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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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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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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작성
18.04.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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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특별한 사냥(1)

DUMMY

별다른 일 없이 호텔의 세련되고 깔끔한 욕실에서 몸을 씻고 아침과 점심까지 고급지게 해결하고 나니 박찬일이 노크를 해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침대에 앉아있던 나는 방으로 들어온 박찬일과 나유영을 맞이했다.

“부탁했던 물건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가 들고 온 가방을 탁 올려놓았다.

“와, 진짜로 준비하는 건 물론이고 이렇게나 빨리···”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군대가 여러모로 빈틈투성이란 거겠지요. 워낙 뒤가 구린 사람들이 많아서 공수해오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나유영은 자랑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딸칵.

가방을 열고 안을 확인.

“볼트 액션식 저격 소총 K14.”

“도대체 그걸 어디에 쓰려고 구해 달라 한 거예요?”

“뭐겠어. 고블린 잡는데 쓰려는 거지.”

“···정말요?”

“다 방법이 있어.”

“흐음.”

나는 가방을 닫으며 물었다.

“그럼 너는 그 던전을 어떻게 클리어하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할라 그랬죠. 정 뭐하면 그냥 귀환석으로 돌아가면 되고.”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나유영은 대화를 피하려는 듯 딴청을 피우며 방 주변을 구경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준비는 됐어. 지금 바로 갈까?”

“네, 그러죠.”

필요한 물건만 준비가 되면 거리낄 게 없었다. 던전 역시 유칼리의 것이었으므로 프론트에 대가를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찬일 씨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요.”

“어.”

생각할 거리는 아주 많다.

금수저가 흙수저와 굳이 파티를 맺을 필요가 있는가?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텐데 그것은 무엇인가?

A급 헌터가 어째서 이런 D급 던전에 와서 불필요한 수고를 하는 걸까?

뭐, 아무렴 어때.

다짐했듯 나는 이 여자를 이용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혹시 내 능력을 알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알았다면 내가 저격총을 구해달라 했을 때 그런 의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지.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예스.


<KS-9 구역의 D급 고블린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차원의 틈새를 지나 나와 나유영은 고블린 던전에 떨어졌다.

눈앞으로 펼쳐진 던전의 배경은 나무와 수풀이 잔뜩 우거진 산악지형이었다. 등반가라면 좋아할만한 복잡하게 엉킨 형태로 말이다.

이런 곳에서 고작 일곱 마리의 고블린을 잡아야 한다.

나는 상태창을 보는 척 하면서 ‘신의 공략집’이 제공한 던전의 맵을 확인했다.

셋과 넷으로 뭉쳐서 퍼져 있는 고블린들.

뭐, 이렇게 붉은 점으로 고블린 위치를 알려주는데 그냥 가서 잡으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여긴 탁 트인 평지가 아니다. 공략집 설명에 따르면 이놈들은 산등성이에 굴을 파서 꼭꼭 숨어 있는 형태였다. 이들이 맘먹고 숨어버리면 정말 잡기가 어려워지는 거였다.

“일단 이동하자.”

“어디 있는지 알아요?”

“대충은.”

“와, 어떻게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나유영에게 나는 검지를 흔들었다.

“영업비밀이야.”

“이재호 씨··· 아, 불편하네.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요?”

수풀을 해쳐나가며 앞서 걷던 나는 움찔했다.

“아저씨?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아직 20대라고!

“그, 그럼 뭐라고 부르는데요!”

“뭐, 뭐라도 있겠지!”

나와 나유영은 서로가 떠올린 그 단어를 목구멍 아래로 감춘 채 눈치싸움을 벌였다. 이건 서로가 먼저 꺼내기엔 낯이 간지러운 상황이었다.

오빠라고 불러줘!

···라고 쪽팔리게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저쪽 입장에서도 ‘오빠라고 부를까요?’라고 하기엔 쪽팔리겠지. 뭐, 성격에 따라선 다를지도 모르지만.

“오, 오저씨!”

“억지로 막 지어내지마!”

하여간 여자는 상대하기 까다롭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그 뒤를 나유영이 조용히 따라왔다.

“저기, 길이 복잡한데 잘 해쳐나가네요?”

이젠 ‘저기’인 거냐.

“군대에서의 경험 덕분이지.”

던전이 등장한 후로 군대의 훈련이 여러모로 강화되었다. 던전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만일의 경우 군대가 던전이 끼칠 어떠한 위협과 맞서 싸워야 했으니까.

그 중엔 이런 산악지형에서의 훈련도 있었다.

챙겨온 정글나이프로 질긴 줄기와 우거진 풀들을 베어내면서 차근차근, 맵에서 가리키는 위치로 이동하였다.

-쨍쨍.

따가운 햇볕이 초목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축축한 정글 속에서 저런 따가운 햇빛을 받으니 몸에서 질척한 땀이 흘렀다.

“하아, 하아 힘들군.”

“교대할까요?”

나는 물끄러미, 왜소한 체격의 나유영을 바라보았다.

“뭐, 뭐에요? 저 A급 헌터에요. 스텟 몰라요? 아마 제 근력 스텟이··· 더 높을 거라고요.”

“하긴. 그렇겠네.”

나이프를 건네주자 그녀는 척척 앞장서며 길을 뚫기 시작했다.

“어, 생각보다 잘하네?”

근력 스텟도 나보다 높은 덕인지 쉽사리 지치지도 않고 파파팍 나아갔다.

“흐흥, 물론이죠. 제가 한다고 맘먹으면 못하는 게 없어요.”

“재능충이었냐.”

이거야 원, 진짜 불공평하네. 빌어먹을 세상!

좀 더 걸릴 줄 알았으나 나유영의 활약으로 거의 3시간 정도 걸려 목적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고블린들이 숨어있는 토굴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더 안 가도 되요?”

“어.”

나는 지고 온 가방에서 작은 페트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참고로 인벤토리엔 던전에서 나온 물건들만 넣었다 뺏다 할 수 있었다.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걸까?

빈 페트병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뭐해요?”

내가 가만히 있자 이상하게 여긴 나유영이 다가왔다.

그래, 일단 지르자. 이게 나유영의 진심을 테스트하는 방법이 될 수가 있어.

마음을 먹은 나는 페트병을 내밀었다.

“야.”

“왜요.”

나의 기세가 담긴 말투에 나유영도 좀 경계하는 모습이 되었다.

“오줌 마렵냐?”

“네?”

갑자기 무슨 개소릴 하냐는 듯 벌레 씹은 표정을 짓는다.

큭, 강해져라! 강해져야 살아남는 거다! 무엇에든 강해져야 해!

“그,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이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한 키포인트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의 나유영.

“고블린들은 굉장히 변태 같은 것들이라서··· 여자 냄새엔 아주 민감하거든. 특히 오줌이 아주 강렬한 효과를 발휘하지.”

“헐.”

나유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과연,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젊은 여자한테 이런 소릴 하는 건···

부끄러움과 쪽팔림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차오른 나는 그냥 해본 소리라며 페트병을 거두려고 했다.

어차피 거부할 것을 대비해 다른 방법도 알고 있다.

“알겠어요.”

피 냄새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기, 하겠다니까요?”

몬스터라면 기본적으로 피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상처를 내서 채취한 피로···

“저기요!!”

“아, 깜작이야.”

“하겠다고요. 페트병 내놔요. 마음 바뀌기 전에!”

“어, 정말?”

“준비한 방법이 그거 아닌가요? 그걸로 고블린 유인해내겠다는 소리잖아요.”

“······맞다만.”

“기껏 준비한 회심의 방법을··· 망칠 수야 없죠. 던전에 왔는데.”

“···진짜 하는 거냐?”

나유영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소리 질렀다.

“네! 할 거예요!”

“으윽.”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한없이 약해진 나는 쭈그리처럼 쫄아버렸다.

“아저씨는 저기 가서 귀 막고! 코 막고! 눈 가리고 있어요!”

“야, 어떻게 한꺼번에 다 막냐.”

게다가 은근슬쩍 아저씨로 격하됐어!

“시끄러워요! 빨리 저리 가서 타조마냥 땅바닥에 쳐박혀 있으세요!!”

“예, 아가씨.”

나는 박찬일의 말투를 따라하며 구석으로 갔다.

“더!”

“예에.”

“더어!!”

“예에에에!!”

이러다간 고블린들이 우리가 지르는 소리 다 듣겠다 싶을 때 겨우 멈췄다.

잠시 후.

“자, 여기요.”

나는 그녀가 내민 페트병을 받아들었다. 겉모양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검은 봉다리로 꽁꽁 싸맸는데, 햇볕 때문이겠지만 상당히 따뜻했다.

“몰래 듣거나 한 거 아니죠?”

“날 어디까지 쫓아냈는데.”

“으으.”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은 좀처럼 식을 기세가 안 보인다. 빨리 마무릴 지어야겠다.

“이 정도 양이면···”

“보지 말아요!”

“어이쿠, 야! 기껏 고생해놓고 다 흘릴 뻔했잖냐.”

“닥쳐요! 닥쳐!”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저러는 걸까.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부끄러우면서도 감수하고 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일단 내가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긴 했다.

무언가 속셈을 가졌다고 의심되는 나유영이 과연 어떻게 행동할지 테스트하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거였다.

이러면 ‘믿음’ 쪽으로 추가 많이 기울게 된다.

흐음.

“아저씨.”

약간 훌쩍이는 느낌의 목소리로 나유영은 말했다. 이거, 너무 미안해지는데.

“저, 저걸로 고블린들을 유인해서 저격총으로 잡겠다는 거죠?”

“어, 으응.”

“···머리 진짜 좋네요. 아무도 그런 생각 못 했는데.”

공략집 덕분이지만.

“뭐, 머릴 굴리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지.”

나는 적당한 위치에 저격총을 설치했다.

“그럼 어디.”

스코프로 조준할 만한 위치를 확인한 후, 그곳에 가서 힘들게 얻어낸 소변을 주변에 흩뿌렸다.

“이제 고블린이 오는 걸 기다리면 돼.”

“그렇군요.”

흘끗 나유영을 살피니 어느새 평소의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단한 여자로군.

내심 그리 생각하며 조준 자세를 잡았다.

“와, 각 제대로 나오는데요?”

“군대에서 배웠다.”

뻥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보병이었던 내가 이런 총을 잡아볼 기회는 없었다.

그저 ‘신의 공략집’에서 저격총 사용법을 다운로드 받았을 뿐. 그 대가로 정신력 3을 소모했지만 하루가 지나면 회복된다.

자, 오기만 해봐라. 머리통을 날려주지.

유인책 정도는 다른 누군가도 생각했을 법 하지만 정작 이 넓은 곳에서 고블린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서 고생할 것이다. 기껏 유인책에 성공한다 해도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블린들로 인해 잠복하기도 까다로울 터.

그러니 저격총이 제격이다. 눈에 띄지 않는 이 먼 곳에서 조용히 녀석들을 처리한다.

주변의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집중을 하였다. 나유영도 눈치껏 입을 다물고 내가 뭘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거의 30분 정도가 지났다고 느껴질 때였다.

“나왔다.”

나유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는 스코프에 댄 눈동자에 힘을 주며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 가늠하기 시작했다.

나타난 놈들은 셋. 한 번에 다 나와 줬다.

문제는 어설프게 처리하면 동료의 죽음을 보고 재빨리 도망쳐 버릴 거라는 거였다. 고블린은 교활하고 이기적인 존재니까 말이다.

제일 뒤쪽의 녀석···

-픽!

미리 총구에 끼워놨던 소음기덕에 소리는 고블린들이 있는 곳까지 닿지 못 했다.

머리에 명중.

여자 오줌 냄새에 정신이 팔린 두 놈은 뒤에 서있던 동료가 바람구멍이 나며 쓰러졌는데 눈치를 못 챘다.

좋았어.

-픽! 픽!

짧은 틈을 두며 방아쇠를 당겼고 남은 고블린 두 마리도 어렵지 않게 처리하였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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