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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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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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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817

작성
18.05.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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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군터는

전혀 엉뚱한 결정을 내렸다.

만약 그가 아직 40대의 팔팔한 장교였다면 훨씬 더 용감한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그에게 어쩌면 자신을 희생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군터는 부대원들을 모두 동원하여 난민촌에게서 이탈자가 없도록 포위했다.

그리고 난민촌 안으로는 병사들이 얼씬도 못하도록 했고,

기존 투입되었던 병력도 모두 철수시켰다.

부하장교들이 난민을 구해야 한다며 병력 투입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군터는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지금 병력을 투입했다가 병사들의 희생이 커진다면,

자신의 모든 경력은 초라하게 끝이 나고 말 것만 같았다.


외곽에서 난민촌을 둘러싸고 경비를 서는 부하들은 귀마개를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등을 돌리고 있어야 했다.

여기저기서 아우성과 비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습격자들은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아니 힘이 약하고 도망갈 힘이 부족한 사람들을 서로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일이 더 많았다.


더 이상 군터의 무능함을 참지 못한 루카스 중령이 군터를 체포하고,

곧장 메르켈 총리에게 보고를 한 시점은 난민촌 안에서의 공격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된 시기였다.

피할 사람은 최대한 몸을 숨겼고, 난민들은 이제 자신들과 같은 동족이 공격자라는 것을 충분히 파악했다.

더 이상 공격할 희생자를 찾지 못한 습격자들이 난민촌 내를 배회하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메르켈 총리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어떻게 보면 독일로서는 상당히 많은 자본과 노력을 기울여서 인류애를 실천한 것이었다.

바로 옆 나라 프랑스가 거절한 난민들이 독일로 방향을 틀면서,

이제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진 빚을 조금씩 갚아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난민촌 경비대장이 저지른 패착은 이 모든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난민촌 밖에서 비극을 지켜보기만 하며 모멸감을 느꼈던 경비병력들은

경무장한 채로 바로 투입되었다.

그리고 총리가 직접 허가한 발포명령을 준수했다.

병사들에게도 달려들던 좀비들은 차례로 사살되었고,

그 와중에 병사들은 머리를 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습격자들은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상실되었기에 다른 부위를 맞추는 것은 의미 없었다.


메르켈 총리는 연방경찰국 소속의 특수부대 GSG-9과 함께 헬기를 타고 직접 날아왔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사태의 진압을 다시 명령했다.

곧이어 도착한 후속 공수부대들은 2차 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동부전선까지 곳곳에서 신화를 만든 팔쉬름야거의 후예들답게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습격자들의 생포가 의미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가급적 원거리에서 머리를 저격하는 것으로 전술을 통일했다.

총구 앞이라고 피하거나 숨는 것 자체를 모르던 좀비들은

잘 훈련된 병사들의 조준 사격에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약 2시간의 작전이 종료되고

최종 확인이 끝난 후, 습격자들의 사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병사들은 정확하게 이마 가운데에 총구멍이 뚫린 프레드의 시체를 발견했다.

처음 바이러스를 가진 개에게 물렸을 때는 선한 피해자였지만,

자신의 기자로서의 영예를 위해 진실을 감추는 바람에

그는 결국 악한 습격자로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선택한 길 때문에,

그의 동료 취재진 7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난민촌에서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래에 대한 꿈 하나만을 간직했던 수많은 어린 생명들도 꽃잎이 지듯 세상을 떠나야 했다.


비록 난민촌에서의 대살육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프레드가 쓰촨성을 떠나기 전에 공격했던 사람들로부터

이미 바이러스는 주변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후, 오랫동안 프레드는 이 사건에 대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름이 언급되었다.

최초의 슈퍼스프레더로서 그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프레드에게 초기에 공격을 당한 것은 동료들 외에도 쓰촨성 주민 2명이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여행객이나 취재진이 머무는 호텔의 관리자라는 것이었다.

독일에서의 사건이 전해지고, 쓰촨성 당국이 조사를 통해

그들을 찾아낼 때까지 그들은 인근 주민들 외에도

호텔에 머물렀던 국내외 여행객과 출장 온 관리들,

그리고 취재 온 기자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그중의 여러 명이 원래의 거주지와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진의 여파로 인하여 다수의 주민들이

인근 운남성으로 대피하는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그들에 섞여버리고 말았다.

제3의 피해자들이 각성하면서 운남성에 알게 모르게 피해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민들을 대낮에 습격하다 공안에 사살된 최초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설표돌격대는 출동 명령을 받았고,

감염자들을 추적해서 운남성까지 이동한 것이었다.

내가 연구소에서 좀비들을 만나기까지 이 많은 일들이 먼저 있었던 것이다.


그간의 상황에 대해서 도노반에 대해서 듣고 나서 나는 복귀를 서둘렀다.

한시라도 빨리 연구실로 가서 대책을 만들어야 했다.

미리엄과 영상통화를 통해 내가 안전하다는 것도 알렸고,

내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해 어떻게 감염되지 않는 지도 알아야 했다.


“좀 괜찮아? 그 일을 겪고도 여전히 성격은 급하네”

연구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자 초췌한 기색이지만 눈빛만은 맑은 한박사가 돌아봤다.

연구실 안에는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연구진들이 꽤 많았다.

내 얘기를 들어서인지 나를 보고 움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곧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안 것은 바이러스는 예상대로 RNA 바이러스라는 거야, 그것도 사슬을 12개나 가지고 있다는 거지, 한마디로 불안정 그 자체라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가진 RNA 사슬이 8개였다.

RNA 바이러스는 숙주에 감염되면서 역전사라는 방법으로 DNA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DNA사슬을 숙주의 DNA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자신을 복제한다.

처음부터 DNA만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보다 한 과정을 더 거치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생긴다.

그런 RNA사슬이 12개나 있다는 것은 감염체들이 갖고 있는 바이러스가 조금씩 유전자가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백신을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정부에서 파악한 감염의심자중 아직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베이징으로 돌아간 중국 보건국의 관리 2명,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 가족 2가구,

그리고 홍콩에서 온 사업가 2명과 그 배우자들,

지난 쓰촨성 대지진때에도 파견 나왔던 한국의 응급구조대원 5명,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국영방송국의 PD와 카메라감독, 그리고 기자 1명으로 구성된 취재 일행이었다.


서둘러 그들의 귀국경로를 조사한 결과,

보건국 관리와 캐나다 관광객 일행 및 한국의 응급구조대는 모두 원래의 주거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홍콩의 사업가들은 마카오를 들러 다시 일본으로 갔다.

싱가포르의 취재진도 곧장 싱가포르로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시간상 그들이 각성할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나있었다.


‘한국이라고...’

나는 가슴속에서 무거운 것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리엄과 니콜라스가 있는 한국.

내가 이 일이 끝나면 곧 돌아가야 하는 한국에 감염자가 입국했다니.

그것도 무려 5명이나.


그들 모두를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해야 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했고, 감염시켰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5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또 다른 감염자들이 각성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깝게는 그들의 가족들, 거주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동선이 지나간 곳의 모두가 위험했다.


사스 유행 때, 당시 홍콩의 메트로폴 호텔에 숙박한 콴 시추라는 여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갔고,

251명을 사스에 감염시켰다.

그 중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서 무려 38명이 사망했다.

이번에도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 가족이 2팀이나 있었다.

그들의 행선지는 또 토론토.

악몽같은 데자뷰를 또 그 도시는 겪어야 될지 모른다.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미리엄과 니콜라스를 당장 대피시켜야 한다.

그리고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몸을 피할 수 있더라도 결국 어딜 가나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나는 침착하게 미리엄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요? 주변에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아이만 데리고 사라질 수 없잖아요?”

“당신 입장이 곤란한 것은 알겠는데, 방송에 나올 정도면 이미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럼, 만약 이 일이 잘 끝나면 내가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아요?”

“알아, 하지만 이 일은 전염병 같은 것하고는 다른 거야, 제발 내말을 믿고 일단 피해”

“니콜라스는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않을게요. 하지만 빨리 이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해요.”

“감염자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그럴 수 없어. 그들이 만약 눈치를 채고 어디론가 숨어버리면 그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아무튼 여기 걱정은 말고 빨리 키트 만드는데 전념하세요.”


미리엄은 상냥한 모습과 달리 자아는 늘 강한 편이었다.

가족들만이라도 안전하다면 마음 편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텐데.

간신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마당에 걱정거리는 도무지 줄어들 가능성이 없었다.


설표돌격대가 목숨을 걸고 생포한 좀비들이 연구소에 또 도착했고,

그 중에는 아직 각성전이라 영문도 모르고 순순히 끌려온 사람들도 있었다.

겁을 잔뜩 먹은 그들의 혈액 속에서 항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항체 양성반응을 이용하면 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키트가 보급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인가?

이제 감염자의 나라들은 입을 열어야 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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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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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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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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