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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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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54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3.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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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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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기린아(麒麟兒)의 등장

DUMMY

“당장 그 녀석을 실격 처리 해야 하오! ”


암월류의 호법 사자.

월선(月仙), 백겸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수신관 입학 전, 예비 생도 간에 살인이 일어난 초유의 사태.

덕분에 다섯 명의 호법 사자가 모두 모여, 백우진의 징계 위원회를 열었다.


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은 단현우.

백류성을 수행하며 암월류를 수련하던 아이 중 하나였다.

암월류의 수장인 백겸이 백우진의 징계를 주장하는 건 당연지사.


“아니, 실격 처리는 너무 자비가 넘치지. 그 녀석을 하옥하고, 감히 암월류의 무인을 죽인 죄를 직접 묻겠소!”


백겸은 교주의 첫째 아들.

차대 교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호법 사자들은 그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차만 홀짝였다.


‘허수아비를 진검으로 베었는데도,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지?’

‘무모해. 아무런 수련도 안 하고 수신관 시험에 나서니 그 꼴이 나지.’


교주가 직접 연무장에 내려가 그를 징벌했다고 들었다.

처절하게 온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던데. 


교주의 분노를 산 애송이다.

구태여 월선과 척을 져가며 그를 변호해줄 자는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서.

백겸이 분노하여 씩씩거거리는데.

누군가 손을 들었다.


“어이, 잠깐 멈춰보라고. 그건 너무하잖아? 백우진은 또래 5명에게 위협당했다고 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과잉 방어는 아니란 말이지. 잘못이 있다면 숫자만 믿고 까분 그 5명에게 있지 않을까?”

“뇌선······!”


백겸은 독고광을 묵묵히 노려봤다.


“당신께서 나설 줄은 몰랐군요. 언제부터 수신관 시험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흐흐, 자네는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아는 듯한 말투인데? 그렇다면 삼가 알려줬으면 좋겠군. 내가 도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응?”


능글거리며 받아치는 독고광.

백겸은 빠득, 이빨을 갈 뿐 뭐라고 대꾸하지 않았다.

경박하고 어디로 튈지 예상이 가질 않는 기인.

가끔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을 하는 바보.


그 바보가 동시에 신교 역사상 가장 늙은 나이에도 호법사자를 하는 이유는······.

강하기 때문이었다.


신교 내에서 무력으로 교주에게 가장 가까운 사내.

뇌선 독고광은 그런 남자였다.


“다섯이서 한 명을 겁박하다가, 그 다섯 중 하나가 맞아 죽었다. 글쎄, 반대의 경우였어도 그리 동정을 사진 못했겠지. 이곳은 강자 존의 일월성신교니까.”

“······못 들으셨소? 단현우는 내 사람이었소. 백우진을 그냥 수신관에 입관시키면 내 면이 서지를 않───!”


딱히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대전에 한 발짝.

정확히는 반 발짝 들였을 뿐.


“애도의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로구나, 아들아.”


그것만으로, 다섯 명의 호법 사자는 전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씻고 나온 듯, 아직 물기가 묻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 남자가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에 입던 곤포 대신, 편안한 백의를 입은 모습이었다.


들끓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감히 신의 면전에서 웅성거리는 이는 없었다. 

해야 할 일을 착각하는 이도 없었다.

가장 최연장자인 뇌선이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신교 만만세! 교주님의 존안을 뵙습니다!”

“신교 만만세! 교주님의 존안을 뵙습니다!”


호법 사자들의 연호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교주는 천천히 걸어갔다.

자리에 앉은 그가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

호법 사자들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

백겸이 경악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교주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입관 시험에 재미있는 녀석이 있더군. 이렇게 들뜨는 게 얼마 만인지.”


순간, 턱을 괸 교주의 얼굴에 미소 비슷한 게 떠올랐다.

호법 사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교주의 앞만 아니었다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지, 지금 웃으신 건가?’

‘도대체 입관 시험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교주님이 관심을 보이신단 말인가?’

‘제일 성적이 좋은 건 암월류, 백류성이었어. 설마 그 녀석이?’

‘기린아, 기린아의 등장이다!’


교주의 한마디는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았지만.

일월성신교에 태풍을 불러올 만한 한마디였다.

호법사자들이 저마다 주판을 튕기고 있는 사이, 교주가 백겸을 바라봤다.


“아들아.”

“네, 교주님.”

“네 목소리가 저 밖에서도 들렸다. 네 아들의 부하가 약해빠져서 유감이구나.”


교주는 회의장 선반에 올려진 포도를 씹으며 물었다.


“어째서 언성을 높였느냐. 혹 네가 그 아이들더러 백우진을 습격하라고 명령했느냐.”

“제 명령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가 죽은 것을 누구도 암월류의 허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네 명령으로 죽은 것도 아니니까. 이제 모두가 그것을 허물로 여기겠구나. 네가 화를 낸 덕분이다.” 

“······.”


백겸은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교주는 이내 아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모인 김에 호법사자들에게 몇가지 보고를 듣고서 회의를 파했다.


모두가 나가고 불이 꺼진 편전에서, 교주는 혼자 상념에 빠졌다.

백우진, 언젠가 다시 이름이 들려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듣게될 줄은 몰랐다.


단현우의 시체는 살피고 오는 길이다. 

교주 정도의 무인은 시체만 보고도, 백우진과 단현우의 싸움을 그릴 수 있었다.


단현우의 몸통에는 타격에 의한 상처가 없었다.

몸통을 때려봤자 제대로 된 충격을 주지 못하리라 판단했겠지.

백우진은 키가 큰 단현우를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 파고들었으리라.

부족한 타격력을 보충하기 위해 돌을 들고, 무릎을 가격해 턱을 사정권에 넣었다.


그리고 박치기.

단현우의 코가 깨졌지만 백우진도 이마가 박살났을거다.

신경쓰지 않고서 턱을 가격. 가격. 가격······. 


방법도 모르고, 멋대로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곧 손목이 나갔겠지.

아릿한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서 휘두른다.

가격. 가격. 가격······.

상대방이 비명을 지르든 자비를 구걸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백우진이 단현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칼같은 상황 판단 능력에 더불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집요함과.

그 손속의 단호함 덕분이었다.


“허, 아무리 그래도 내력 없이는 설명이 안되는 움직임인데.”


드물게 교주의 표정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는 사건이 있기 고작 몇시간 전에 백우진의 혈도를 살폈다.

혈도를 청소해주기는 했다만, 아직까지는 내공을 사용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만약, 교주에게 비견될만한 내가기공의 정밀함이 있다면.

혈도의 탁기를 피해 내공을 운용할 수도 있겠지.


교주는 피식 웃었다.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던가.


“비밀이 많은 녀석이로군.”


교주는 희미한 열다섯의 기억을 떠올렸다.

백우진과 같은 나이. 


‘그 때 어떻게 싸웠더라.’


전쟁터에서 덜컥 겁을 먹어 도망치다 잡졸에게 등을 베였지.

심지어 그 때는 나름 무림인이라 자부하던 시절인데도 그렇다.


교주의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독도 마셔보고, 불꽃에 온 몸을 덮쳐져도 보고, 빙공에 당해 온 몸이 얼어붙었던 적도 있다.

허나 제일 아팠던 상처는 바로 그 15살 때 베인 등의 상처였다.

그 때의 교주와 백우진.

똑같은 15살인것이 퍽 신기하게 느껴졌다.


활짝 열린 창 사이로 달빛이 쏟아진다.

가을바람은 밤이 되니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살랑였다. 


강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더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것 뿐이다.

죽거나, 강해지거나. 

강호인에게 준비된 결말은 그 두가지 밖에 없다.


백우진은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도전하여, 승리했다.

그는 강해질 자격이 있었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끼며, 교주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


그 시각.

각 유파에는 비상령이 떨어졌다.

교주가 이번 기수의 생도를 언급했다.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허나 교주가 수신관 입관 시험에서 관심을 보였을 때.

그 생도는 반드시 일월성신교의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다.


교주가 수신관 입관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두 번.

21년 전.

귀족의 아이로서 수신관에 입관한 소년은.

최연소 호법사자가 되었다.

우선(雨仙) 단리무원.


12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턱대고 수신관 입관에 지원했던 소년은.

호법사자 하나를 죽이고 교를 탈출했다.

광마(狂魔)이혁준.


편전에 있던 호법사자들은, 이름들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신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의 탄생 이후로, 사람들은 교주의 언급을 받은 생도를 이렇게 부른다.

기린아(麒麟兒), 라고.


교주가 입관 시험을 언급했을 때.

호법사자들의 눈에 경악과 희열이 가득찼다.

당장 유파로 돌아간 그들은 제자들을 닥달하기 시작했다.


“교주님께서 생도를 언급하셨다. 기린아가 나왔어! 마지막으로 수신관에서 기린아가 나온지 10년! 이번에는 질풍류가 손에 넣는다!”

“이번 기수에 우리 현운류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 빌어먹을 암월류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절호의 기회다! 모두들 정신 똑바로 차려!”


모든 유파가 긴급 소집하여 수신관 입관 시험에 참석한 모든 생도를 분석하던 와중. 

암월류의 호법사자, 백겸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았다.


이번 기수의 기린아는, 백겸의 아들.

백류성이다.

다른 생도일 수가 없다.


‘역시 아버지는 대단하시군. 설마 류성이가 숨겨놓은 ‘그것’을 간파하신건가······.’


확신을 더해주는 건 교주의 태도였다.

교주는 기린아를 언급하는 한 편, 백겸의 면을 구겨놓았다.

이미 기린아라는 큰 선물을 줬으니, 그 이상 바라지 말라는 뜻이었겠지.


만약 교주가 백겸의 편을 들어 백우진을 처벌했다면.

안 그래도 기린아를 배출하여 더욱 세력이 커질 암월류가, 교의 권력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으니 말이다.


“기린아는 모두 입관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이지는 못했지. 처음으로 입관 시험에서 1위를 거머쥔 생도가, 기린아 자리마저 차지하겠구나.”


신교의 문파 중 가장 높은 암월류의 전각에서는 다른 유파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한 밤중에도 불이 켜지고 분주한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백겸은 승리감을 만끽했다.


백류성이 기린아가 된다면, 걱정은 없다.

이제 본래 하려던 일에 집중할 수 있겠다.

백우진이 무공 단련을 그만두게 만드는 일에.


오늘, 교주가 '네가 시켰냐'고 물었을때, 백겸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것은 거짓이다.

백우진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수신관 시험을 못보게 만들라고 아들에게 명한 건, 백겸 자신이었다.


'백우진이 이대로 무공을 단련하게 둬서는 안된다.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고 들테니.'




뇌명류 직전제자, 진은하는 태평한 독고광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유파는 온통 불이 환하고 떠드는 소리로 부산스럽건만.

독고광은 호수를 바라보며.

무려 한잔 걸치는 중이었다.


“사부님······다른 류파는 지금 기린아가 나왔다며 난리입니다. 술이 넘어가십니까? 왜 우리 문파는 아무것도 안하는겁니까?”


호수를 보며 싱글벙글 웃던 독고광의 얼굴에서.

순간 미소가 싹 달아났다.

그는 진은하를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너, 너. 기린아가 누군지 모르는거냐? 연무장에 있었는데도?”


오히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진은하.

독고광이 이마를 탁 쳤다.


‘그러고보니 다른 직전제자들도 몇명 있었을텐데. 숙면공자가 기린아라는 걸 못 알아봤군.’


초절정에 이르지 않으면 의념에 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후의 경지를 딛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

그렇다곤 해도 아둔한 제자에게 한숨이 나오는 상황.


“······그래서, 안 찾으실겁니까? 기린아.”

“왜 찾느냐? 누구인지 알고 있는데.”


독고광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고작 15살의 나이에 의념을 다루는 재능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


‘한번 만나볼까? 숙면공자.’


뭐, 제깟놈이 영약이랑 좋은 검 몇 개 던져주면 제자로 들어오지 않고서는 못 베길 것이다.

누군지 알려달라는 직전제자의 이마를 밀어내며, 독고광은 씨익 웃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악동의 웃음이었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채.

이번 기수의 수신관에 신교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다음화는 월요일 16시 35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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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기린아는 백우진이다. 24.04.16 713 13 15쪽
20 어디까지 강해졌는가 궁금했다 24.04.15 760 12 14쪽
19 내가 옳다. +1 24.04.14 762 13 13쪽
18 질풍이 밀려든다······. 24.04.13 807 12 16쪽
17 혈도를 뚫다 24.04.12 819 11 13쪽
16 기연과 만나다 +1 24.04.11 838 14 14쪽
15 백우진이 기린아가 아닐지라도 +2 24.04.10 790 16 16쪽
14 고통을 씹어삼키다 +1 24.04.09 883 18 13쪽
13 나를 은인으로 대했어야지. 24.04.08 814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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