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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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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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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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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88화 갚아줄 빚

DUMMY

588화 갚아줄 빚


북경 자금성.


이곳에는 온몸에 뒤집어쓴 먼지로 급하게 달려온 것을 주장하는 팔기 하나가 있었다.


복색만 그러할 뿐 아니라 얼굴이며 동작 하나하나에서 무리한 것이 드러나니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피곤함이며 몰골도 개의치 않았으니 그는 더 중요한 것을 제 한 몸을 바친다고 하듯 힘 있게 보고를 올렸다.


“예친왕 전하께 고합니다! 남경에서 군사를 움직였습니다!”

“호오.”


남경에서 군사를 움직였다는 소식에 보고를 받는 당사자,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의외라는 얼굴이 되었다.


“생각보다 빠른데. 그래, 놈들이 진군로를 어디로 잡았지? 개봉이냐? 그도 아니면 낙양?”

“남경에서 나온 명나라 군사들은 두 패로 갈라져 하는 육로를 통해 진군, 다른 하나는 수로를 통해 진군 중입니다! 또한 당장 목표는 개봉이나 낙양이 아니라 순나라로 보입니다!”

“둘로 나누었다? 거기에 순나라로 간다라?”


기대한 것과 달리 흘러가는 상황에 고민한 것도 잠시, 도르곤은 이내에 흥미가 크게 감돈다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규모는? 양쪽을 이끄는 수장은 누구지?”

“육로로 진행하는 명나라 군은 수만에 이르는 군세로, 그 숫자는 약 사만에서 오만 정도로 추정됩니다. 또한 정탐이 살핀 것과 남경에 심어둔 이들의 말을 들으면 이끄는 자는 전 산해관 총병이자 현 병부시랑 오삼계라고 합니다.”

“오삼계, 오삼계라.”


이름을 연달아 중얼거리며 머릿속에서 오삼계에 대한 일들을 떠올린 도르곤은 흥미로운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슬슬 다음을 예비하는가? 하긴, 양사창 그자도 세월을 적잖이 보내긴 했지.”


누군가 나선다면, 그리고 그 규모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명나라에서 내세울 장수는 이제 양사창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이 어긋나자 재밌게도 도르곤은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흥미와 재미를 먼저 느꼈다.


“남은 기둥은 하나. 그렇게 여겼는데 말이야. 아니, 아직은 아니려나?”


노상승이 전사하였고 홍승주 역시 전사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북경은 청나라 손에 들어왔으며 숭정제 주유검은 더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마지막 절개를 지키고자 자결했다.


셋 모두 훌륭한 대적이었고 훌륭한 인사들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르곤은 명나라가 반 정도는 끝났다고 여겼다.


나라가 망할 떄가 되면 충신들이 여럿 난다고 하였고, 그들이 실패하면 이제 그 나라는 더는 돌이킬 수 없으니 명나라가 실로 그러한 상태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여 도르곤이 보기에 남은 기둥은 이제 하나, 양사창뿐이었다.


그리고 양사창이 지고 있는 두 직책,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라는 직함이 그러한 명나라 사정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 나온다면, 이처럼 수만에 이르는 군세를 움직인다면 응당 양사창이 수장을 맡을 것이라고 여겼다.


헌데 아니라고 하니 도르곤은 과연 아직 끝나지 않은 명나라의 저력이 될지 아니면 부질없는 희망이자 기대로 끝날지 심히 궁금했다.


‘하, 내가 궁금해할 일은 아니었나.’


그러나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드니, 그건 바로 도르곤이며 청나라가 그 양방 간을 정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들이 승하면 부질없는 희망이자 기대로 끝날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저력이 될 것이다.


“아쉽게 되겠어.”


이제 승하지 못하여 그저 비운의 영웅으로 남을 적장, 오삼계에게 작은 위로 하나를 던지나 그 말은 오삼계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아직 보고할 거리가 남은 팔기에게나 닿았을 따름이며 팔기는 지금 들은 것에 캐어묻지 않고 그저 하명을 기다리니 작은 위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졌다.


“수로로 오는 것들은 어떻지?”

“수로로 진행하는 이들은 수천에 불과하나 그들은 모두 전선으로 쓰기에 적당한 배에 올랐습니다. 또한 그들을 이끄는 장수는 전에 개봉을 친 자입니다.”

“좌량옥, 그자인가.”


개봉을 당한 일은 잊을 수가 없는 일이니 도르곤은 수군을 경계하는 마음이 커지는 걸 느꼈다.


“순나라에는 순나라 놈들이 모은 군세가 따로 있다. 그것까지 합치면 근 십만에 이르는 대군이 움직인다고 할 수 있구나.”

“그러합니다.”

“다른 곳은 어떠냐? 대리국이나 양나라 말이다.”

“아직 움직임은 없지만 곧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곧 움직일 것이라고 단언하는 팔기의 말에 도르곤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상당히 확신하는 모양이구나.”

“순나라에서 남은 두 나라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절을 보냈습니다.”

“사절을 보넀다? 언제?”


도르곤은 아직 듣지 못한 일이나 북경이 현재는 후방에 해당하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직감이 날카롭게 반응하니 도르곤은 진중하게 다시 물었다.


“언제 보냈고 어떻게 알았지?”

“보낸 것은 남경에서 군세가 움직인 것보다 앞서며, 알게 된 것은 저들이 감추지 않고 화려한 사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사절이라고? 비단에 저들 이름을 적고 공연이라도 하더냐?”


그저 농 삼아서 물은 것이었으나 이어진 말에 도르곤은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전하께서 이르신 대로입니다.”

“뭐?”

“물론 공연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지금 화려한 마차에 화려한 비단을 깃발 삼아서 장안과 성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허.”


어처구니없다는 음성을 흘린 것도 잠시, 도르곤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순나라 놈들이 사람들 이목 끄는 재주는 있는 모양이구나. 알았다. 이만 물러가라.”

“예, 전하!”


팔기가 물러나니 도르곤은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전황을 그렸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들을 하나씩 대입하여 결과를 살핀 그는 이내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저분하군. 한 곳에서 이긴다고 끝이라고 장담하긴 어렵겠어.”


이만한 대군이 나선 이상 어디선가 회전을 한번 벌여서 승기를 얻는 것도 해볼 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르곤은 정면승부에서 반드시 청나라가 이길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남경에서 보낸 군세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그마저도 육로와 수로를 이용하여 갈라졌다는 말에 그는 이번 전쟁 역시 지금까지 그며 청나라에서 식견 좀 있다는 이들을 골 아프게 했던 상황이 드리워있음을 알았다.


“이것들은 무슨 삼두육비도 아니고 무슨 머리 만들기를 이리 좋아한단 말인가?”


전에 명나라가 번국들을 봉하여 방패 삼고 유사시에 잘릴 머리를 대신하게 한 것처럼 이번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혹 번국들과 합하여 움직일 것인가 생각하면 도르곤 보기에 이미 명나라 군도 둘로 나누어 진군함으로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또한 도르곤이 보기에도 이 수법은 제법 쓸만하게 보이니 아무래도 시작은 그들이 했으나 어울리는 것은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할 듯싶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지.”

“전하,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 공께서 만나길 청하고 계십니다.”

“딱 좋군.”


자신을 찾아온 이가 마침 보고자 한 이라고 하니 도르곤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뫼셔라!”


허락하는 외침이 울리자 바로 잉굴다이가 모습을 보이니 그는 도르곤에게 예를 취하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명나라에서 군사를 움직였다고 들었습니다.”

“소식이 빠르군. 누구에게 들었소?”

“이성왕들과 제법 연이 있습니다.”


이성왕들에게 들었다는 말에 도르곤은 피식 웃었다.


“그 사람들도 제법 곤란한 모양인 모양이오.”

“교란과 도발로 끝날 일이 생각보다 크게 번지고 있으니 당황도 하겠지요.”


변호한 김에 확실하게 하겠다고 하듯 잉굴다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옹호하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건 그들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원하는 결과가 쉬이 그리고 빨리 나왔으면 좋아하면 그만인 것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반은 농이니 도르곤은 당장이라도 고립될 위험이 있는 이성왕들과 그 휘하에 있는 이들을 포기할 뜻은 조금도 없었다.


“의정대신은 사흘간 준비, 그대로 남하하여 이성왕들을 돕고 적들의 수로를 견제하시오.”

“그것은 상관없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북경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는 자신이 있는 거지 자만하는 사람이 아니오.”


당당하게 이른 도르곤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눈치를 보느라 나설 시기를 놓치는 겁쟁이도 아니지.”

“그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잉굴다이는 진심을 담아 조언한 후에 슬쩍 사방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북경은 안정되어 가는 듯이 보이나 최근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쉬이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들었지.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당장은 거기에 엮여 걸음을 늦추기보다는 과감히 움직여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오.”

“전하께서 그렇게 여기신다면 저는 달리 더 말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심양을 위로 두는 일은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오.”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한 도르곤은 진지하게 잉굴다이에게 말했다.


“팔기 일천을 이끌고 이성왕들을 도우시오.”

“돕기에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기기에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를 정친왕이, 아니 설령 그가 개의치 않는다고 한들 성친왕이 도울 것이오.”

“그분들을 의심하진 않지만 때로는 전략과 전술에 견해 차이가 있어서 다른 곳을 노리실 수도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천명이라는 목적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은 같다.


하지만 달리고자 하면서 조금 더 제게 좋을 대로, 혹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자 하는 자들이 서로 발목을 끈으로 묶고 달리는 것이 지금 청나라니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우려가 있었다.


잉굴다이가 이러한 것을 걱정하여 말하니 도르곤은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말을 일렀다.


“물론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정친왕은 몰라도 성친왕은 그대와 함께 갚아줄 빚이 있으니 어찌 달리 보겠소이까?”

“갚아줄 빚? 제게 말입니까?”

“아쉽지만 그건 아니오.”


고개를 가로저은 도르곤은 은근한 미소를 입가에 깃들이며 말을 이었다.


“그대가 아니라 명나라 사람에게 갚아줄 빚이거든. 그대 역시 그러할 거라 생각하오.”

“저와 성친왕이 함께 갚아줄 빚이라니, 그런 게 있······군요.”


어리둥절한 얼굴이던 잉굴다이는 뒤늦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고 싸늘하게 웃었다.


“후후. 내심 기대하기는 했습니다만 정말 올 줄은 몰랐습니다.”

“성친왕 역시 그리 생각하겠지.”


보지 않아도 그러할 것이라는 걸 확신하는 말이며 잉굴다이 역시 공감하는 말이기도 했다.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계략을 꾸밀 줄도 안다.


정세를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며 목적을 위해 참을 줄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토를 가장 요토답게 하는 것은 감정적인 면이니, 그는 절대로 잊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과 그 원인들을 말이다.


“다이칭구룬의 지고한 황상을 대신하여 북경을 맡은 예친왕이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에게 명한다.”

“하명하소서.”

“군사를 이끌고 가서 개봉에 무도한 짓을 저지른 명나라 수군 장수, 좌량옥을 쳐라.”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 명을 받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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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5.23 21:10
    No. 1

    개봉에서의 악연... 좌량옥에게는 업보가 돌아오고, 요토는 울분을 토해내는 싸움이 되겠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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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596화 전쟁에서 가장 먼저 부르짖는 말 +1 24.05.31 82 13 12쪽
596 595화 준비는 누구나 한다 +1 24.05.30 79 9 12쪽
595 594화 자리와 사람 +1 24.05.29 79 12 12쪽
594 593화 고도(古都) +1 24.05.28 73 12 12쪽
593 592화 세상은 준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 24.05.27 91 12 14쪽
592 591화 두 번째 호고 +1 24.05.26 83 13 13쪽
591 590화 살아있으면 계속할 수 있다 +1 24.05.25 86 13 13쪽
590 589화 예상은 언제나 어긋난다 +2 24.05.24 79 12 11쪽
» 588화 갚아줄 빚 +1 24.05.23 84 13 12쪽
588 587화 백안백이(百眼百耳) +2 24.05.22 90 13 15쪽
587 586화 구관이 명관 +3 24.05.21 91 11 14쪽
586 585화 도박장에서 버는 사람은 도박장 주인이다 +2 24.05.20 97 14 12쪽
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89 14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91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88 12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88 13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92 16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86 13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98 13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3 24.05.12 91 14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98 15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91 11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90 16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3 24.05.08 98 13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104 14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102 13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98 14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103 14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5 24.05.03 105 14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4 24.05.02 108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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