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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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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3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4.1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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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
추천
13
글자
12쪽

바람이 구름을 떠민다면

DUMMY


모든 무공과 초식에는 대응법이 있고, 상성이 있다.

백우진이 100년 수행을 통해 깨달았듯.

하늘 아래 완벽한 무공이란 없으니.

일월성신교의 오대유파도 서로 물리고 물린다.


암월검은 달빛처럼 가볍고, 흐려지는 듯 하다가도 강렬하게 쏟아지고.

춤을 추는 듯한 허초로 상대방의 눈을 현혹하는 검술.

특유의 보법과 빠른 움직임 등으로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환검(喚劍)이다.


암월검은 현운검에게 약하다.

예민한 현운검은 구름을 퍼트림으로서 초식의 변화무쌍함을 모조리 간파해버리니.

현운검이 암월검에게 상성 상 우위에 있는 것이다.


휘영청 떠오른 만월이 떠오른들.

시꺼먼 구름은 달빛을 모두 가려버린다.


백류성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불평할 생각은 없었다.

상성을 극복하는 것 또한 실력.

게다가 상대방은 언니의 원수를 앞에 두고 꽤 화가 난 상태.


‘감정적인 상대만큼 다루기 쉬운 것도 없다.’


현운검의 예민함이라는 장점은, 구름 안에서 발휘된다.

확장된 기감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적기에 방어하고 회피하는 무공이니.

바람 없이 재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을 본 적 있는가?

현운검의 방어는 철벽이지만, 기동성은 오대유파 중 제일 떨어진다.


공략은 그곳에 있었다.

백류성이 빙그레 웃었다.


백류성은 뒤로 펄쩍 펄쩍 물러났다.

그 때마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문하련이 귀신처럼 달라붙었다.

백류성은 선심이라는 듯 칼을 한번 섞어줬다.


챙강!

챙강!


그의 신형이 검명과 함께 더욱 뒤로 물러났다.

백류성의 기도가 문하련에 비하여 아래가 아니다.

겨우 칼 몇 번 섞는다고 하여 승부가 날 리 없었다.

현운류 사범, 단일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진정해라, 하련아. 진정해!! 화를 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 않느냐!”


분노한 문하련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자꾸만 위치를 바꾸니 구름이 좀처럼 퍼지지를 못했다.


“저런, 표정 펴시오, 소저. 예쁜 얼굴이 망가졌지 않소.”

“닥······쳐라!!”

“후후, 그대 땀에는 향기가 나겠소. 숨을 헐떡이니 더 예쁘군.”


백류성이 문하련에게 코를 들이밀고, 킁킁거렸다.

문하련이 징그럽다는 얼굴로 숨을 합, 머금었다.

지켜보고 있던 단일성이 이마를 탁 쳤다.


‘차라리 몰아붙이면 모를까, 숨을 참다니! 하련아······제발 진정해라!’


얼마나 불안한지 잘근잘근 씹힌 엄지에서 피가 흘렀다.


백류성은 허리를 곧게 펴고, 특유의 기품있는 경공을 선보였다.

문하련은 땅을 깨부수고 허리를 휘둘러가며 백류성을 추격했다.


백류성이 이걸 한번 받아보라는 듯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제빠르게 이어지는 세번의 찌르기.

뻗어 나온 검광이 문하련의 상단세, 중단세, 하단세에 전부 가로막혔다.

과연 철벽의 방어를 자랑하는 현운검다운 방어력이었다.


“이러지 말고 우리 비무대회가 끝나면 한번 무학이라도 논해보는 게 어떻겠소? 술은 내가 사리다.”

“허억······허억······네놈 따위와 술을 마실 입은 없다!”

“후후, 그렇게 말했던 여식 중 내가 침소에 자빠뜨린 사람이 몇 명이던지.”


백류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문하련의 호흡 상태, 근육의 둔해짐.

······혈도를 내달리는 내력의 양까지.


전부 종합해보니, 판단이 순식간에 내려졌다.

적기는 지금이라고.


백류성의 검이 은빛을 발하고, 여섯 개의 잔상을 남기며 빙 둘러졌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암월검의 초식.


암월검(暗月劍), 일개월화(日改月化).


문하련이 눈을 크게 뜨며 몸을 제동시켰다.

그녀는 구름도 띄우지 못하고, 급하게 현운검의 초식을 잡았다.

구름이 없어 허초를 구별하지 못하니, 저 잔상 전부를 막아야 할 판이었다.


허나 암월검이 장점으로 삼는 것은 초식과 변초를 넘나드는 변화무쌍함.

칼날의 잔상 사이에는 백류성의 주먹이 숨어있었다.

문하련의 배를 향해 권격을 밀어넣는 백류성.


“!!”


문하련은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간을 얻어맞았다.

커──억.

문하련이 폐에 있던 공기를 전부 토해냈다.


얼마나 강하게 얻어맞았는지, 가볍게 공중에 뜨는 문하련.

그녀는 몇 걸음 밀려난 뒤에도 필사적으로 방어 초식을 취했다.


간을 그 정도 세기로 얻어맞았으면 기절하는 것이 정상이다.

문하련이 버티고 설 수 있었던 건 필사의 복수심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겠지.

허나 복수심만으로 복수를 이룰 순 없다.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은, 곧장 대단한 무기로 오해를 받곤 한다.

그것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


전투에 임할때 필요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변수를 모두 통제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하며.

최소한의 노력을 경주하여 승리를 얻어내는 마음가짐이다.


고대의 한 전략가가 말했듯, 전쟁이란 속임수이며.

백류성이라는 남자가 암월류에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이유였다.


그는 가볍게 문하련에게 접근했다.

문하련은 필사적으로 백류성의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허나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쳐내는 백류성.

그는 텅 빈 문하련의 복부를 때렸다.

문하련은 피를 한 말 토하며 비틀거렸다.


백류성은 토끼 한마리를 잡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어리석은 호랑이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숨길 수 있는 전력이면 숨겨놔야 한다.

······백우진이 만만하지 않은 적이기에 더더욱.

백류성은 더 이상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두 주먹으로 문하련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코피가 터지고 온 몸에 멍이 든다.

문하련은 어떻게든 기세를 회복하기 위해 물러났지만, 그럴때마다 백류성이 따라붙었다.

비무 초반과는 완전히 역전된 상황.

허나 백류성은 쫓길 때는 전혀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은 주제에.

지금은 잔뜩 흥분하여 숨을 헐떡였다.


‘하······하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은 더욱 취향이야.’


그는 하물이 커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문하련을 두들겨 팼다.

결국 문하련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때.


“승자, 백류성 생도!”


백류성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뒤로 돌았다.

그는 피가 묻은 손을 탈탈 털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생도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도.

도대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백류성은 좌중 사이의 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차가운 한기를 품은 눈동자는 한없이 날카로웠다.


•••


비무 대회 1일차가 끝났다.

정시영과 싸우게 된 건 필연이었다.

질풍감람도의 건으로 벼르고 있던 정시영이 백우진을 지목했으니.


'이건....운명인가?'


백우진의 다음 상대는 백류성이었다.

연무동으로 돌아간 백우진.

시비 나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식 들었습니다. 승리하셨다고.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백우진은 짧게 답하고는 나영이 준비해 둔 냉수를 들이켰다.

물이 아주 시원한 것을 보아 백우진이 돌아올 것을 대비해 준비해 둔 모양이다.


“오늘도 단련하십니까?”


백우진은 입가를 스윽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영이 공손하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준비하겠습니다.”


간단한 신사를 마치고 석관으로 가니, 단련 준비가 다 끝나 있었다.


나영은 훌륭한 시비였다.

목이 마르다고 생각하면 어느세 부를 필요도 없이 냉수가 준비되어 있고.

슬슬 자러갈 준비를 하면 따뜻한 이부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문에서 15년을 함께 지낸 하인들보다, 나영이 훨씬 더 백우진의 속을 잘 헤아렸다.

혹 나영을 가문에 데려갈 방법은 없을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백우진은 석관에 들어온 즉시, 상념을 끊어냈다.

단련에 돌입하고 딴 생각을 하는 자들은 정신이 헤이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

백우진과는 거리가 먼 평가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오늘 비무 대회를 분석했다.


백류성이 승리한 직후.

백우진은 백류성과 시선을 교환했다.


사촌 형제의 눈에서 빛나던 살의와 적의.

허나 감정이 들끓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째서 백류성이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지는 짐작가는 바가 없었지만.

백우진은 백류성에게 장애물 이상의 관심이 없었다.

성질 급한 자는 갈 길을 서두르는 중 돌맹이가 길을 막는다면 홧김에 걷어 찰 순 있겠지만.

백우진이 그런 성격인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암선과 백우진의 아버지가 그렇게 친한 사이었다고 한다.

암월류는 어머니의 원수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상황······.


백우진에게 만사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뉜다.

어머니의 복수에 도움이 되면 선.

어머니의 복수를 방해하면 악.

혹 백류성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선’한 일이라면, 백우진은 얼마든지 백류성과 친구가 될 용의가 있었다.


어머니가 알려준 고사성어에 다르면.

오월동주(吳越同舟)인 법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백류성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할 필요가 있었다.

용서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

삼류 무인일 뿐인 지금의 경지로는 백류성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백류성과 문하련의 비무를 자세히 보려고 한 것인데······.


‘허어.’


백우진은 한숨이 나왔다.

현운검과 암월검이 상성관계이기도 하고.

이류에 오른 문하련이니 백류성의 패를 최대한 까발려주기를 기대했다.

설마 초식을 한번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문하련에게서 승리할 줄이야.


‘치밀하고 간악하군.’


백우진이 적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의 찬사였다.

대부분의 교관은 백류성에 대한 백우진의 평가를 공유하고 있었다.

지금 수신관의 여론은 누가 기린아인가를 두고, 반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삼류의 내공을 지니고 검뢰를 사용한 백우진.

동급의 무인에게 한가지 초식을 펼쳐 승리한 백류성.


충격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백우진이 기린아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했지만.

자신의 전력을 들어내, 비무가 끝나고 숨을 몰아쉬던 백우진과는 달리.

백류성은 힘의 1할도 내보이지 않았다는 듯 여유로웠다.


똑같은 이류의 무인을 상대했음에도!


객관적으로.

몽중검로를 제외한 전력만을 비교한다면 백류성이 우세하다.

우선 백류성은 백우진보다 내공이 몇 배는 더 강했고.

백류성에게 자신의 패를 몇 개 드러낸 백우진에 비해.

백류성은 어떤 무기를 지녔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


‘아마 백류성은 현운의 구름을 쌓을 틈을 주지 않겠지······.’


백우진은 백류성과의 싸움에서 뇌검을 쓸 수 있을까.

백우진은 회의적이었다.


백우진의 뇌검을 다루는 원리를 백류성이 이해했을 리는 없지만.

현운검의 상대법을 터득했으니, 굳이 정면 대결에 나서주지 않을 터였다.


다만.

비무를 풀어나갈 열쇠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정시영과의 비무를 통해 완성한 질풍류 무공이 있었다.

백우진은 독고광과 백지은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질풍류의 무공을 공개하지 않았다.

열쇠는 그곳에 있겠지.


‘경지를 올린다는 방법도 있다.’


백우진은 자신의 단전을 관조했다.

달이 뜨지 않고, 별도 없는 야심한 밤.

마음속에 끝없는 벌판이 펼쳐졌다.


바람은 미미하고.

적은 구름이 하늘을 떠다니고.

평온한 하늘에 번개는 칠 기미도 없다.

비무 때의 심상은 이렇지 않았다.


새까매질 정도로 구름이 쌓였고.

깨달은 질풍류의 무리가 바람을 일으켰고.

구름끼리 충돌하며 번개가 으르렁거렸다.


뇌검을 쓰고 싶다면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며 밤하늘에 현운(玄雲)을 채워넣어야 한다.

헌데 백류성이 문하련과의 비무에서 보여준 것처럼, 구름 안에 들어오지 않고 계속 거리를 벌리면 구름을 쌓을 수 없다.


그 때, 백우진의 머릿속에 영감이 번뜩였다.

백우진이 뇌명류에 들어갔기에, 현운류에 대해 대비가 안 돼 있던 정시영은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지만.

질풍류가 현운류와의 상성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는, 질풍류의 바람이 구름을 전부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만약의 이야기지만.

질풍류의 바람이, 구름을 떠민다면?

​그리하여 백운검의 고질적인 문제점, 기동성의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면?


‘찾았다.’


뇌명검, 질풍검, 현운검.

세 가지 무공을 전부 활용하는 것.

암월류만을 익힌 백류성에게는 없는 재주.


백류성과의 비무에서 승리를 열어젖힐 열쇠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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