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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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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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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5)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뉴욕, 센트럴파크


스와질란드의 비극적인 작전이 있은 지 정확히 일주일후에 나는 뉴욕수복작전에 참관하게 되었다.

음바바네의 작전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나는 2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써서 연합군의 부사령관을 맡았던 달튼 장군에게 보여줬고, 사기를 잃은 그는 별 이의 없이 내가 작성한 내용에 동의했다.

물론 이제부터는 감염자인 좀비에 대한 무력제압에 있어서 총기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반대할 이유도 없긴 했다.

히로토는 달튼에게 넘어가기 전에 내가 작성했던 부분 중에서 작전과 관련된 부분을 꼼꼼하게 수정해주었다.


특히 그는 방어선 구축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였다.

즉, 이제 적이 되어버린 좀비에게 따로 집단전술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구역을 확실히 확보해놓고, 조금씩 넓혀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원거리 저격을 이용해서 좀비의 숫자를 줄여놓고, 근접전에 특화된 병력이 거리의 블록과 건물들을 하나씩 점령해가면서 일단 확보한 지역에 대해서는 다시 좀비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나가는 작전이었다.

일단 좀비의 도약 능력 이상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면, 결국 좀비가 활동할 수 있는 구역을 좁힐 수 있을 것이고, 거점 구역을 처음에 설정할 때, 좀비들을 한 곳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향을 잡는다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지역 전체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지난번 UN의 정상회의에서 뉴욕과 샌프란시코를 조속한 시일 내에 회복하겠다던 트럼프와 운남성 회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줬던 시진핑이 차례로 우리가 제시한 모델을 기반으로 작전계획을 급히 만들었다.

그리고 뉴욕에서 바이러스의 최대 숙주역할을 하고 있던 노숙자들이 감염후에 아예 점령하다시피 해버린 센트럴파크에서 두 번째의 회복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스와질란드에 참전했던 1천 명 중에서 좀비의 압도적인 힘앞에 무력하게 녹아버린 5백 명을 제외한 나머지 5백 명의 레인저 병사들이 전원 자원했고, 추가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투입되었던, 자부심으로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101공수사단 병력 1천여 명이 투입되었다.

여기에 원거리 저격을 위해서 데그루브를 위시한 3개의 씰6팀과 델타포스로 불리는 델타분견대 다섯 팀까지 지원을 받았다.


작전을 앞둔 시점, 전 세계를 다니며 험한 작전을 치룬 병사들에게도 긴장한 표정은 역력했다.

특히 음바바네의 참혹한 실패가 던져준 교훈은 그들에게 좀비는 단순히 RPG게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타겟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줬던 것이다.

당시 드론들이 촬영한 작전의 전체 영상을 편집한 자료를 몇 번이나 보면서 병사들은 실전상황을 머릿속에서 수백 번이나 떠올리면서 마음을 잡았을 것이다.

물론 예전에 같이 웃고 떠들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들이 좀비의 날카로운 이빨 앞에서 몇 초 만에 생명을 잃는 참극을 보고 일부는 공황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군인은 군인이니만큼 이제 희생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명예를 되찾아야겠다는 다짐들을 하는 것 같았다.

이제 현 상황에서 최선의 준비를 한 정예 병사들이 뉴욕을 되찾기 위한 작전의 시작을 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센트럴파크 안에는 당연히 비감염자는 단 한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발사고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어떻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바이러스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나는 이 상황과 바이러스의 변화를 이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히로토의 대답이 궁금했다.

실제로 나도 정답을 알 수 없었다.

“저는 원래 바이러스의 특징이나 유전자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과 좀 떨어져 있는 이런 독립된 구획에 쭉 있었던 좀비라면 상대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 나에게 그는 연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주었다.

“처음에 센트럴파크 안에서 감염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초반에는 하나라도 더 빨리 스스로를 복제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안정화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바바네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침투할 수 없는 건물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자신의 수명이 짧아질수록 좀비들이 더 흥분되면서 다른 개체로 옮겨갈 준비를 서둘렀겠지만, 지금의 센트럴파크에서는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환경과 울타리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이고 자신들의 종족들로 전부 채워졌다고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이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 순간 내 두뇌를 강하게 섬광처럼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히로토의 말이 정확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뉴욕 안에서도 센트럴파크에 있는 좀비들과 거리에 있는 좀비들의 상태가 다를 것이다.

중국 운남성 안의 좀비들은 어떤 상태일까?

만약 주변 상황을 조작하여 바이러스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해서 가장 비활성화된 상태로 변화시켜 놓고 쉽게 트랩으로 유인한 다음, 그들을 1주일 동안 고립시킬 수 있다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꼬이고 얽히기 시작했다.

일단 어떻게 해서든 뉴욕에서의 작전 중에 좀비를 산채로 포획해서 질병통제센터로 데려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비교실험을 통해 가급적 인류의 희생을 줄이면서 좀비를 줄여가는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작전을 보기 위해서 전용 헬기를 타고 트럼프가 직접 올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만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고립시킨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현재도 뉴욕 내에서는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유투브로 끊임없이 전송하며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잠시 동안 그들의 유무선 인터넷망을 끊었다가 전국적으로 비난이 확대되면서 단 몇 시간 만에 다시 열어주기는 했지만, 이제 그도 비난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때문인지 작전의 총 지휘는 레이먼드 토머스 통합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이 맡았다고 들었다.


마틴도 직접 전투복을 입고 와서 나와 히로토와 함께 현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물론 그도 음바바네의 비극을 잘 알고 있기에 긴장은 감출 수 없었지만, 이번 작전으로 인류의 희망을 다시 세우겠다는 모종의 흥분감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작전 직전에 트럼프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토머스 사령관은 간단한 브리핑을 가졌다.

“센트럴파크는 보시는 대로 총 12개의 섹터로 나눠지고 각 섹터 당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저격을 시작합니다. 처음 계획 시에는 전체를 포위하고 가운데로 좁혀가는 방식을 고려했지만, 음바바네에서 얻은 정보처럼 오히려 좀비들을 한군데 모는 것이 나중에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각개 격파하는 전략을 선택 했습니다.

마지막엔 각 섹터 당 가벽을 설치해서 가급적 그 안으로 좀비들을 몰아넣고 출구를 막아버리는 것으로 작전을 완료하게 됩니다. 물론 1주일이 지나고 확인 절차를 마칠 때까지 철저한 경비를 강화할 것입니다“


토머스의 전략에 따르면, 각 섹터 당 동원되는 저격수는 모두 30명이 넘었다.

동서남북 각 방향 당 대충 10여 명씩의 저격수가 동시에 사격을 시작하면서, 보이는 좀비를 모두 쏜다는 것이다.

그 후에 중화기를 가진 병력이 투입되고, 그들의 조금 뒤에서 저격수가 대형을 정비해서 기습적으로 출몰하는 좀비를 저격한다는 것이었다.

중화기의 범위는 대개의 경우 중기관총과 유탄발사기 정도였다.

평소 국가 간의 전쟁이라면 중화기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잘만 맞추면 머리에 한방만으로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좀비인 것을 역이용하는 작전이었다.

이렇게 물샐틈없이 조여들어가면서 좀비들을 전후좌우가 모두 막힌 가벽 안에 가둔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작전병력 이외에 무장한 공병 들이 각 섹터당 충분히 배정되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무력을 사용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요?”

나는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문득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던 질문을 마틴에게 내놓았다.

“그러지 않았겠죠. 처음에야 보이는 족족 쏘고 쓰러트리면 정리가 된 것처럼 성과를 내놓았겠지만, 결국 쓰러진 사람들이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좀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살던 이웃과 친구란 것에 괴로워했겠죠.

그들에게 어떤 책임도 느끼지 않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살상했다면 아마 모두가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지금 작전도 사실 이들을 한군데 몰아넣고 고립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이지, 모두를 확인사살까지 해서 100% 생명을 직접 빼앗겠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틴의 얘기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제 카를로스도 비슷한 답변을 해주었고, 히로토의 논조도 별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 그들은 확실한 내 편이었다.


5시간 후, 센트럴파크 인근 작전본부


작전결과는 예상과 다른 법이었다.

진압병력이 가급적 경무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좀비들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컸다.

그러나 머리에 정통으로 총을 맞지 않는 이상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작전 시작과 함께 각 섹터별로 사방에서 저격수들이 일제사격으로 좀비들을 쓰러트렸을 때는 시작이 좋았다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앞장을 서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예상으로는 총격을 피해 좀비들이 몸을 피하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가벽을 세울 가상의 공간으로 그들을 몰아야 하는데 좀비들의 반응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기관총탄이 날라오건, 아니면 유탄발사기가 팔다리를 부숴놓건 간에 남아있는 몸을 모두 이용해서 병사들을 덮쳐간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좀비들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다급한 기관총 사수들은 좀비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지만, 머리에 총탄을 직격당한 좀비들 말고 나머지는 몸에 수십 개의 총알이 박혔어도 흔들리지 않은 채 달려든 것이다.

뒤에 정렬해있던 저격수들이 노련함을 발휘해서 최대한 좀비들을 쓰러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모두 각자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에도 마치 좀비들이 병사들을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가고 있었다.

결국 가상의 섹터는 모두 머리에서 지워진 채, 병사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력을 모두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토머스 사령관도 직접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저격수의 지원을 지시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헬기가 모두 떠서 집중적인 저격이 이뤄진 후에도 상황은 여전히 병사들에게 불리했다.

결국 21세기에서 역사상 거의 쓰인 적이 없었던 화염방사기까지 동원되어서야 좀비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했던 결과는 60% 이상의 좀비들을 산채로 포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전이 종료되었을 때, 내가 질병통제센터로 데려갈 3명의 좀비를 빼고는 모두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

가벽은 단 한 개도 세우지 못했다.


병사들의 피해도 막심했다.

1천 5백명의 레인저와 공수사단 병력 중에서 1/3 가까운 병력이 죽거나 감염자가 되었다.

감염자들은 즉시 미국육군병원으로 후송되어서 격리 수용되었다.

그들도 결국 상처는 경상으로 분류되겠지만, 결국 전사 처리될 것이다.

1주일 안에 그들을 구원할 방법은 없었다.


두 번째 작전에서도 얻은 교훈은 희생만큼 많았다.

대규모의 작전일수록 커다란 희생을 낳는다는 것이었다.

이제 두 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샌프란시스코와 운남성을 회복하는 작전이 시도될 것이다.

실패는 두 번으로 끝나야 한다.

나와 히로토가 짐작했던 바이러스의 위기대응능력은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었다.

대규모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바이러스들은 숙주인 좀비를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바꿔놓은 것이다.

좀비들의 뛰어난 물리적 능력 또한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결국 인류는 커다란 희생을 강요당하고 마는 것일까?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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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9) +6 18.06.15 489 8 9쪽
56 운명(8) +6 18.06.13 511 14 11쪽
55 운명(7) +6 18.06.12 491 13 12쪽
54 운명(6) +5 18.06.11 480 9 13쪽
53 운명(5) +2 18.06.10 464 11 12쪽
52 운명(4) +6 18.06.09 545 10 13쪽
51 운명(3) +8 18.06.08 543 14 12쪽
50 운명(2) +13 18.06.06 558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48 인간의 경계(14) +8 18.06.03 580 14 12쪽
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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