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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105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6.03.04 02:26
조회
1,218
추천
27
글자
8쪽

원초적 강함

DUMMY

흑요석 검의 새로운 숙주가 된 기사의 움직임은 검은 병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한층 더 빠르고 매서운 기세로 주변의 사람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심장을 찌르면 죽는다면서?”

나의 물음에 칸딘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악마가 된 남자는 확실히 죽었다. 하지만 저 검은 죽지 않았지. 숙주가 죽은 후에도 활동이 가능할 줄이야.... 저 검은 마나에 절대적인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어. 그 덕분에 단지 유기체와의 접촉만으로도 공명이 가능한 것 같아.”

즉 팔이 저절로 떨어져 비행했던 것은 흑요석 검의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바르테인 군은 이제 악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기사가 워낙 압도적인 용력을 발휘하는 바람에 알면서도 뭘 어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제야 솔피리스의 말대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검은 기사는 후퇴하는 바르테인 군을 뒤쫓지 않고, 방금 전까지 난동을 부렸던 검은 병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아직도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다.

-역시 악마의 피가 더 맛있어. 인간의 피는 맹맹하단 말야....-

저주받은 마검은 흡족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은 후 게걸스럽게 피를 마셔댔다. 이제 보니 검은 기사의 뺨이 아까보다 약간 수척해 보인다. 검이 조금씩 그의 피를 빨아들인 모양이다. 아까 검은 병사의 체구가 갑자기 왜소해진 것처럼 느낀 건 착각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른 희생자들의 피를 순식간에 빨아들일 때와 달리 악마가 된 병사의 피를 마시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병사의 피를 전부 마셨을 때는 이미 바르테인 군은 멀리 물러나 있었고 그의 근처에 남은 사람은 솔피리스 뿐이었다.

“원하던 대로 승부를 내자, 가시손톱. 네가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은 나지?”

-그렇다! 네 놈에게는 천천히,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해주지.-

서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던 검은 기사와 솔피리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죽이고 그들의 격돌을 지켜보았다.

둘의 대결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양쪽 모두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기에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 쪽의 우위가 명확해졌다.

마검이 이번에는 솔피리스를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기에 나는 검은 기사가 우세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상대를 압도하고 있는 쪽은 솔피리스였다. 목숨을 빼앗지 않고도 바르테인 군 60여명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했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제대로 싸우는 광경을 이렇게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발리언트에게 검술을 익히면서 나는 메담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지닌 기사인지 여실히 깨달았다. 그런데 솔피리스는 기사들의 검술과는 구별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메담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인위적으로 다듬어지고 연마된 방어술과 공격술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면 솔피리스의 움직임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이었다. 검은 기사의 검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나뭇가지의 반동을 이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 흡사 야생의 맹수를 연상시켰다. 이른바 원초적 강함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마검이 승리를 자신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검은 기사와 달리 솔피리스에게는 상대에게 단번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은 병사와 싸울 때도 심장에 정확히 타격을 가했지만 그것으로 상대를 제압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옷까지 입고 있는 기사였다.

솔피리스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마검이 조금도 초조해하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심장을 제외한 다른 곳은 맞아도 거의 타격이 없을뿐더러 행여 맞는다 해도 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병사일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기에 유일한 약점을 솔피리스에게 쉽사리 내어줄 리도 없었다. 반면 솔피리스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세였다.

“솔피리스!! 이거 받아!!”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주저 없이 솔피리스를 향해 천하장사를 던졌다. 그 과정에서 천하장사의 마법을 이끌어 냈기에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검은 기사와 맞붙어 싸우던 솔피리스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용수철처럼 뛰어 올라 내가 던진 정령검을 받아 쥐었다.

-저 생쥐 같은 년이! 계속 훼방을 놓더니 이번에도 나를 방해하는구나!-

마검이 나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댔지만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의 분노가 전세가 역전되었음을 예고하는 신호인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까지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검은 기사는 이전처럼 과감하게 공격하지 못하게 되었다. 반면 솔피리스에게는 피하는 것 외에 막는다는 방어 수단까지 생겼다. 마검의 위력을 알고 있는 솔피리스는 가급적 검을 부딪치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그 차이는 엄청났다. 그럭저럭 비등하던 승부가 한 순간에 솔피리스 쪽으로 무게가 실려 버렸다.

“아무도 오지 마!!”

심지어 솔피리스는 바르테인 군을 향해 소리칠 여유까지 부렸다. 이 말은 곧 그가 승리를 거두리라는 걸 예고 같았다. 그의 말을 듣지 않다가 반 이상의 병력이 희생된 바르테인 군은 이번에는 그 자리에 잠자코 있었다.

-분하다! 얼마 만에 맛보는 자유인데....!-

패배를 직감한 마검이 허탈한 목소리로 탄식한다. 그리고 몇 합 만에 승부가 나버렸다. 마검을 쥐고 있는 검은 기사의 팔을 솔피리스가 천하장사로 잘라 버린 것이다. 검을 쥔 손이 잘려 나가자 기사는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뒤로 물러나!”

솔피리스가 또 한 번 바르테인 군에게 경고한다. 마검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바르테인 군은 그 말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솔피리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다.

솔피리스는 들고 있던 정령검을 땅에 버린 후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마검을 쥔 기사의 손이 바르테인 군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가로막으면서 천천히 접근했다. 판단하건데 마검을 자신의 손으로 쥘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악마로 바꿔버리는 마검을 쥐고도 솔피리스는 멀쩡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마검을 제압할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라도 있는 걸까? 불현듯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이대로 솔피리스가 마검을 쥔다면 이 끔찍한 사건도 정리가....

-멍청한 놈! 이곳이 마나의 흐름이 강한 곳이라는 걸 잊고 있었구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마검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러자 솔피리스가 아차 싶은 얼굴로 땅에 떨어진 검은 기사의 손으로 두 손을 뻗으며 뛰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검은 기사의 손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검을 쥔 손이 어디로 순간 이동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곁에 서 있던 옐러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그림자 매!-

솔피리스를 향해 차갑게 한 마디 내뱉은 마검은 그대로 옐러의 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옐러의 두 눈이 크게 떠지며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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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끊는 타이밍이 애매해 졌네요.

다음 편은 조금 짧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하는 말이니 믿음이 안 갑니다-_-;;


검은 기사 : 어? 나 안 죽은 것 같은데? 뭔가 비중이 있는 역할인 걸까?

솔피리스 : 노농. 걍 휘렌델 때문에 살려준 거임. 비중이 있었으면 이름이 나왔겠지.

검은 기사 : 헐 ㅠㅠ 병사보다도 포스가 약한 거 같은데.... 이게 뭐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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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맞잡은 손 +16 16.03.10 1,485 26 15쪽
199 함정 +12 16.03.10 1,367 21 9쪽
198 예측 +14 16.03.06 1,393 27 7쪽
» 원초적 강함 +14 16.03.04 1,219 27 8쪽
196 악마 +16 16.03.03 1,329 24 10쪽
195 내려 놓다. +14 16.02.29 1,538 24 12쪽
194 정해진 결말 +10 16.02.28 1,340 22 9쪽
193 왕을 죽인 자 +13 16.02.27 1,486 25 10쪽
192 결심 +10 16.02.26 1,762 26 9쪽
191 일희일비 +10 16.02.19 1,554 29 6쪽
190 니가 해라, 왕 +12 16.02.16 1,629 26 6쪽
189 장래의 적 +10 16.02.12 1,481 27 8쪽
188 정령왕 +12 16.02.05 1,417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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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대표자 +12 16.01.25 1,3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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