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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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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9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4.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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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을 넘었군

DUMMY


고작 이류 중기의 무인 따위, 몽중검로에 대응할 수 없다.

아니, 일류의 무인이 온다고 해도 과연 지금 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백류성은 너무 무방비하게 백우진에게 접근했다.

백우진이 몽중검로를 펼친 순간, 백류성의 운명은 확정된 것이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패배하는 것으로.


운명을 비튼 것은 초월시야였다.


백우진이 칼날을 들이밀었을 때.

백류성도 포기했었다. 

하지만 포기해버린 정신과 다르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

초월시야로 위험을 감지한 즉시, 지고 뜨는 달을 거두고, 방어 자세를 취한 것이다.


동시에 그 칼날에 필사의 검기가 휘감겼다.

안심하기는 일렀다.

······백우진의 칼날에도 기묘한 색이 일렁이고 있었다.


삼류인 백우진이 검기를 다룬다는 사실보다.

백류성을 놀라게 한 것은, 그 색채다.


본래 검기의 색깔이라는 것이 익힌 무공의 성질에 따라서 변하기는 한다.

이미 사장된, 마공을 익혔다면 검붉은 검기를 휘두른다고 듣기는 했다.

일월성신교의 오대유파는 각각 특징적인 검기를 지닌다.


허나 저 색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가에서 침이 줄줄 흐른다.

마치 어린아이 장난이 현실이 된 것 같은 색.

어떤 소리나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색.

굳이 표현하겠다면 꿈의 색채가 그나마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칼날과 칼날이 맞닿은 순간······.

백류성의 칼날에 휘감긴 내력을 몰아내며, 날벼락의 첫 번째 검기가 비산했다.

그리고 칼날에 새로운 검기가 휘감겼다.


“······!!”


백류성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 뜨였다.

찰나의 순간, 요괴의 눈을 타고난 검객은 꿰뚫어 보고 만 것이다.

백우진의 칼날에 13겹의 검기가 덮여 있음을.

불가해한 색은 여러 성질의 검기가 뒤섞인 결과였다.


검기 하나를 쳐부셔도, 그 다음 검기가 기다리고 있다.


극에 달한 내력의 세심함으로, 검기 위에 검기를 뒤덮고.

그 위에 다시 검기를 뒤덮는다.

결과, 하나의 궤적에 믿을 수 없는 파괴력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것이 몽중검로(夢中劍路) 세번째 형.

거짓 깨어남, 꿈속의 꿈.

몽중몽(夢中夢)이다.


차라리 초월시야가 없었다면.

자신이 승리했다는 환희 속에서 죽었을 것을.


‘아,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백류성은 자신이 죽는 다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결말을 맞이했다.


“아버지······!!”


속절없이 밀려든 날벼락이 백우진의 칼날을 쳐부시고, 그 머리를 으깨버렸다.


백우진은 칼날을 들이민 자세 그대로 잠시 멈췄다.

심장이 미친 듯 두근거리고.

몽중검로를 사용한 후유증에 온 몸의 새맥이 찢겨나갔다.

아팠다.


그건 백우진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난 살아있다....’


복수에 성공한 뒤 코를 가득 채우는 죽음의 향기에서.

백우진은 모순되게도 자신의 생이 강렬하게 경률하는 것을 느꼈다.


백우진은 백류성의 마지막 말을 되뇌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흔해 빠진 유언이라는 평을 피할 수 없으리라.



••• 


일월성신교의 심연(深淵).

피 냄새가 감도는 어둠 속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지하에는 기묘한 바람이 불었고, 불쾌한 곰팡내가 감돌았다.


고요했다.

벌레가 한 마리 기어간다면 그 발소리가 들릴 정도다.

어둠 속에서 가끔 으······으······하는 신음만 들려왔다.


어둠이 얼마나 짙은지, 복도의 군데군데 횃불이 놓여 있음에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허나 남자에게는 대낮보다 환하게 어둠 속이 들여다보였다.

낮보다는 밤에 더 익숙한 덕분이리라.


쇠창살 안에는 죄인들이 팔을 결박당한 채 무릎 꿇려져 있다.

마치 인간이 어느 지점에서부터 존엄을 잃는지 실험당한 몰꼴이었다.

몸의 반이 녹아내리고, 온몸에 점혈을 당하고, 거대한 판에 계속 짓눌리고······.


고문이 끝나는 일은 없다.

대답을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심약한 자라면 보는 것만으로 입에 게거품을 물 광경이었다.


남자는 그런 모습에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어둠 속을 나아간다.

긴 옷을 입었음에도 옷은 한 번도 바닥에 끌리지 않았다.


결벽증을 타고난 남자에게, 이 장소는 무엇보다 역겨운 곳이었다.

허나 이제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몸······.

천하에 적수는 없어진 지 오래.


교주는 형태를 잃고 침물하는 꿈을 꾼다.


산책하듯 지옥도를 거닐던 백운천의 발걸음이, 불현듯 멈춘다.

별도 달도 떠 있지 않은, 지하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그의 머리털이 철사처럼 곤두섰다.


“배율자가 나온 것인가!”


배율자.

교주는 스스로 놀랐다.


설마 그 이름이 자신의 입에서 다시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 눈은 의외의 기습을 당한 사람처럼 눈이 살짝 커져 있었는데.

교주에게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의 뇌리에 단 하나의 얼굴이 스쳤다.

그는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많은 운명을 타고난 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배율자였을 줄이야.”


교주는 북쪽을.

요괴들이 머무는 흑운산을 넘어, 수신관이 있을 북쪽을 노려봤다.

붉은, 피가 출렁이는 듯한 눈동자에 불꽃이 튀어올랐다.




같은 시각······.

배율자의 기척을 느낀 건 교주 한 명이 아니었다.


끝나지 않을 듯 질주하는 산맥의 정상.

그곳은 땅이 하늘과 만나는 곳이며.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신성한 설원.

수천 년간 발자국을 새긴 이가 없는, 고집스러운 처녀성을 지닌 장소였다.


중원.

아니, 세상의 끝에 남자가 서 있었다.

달과 별빛밖에 없는 밤.

그는 장막 너머의 존재와 눈을 마주쳤다.

장막의 밖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와 살의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남자가 손을 들어 올리자 어둠이 겹쳐지며 밤이 더욱 짙어진다.

남자도, 이곳을 지켜보던 눈동자도.

서로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만 기척은 느낄 수 있었는데.

눈동자가 스르륵 멀어졌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섰다.


“교주······당신입니까? 설마 미망(未忘)을 버리지 못했을 줄이야.”


배율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토록 주기가 짧은 것은 당황스럽다.


‘저번 배율자를 처리한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거늘······.’


배율자,

그 이름이 남자의 입에서 거론될 때마다 세상에 혈겁이 불었다.


‘옥수여제를 제압하기 위해서 무림맹 전력의 1/3이 깎여나갔었지.’


그 상처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거늘.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상 정상을 떠났다.

배율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았다.


······남자가 서 있던 자리, 발자국은 남아있지 않았다.

여전히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산의 꼭대기에 자연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기묘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남자의 신형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



“머리가······터졌어?”


꼭 검이 아니라 거대한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처럼, 백류성의 머리는 곤죽이 되었다.

시험을 지켜보는 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틀어막았다.


‘세, 세상에 숙면공자가 백류성을 이겼어······아니, 죽여버렸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모두들 경악하여 입만 뻐끔거렸다.

패도!

백우진의 행보는 그것 이외에는 형용할 길이 없었다.


폭군이나 망나니와는 다르다.

그에게는 명백한 기준이 있었으니까.


‘길을 막아서는 모든 것’


자신을 막아서는 것이라면 용서 없이 박살 내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으며 나아간다.


고작 1개월 만에 혈도를 뚫어버린 재능보다.

현운검 시연을 자세히 본 것 만으로 통달하고, 삼류의 경지에서 뇌검을 다루는 재능보다.


저 패도를 걸어가는 자세야말로, 백우진의 진짜 재능 아닐까?

백우진이야 말로 신교의 모든 교도가 그토록 갈망하는.

신(神)에 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암월류 무인, 한지상이 검을 뽑으며 일어났다.

그는 백류성의 호위 무사로, 백류성의 비무를 보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다.

거칠게 뽑힌 검이 살벌한 검광을 흩뿌리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물러섰다.


순식간에 평생 모셔온 도련님이 목이 달아난 상황.

눈이 뒤집힌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계산도 있었다.

백우진이 백류성을 죽인 이상.

백우진과 암월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렇다면 지금 죽여둬야 한다!’


생도을 죽인 벌로 자신은 몇 년간 벌을 받겠지.

허나 삼류의 경지로 이류 중반인 백류성을 일격에 죽인 백우진이다.

게다가 연원을 알 수 없는 초식의 섬뜩함이란!!


예감이 들었다.

지금 싹을 제거하지 않으면, 놈은 장차 암월류의 가장 큰 적이 되리라는 예감이.

비무장으로 몸을 날린 한지상이 백우진을 노려봤다.

백우진은 어디를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고작 삼류의 경지로 검기를 사용한 탓일까?

볼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고, 겨우 서 있는 다리는 덜덜 떨렸다.

지금이라면 일격으로 놈의 목을 떨굴 수 있었다.


“이 놈! 감히 도련님을 죽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한지상이 칼날에서 은광이 피어올랐다.

백류성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와 위력.


그때였다.

콰르르륵!

연무장 중앙에 거대한 선이 그어지며, 백우진과 한지상을 가로막았다.

선이 얼마나 강하게 파였는지, 연무장에 흙먼지가 한참이나 피어올랐다.


흙먼지가 가라앉은 뒤······.

한 남자가 백우진 옆에 무릎을 구부리고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앉아 있음에도 보통 사람의 허리까지 오는 큰 키에, 아직 소년 시절의 느낌이 남아있는 앳된 얼굴을 한 남자였다.


‘뭐, 뭐지?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데도 존재감을 못 느꼈다고?’


한지상은 본능적인 경계심을 느끼며, 갑자기 나타난 난입자를 자세히 살폈다.

이류 무사라는 것을 나타내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말은, 잘 해봐야 문파에서 바견된 사범이라는 뜻이었다.


난입자의 경지가 자신보다 아래다.

그를 파악한 순간, 한지상이 험악하게 외쳤다.


“네 놈도 같이 베어주랴? 비켜라!”

“그건 들어줄 수 없는 제안이야.”


남자는 씩 웃으며 목검은 한지상에게 겨눴다.


“이 녀석은 내 제자거든.”


한지상에게 들이민 칼날의 끝이 이러저리 까딱거렸다.


“그 선을 넘으면, 네 목숨을 장담하지 못하겠다.”


명백히 도발적인 태도에, 한지상이 더욱 분노를 불태웠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기 위해 내공을 돌리는 한지상.


“고작 이류 따위가······격의 차이를 알려주마!”


뛰쳐나가려던 몸이, 덜컥 정지했다.

움직일 수 없다.

숨이 막힌다.


분명 남자는 목도를 들이미는, 간단한 동작을 취했을 뿐인데.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목도가 가로막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철근에 묶이기라도 한 것처럼,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 몸.

한지상은 눈을 껌뻑인다.

목검에 의해 자극받은 영상이 환각을 보여준다.


어느 쪽으로 튀어가든.

어떤 속도로 튀어가든.

한지상은 저 목도에 의해 머리가 쪼개지게 되는 환상을.


‘웃기지마······저 놈은 고작 이류! 내 옷긴에도 스칠 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던 한지상은.

기어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밀었다.

뒤늦게, 암월류의 사범이 큰소리로 외쳤다.


“멈추시오, 한지상! 그 분은───!!”


허나 이미 늦었다.

독고광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선을 넘었군.”















작가의말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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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증오의 방향을 정하다. +2 24.04.24 613 12 12쪽
27 증오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1 24.04.23 631 11 14쪽
» 선을 넘었군 +1 24.04.22 614 13 11쪽
25 몽중검로(夢中劍路), 몽중몽(夢中夢) +4 24.04.20 670 14 14쪽
24 악연의 종지부 +2 24.04.19 720 15 14쪽
23 바람이 구름을 떠민다면 24.04.18 674 13 12쪽
22 누구를 기린아라고 착각한거야? +1 24.04.17 685 15 15쪽
21 기린아는 백우진이다. 24.04.16 712 13 15쪽
20 어디까지 강해졌는가 궁금했다 24.04.15 758 12 14쪽
19 내가 옳다. +1 24.04.14 760 13 13쪽
18 질풍이 밀려든다······. 24.04.13 806 12 16쪽
17 혈도를 뚫다 24.04.12 818 11 13쪽
16 기연과 만나다 +1 24.04.11 837 14 14쪽
15 백우진이 기린아가 아닐지라도 +2 24.04.10 789 16 16쪽
14 고통을 씹어삼키다 +1 24.04.09 881 18 13쪽
13 나를 은인으로 대했어야지. 24.04.08 812 15 14쪽
12 일다경(一茶頃)이면 충분하다 +1 24.04.07 845 14 15쪽
11 도륙하다 +3 24.04.06 828 15 14쪽
10 사냥꾼 사냥 +2 24.04.05 811 12 12쪽
9 학살하다 24.04.04 855 14 14쪽
8 숙면공자 사냥 +1 24.04.03 887 13 15쪽
7 너무나도 악(惡)한 발상 +1 24.04.02 901 15 15쪽
6 이거 치워. 24.04.01 91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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