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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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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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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작성
18.04.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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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검은 하늘(2)

DUMMY

금요일.

일전에 클리어 했던 슬라임 던전에 다시 한 번 다녀왔다.

인기가 많은 던전은 리젠 시간마다 헌터들이 자기 차례를 예약해놓기 때문에 진작 움직이지 않으면 꽤나 기다려야 했지만 그건 워낙 클리어하기 귀찮은 던전이라 아주 한산하여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같은 방법으로 클리어 했으나 역시 특별 클리어 보상은 들어오지 않았다.

“하아.”

방으로 돌아온 나는 생명석을 꺼내들었다.

D급 생명석은 한 번에 여러 조각을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만한 크기의 조각을 하나로 쳤기 때문에 100개 넘게 획득한다고 해서 많은 게 아니었다.

게다가 D급은 그 질이 낮기 때문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섭취해야 했다.

생명석을 섭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게임처럼 손에 쥐고 ‘흡수’라는 명령어를 인식하면 정말 빛이 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동물인가?

유희를 아는, 놀고 싶어 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직접 삼켜보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게 의외로 맛이 괜찮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차르륵.

호텔 측에서 제공한 고급 와인 잔에 한 끼 분량의 생명석을 담아냈다.

“그 중에 또 하나는 물에 섞을시 깔끔하게 녹아내린다는 것.”

생명석은 인벤토리에 넣어 다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잘못해서 물에 닿아 녹아내린다면 헌터에겐 끔찍한 일일 터이다.

마찬가지로 호텔 측에서 제공한 고급 와인을 잔에 가득 따랐다.

-쪼로록.

붉은 와인에 잠긴 생명석은 곧 녹아들어 사라졌다.

“이러면 뭐 괜찮겠지.”

이제까진 ‘흡수’로 얌전히 처리했지만 나도 한 번쯤은 이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단지, D급은 그 맛이 딸기를 믹서기에 갈아서 아무런 첨가제도 없이 내놓은 맛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와인에다가 섞었다.

“급이 올라갈수록 달콤하고 맛있어진다지?”

S급 헌터의 말에 따르면 S급 생명석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없어서 못 구한다는 게 문제라 A급으로 참는다고.

“염치불구하고 찬일 씨한테 부탁해볼까.”

S급 헌터인 박찬일이라면 A급 생명석 정도는 있을 것이다. 맛이 궁금하다면 얼굴에 철판 깔고 하나 정도 부탁해볼 수도 있다.

“뭐, 좀 더 친해지고 부탁해도 안 늦겠지.”

코팅해서 지갑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그의 사인이 묘한 신뢰와 기대를 불어넣어준다.

그나저나 확 광렙을 하는 바람에 슬라임 던전 하나 클리어한 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게 생겼다.

더 많은 경험치를 주는 던전을 찾을 필요가 생겼다.

토요일.

“아저씨. 준비 다 되었죠?”

“물론.”

미리 입고 있던 양복차림을 보여주었다.

“좋긴 한데, 머리가 그게 뭐에요? 만질 줄 몰라요?”

“어? 아니···”

“찬일 씨. 찬일 씨가 좀 만져 줘요.”

“알겠습니다.”

그는 나를 거울 앞에 앉히고 주머니에서 왁스를 꺼내더니 슥삭슥삭 머리를 만져주기 시작했다. 마치 이럴 걸 예상한 듯 물 흐르는 것처럼 매끄러웠다.

젠장, 왠지 부끄럽네.

“음음, 좋아좋아.”

그의 머리만들기가 끝나자 나유영은 만족한 듯 연신 끄덕거렸다.

“영 익숙하지가 않네.”

앞머릴 부드럽게 들어 올린 스타일은 난생 처음 해보는 거였다.

거울을 보니 양복과 어우러져 그럭저럭 어울린다는 느낌이 나는 게,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함을 새삼 절실하게 느꼈다.

“익숙해지면 되요. 자, 가요.”

우리는 약속장소인 부가티 호텔의 파티룸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오, 유영 씨네. 잘 지냈어?”

“안녕, 유영아~”

많은 사람들이 나유영을 반겨주었고 그녀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인기인의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냈다.

뒤쪽에서 뻘쭘하고 서있던 나는 상대의 면면을 살피며 놀라느라 바빴다.

선날의 이신혜, 바위손 강철호, 미스트 이영훈···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저들은 헌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세를 떨치는 A급 헌터들이었다.

엄청난 인물 리스트구만.

물론 여기서 끝나면 섭섭한 노릇이었다.

“헉!”

꼼꼼하게 얼굴들을 살피던 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릴 흘리고 말았다.

바로 S급 헌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정원석.

‘갓 핸드’라는 상당히 거창한 이명을 달고 있는 인물이었다.

“와줬구나. 정말 고마워.”

정원석은 나유영을 보자마자 잰걸음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다. 나유영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때마침 시간이 비어서요.”

“하하, 그래서 더 고맙다는 거야.”

나유영이 슬슬 인사를 끝낼 쯤, 정원석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아, 쟤 파트너에요.”

그 말에 파티장에 있던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헐, 파트너라고? 미스테리어스인 네가?”

“생긴 건 그냥 보통인데. 흐음.”

“어디서 큰 녀석이지? 본 적 없는 얼굴인데.”

모두들 내 주위로 몰려들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미스테리어스···는 나유영의 이명이었다. 진작부터 슈퍼루키로서 주목 받았지만 능력이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서였다. 이 점은 내가 오크 던전에서도 인식한 것이기도 하다.

“안녕하십니까.”

혼란함 속에서 S급 헌터인 정원석이 다가왔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며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 자리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저 남자인 모양이었다.

“예, 안녕하십니까. 이재호라고 합니다.”

“이재호?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유영이의 파트너라고요?”

이 자리엔 박찬일이 없었다. 경호원은 바깥에서 대기였으니까.

나는 나유영의 얼굴을 흘낏 보았다.

“······.”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얼굴.

“파트너가 맞습니다.”

“호오, 여러 번 강조하게 되지만, 역시 본 적이 없는 얼굴이네요. 아무래도 A급 정도 되면 서로서로 아는 사이가 되니 말입니다. 혹시 클래스가 어디신지?”

끙··· 올 게 왔군.

사실 이런 대목을 가장 경계하였고 오기 싫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거였다.

하지만 마음먹지 않았는가.

“D급입니다.”

“D? 후, 후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내 헌터 등급을 듣자 나사 하나 빠진 사람마냥 웃어재끼던 정원석이 별안간 뚝 멈추었다.

“그러셨군요. D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알파벳이지만 유영이가 데려왔으니 뭔가 있다는 거겠죠. 뭐, 능력이 뭔지 묻지는 않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업계의 불문율이자 상도덕이란 게 있으니까요.”

정원석은 짝짝 손뼉을 쳤다.

“자, 모두들 파티를 즐깁시다. 제가 마련한 이 자리는 누군가에게 의문을 재기하고 추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니까요.”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거두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유영아? 이쪽으로 와.”

“네.”

파티장의 한가운데로 나유영을 이끈 그는 웨이터가 가져다 준 와인을 내밀었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재호 씨도 드시겠습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

와인을 입에 대자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혀에 확 올라왔다.

“후후후, 어떻습니까? A급 생명석을 섞어서 만든 최고급 와인입니다. 사실 S급으로 최고의 대접을 하고 싶었지만 그건 저도 구하기가 힘든 녀석이라서요.”

“맛이··· 정말 좋군요.”

뭔가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마시게 됐다.

생명석을 섭취한다고 해서 정신력이 상승한다거나 기운이 충만해져서 없던 힘이 증가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헌터가 헌터로서 있기 위해 정기적으로 먹는 ‘음식’ 같은 존재였다.

등급에 따라 정해진 양이 있을 뿐이지.

“오늘은 달이 떠서 야경이 한층 돋보이는군요.”

그는 나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멋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그, 그러네요.”

뭔가 전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달리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전형석이었다.

“파트너라고 하셨죠? 어쩌다가 그녀와 만나게 되었습니까?”

“아, 그건 제가 얘기해도 되죠? 형석 오빠.”

“응? 뭐, 상관은 없지만.”

전형석이 몸을 돌려 나유영에게로 갔다. 나는 그 모습을 슥 돌아보고 다시 야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억에 남을 만큼 맛 좋은 와인을 마시면서.

윗물에서 노는 헌터들은 이런 식인건가.

S급 헌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 아마 그들을 중심으로 뭉치는 A급 헌터 무리가 있을 것이다.

S급 헌터들은 그들을 데리고 서로 경쟁할 테지.

이 자리에 와서 든 생각이었다.

“사교파티 같은 건가.”

우두커니 서있어 봤지만 아무도 다가오는 이가 없어서 정원석과 나유영이 대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한 권 분량의 1/3 정도 연재한 것 같습니다. 슬슬 떡밥을 회수해야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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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검은 하늘(1) 18.04.18 1,436 19 8쪽
11 특별한 사냥(4) 18.04.17 1,447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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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기와 도약(1) 18.04.12 1,800 25 9쪽
5 각성(4) +1 18.04.11 1,925 26 11쪽
4 각성(3) 18.04.10 1,966 30 11쪽
3 각성(2) 18.04.10 2,012 29 8쪽
2 각성(1) 18.04.10 2,260 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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