, 수신관 입학 자격을 얻는다.


남은 시간은 10일.

어차피 뼈가 붙지 않아 육체 단련은 불가능하다.

백우진은 다른 것을 단련할 생각이었다.


‘나의 초월 시야로, 타인의 몸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지금 백우진은 초월 시야로 자신의 몸만을 투시해 볼 수 있다.

만약의 이야기지만.

초월 시야로 타인의 몸도 투시할 수 있다면?


‘이는 엄청난 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근육의 움직임부터 꿰뚫어 본다면, 상대방보다 앞서서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적의 단점은 무엇인지.

무공의 경지는 얼마나 고강한지.

단련은 얼마나 했는지.

모조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꿈속에서 100년간 자신의 신체를 탐구했더니, 자신의 육체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타인의 신체를 100년간 탐구하면 똑같은 경지에 이르는 게 아닐까.

시험해 보기에 앞서······.


백우진은 우선 책을 펼쳤다.

백우진의 어머니는 약사이었기에, 원하는 책은 집에 차고 넘쳤다.

타혈법에 관한 비급서.

각 혈도의 역할과 운기 경로를 중심으로.

9개의 혈도와 81개의 대혈.

혈이라도 짚는 세기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에 관해서 서술한 비급서였다.


제일 첫 번째 장부터 백우진의 흥미를 끄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은 거짓말을 할 경우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몸 속 혈액이 뇌로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니 인간의 맥박, 호흡, 손에 흐르는 땀 등을 확인한다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 고강한 고수가 눈빛만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것은 이 연장선이다.] 


거짓말을 할 때 발생하는 반응을 통해, 상대방이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말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니.

그야말로 초월 시야와 연계하기 딱 좋았다.

허나 그다음부터 나오는 이야기에, 백우진은 진땀을 빼야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상대방의 호흡에 따라 혈의 강세를 조절하는 방법. 

지병에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색 같은 것들.

어려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사전과 대조해가며 읽어야 했다.

특히 운기의 경로를 설명하는 그림에는 한자가 빼곡해서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백우진은 그 책을 모두 다 읽었다.

다 읽는데 꼬박 밤을 새워 버렸다.

물론 점혈법은 책을 1회독 했다고 하여 익힐수 있는 공부가 아니다.


‘이거면 충분해.’


창 밖에서는 아침 햇살이 느껴졌다.

백우진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들었다.

······꿈속에서 백우진은 다시 한번 책을 폈다.


••• 


저녁 늦게 일어난 백우진이 입가를 쓰윽 훔쳤다.


‘벌써 이런 시간이군.’


백우진은 바로 일어나지 않고, 꿈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갈무리했다.

본래 초월시야를 강화할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점혈(點穴)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매력적인 공부였다.


출혈을 지혈하거나, 상대방을 기절시키거나.

독이 퍼지는 것을 막거나, 상대방의 기혈을 뒤틀거나.

여러가지 수법이 많아서 활용이 무궁무진했다.


백우진이 내력을 손가락에 집중시켰다.

단전에 있던 내력이 혈도의 탁기를 건들자, 대범한 백우진도 식은땀을 흘렸다.

심장이 순간 멎을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손가락에 내력을 가져왔건만, 그 양은 별볼일 없는 수준이었다.

이래서야 일반인 한명의 혈도를 짚는게 고작이겠지.


상관 없었다.

내력은 키우면 그만이었으니까.

백우진은 어렸을 때 마셨던 각종 영약들을 떠올렸다.

그걸 지금 마셨으면 훨씬 더 좋은 효과가 났을텐데······.


지금 백우진은 교주의 진기도인법을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혈법에 입문하며, 영약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 갖추게 되었다.


같은 약을 먹더라도 효과는 배가 되었겠지.

아쉬움이 앞섰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창고에 아직 영약들이 남아있을 터였다.

최상급의 영약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영약은 영약. 

지금 먹으면 경지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선 밥부터 먹고.’


백우진은 식사를 준비시켰다.

그러자 닭 한 마리를 이용한 요리가 방 안에 배달되었다.

요리를 가져온 건, 늙은 하인이었다.

백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부터는 요리를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직접 식당에 갈테니.”

“공자님이 직접 말입니까?”

“밥을 식당에서 먹는다는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백우진은 하인에게 나가봐도 좋다고 했다.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 닭 요리가 넘어가지를 않았다.

예전부터 백우진은 놀라울 정도로 소식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볼품없는 몸도 다 그 때문이었다.


식사를 마친 백우진은 창고로 향했다.

유능한 약술사였던 어머니의 창고에는, 그녀가 만들어놓은 영약들이 아주 많았다.

어떻게든 혈도를 뚫어보겠답시고 비싼 영약을 물처럼 들이키곤 했었다.


‘어머니의 영약은 보통 약사들의 그것과 효능이 차원이 달랐다.’


어머니의 영약을 두고 친지끼리 불화를 겪거나, 수많은 사선을 함께 넘어온 전우들끼리 칼부림을 벌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 되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백우진의 가세가 기울지 않은 것은, 그때 축적한 재화 덕분.


분명 그때 먹었던 영약들이 남아있을 터였다.

교주의 운기법을 터득한 지금, 그 영약을 먹으면 비교도 안 되는 효과를 얻었을 텐데······.


‘약이 없다?’


아무리 이 잡듯 뒤져도 남은 영약이 없었다.

혹 영약을 팔아치웠나 싶어 장부를 확인해봤지만, 정식적으로 나간 건 아닌 상황.

백우진은 집의 하인들을 모두 소집시켰다.


“하암······이 밤중에 이게 무슨 소란인가.”

“백우진 공자님이 갑자기 저희를 소집하셨다는데요?”


백우진이 혀를 쯧, 찼다.

집의 하인 30명이 전부 모이는데 반 시진이 넘게 걸렸다.


‘흠, 그런데 공자님이 암월류 무인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역시 헛소리였군.’

‘그러게나 말일세. 난 그게 궁금해서 다 빨리 왔지 뭔가?’


만약 백우진이 단현우를 죽였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다면.

아마 하인들은 내일쯤에나 전부 불러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하인이 모든 하인이 모였다고 알렸다.


“영약이 사라졌다.”

“······.”

“혹 그 행방을 아는 자가 있다면 즉시 고하도록.”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많던 영약이 사라졌다.

분명 아는 자가 있을 터인데, 하인들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백우진은 별로 화도 나질 않았다.

애초에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잠이나 처자다가, 갑자기 기어 나와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 기가 찬 모양이지.’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가 안 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백우진에게는 그것을 이해해 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군. 좋다. 내가 직접 알아보지.”


백우진이 하인들을 일렬로 줄을 세운 뒤, 하나하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완성된 초월시야가 작동하며, 그들의 피륙 내부가 투시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탁지산은 맨 끝에서 8번째 쯤에 서 있었다.

3년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그의 범죄가 탄로나기 직전의 상황.

그렇지만 별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품이 절로 나왔다.


‘숙면 공자님, 잠이나 계속 쳐 잘 것이지. 왜 갑자기 영약 타령이실까?’


만약 작정하고 찾는다면 범인이 탁지산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있겠지.

다만 백우진이 그럴 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백우진도 자신이 없으니 심문을 선택한 것일 텐데.


그 방법이 참으로 웃겼다.

눈을 들여다보더니, 통과하고 보내주는 것 아닌가?

탁지산은 남몰래 으흐흐, 하고 웃었다.


‘어서 들어가서 발 씻고 자야겠어.’


심심해서 밤하늘 별의 개수나 세볼까 하는 생각도 들 때쯤.


‘······뭔가 이상한데.’


슬슬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백우진과 눈을 마주친 하인들이, 온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숨을 멈추는 게 아닌가.

백우진이 통과, 라고 하면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하인들.

그 안색은 하나같이 새파랬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허, 왜들 저래?’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소리 없이 다가온 백우진이 탁지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


회색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탁지산은 몸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무언가를 느꼈다.


백우진.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홀로 방에 틀어박힌 소년.

강자존의 일월성신교에서,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으로 태어난 장애인.

전혀 경계할 필요가 없는 대상이다.

범인을 잡겠답시고 하인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행태는 웃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을 마주친 순간.

탁지산은 전율했다.

뼈의 마디마디가 떨리는 감각.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마치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 반응하는 육체에 당황스러운 탁지산.

그러나 육체는 무언가 알려주는 일 없이,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먹잇감이 포식자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

공포였다.

백우진이 무채색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로구나.”


그 말에 하인들의 시선이 모두 백우진에게 집중되었다.

탁지산이 하인치고는 꽤 풍족하게 산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기에.

백우진은 탁지산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실제로는 탁지산이 키가 더 큰데도, 그렇게 느껴졌다.


“어디에 팔았지?”

“저는──.”


사실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도 아니었다.

번개처럼 번뜩인 손가락이 하인의 마혈(痲穴)과 아혈(啞穴)을 짚었다.

털석!


탁지산이 연무장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그 입은 거품을 물었고, 한쪽 눈은 감겼고, 다른 쪽 눈은 덜덜 떨렸다.

이를 지켜보던 하인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점혈법이잖아. 일류 무인들도 어렵게 구사한다는 절기를 어떻게······?!’

‘이런 건 처음 봐! 저 커다란 탁지산이 쪽도 못 쓰고 기절했어!!’


백우진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완전히 기절시킬 생각으로 혈도를 짚었는데, 탁지산은 의식이 남아있었다.

혈도를 짚는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꿈 속에서는 100번 시도하면 100번 성공했는데 말이지.’


꿈과 현실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내력을 일깨운 탓에 혈도의 탁기를 건드렸다.

입 안에서는 혈향이 감돌았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내력을 끌올릴 때마다 이 꼴이다.

역시 점혈법을 실전에서 쓰기는 아직 무리인 모양이었다.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는 탁지산을, 백우진이 감정없는 눈으로 흘겨봤다.


“치워.”

“어디로······.”

“창고가 적당하겠지.”


혈도를 짚는 실력이 부족하다면, 더하면 될 일이었다.

창고는 벽이 두꺼웠다.

소리를 얼마나 지르든 밖에서 잘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말

다음화는 15시 35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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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기린아는 백우진이다. 24.04.16 712 13 15쪽
20 어디까지 강해졌는가 궁금했다 24.04.15 758 12 14쪽
19 내가 옳다. +1 24.04.14 760 13 13쪽
18 질풍이 밀려든다······. 24.04.13 806 12 16쪽
17 혈도를 뚫다 24.04.12 818 11 13쪽
16 기연과 만나다 +1 24.04.11 837 14 14쪽
15 백우진이 기린아가 아닐지라도 +2 24.04.10 789 16 16쪽
14 고통을 씹어삼키다 +1 24.04.09 881 18 13쪽
13 나를 은인으로 대했어야지. 24.04.08 812 15 14쪽
12 일다경(一茶頃)이면 충분하다 +1 24.04.07 845 14 15쪽
11 도륙하다 +3 24.04.06 828 15 14쪽
10 사냥꾼 사냥 +2 24.04.05 811 12 12쪽
9 학살하다 24.04.04 855 14 14쪽
8 숙면공자 사냥 +1 24.04.03 887 13 15쪽
7 너무나도 악(惡)한 발상 +1 24.04.02 902 15 15쪽
» 이거 치워. 24.04.01 91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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