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51,903
추천수 :
619
글자수 :
174,136

작성
18.04.17 12:42
조회
1,560
추천
20
글자
8쪽

특별한 사냥(3)

DUMMY

[당신에겐 아주 귀중한 사명이 내려졌습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의 음성. 누구라도 들어봤을 법한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


[이제 우리의 희망은 그녀가 당신을 어떻게 이끄는가에 따라 달렸습니다.]


감미로우면서도,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운명의 톱니바퀴가 맞물렸으니 돌아갈 일만 남은 것입니다.]


대사가 어디 삼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진부함 덩어리라 좀 따분했지만.

이건 분명 꿈이겠지?

꿈을 꿔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그 느낌이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집중하면 의식이 얇은 막을 부수고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으리라.


[우리는 당신을 주목할 것입니다. 부디 잘 해내길 바랍니다. 할 수 있는 한 아낌없는 지원을 할 테니.]


신의 은총과 가호가 함께 하리.

마지막으로 그렇게 들렸던 것 같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시점에서 나는 잠을 깼다.

살며시 떠진 눈으로 창가로 넘어오는 아침 햇살을 흘기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잠자리가 달라지니 확실히 느낌이 좋아.”

좁디좁은 옥탑방의 성냥갑 침대에서는 좀처럼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는데 이런 좋은 호텔에서 고급진 침대를 쓰니 차원이 달랐다.

오랜만에 꿈을 꾸긴 했는데 이건 뭔 꿈이래.

“복권이라도 사야 되나.”

머릴 긁적였으나 곧 포기했다. 나는 그런 거와 안 맞았다. 이런 식으로 느낌 오는 꿈을 꿨다고 호들갑 떨며 복권을 샀다가 전부 나가리가 됐다.

그나저나 정말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죽음의 위기에서 각성하며 내 생에 최초로 던전 클리어라는 것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갑작스레 찾아온 A급 헌터와 목숨에 대한 위협··· 착실하고 빠른 성장에 반드시 챙겨야 할 숨겨져 있던 클리어 보상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나유영이겠지.

그녀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일을 서둘렀다.

오늘도 역시 함께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고블린 던전을 클리어 하고 하루 정도는 쉬면서 획득한 보상과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똑똑.

“일어나셨습니까?”

“예.”

박찬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침 식사를 한 뒤 바로 출발할 준비를 하라고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알겠어요.”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참, 박찬일 씨는 아침 드셨어요?”

“아뇨. 아직입니다.”

“모시는 분은요?”

“드셨습니다.”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나유영을 근처에서 모시는 저 사람과 친목을 다진다면 뭔가 주워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 같이 먹으러 갈까요? 이런 호텔에서 혼자 먹는 건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내 제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 했으나 표정이 워낙 단단해서 단순히 혼자만의 생각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섰다.

“그러도록 하죠.”

허용범위 안인지 내 갑작스런 제안을, 박찬일은 받아들였다.

다행이다. 거절당하면 어쩌나 했다고.

“오늘 아침에 자칭 신이라는 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꿈을 꿨어요.”

“네.”

대답이 너무 담담해서 헛웃음을 흘릴 뻔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이거 복권이라도 사야 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융통성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대답. 뭐, 딱히 기대한 것도 없었기에 가볍게 넘겼다.

“가죠.”

세면세족을 끝낸 뒤 호텔 측에서 제공해주는 실내복차림으로 방을 나섰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이랑 밥 먹으러 가도 되긴 한가 봐요?”

“원래는 안 되지만, 이재호 씨에 관해선 무엇보다 관대하게 처리하라는 아가씨의 지시가 있었기에.”

“···그래요?”

나는 박찬일이 싫지 않았다.

처음의 매서운 인상 및 특유의 무거움은 두려움과 경외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나를 구해준 것도 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편이었다.

“도대체 뭐가 목적일까요.”

감자와 야채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빵과 수프가 담긴 쟁반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아침의 호텔 식당은 상당히 한산한 편이었다.

“아가씨께선 이재호 씨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계십니다.”

생각 없이 중얼거리듯 툭 던지니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헌터이기도 하지만 아가씨의 본업은 사업가십니다. 당신에게 투자가치가 있다 판단하신 거겠죠.”

“그럴듯한 설명입니다만.”

역시 완전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내가 쓸데없이 민감한 거겠죠?”

빵을 집어 뜨뜻한 수프에 적셨다.

“···길에서 구걸하는 상거지가 알고 보니 초절정 고수였고 어쩌다 지나가던 주인공에게 기연을 주겠다는데 말입니다.”

“비슷하군요.”

내 개드립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저 사람도 참 대단하긴 한 것 같다.

“주제를 바꿉시다.”

꺼내봐야 대답을 찾을 수 없는 껄끄러운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오늘부터 해나갈 눈앞의 업무에 대해 논의하는 게 낫겠지?

“오늘 가기로 한 곳이 오크 던전이잖습니까.”

옥수수 수프에 적신 빵을 베어 무니 제법 맛이 있었다.

“네.”

어제는 내가 던전을 골랐기 때문에 이번엔 나유영이 골랐다.

나는 고블린 던전마냥 제대로 공략이 수행되지 못한 장소를 고르려 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 능력과 특별 클리어 보상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이 있어서 적절히 양보했다.

나유영이 아무리 신뢰가 가는 행동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모든 걸 덥석 말해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보석에 대해선 말해도 특별 클리어 보상으로 추가 스텟을 챙겼다는 사실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본래 자신이 가진 패는 신중하게 운용해야 하는 법이다.

“아직 저는 오크를 잡을만한 능력이 안 되는데 정말로 괜찮을까요?”

“걱정 마십시오. 이번엔 저도 함께합니다. 저와 아가씨께서 오크들을 처리할 겁니다.”

“완전 ‘쩔’ 받는 거잖아요. 다른 말로 버스.”

박찬일은 마른 빵을 수프에도 안 찍고 바로바로 뜯어먹으며 말했다.

“빠른 성장에 그만큼 좋은 것도 없죠. 높은 경험치를 수급하여 빠르게 레벨 업을 하는 것입니다.”

“흐음.”

“아가씨께선 기본적인 스텟 외의 특별한 능력이 이재호 씨의 진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기본 스텟만 높여주면 날아다닐 거라는 거죠.”

박찬일은 빵을 다 먹고 스푼을 들어 스프를 떠먹기 시작했다.

“오우.”

나는 꽤나 놀랐다.

진짜 내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은 빵조각을 수프에 푹 적셔서 그대로 입안에 던져넣었다.

오크라는 몬스터의 사냥은 최소 C급 이상의 헌터들에게나 허가가 내려왔다. C급부터는 어느 정도 ‘수준’이란 것을 요구했기에 어설픈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C급 오크 던전은 단순하게 ‘동굴에 포진해 있는 100마리의 오크를 섬멸하라’ 같은 내용이었기에 최소 기준이 소수의 오크 무리와 교전해서 거뜬히 이길 정도의 스펙이 요구되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인스턴트 던전들이 이런 식이었다.

내가 고른 슬라임 던전과 고블린 던전은 제법 독특하고 드문 형태라고 볼 수 있었다.

뭐, 쩔을 해준다면야 나쁠 게 없기도 했다.

보통의 RPG 게임에서도 고레벨 유저에게 고급 던전에서 쩔을 받으면 광렙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당연히 여기서도 같은 이치였고 내가 오크 던전에 가면 순식간에 몇 단계의 레벨 업을 할 게 분명했다.

단순무식하게 힘으로 몹을 사냥하는 던전에선 내 고유능력 ‘신의 공략집’이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으니 지금 상황은 내게 절대 나쁘지가 않았다.

“다 먹었으면 일어납시다.”

벌써 아침을 해치운 박찬일이 내가 다 먹기를 기다리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 네.”

그가 꽤나 기다려줬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박찬일이 말했다.

“아가씨는 정말 뛰어나신 분이니까요.”

항상 무뚝뚝하게 굴던 그가 확신과 신뢰의 느낌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대해 보겠습니다.”

뛰어나다는 말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작가의말

음... 한 주를 보내봤는데요. 공모전 페이스에는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재주기를 월요일을 제외한 일화수목금토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공지 내용도 수정할 것이니 확인해 주세요.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오늘은 연참을 하겠습니다!

오후 6시에 한 편 더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공략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검은 하늘(2) 18.04.19 1,331 9 9쪽
12 검은 하늘(1) 18.04.18 1,436 19 8쪽
11 특별한 사냥(4) 18.04.17 1,447 17 9쪽
» 특별한 사냥(3) +1 18.04.17 1,561 20 8쪽
9 특별한 사냥(2) 18.04.14 1,596 20 8쪽
8 특별한 사냥(1) 18.04.13 1,613 22 11쪽
7 계기와 도약(2) +6 18.04.12 1,929 20 10쪽
6 계기와 도약(1) 18.04.12 1,800 25 9쪽
5 각성(4) +1 18.04.11 1,925 26 11쪽
4 각성(3) 18.04.10 1,966 30 11쪽
3 각성(2) 18.04.10 2,012 29 8쪽
2 각성(1) 18.04.10 2,260 30 7쪽
1 프롤로그 18.04.10 2,442 2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