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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105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4.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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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백우진이 기린아가 아닐지라도

DUMMY

수신관의 청소 담당 시비.

향윤은 머리맡에 숨겨둔 금자의 향기를 맡았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향기였다.


‘히히.’


그녀는 얼마나 신났는지, 발로 침대를 동동 찼다.

설마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을 줄이야.

이번 기수가 시작된 첫날, 백류성이 향윤을 찾아왔다.

그는 금자를 내밀며 말했다.


‘잘 생각해봐. 네가 백우진에게 가할 수 있는 피해가 뭐가 있지? 대답이 마음에 든다면 이 금자는 네 거야.’

‘청소! 방 청소를 안 할 수 있어요!’

‘나쁘지 않군.’


백류성은 숙면공자 따위의 불만은 자신의 권력으로 눌러줄 테니, 걱정은 필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항윤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떡이 떨어진 셈이었다.

백류성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돈 낭비를 하는가······.


향윤은 관심도 없었다.


‘뭐, 그가 숙면공자한테 망신을 당한 건 유명한 이야기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설욕하고 싶었나보지.’


이 앞의 일은 뻔했다.

자신의 방만 치워지지 않는 것을 본 숙면공자가 자신에게 항의하면, 백류성 공자의 이름을 대고 빠져나간다. 숙면공자는 시비조차 자신을 무시하는 행태에 절망하겠지.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드디어 자각하게 될 것이다.


‘남자들이란, 유치해 죽겠다니까.’


그럴 터였는데······.


점심시간, 향윤은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는 말을 듣고 관장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향긋하게 웃으며 관장실로 들어갔다.

관장은 가끔 향단을 불러서 간식거리를 주곤 했다.


“관장님, 부르셨다고 들었는데요?”

“······.”


수신관의 관장.

50대의 중년인은 집무실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창살에 막이 쳐져 있어서 집무실 안은 어두컴컴했다.

평소와는 명백히 이질적인 분위기.


향윤이 한발자국 나아가자.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라?’


뒤를 돌아보니 일교관부터 오교관까지 모두 모여있다.

교관들이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땅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명백히 시비 따위가 끼여도 될 상황이 아니었다.

겁먹고, 주위를 자꾸 살피는 향단.

관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져와.”

“······네?”

“지금 난 기분이 별로야. 그러니 어서 가져와.”


상황 파악이 잘 안 된다.

어색하게 땀을 흘리던 향단은, 그제야 떠올렸다.


“아! 제가 오늘치 차를 내렸어야 했는데, 깜빡했네요.” 


주섬주섬 찻잎을 꺼내는 향단.

그녀는 조심스럽게 학장의 책상에 다가왔다.

관장은 그녀를 계속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돈? 보석? 무엇일지 궁금하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길 빌겠다. 네 퇴직금이 될 테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그때였다.

관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다른 시비 한 명이 들어왔다.


“찾았습니다! 향단이의 베개에 금자가 숨겨져 있었어요!” 


향단은 벌컥 뒤를 돌아봤다.

시비의 손에는 그녀가 백류성에게 받은 금자가 들려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관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할 말이 있느냐?”

“과, 관장님 모릅니다. 저는 모릅니다! 왜 저런게 제 침대에 있는지······.”


관장이 순간, 향단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한쪽 손으로 향단의 귀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향단의 머리를 지긋이, 밀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가 찢어지듯이.

향단의 귀가 얼굴에서 갈라졌다.


쫘악!


귀와 얼굴 사이에서 피 분수가 솟았다.

핏물이 얼굴에 튀었지만 관장은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향단이 손으로 얼굴을 붙잡으며 절규했다.


“꺄아아아악!”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향단.

관장이 그녀의 앞에 잘려나간 귀를 툭, 던졌다.

향단이 백류성에게 받은 금자와 함께.

퇴직금이었다.


“누가 잘린 귀의 연원에 관해 묻거든, 주인을 배신한 죄로 귀가 뜯겼다고 대답하거라.”


향단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리자, 교관들이 그녀를 들고 문밖으로 쫓아냈다.

그때, 관장의 방으로 향하던 독고광이 향단을 봤다.


“귀, 귀가. 아, 아. 내 귀.”


그가 큰 키를 숙이며 말했다.


“어허. 그렇게 들고만 있으면 쓰나? 잘 가져다 대 봐. 귀가 떨어지면 인생 살기 불편할텐데. 보기에도 안 좋고.”

“잘, 잘 붙이면 부부부, 붙을까요?”

“그럼, 물론이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낼 것! 무운을 빌겠어!”


독고광은 몸을 덜덜 떠는 향단을 내버려두고 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각 유파의 사부들과, 교관들이 모두 관장실에 모여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뇌선.”

“관장, 여기 분위기가 왜 이래?”

“방금 배신자에게 본보기를 보였습니다.”

“아, 방금 귀 빠진 애? 뭘 잘못했는데?”

“생도 한 명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양인데······돈을 받고 그 괴롭힘에 동참했습니다.”

“요즘 애들이란. 나이도 열다섯이나 먹은 놈들이 유치하긴. 무슨 괴롭힘?”


관장은 교관들에게 보고받은 내용을 말해줬다.

생각보다 사안이 심각했다.

달리기 중에 발을 걸어 넘어트리거나······.

무공 이론서에 낙서를 잔뜩 해놔서 도저히 알아먹질 못하게 하거나.


물론 백우진은 발을 걸려는 것은 초월 시야로 앞서 읽고 피해버리고.

이론서는 꿈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 별 피해는 없었지만.

관장이 그것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뇌선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숙면공자니까, 백귀야행이 아니었으면 진작 떨어졌을 놈이 운이 좋아서 들어왔으니까.

괴롭히는 건 이해한다.

어디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데 이유가 필요하던가.

그런데 금자 1개라는 거금을 주면서까지 괴롭힌다는게 말이 되나?

그건 명백한 낭비였다.


뇌선은 꺼림칙함을 느꼈다.

5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는 숙면공자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을 것 같지도 않은데······.


‘백류성이 있었군. 그 녀석의 부하가 백우진에게 죽었으니. 아니, 여전히 아니야.’


뇌선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해가 안 간다.

그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다.

백류성이 백우진에게 보이는 이 집착의 이유는 무엇일까?

뇌선이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관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귀야행 때문에 안 그래도 골머리가 아픈데 별······. 이 일은 발원본색하여 주동자를 확실하게 잡아내겠습니다.”


그 때, 발언권을 달라는 듯  손을 드는 뇌선.

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하십시오.”

“관장, 백우진에게 물어보는게 순서 아닌가? 백우진이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 거창한 처벌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일리있는 말이었다.

차라리 뇌선의 말대로 백우진에게만 보상을 해주고, 조용히 넘기는 것또한 방법 중 하나.

수신관 입장에서도 이 쪽이 편했다.


“내 생각에 백우진은 주동자 처벌보다는 보상을 원할 것 같군.”

“좋은 말씀입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죠.”


관장은 교관과 유파 사범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이 기린아를 찾고 있다는 사실, 내가 잘 압니다. 이번 백귀야행 때 손을 쓰지 못한 것도 다 기린아 때문이죠.”


기린아는 항상 끔찍한 고난 속에서 등장했다.

단리무원은 ‘수신관 폭동 사건’을 이겨내고서 혜성처럼 떠올랐고.

이혁준은 ‘만월 참사’에서 살아남고서, 광마라는 별호를 얻었다.


다른 생도에게는 끔찍한 재앙이었지만.

두 기린아에게는 재앙이 기연이 되었다.

두 사건을 겪지 않은 기린아는 상상도 가질 않았다.

교주는 이번 기린아도, 고난을 이겨내고서 우뚝 서는 것을 바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백우진 생도는 기린아가 아닙니다. 내공을 쓰지 못하는 몸이니까요. 설령 혈도 뚫기가 완료되어도, 다른 생도들에 비해서 입문이 늦은 만큼 성장이 뒤쳐질 확률이 높습니다.”


내공은 체급이다.

사마귀를 고양이로, 고양이를 호랑이로 만들어 주는 것이 내공이다.

아무리 단련된 사마귀라도, 고양이의 앞발질 한번이면 죽어버리고 만다.

혈도가 탁기로 막혀있을테니, 제대로 된 심법도 익히지 못했을 백우진이다.


설령 천부적인 내가기공의 재능과 믿을 수 없는 의지력으로 혈도를 뚫어낸다고 해도.

백우진은 사마귀이고.

다른 생도들은 고양이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단 말이다.


“허나 보십시오······.”


관장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허나 보십시오! 백우진이 강해지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아직 15살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한참 어린 애송이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잃고. 백귀야행이라는 산을 넘고. 동기들에게는 괴롭힘을 받으며. 그럼에도 강해지려 하고 있습니다. 나조차도 백우진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자신이 없군요. 네, 알고 있습니다. 기린아를 잘 키워내면 다시 한번 수신관의 이름을 빛내고. 신교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겠죠. 허나 저는 도저히 백우진에게서 눈을 돌릴 수 없군요······.”

“관장님, 그 말씀은?”

“특혜라고 욕을 먹어도 좋습니다. 형평성의 문제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기린아보다도 백우진을 키울겁니다.”


그 말에 장소에 있는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기린아 말고 백우진을 키우겠다는 말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형평성의 문제를 감수하겠다는 말이었다.


지난 10년간, 관장은 그 어떤 뒷배가 있는 생도도 다른 생도와 똑같이 대하지 않았던가.

그 철의 규칙을 스스로 깨겠다는 선언이었으니, 좌중이 놀라움에 빠질 수 밖에.


“물론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신경쓰지 말고, 부디 기린아 탐색에 힘 써주시길.”


관장의 표정에는 아직까지도 망설임이 서려있었다.

기린아의 가치가 무엇인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미련이 남는것이다.

뇌선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몰래 미소지었다.


‘네가 기린아보다도 열렬히 사랑한다는 그 백우진이, 사실은 기린아인데 말이지.’


관장의 안목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

한번 나오면 시대를 뒤흔든다는 기린아의 정체가.

사실은 혈도가 꽉꽉 막힌 반푼이라고 예상하려면 많은 상상력이 요구될테니 말이다.



•••


당연히 백우진은 처벌보다는 보상을 원했다.

따돌림을 주도한 건 십중팔구 백류성인데, 이 정도 죄로 퇴관 당할리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생도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백우진이 가지는 감상은.

‘단련하는데 방해되는 군.’ 정도였다.


그의 인생은 이미 지옥이다.

백우진에게서 분노를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을 빼앗긴 자에게서는,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으니.


15살 애송이들의 따돌림?

어림없는 소리다.


그 자신이 따돌림을 별거 아니게 여겨서일까.

백우진은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오늘부터 여기서 생활하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가 백우진 생도의 전담 시비로 붙을겁니다.”


백우진의 전담 시비, 나영은 품행이 나긋나긋한 여성이었다.

대강 사정은 들었다.

지난 며칠간 방 청소가 안 된건 시비 하나가 돈을 받아먹고 괴롭힘에 동참한 것이라고 한다.

그 시비는 귀를 찢긴 다음 쫓겨났다나.


“그 여자는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운데. 금자 하나에 평생 직장을 걸다니.”

“동감이옵니다. 시기도 최악이었습니다.”


관장은 백귀야행 때 수많은 생도가 죽어서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니 말이다.


시비가 저지른 배신의 보상이라며 주어진 것이······이 으리으리한 연무동(硏戊棟)이었다.

백우진은 끝없이 늘어진 연무동의 그림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연무동은 일류 무사에게만 지원되는 것으로 아는데.”


수신관은 생도들이 없을 때는 신교 무사들의 단련장이 된다.

그중에서도 연무동은 일류 이상의 무사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이다.

생도들의 기숙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방과, 마음껏 무공을 단련할 수 있는 석관.

거기에 각종 무공이 모여있는 비급 서재까지!


물론 생도들이 들어온 지금, 수신관을 이용하던 무사들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

이 넓은 연무동이 오롯이 백우진 차지였다.


“본래는 일류 무사에게만 지원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보상이 되는 것이죠.”

“무슨 말인지 알겠군.”

“관장께서 직접 사과를 전하지 못하는 것에 유감을 표하셨습니다. 식사도 이 연무동에서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서제를 이용하실 때는 저에게 미리 말씀해주시길.”

“서제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다만 하루에 한 시경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용 가능한 서제는 3급 서제 뿐입니다.”


사실 3급 서제를 이용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려였다.


“석관은?”

“물론 이용할 수 있으십니다. 애초에 연무동을 내어주신 이유가, 석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드리기 위함이니까요.”


‘······학장이 내가 혈도를 뚫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군.’


석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좋은 소식이었다.

기숙사에서처럼, 소리가 세어나갈까 봐 재갈을 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니.

지금까지 부셔 먹은 재갈만 4개였다.


백우진은 당장 석관에 들어갔다.

오늘은 혈도 뚫기에 앞서서, 엽모의 눈알을 먹어야 했다.

어머니가 요괴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

산해경에 따르면, 엽모의 눈알은 먹어야 하는 주기가 따로 있었다.


첫 번째 눈알을 먹은 지 5일 뒤에 두 번째 것을 먹고.

두 번째 것을 먹고 3일 뒤에 세 번째 것을 먹는 식.

그리고 오늘이 딱, 엽모의 눈알을 먹고 5일째 된는 날이었다.


소중히 보관해놓은 엽모의 눈알을 펼치자, 수분이 다 빠져나가 말라비틀어진 눈알이 나왔다.

수분이 빠져 흰자가 검은자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혈관이 도드라져 기분 나쁜 모습이었다.

백우진은 망설임 없이 엽모의 눈알을 씹었다.


동공이 터지며 특이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말린 포도 맛이었다.

수분이 거의 없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는게 고역이었다.


‘변화를 확인해볼까.’


백우진은 청홍검을 손으로 잡고 스윽──그었다.

손바닥이 활짝 열리며 그 사이에서 피가 흘렀다.


잠시 정귀광의 시체에서 얻은, 질풍류의 비급서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두시진 정도 지나자 상처가 아물었다.

백우진은 오른손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엽모의 눈알을 하나 먹었을 때, 손가락의 베인 상처가 낫는데 세시진 걸렸지.’


이번에는 훨씬 큰 상처임에도 더 빠르게 재생되었다.

산해경에서는 엽모의 눈알의 효능에 대하여.

재생능력이 올라간다고만 쓰여 있었다.


백우진은 그 두리뭉실함이 마음에 안 들었다.

꿈 속에서 자신의 몸으로 실험해가며 엽모의 눈알의 정확한 효능을 알아냈다.

그 결과.

엽모의 눈알이 늘려준다는 재생능력은, 단순히 상처가 아무는 속도만을 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심폐 지구력.

몸이 품는 활력.

근조직 재생력.


엽모의 눈알은, 육체가 손상을 회복하는 전반적인 속도를 상승시켜 줬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지금까지 백우진은 혈도를 뚫는데 적당한 선을 지키고 있었다.

혈도의 손상을 최소화 할 정도로만 내공을 운용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다.


‘혈도 뚫기에 더욱 속도를 올려도 되겠어.’


백우진은 씨익 웃으며.

스스로 제 살을 깎는 끔찍한 단련.

즐거운 자해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비명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은 석굴, 옆방 생도의 잠을 깨울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장소였으니까.



•••


그날 새벽, 석굴 앞을 지나던 나영이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았다.

석굴안에서 들리는, 처절한 비명 때문이었다.


‘관장님에게 미리 언질을 듣긴 했는데······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야생동물에게 습격당하는 사람의 비명을 들은 적 있다.

그 여성은 내장이 잘근잘근 씹히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지금 백우진이 지르는 비명이 그에 비견할 만 했다.


‘향윤이는 참 멍청한 짓을 했구나. 저런 사람을 적을 자처하다니.’


대부분 인간은 스스로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야생동물에게 씹히는 고통을 감수할 정도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적은 얼마나 하찮게 여길지.

그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을지.


나영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주요공지※

드디어 절대검마 복수전이 투데이 베스트에 올랐습니다.
독자님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절대검마 복수전은 매일 오후 9시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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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누구를 기린아라고 착각한거야? +1 24.04.17 685 15 15쪽
21 기린아는 백우진이다. 24.04.16 711 13 15쪽
20 어디까지 강해졌는가 궁금했다 24.04.15 758 12 14쪽
19 내가 옳다. +1 24.04.14 760 13 13쪽
18 질풍이 밀려든다······. 24.04.13 806 12 16쪽
17 혈도를 뚫다 24.04.12 818 11 13쪽
16 기연과 만나다 +1 24.04.11 837 14 14쪽
» 백우진이 기린아가 아닐지라도 +2 24.04.10 789 16 16쪽
14 고통을 씹어삼키다 +1 24.04.09 881 18 13쪽
13 나를 은인으로 대했어야지. 24.04.08 812 15 14쪽
12 일다경(一茶頃)이면 충분하다 +1 24.04.07 845 14 15쪽
11 도륙하다 +3 24.04.06 828 15 14쪽
10 사냥꾼 사냥 +2 24.04.05 811 12 12쪽
9 학살하다 24.04.04 855 14 14쪽
8 숙면공자 사냥 +1 24.04.03 887 13 15쪽
7 너무나도 악(惡)한 발상 +1 24.04.02 901 15 15쪽
6 이거 치워. 24.04.01 91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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