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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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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6.02.03 15:26
조회
1,470
추천
26
글자
7쪽

역할

DUMMY

“그 그림자 매라는 놈은 뭐지?”

그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천하장사가 가만히 물었다.

“그 자식이 정령왕....으로 추정되는 자를 부려 먹고 있는 건가?”

그는 인간 전체를 향해 품고 있던 분노를 일단 솔피리스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의 말 덕분에 현재 흑요석 검의 소유자에 대해 깨달은 칸딘 또한 솔피리스에 대해 무작정 적개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손잡이가 강철거인의 후예들 양식으로 제작된 점을 보면 흑요석 검을 붉은 바위족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정령검이 최초로 만들어진 건 할크루 시대이며, 강철거인의 정원 내에서도 그 때가 유일하게 정령검이 제작된 시기였다. 마법사가 전쟁에 적극하게 개입하는 건 오직 그 때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단 한 자루의 정령검도 나오지 않았다. 미친 마도사의 탑이 세워진 이래 마법사들이 걸핏하면 미쳐버렸고, 정령검을 만들기는커녕 검을 가까이한다는 것부터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령검이 상상할 수도 없는 값어치를 지닌 보물인 건 바로 이러한 까닭이었다.

설사 붉은 바위족에 마법사가 있다 해도 탑의 영향 때문에 정령검을 새로이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솔피리스가 어떤 경로로 그 검을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정령들에게 일어난 재앙이 온전히 그의 책임으로 몰리는 이 분위기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도 모른다. 흑요석 검 때문에 그의 과거를 읽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는 이내 꿈안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과거를 읽을 수 없었다면 그림자매라는 이름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솔피리스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꿈안개가 모든 과거를 읽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흑요석 검의 정체를 다른 정령검들에게 시원하게 밝혀주었을 테니까. 이를 보면 흑요석 검이 과거를 읽는 걸 방해한다는 말은 진실인 것 같다. 하지만 ‘흑요석 검을 얻은 후 솔피리스의 과거’를 읽는 건 불가능해도 ‘흑요석 검을 얻기 전 솔피리스의 과거’는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자매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분명 꿈안개가 이 작업을 수행했다는 뜻이었다.

흑요석 검을 쥐는 직전 순간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았다면 솔피리스가 어떻게 그 검을 얻었는지 대강 알고 있을 것이다. 칸딘과 천하장사 또한 마음만 먹으면 그 과정을 탐색해볼 수 있지만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 바람에 미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꿈안개가 두 정령검들에게 거짓말을 한 건 솔피리스가 흑요석 검을 얻게 된 과정을 숨기기 위해서이다. 왜 숨기는 걸까? 칸딘과 천하장사에게 더 큰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일까? 혹은 솔피리스를 보호하려고....

맞다! 나는 비로소 방금 전에 일어난 기묘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메담이 들어왔을 때 솔피리스를 작은 새로 보이게 한 건 꿈안개 너였어?”

나의 물음에 꿈안개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휘렌델. 행여 놀라서 일을 그르칠까봐 너에겐 절반의 효과만 적용시켰다.”

환영마법이 꿈안개의 주특기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거기에 속는 입장이 되어보는 건 처음이라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는 왜 정령왕을 볼모로 잡고 있는 자를 보호해준 건가?”

천하장사가 불같이 화를 내며 꿈안개를 책망한다. 나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초면이었을 솔피리스를 위해 꿈안개가 그런 수고를 해줄 필요가 있었을까?

“휘렌델은 그를 숨겨주려 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 자가 지켜줘도 될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꿈안개의 말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단지 솔피리스가 내 뒤로 숨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솔피리스를 숨겨주려 했었나?

“겨우 그런 이유로 우리의 왕을 노예처럼 부리는 자에게 인정을 베풀었단 말인가?”

칸딘은 나를 신뢰했기 때문이라는 꿈안개의 말에 납득하고 솔피리스에 대한 적개심을 어느 정도 거두었지만 천하장사는 달랐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에게 있어 메담을 지키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선택은 없다. 따라서 그가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바로 환영을 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는 무방비 상태의 메담에게 아무런 공격도 가하지 않았다. 결국 휘렌델을 전적으로 신뢰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꿈안개의 반격에 천하장사는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섣불리 판단하지 말게. 아직 그가 정령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사라지기 전의 정령왕과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지만.... 주변의 마나에게 독점적인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꿈안개의 독백을 들으며 나는 왠지 그가 흑요석 검이 정령왕이 아니길 바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흑요석 검의 비밀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 뿐이네. 섣불리 죽게 할 수는 없지.”

천하장사는 그제야 완전히 납득하고 눈에 보일 듯 강렬하게 발산하던 독기를 거두었다. 그러자 꿈안개는 이번에는 나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에게서 그 비밀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 뿐인 것 같다, 휘렌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꿈안개는 앞으로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그 도움이란 바로 이를 뜻하는 거였구나. 정령검들의 회담에 내가 초청된 건 나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역할이란 꿈안개가 미처 볼 수 없었던 진실의 나머지 조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언젠가 그 자와 다시 만나겠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솔피리스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무 근거도 없지만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 때가 오면 흑요석 검에 대해 물어봐 줄게.”

“고맙다, 휘렌델. 부탁한다! 반드시 그 사실을 확인해주길 바란다. 이건 우리 정령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칸딘과 천하장사의 반응을 보면서 그 사실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네는 흑요석 검을 볼 수 있을 지도 몰라.”

꿈안개는 마지막으로 칸딘을 향해 말했다. 칸딘은 몹시 놀라며 되물었다.

“내가?”

“그래. 자네는 휘렌델과 공명을 할 수 있으니 그녀의 눈을 통해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귀를 통해 그의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거야.”

꿈안개의 가설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공명을 통해 칸딘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역으로 그가 나의 감각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야.”

“노력해 보겠네.”

칸딘은 비장한 각오를 담아 대답했다.

정령들의 회담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곧바로 텐트를 나가 메담에게 꿈안개를 돌려주었다. 피 얼룩으로 더렵혀진 옷을 갈아입는 것을 깜빡했지만, 나는 그 옷에 쏟아지는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당당히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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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죄송합니다ㅠㅠ

3일 연속.... 일끝내고 돌아와 몸좀 녹이려 이불안에 들어갔다가

뻗어 버렸네요;;


메담 : 환영 마법을 쓴다는 걸 나는 못 느낀 걸까?

예니토 : 너 몰래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게 바로 바이우스와의 공명보다 너와의 공명이 불완전하다는 증거다. 공명하지 않았다 해도 나를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노드라면 눈치 챘을 텐데....

메담 : 으윽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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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18 메틸아민
    작성일
    16.02.03 18:59
    No. 1

    솔피리스는 어떻게 정령왕을 얻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08:17
    No. 2

    아직 흑요석 검이 정령왕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흑요석 검을 얻는 과정이 굉장히 드라마틱할 예정이었습니다.
    솔피리스의 아버지도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는 설정이었는데....
    많이 싱거워졌습니다;;
    어쩌면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6.02.03 20:10
    No. 3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08:18
    No. 4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바다해미
    작성일
    16.02.03 22:34
    No. 5

    어디서나 당당하게걷기이~ 예!예! 여왕님은 당당해야쥬ㅋㅋㄱ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08:21
    No. 6

    휘렌델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죠 ㅎㅎ
    왕의 권위를 의심받고 있기에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그녀가
    솔피리스와 메담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흑염룡
    작성일
    16.02.04 01:27
    No. 7

    처음엔 흑요석에 깃든 정령을 검의 형태로 가둔건가 싶었지만... 칸딘이 볼 수 없었고 알케니아와의 접점에서 정령왕으로 생각이 기우는중... 소설에서 세계관을 즐기는 타입이기에 왕녀의 외출은 너무 즐겁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08:25
    No. 8

    아마도 흑요석의 형태라는 부분이 발목을 잡은 것 같네요.
    조만간 왜 검신이 흑요석의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도 설명이 될 겁니다.
    세계관을 즐기신다고요?
    그렇다면 왕녀의 외출 다음 편을 꼭 보셔야 겠네요~ ㅋㅋ
    천사와 악마가 숨을 쉬지 않는데도 심장이 있는 이유,
    그들 자신이 머무는 곳인데도 '외부영역'이라 부르는 이유도 전부 설명이 될 겁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pastel
    작성일
    16.02.04 02:36
    No. 9

    잘 보고 있어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08:25
    No. 10

    감사합니다.
    요즘 연재 속도가 부쩍 느려졌지만
    완결은 반드시 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6.02.04 15:58
    No. 11

    저 제 댓글은 초난강 노래고, 바다햄님은 카라의 프리튀걸 노래입니다~
    제 댓글 노래인지 알고 노래로 다음 댓글 다시는 돋보이는 바다햄님의 센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6.02.04 23:32
    No. 12

    초난강 노래는 잘 몰랐는데...
    프리티걸은 알고 있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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