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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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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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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작성
18.04.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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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특별한 사냥(4)

DUMMY

준비, 라고 해도 활동성 좋은 복장으로 갈아입고 며칠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을 챙긴 가방을 짊어진 게 끝이었다.

로비로 나가니 이미 나유영과 박찬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요, 아저씨. 숙녀를 기다리게 하면 어떻게 해요?”

“숙녀? 풉. 아, 미안.”

“···찬일 씨? 오크 사냥할 때 실수하는 척 하면서 죽여 버려.”

“알겠습니다.”

“야! 대놓고 살인청부 하지 마!”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은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그런데 나 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 거냐?”

“네. 아저씨는 뒤에서 에너지바나 뜯으면서 누워있으세요. 저랑 찬일 씨가 깨끗하게 청소할 테니까요.”

“흐음.”

던전은 춘천에 있는 C급 오크 던전이었다. 당연히 유칼리의 소유인.

본래 안내 데스크에서 확실한 검증절차를 밟지만 대주주 중 하나이자 오너 일가인 나유영의 등장에 별다른 과정 없이 빠르게 통과했다.

입장 확인 메시지를 거쳐 우리는 C급 오크 던전에 진입했다.

새파란 기운이 가득한 어두컴컴한 동굴.

죽음의 위기에 쳐했던 카르사스의 미궁과 비슷한 느낌이긴 했지만 여긴 단순한 던전이라 길을 헤멜 걱정은 안 해도 됐다.

“자, 가요.”

“네, 아가씨.”

박찬일이 가장 선두에 섰고 나와 조금 떨어진 옆에서 나유영이 걸었다.

“저는 이 던전을 한 번 클리어 해봤어요.”

“그야 그렇겠지.”

A급 헌터인데.

“사실 데뷔전을 치른 곳이기도 하죠.”

데뷔전이라 하면 헌터가 헌터계에 출사표를 던지며 최초로 클리어한 던전을 말한다. 나의 경우엔 카르사스의 미궁이 되려나.

나유영은 어딘가 서글픈 얼굴이 되었다. 데뷔전이라는 단어와 현재 나유영의 위치를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아저씨.”

“어?”

“꼭 강해지셔야 해요.”

“어어.”

“그리고 강자라면 말이죠. 인성까지 갖춰야 해요. 노블리스 오블리제 알죠? 저도 한 사업가로서···”

사업가 정신이니 뭐니 진정한 강자는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그런 군자 같은 면모를 가져야 한다는 뜬구름 잡는 소릴 해대기 시작했다.

“아가씨. 오크가 근처에 있습니다.”

박찬일이 주의를 줘서야 겨우 멈췄다. 지루한 설교를 듣느라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던 나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구워어어!”

오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는데 코를 꺽꺽 들이키는 소리랑 비슷했다.

정찰을 하던 오크 세 마리가 박찬일을 발견하고 멀리서 달려왔다.

각자 손에는 바위로 만든 조악한 형태의 몽둥이를 들고 있었는데 저래 보여도 잘못 스치면 바로 골로 간다.

뭐, B급 이상의 오크들은 중무장을 하고 제련된 무기를 쓴다고 하는데.

“크어어!”

좋은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기세를 내뿜으며 달려온 세 마리의 오크가 박찬일을 포위했다. 그리고 그들은 별다른 망설임없이 몽둥이를 내려쳤다.

이대로 세 조각으로 뭉개지며 피투성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카카강!

몽둥이가 무언가에 막히며 튕겨내는 소리가 났다.

동네 마실 나가듯 쩔 해주겠다고 했으니 그만큼 이 던전은 껌이라는 거겠지.

그래서 나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오.”

박찬일의 능력을 제대로 보는 건 옥탑방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후후, 신기하죠?”

내 놀라움을 알아 챈 나유영이 잔뜩 콧대를 세우며 으쓱거렸다.

“나도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요. 보통의 능력은 직관성이 좋은 편인데 찬일 씨의 능력은 좀처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아저씨가 보기엔 어떤 것 같아요?”

“척 보기엔 ‘반사’ 같은데?”

“비슷하긴 하네요.”

“뭐야. 반사가 아니야?”

“네~ 그럼요.”

오크들은 주머니에 두 손을 모두 찔러넣은 자세의 박찬일에게 땀나도록 방망이질을 했지만 모두 튕겨나가기만 할뿐 속수무책이었다.

-우두둑, 콰직.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미동도 없는 박찬일의 주변에 있던 오크 세 마리의 몸뚱아리가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피를 뿜으며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사기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손가락질을 해댔다.

“도대체 뭡니까!”

“사기라뇨. 엄연히 능력인데요.”

“말도 안 돼!”

“후후훗.”

나유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찬일 씨의 능력이 진짜 좋긴 하죠. 괜히 S급 능력자가 아니니까요.”

“S, S급이라고?”

“네. 찬일 씨는 진작에 유칼리에 스카웃 되어서 제 경호원이 되었기에 유명하지 않을 뿐, 다른 S급 헌터들과 견주어도 결코 꿀리지 않아요.”

“와우.”

나는 박찬일에게 다가갔다.

“사인 좀!”

헌터라면 S급은 그야말로 대스타이자 동경하는 영웅이었다.

나도 헌터를 꿈꾸면서 S급 헌터들의 종횡무진 활약하는 영상이나 기록물을 수도 없이 봐왔다.

“돌아가면 해드리겠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한 그는 나유영에게 갔다.

“계속 전진할까요?”

“네. 단 이번엔 제가 앞장설게요. 저도 활약해서 저렇게 추종 받고 싶다고요.”

“그러시지요.”

“흥. 이미 S급 헌터를 본 내가 A급 헌터에게 만족할까보냐?”

“어라, 괜히 약오르게 만드네 이 아저씨.”

나유영은 보고만 있으라고 호언장담하고 앞서 나갔다.

“괜찮아요?”

박찬일에게 물으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유대가 단단하군요. 신뢰하는 사이라는 겁니까.”

“······.”

원체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 나유영과는 달리 나와 박찬일은 조용히 나유영의 뒤를 따랐다.

“자, 그럼 가볼까?”

몸 좀 풀어보시겠다는 뉘앙스로 중얼거린 그녀가 휙 손을 뻗었다.

-파칭.

거기서 소환된 것은 창이었다. 정확히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이다.

“하압!”

나유영은 동굴을 돌아다니면서 오크가 보일 때마다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나는 삼국지에서 여포가 되살아난 줄 알았다.

저 가녀린 체구의 이십대 여자가 두 손으로 창(방천극은 아니었지만)을 휘두르며 오크들을 도륙 내는 모습은 완전히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구억!”

꼴에 여자를 알아보는지 나유영이 보이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 오크들은 모두 피를 뿜으며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뭐, 박찬일의 공격에 죽는 것에 비하면 나아보였지만.

그렇게 천천히 오크들을 쓸어내며 전진하니 레벨 업을 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찬찬히 들려왔다.

나는 또 모조리 정신력에 투자할까 싶었으나 확실히 이런 상위 몬스터들을 때려잡을 기본적인 스펙 정도는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힘과 민첩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마침내 우리는 동굴의 마지막 공간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오크 대장과 조우했다.

보스방답게 오크 대장은 서른이 넘는 오크들을 데리고 있었고 다른 오크보다 덩치가 크고 흉포해 보였다.

그래봤자 똑같이 딸랑 몽둥이만 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여기가 C급 던전이라는 점에 충실했지만.

“찬일 씨는 가만히 있어.”

나서서 처리하려는 그를 말린 나유영이 창을 휘두르며 짓쳐나갔고 바람과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오크들을 정리해버렸다.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거센 회오리가 몰아치며 오크들이 제대로 거동을 못했고 창날은 그 두꺼운 오크의 근육도 두부 자르듯 갈라내버렸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확실히 그녀의 창 다루는 솜씨는 엄청났다. 무술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대충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단순히 무식하게 스펙을 앞세워 찍어 누르는 형태가 아니었다.

정교하며 절도 있고 부드러웠다.

과연 A급 헌터,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는데··· 이쯤에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눈치 챘다.

과연 저게 나유영의 고유능력인가?

뛰어난 실력에 수려한 창술, 인간을 초월하여 다수의 오크를 때려잡는 스펙이야 A급다웠는데 특별히 무언가 보인 것 같지가 않았다.

박찬일처럼 확실하게 ‘고유능력’이라고 인식될만한 게 안 보였던 것이다.

으음, 설마··· ‘힘을 숨김’ 뭐 그런 거야?

아, 이 얼마나 무서운!

나는 애써 망상을 떨쳐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과도한 넘겨짚기는 금물이다.

“아, 개운해. 몸 제대로 풀었네. 역시 몸 풀기에 오크가 딱 적당해.”

“수고하셨습니다, 아가씨.”

“찬일 씨도 수고했어요.”

나유영은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레벨 업 좀 많이 했어요?”

“으응. 5렙이나 업했어.”

“휘유, 많이 업 했네요. 다음엔 트롤 던전으로 갈까요? 거기서 쩔 받으면 거의 7~10렙 정도는 오르겠는데요.”

레벨은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한 경험치량이 많아진다. 지금은 이렇게 광렙을 하고 있지만 20렙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확연히 느려지게 될 터이다.

현재 확인된 최고 레벨은 55.

20레벨을 넘어가면 B급 헌터의 반열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진정한 경쟁은 그때부터 시작한다.

이미 주요 이득 포인트를 선점한 고레벨 헌터들이 후발주자들이 성장하지 못하게 견제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유칼리의 A급 헌터 나유영의 ‘쩔’을 받고 있으므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곧 10렙인가요?”

“응.”

하지만 역시 특별 클리어 보상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쩔만 받기보다는 따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돌아가죠.”

“그래.”

일단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 났다.


작가의말

약속드린 대로 연참 분량입니다. 이번 주부터는 일요일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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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기와 도약(1) 18.04.12 1,801 25 9쪽
5 각성(4) +1 18.04.11 1,925 26 11쪽
4 각성(3) 18.04.10 1,967 30 11쪽
3 각성(2) 18.04.10 2,013 29 8쪽
2 각성(1) 18.04.10 2,261 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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