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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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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작성
18.04.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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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각성(3)

DUMMY

꿀꺽, 꿀꺽.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몸을 씻고 냉장고의 냉수를 냉큼 들이켰다.

“하아.”

이제야 겨우 ‘살 것 같다’라는 느낌을 온 몸으로 받았다.

“휴우~”

길게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지자 천장이 보였다.

느긋한 마음으로 얼마 전까지 신체에 닥쳤던 생명의 위기에 대해 상기하며, 새삼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분명 그것이 나타났다.

‘신의 공략집’이.

헌터가 진정한 헌터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성을 해서 고유능력이 나타나야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가지각색의 스킬들도 본인이 가진 이 고유능력으로부터 파생하는 구조였다.

말하자면 나의 고유능력은 ‘신의 공략집’인 셈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천장에 달린 형광등을 가리듯 손을 들었다.

‘신의 공략집’이 정말 대단한 능력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다.

공략이란 용어의 뜻을 생각하면 된다.

공략!

아무리 어렵고 해결하기 곤란한 것이라도 ‘공략’이라는 형태가 가미된다면 ‘해결’로 길이 열린다.

“햐.”

펼친 손바닥 사이로 형광등 빛이 슬금슬금 새어나와 눈이 부셨다.

“정말로 신이?”

이제까지 맨 밑바닥에서 헌터의 껍데기라도 뒤집어 쓴 채 자기위안을 삼고 있던 나에게 이런 기연이 생기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능력이 발생하게 된 건지는 모른다. 그저 살고자 하는 나의 간절한 의지가 빚어낸 기적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이 기적으로 인해 나에겐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본래 차디찬 돌바닥에서 얼어 죽어 몬스터의 먹이로 전락할 예정이었으나 일사천리로 던전을 해치움과 동시에 보상을 독점하였다.

덕분에 다량의 경험치를 얻어내 순식간에 레벨 업을 해내 신체능력은 각성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헌터로서는 최하위지만 일반인보다 강해졌다.

더불어 인벤토리엔 독점한 보상이 들어있다. 공략집 설명대로 진짜 짜서 귀환석과 생명석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귀환석과 생명석은 헌터가 지녀야 할 물건 중 최우선순위를 다투는 귀중품들이었다.

귀환석은 RPG 게임에서 위급상황에 쓸 수 있는 귀환포탈 같은 개념이었고, 생명석은 헌터들의 능력을 유지시켜주는 말 그대로 ‘생명의 돌’이었다.

“진짜 신의 축복인가?”

나는 펼치고 있던 손바닥을 꽉 쥐어서 주먹으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좋아. 어렵게 얻은 능력, 잘 쓰면 돼.”

지금껏 피가 마르도록 노력을 해왔다.

헌터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짐꾼 노릇에는 이제 넌덜머리가 난지 오래다.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어떻게든 놓지 않은 채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던 참에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일단 계획을 세우자.”

헌터로 각성하면 어떻게 할지 마인드맵, 미래지침서 같은 것도 작성했었다. 헛물을 많이도 들이켰다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지만 필사적이었으니까.

그리하여 수립된 계획.

돈부터 벌자!

화려하게 카르사스의 미궁을 클리어 했다지만 말했듯이 귀환석과 생명석이 보상으로 끝이었다.

이것들은 팔면 농부가 종자까지 팔아넘기는 꼴이라 안 됐기에 내 생활은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고 좁다란 옥탑방에서 힘겹게 지내는 중이었다.

그럼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헌터가 돈을 벌려면 던전에 들어가서 클리어 보상을 타내면 된다.

만만한 던전을 잡아서 조용히 털고 나오는 것이다.

혹시 ‘공략집’이라면 뭐든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로또 번호라던가 스포츠 토토 같은 것에 ‘공략’을 시도해보았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결론은 던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헌터로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요한 점은 내 신체능력이 이제 갓 일반인을 벗어난 상태라서 혼자서 적당하게 처리가 가능한 던전을 골라내야 했다.

“여기가 좋겠군.”

3년이 넘도록 짐꾼 노릇을 하며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당한 녀석으로 선별해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슬라임 던전.

내가 위치한 강동구에서 좀 멀지만 그나마 저기가 가장 만만했다.

누군가는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던전은 그런 재난적 존재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떠한 구역에서 던전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저 그곳에만 존재하기에 가만히 놔둘 생각이면 바로 옆에서 바비큐를 구워먹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헌터들이 던전에 자발적으로 찾아들어가는 이유는 아까 언급한 ‘생명석’이 필요해서였다.

주기적으로 생명석을 섭취하지 않으면 기껏 각성해놓고서 얻은 능력이 소실되어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생명석을 먹지 않으면 이전의 짐꾼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째서 이런 구도인지는 알지 못한다. 알려지지도 않았고.

던전이 발생하면 그곳의 땅을 매입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헌터이다. 하지만 개인이 땅을 무슨 불량식품 사먹듯 사 모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보통은 국가와 기업이 매입을 하게 된다.

국가가 관리하는 던전은 여러모로 기록이 남기 쉬우니 내가 두드려볼만한 곳은 당연히 기업이 소유한 던전.

대한민국의 거대기업 중 하나인 ‘유칼리’가 소유한 던전이며 대가만 제대로 지불할 시 이용에 불편이 없었다.

카르사스의 미궁 클리어 보상을 독점했기 때문에 귀환석 5개, C급 생명석 1개와 D급 생명석 50개가 내 손에 있다.

D급인 슬라임 던전의 출입비용은 1인당 D급 생명석 5개이므로 충분한 지불능력을 가졌다.

슬라임 던전으로 가기 전, 나는 헌터관리국으로 가서 E급 헌터신분증을 D급으로 갱신하는 일부터 하였다.

승급비용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커지지만 지금은 D급 생명석 1개만 제출하면 바로 승급이 되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D급은 헌터로서 흔하고 가치가 높지 않다는 거였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D급 헌터증에 키스를 할 정도로.

“상태창.”


이재호 Lv.1

힘 : 3

민첩 : 3

정신력 : 5

*특수 : 신의 공략집(Lv.1)

*스킬 : --


보통의 상태창은 이렇게 나온다.

힘은 체력과 근력 등에 관한 수치이고 민첩은 지구력과 스피드 같은 수치이다.

정신력은 말 그대로 정신에 관한 수치이며 능력자가 고유능력을 발휘하는 ‘마나’ 역할도 한다고 들었다.

E급 헌터일 때는 이런 상태창 부르기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면전에 상태창을 띄어놓고 보니 감개무량할 정도였다.

일반인은 보통 힘과 민첩이 1~2에 머물고 정말 뛰어난 운동선수가 3을 기록한다고 헌터관리국에서 조사수치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난 아직도 헌터라고 부르기엔 수치가 너무 빈약하잖아.”

뭐, 이제부터 던전을 클리어해서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 팍팍 하면 그만이니까.

내 능력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특수’ 항목을 클릭하니 도움말들이 주루룩 나왔다.


[신의 공략집은 어떠한 형태이든 ‘공략’의 과정을 거쳐 ‘해결’에 이르게 도와줍니다. 기본적인 제공능력은 던전에 대한 공략이지만 이외의 기능도 있습니다. 혹시 자동차를 운전할 줄 모르십니까?]


이 대목에서 나는 움찔했다. 면허야 진작에 땄지만 운전대를 못 잡은 지 오래됐으니까.


[하지만 걱정하지마세요. 본 공략집은 던전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공략도 제공합니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자동차 운전능력까지 공략하여 입력해드립니다. 다만, 던전 외의 공략에는 정신력이 소모되니 주의해주세요.]


이 설명을 듣고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매트릭스.

2편 리로리드에서 트리니티가 요원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오토바이에 타는데 링크에게 운전법을 보내달라고 하는 장면.

그거랑 비슷해 보였다. 단지, 내 정신력을 요구한다고 하니 무한대로 편의를 볼 순 없을 것이다.


[이 다운로드 기능은 레벨이 오를수록 분야가 확장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목록을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의 교통수단

인간의 무기류


두 가지뿐이었지만 상세목록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았다.

그 옆에는 공략법 다운로드에 필요한 정신력 수치가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는 정신력이 2라거나.

외에도 몇 가지 설명이 있었는데 본 능력은 던전 공략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인식하는 던전이 자동적으로 목록에 추가되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공략법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들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확인하며 흥분을 멈추지 못했다. 알면 알수록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관리자 같은 느낌이 나서 좋았다.

보통 헌터가 일으키는 초자연적인 힘은 요란하고 화려한 쪽을 떠올리기 쉬웠고 실제로 대부분이 그러했다.

당장 대한민국에 있는 S급 헌터들의 능력만 해도 중력을 조절한다든지 불을 다루었다.

그렇게 능력에 관한 점검을 끝마친 나는 버스를 타고 슬라임 던전이 있는 서울 마포구로 갔다.

미리 연락을 했던 시간에 슬라임 던전 관리소를 찾아가서 프론트에 있던 여성 안내원에게 몇 가지 설명을 들었다.

이러시면 안 되고 저러시면 나중에 책임을 집니다, 등의 내용이었다.

나는 D급 생명석 다섯 개를 제출했다.

“여기 이 각서에 사인해 주세요.”

헌터가 던전에 들어가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던전을 빌려주는 쪽에선 이렇게 입장 전에 만약 죽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아낸다.

“네.”

이런 일은 익숙했다. 짐꾼이어도 서약서에 사인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

‘신의 공략집’이라는 고유능력을 얻었을 때부터가 시작이겠지만 이 슬라임 던전 클리어가 내 데뷔전이 될 터.

한 치의 티끌도 없이 만족스럽게 클리어하고 싶었다.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약간의 텀을 두고 끄덕였다.

시야가 확, 어두워지며 어딘가로 옮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허공에 떠오르며 바닥에 디딘 발이 비어버리는 휑한 느낌이 들기 무섭게 하강할 때 특유의 철렁임이 가슴속에서 일었다.

이 느낌은 질리도록 경험했기에 나는 아주 익숙했다.

던전 이동 중에는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기에 잠자코 있었더니 곧 빛이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왔다.

“도착했구나!”

슬라임 던전에 드디어 도착했다.


<KS-3 구역의 D급 슬라임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작가의말

첫 날은 연참으로 마무리짓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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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성(4) +1 18.04.11 1,925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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