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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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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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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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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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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계기와 도약(1)

DUMMY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타워팰리스.

이 고급빌딩은 대한민국에서 꽤나 유명했다.

무협지에서 나오는 무림맹, 마교 같은 세력처럼 헌터들이 뭉쳐 만든 ‘상인연맹’이 만든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연맹의 본체가 상주하는 건물은 아니었지만 제 2의 본거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헌터들을 상대로 하는 요식업이었고 나는 이 건물의 78층에 위치한 삐까뻔쩍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어울리지 않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중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짧지만 강렬했다.

거절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사내의 제안에 따라 나는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으려고 쭈뼛쭈뼛 따라나섰다.

옥탑방을 내려가 도로로 나가니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세단이 서있었다.

뭐, 여기까지는 예상했는데···

“앞에 타겠습니다.”

눈치껏 말하자 사내가 끄덕였다.

보나마나 뒷좌석엔 배가 이만큼 나온 거만한 중년남성 혹은 깔끔하게 차려입은 얍새처럼 생긴 미청년이 앉아있겠지.

“수고했어.”

앞좌석에 앉은 순간 뒤에서 들려온 매끈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돌아보니 아니 글쎄···

“안녕하세요? 이재호 씨.”

다리를 꼬고 앉은 젊은 아가씨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년간 짐꾼으로 굴러온 나는 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가씨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았다.

나유영.

거대기업 유칼리의 장녀이자 셋째!

빌어먹을 세상!

이 소리는 헌터들이 등장하면서 유행어처럼 번졌다.

신기하게도 각성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발생하였기에 ‘신(新)양극화’라고도 불렸다.

중견 기업이었던 유칼리는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다. 마치 선택받은 것 마냥 자식 세 명을 각성자로 배출하면서.

그 중에서 나유영은 어린 나이 때부터 각성하였으며 뛰어난 성장속도를 보여 유망주로서 주목을 받았다.

슈퍼루키는 그녀의 별명이었고 정식 헌터로서 출사표를 던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나유영이 받은 헌터 등급은 A.

이런 금수저에 복을 보따리 채 받아버린 최고의 행운아가 왜 나를 찾아온 것일까.

물론 분위기와 상황에 압도당한 나는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나유영은 운전대를 잡은 사내에게 아주 편한 기색으로 목적지로 운전할 것을 지시했다.

고분고분하게 따른 사내가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식탁 위에 속속들이 음식이 담긴 접시들이 자릴 매워갔는데 나 같은 서민 나부랭이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냄새만큼은 기가 막혀서 군침이 도는 걸 티 안 내려고 부단히 애쓰며 입술을 깨물었다.

“편하게 있으세요. 음식도 드시고 싶은 만큼 드셔도 되요. 제가 사는 겁니다.”

맞은편에 앉은 나유영이 웃는 얼굴로 Help yourself를 말하고 있었다.

선글라스 사내는 여자의 뒤에 묵묵히 서있을 뿐.

나참··· 이런 건 영화에서나 봤다고.

내가 이런 분위기와 장소에 내던져질 줄이야. 인생 살고 볼 일이군.

언제까지 쭈그리마냥 있을 순 없어서 슬슬 식기를 들어 조금씩 맛을 보았다. 처음엔 높으신 분들은 식사예절이 까다롭겠거니 조심했지만 혀를 살살 녹이는, 이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맛에 빠져들어 점점 과감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후훗, 맛있게 드셨나요?”

내가 먹는 걸 기다리던 나유영이 눈웃음을 지었다.

“어흠!”

쪽팔려서 헛기침을 하였다.

이제 나이가 20살이라고 했던가··· 보기보다 동안이라 고등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풋풋함을 가진 그녀가 보이는 태도로 인해 내 경계심이 많이 누그러졌다.

“아, 네.”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나이 많으시잖아요.”

나는 슬쩍 뒤에 서있는 사내의 눈치를 봤고 그는 별다른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어, 으응.”

뭔가 굉장히 어색했다. 죄 짓는 기분.

“다짜고짜 이렇게 데려와서 죄송해요. 하지만 좀 급했거든요.”

나유영은 어딘가 여기엔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 시선을 길게 늘였다.

“들었어요. 슬라임 던전을 최단속으로 돌파하셨다면서요?”

“···그, 그랬지.”

그게 보고가 올라간 건가. 하긴, 내가 안내원이었어도 보고를 했을 테지. 자만심에 심취해서 철저하게 굴지 못했군.

“조사를 해보니 이제 갓 승급하신 헌터시던데, 딱 감이 왔죠.”

“······.”

나유영은 손가락을 딱 퉁겼다.

“이건 놓쳐선 안 된다.”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급하게 자릴 마련한 거예요. 다행히 그 던전이 우리 기업 소유라 다른 브로커들이 냄새를 맡지 못 했으니 망정이지. 아휴.”

“으음, 그러니까 저에게, 아니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마음 굳게 먹자. 이건 기세 싸움이라고. 이렇게 될 걸 예상 못한 건 아니잖아? 내 계획안 중엔 던전을 돌파하고 유명세를 떨쳐 스카웃을 받는 날도 분명히 포함이 되어있으니까.

“계약을 해줬으면 해요.”

“어떤 계약?”

“저도 이제 막 헌터로서 활동하는 참이니까, 유망주끼리 뭉치자는 거죠. 즉 파티 플레이를 제안하는 겁니다.”

허허허, 파티 플레이라.

“고민할 시간을 좀.”

“이 자리에서 결정해 주셨으면 해요.”

도망치려는 나를 붙들어 매는 나유영의 못질.

사근사근하게 대화하던 여자가 이 대목에선 무게가 실린, 하지만 조용하게 이르니 나로서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파티 플레이.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단,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일단은 ‘신의 공략집’을 이용해 혼자서 던전을 해결하며 보상을 독점하는 식으로 고속성장을 해나가려 했다. 여기에 누군가가 끼어든다면 그저 귀찮음과 방해일 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내 능력에 관해 정보가 새어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혼자서는 여러 가지로 힘이 들 거예요. 하지만 저와 파티를 맺으신다면 다양한 편의를 봐드리죠. 던전 공략에 대한 우선권이라든가··· 각종 물품 지원이라든가···”

그 말에도 나는 여전히 고민하는 척하며 그냥 솔플을 하자는 쪽으로 기우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닥친 이 상황이 가져온 꿀의 냄새가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도 확실히 할 거예요. 저는 이재호 씨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거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다면 거기에 맞춰 줄게요.”

방금 발언에는 좀 솔깃했다가 역시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질 거 다 가지고 아쉬울 게 없는 금수저 여자가 어째서 나한테 이러는 거지? 단순히 내가 유망주라 해도 나보다 더 잘난 유망주야 찾아보면 수두룩할 텐데.

“제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요. 저와 이재호 씨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수 있을 거예요. 장담해요.”

2차 흔들림. 나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하루만 줘.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어.”

나유영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놔주려는 낚시꾼마냥.

“어쩔 수 없죠. 그럼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래.”

다행히 결정을 유보할 수 있었다.

“태워다드릴게요, 찬일 씨?”

“네, 아가씨.”

그녀의 배려로 택시비를 절약하게 되었다.

“하아.”

집에 도착한 나는 익숙한 침대의 이불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편하게 잠들기엔 글러먹은 것 같다.



그날 밤.

고작 하루에 수많은 일들이 벌어져 상당히 피곤했던 터라 생각과는 달리 금방 잠이 들었다.

사람이 정말 잠을 원할 땐 아무리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도 순식간에 의식을 빼앗기고 마는데 저 멀리 깊은 바다 속으로 끌려가듯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손아귀에 붙잡혀 속수무책으로 잠이 든다.

“야.”

그렇기 때문에 도중에 잠을 방해 받는다면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야 이 새끼야.”

누군가 찰싹찰싹 내 뺨을 친다.

깊은 수면에서 겨우 의식이 되살아난 나는 이 꿀 같은 잠의 흐름이 깨지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되어 제대로 떠지지 않은 것은 덤이다.

“하 이 새끼. 진짜 정신 못 차리네.”

“욱!”

배를 억세게 밝히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신체에 위기가 닥쳤다고 판단해서일까. 그렇게 졸리고 일어나기 싫었는데 말끔하게 사라지고 아드레날린이 솟았다.

“뭐, 뭐야?”

“뭐긴 뭐야, 이 새끼야.”

목덜미를 붙잡혀 벽까지 끌려갔다.

“누, 누구···”

“그건 알 빠 아니고.”

복면을 두른 사내가 숨이 막히도록 목을 붙잡은 채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작가의말

발암여주? 공기여주?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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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각성(1) 18.04.10 2,261 3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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