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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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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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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계(9)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시티


에단은 차양모자를 큰 것으로 사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전에 쇼핑을 위해서 넬슨만델라 스퀘어의 쇼핑센터들을 돌아다닐 때는 뜨거운 햇볕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시원한 그늘을 찾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적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몇날 며칠을 땡볕에 있어도 군인은 불평을 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이 에단의 원칙이었다.

에단의 조상은 보어인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대영제국의 국민들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는 것이 에단의 신념이었다.

영국인들이 없었다면 이곳은 미개척지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같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결코 전체 아프리카 GDP의 1/4을 만들어내는 나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영국인들 덕분에 이 나라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은 결국 선거를 통해 이 땅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에단이 보기에는 흑인들은 처음부터 영국의 편을 들었어야 했다.

보어인들의 편에 섰기 때문에 1960년 인종차별로 인해 2만 명이 학살당하는 샤프빌 학살도 겪었고, 결국 영연방에서 탈퇴하면서 그들은 보어인들에게 더 심각한 차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에단은 이 나라의 자연이 좋았고, 영국보다 낮은 세금도 좋았다.

그런데 최근에 알렉산드라에서 출현한 좀비는 에단을 비롯한 영국인 거주자들을 영 불안하게 만들었다.


돈은 죽을 때까지 열심히 써도 남을 만큼 있는 에단과 그 친구들이 에릭 프린스를 직접 초청하여 면담을 했고, 프린스의 표현을 빌리면 ‘세이프 에이전트’들이 자신들을 지켜주러 올 것이라고 했다.

남아공에 오기 전, 이미 그들은 인도에서 최상위급 통치계층인 크샤트리아들의 요청으로 좀비들과 실전을 벌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때, 선제적인 수색과 섬멸이 안전에 최고의 확률을 준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육덩어리인 그 안전요원들은 거침없이 알렉산드라 지역에서 감염자들을 사냥했다.

그러다가 주민들과의 충돌로 인해 오히려 알렉산드라에 거주하는 흑인들에게 자신들을 목표로 하는 폭동을 일으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 샌튼 시티를 내주고 도망갈 수야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샌튼 시티로 몰려온 첫날부터 에단은 만델라스퀘어 입구 건물 옥상에 거치대를 설치해 놓고 침입자들을 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해군 특수부대인 SBS 상사로 제대할 때까지, 에단은 특등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육군 SAS에서 최고의 스나이퍼라고 자타 공인된 직업군인들과 벌인 자존심 대결에서도 에단은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에단이 볼 때는 저격수의 최대 재능은 저격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었다.

적의 목줄을 죄고 발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저격수야 말로 병사중의 꽃이었다.

에단은 어떤 총을 잡아도 15분 이내로 영점을 조정할 수 있었다.

사실 정글도나 기껏해야 산탄총, 엽총을 들고 달려드는 흑인들에게 바람구멍을 내주기에는 자신의 실력이 아깝다고 여길 정도였다.


총 15명의 흑인들을 거리에서 쓰러뜨렸을 때쯤, 정부에서 정규군이 투입되면서 폭동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증오에 찬 눈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흑인들이 곳곳에 남은 것이 보였다.

에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의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다시는 감히 이곳에 침입하는 마음도 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끝까지 단 한 명의 적이라도 더 쓰러뜨리고 싶었다.

그런 에단의 눈에 붉은 색 셔츠를 입은 흑인 한 명이 건물 사이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꽤 민첩하긴 했어도 에단의 눈에는 그저 정해진 패턴에 따라 좌우를 번갈아 이동하는 표적에 지나지 않았다.


거리는 약 150미터. 스코프 좌측에서 우측으로 달려 나갔으니 이제 다시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스코프에 정확히 들어올 때 쏘면 아마 왼쪽 귀를 스치고 말 것이다.

넷을 세고 쏘면 정확히 이마가 뚫릴 것이다.

지금의 각도로 볼 때, 발사된 총알은 정확히 만델라 동상의 우측 어깨를 살짝 스치면서 킬마크를 하나 더 제공할 것이다.

‘하나, 둘, 셋...’

넷을 세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뒤쪽에 있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설마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 자신만큼 키가 큰 좀비를 보았다.

눈동자가 붉게 충혈 되었고, 입가에 범벅된 피를 볼 때, 이미 피 맛을 본 좀비일 것이다.


알렉산드라에서 몰려온 흑인들을 스나이핑 하는 중간 중간에 에단은 덤으로 좀비들을 쏘아 맞혔다.

조준경으로 보면 좀비와 좀비가 아닌 사람은 명확히 차이가 났다.

한마디로 총알이 날아다니는 이 삭막한 광장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쫓아가는 것이 좀비였다.

에단이 쓰러뜨린 좀비는 세 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네 번째 좀비가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것이다.


거치대에 놓인 소총을 들어서 조준하기엔 너무 늦었다.

2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로 다가선 좀비를 보면서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에단은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쪽 바지 포켓에 꽂혀있던 나이프를 꺼냈다.

이 폭이 넓은 나이프를 보고 동양인 친구는 그것이 검이 아니라 도에 가깝다고 했다.

찌르는 검 보다는 내리쳐서 자르는 도와 닮았다는 것이었다.

작전 시, 단 한 번도 이 나이프를 써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 같은 위기에 쓰기 위해서 훈련 시 수도 없이 나이프를 이용한 격투훈련을 해봤으니 자신은 있었다.


좀비는 예고 없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에단이 생각한 포인트보다 하나 빨랐다.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서 목을 자르려고 했는데, 한 발 더 빨랐던 좀비는 에단의 목을 물고 늘어졌다.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처럼 충격이 오면서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다.

에단은 급속도로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실전에서 에단은 순발력 있는 결단으로 팀원들의 목숨을 구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단의 원칙은 모든 것을 다 잃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승리를 얻는 것이 군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에단은 남은 힘을 다해 나이프로 좀비의 몸을 찌르고 또 찔렀다.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에단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좀비의 무는 힘은 약해지지 않았다.


결국 에단은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대산 어깨에 메고 있던 홀스터에서 그의 분신중 하나인 시그사우어 P226을 꺼냈다.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지만, 총기의 롤렉스라 불리는 권총으로 에단의 목숨을 구해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에단은 마지막 남은 힘을 꺼내 시그사우어를 들어 자신의 목을 물어뜯는 좀비의 뒤통수에 대고 그대로 격발했다.

9밀리 파라블럼탄은 좀비의 머리를 뚫고 지나가서 에단의 머릿속마저 휘저어 놓았다.

‘네 번째’ 에단의 의식이 끊어지면서 에단이 스스로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알렉산드라 지역 초입의 말보로역


마틴이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대장인 제프리를 불러 여러 가지 주의를 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알렉산드라 지역을 회복하기 위해서 감염자를 가려내고 비감염자를 보호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물론 직접적인 작전 병력은 남아공 육군특전여단들 이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나와 카를로스, 마틴을 보호하기 위해서 파견된 것이다.

비록 경무장이긴 하나 그들이 없다면, 우리 셋은 언제 어느 누구에 의해서 공격을 받고 진실과 함께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늘 떠안고 있을 것이다.


내가 제안한 검사 과정의 모델은 다음과 같았다.

인도에서처럼 주민들을 차례로 검사하는 것은 위험이 컸다.

알라하바드에서처럼 갑자기 감염자가 각성하면서 습격이 시작되면, 대열이 일순간에 무너질 위험성이 높았다.

따라서 모든 주민들을 집안에 대기하게 하고, 모든 출입을 통제했다.

그리고 역할을 분담하여 경계병이 만일을 대비하여 지켜보는 가운데 검사역할을 맡은 병사가 1차로 상처여부에 대한 육안 검사, 그리고 상처 발견 시에는 종전의 방법대로 신체 구속 후에 키트에 의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여 억류와 후송여부를 결정짓게 한다 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신체의 육안검사였다.

동원 가능한 여군들로만은 각 가정 당 1명씩 배정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따라서 일부 자발적, 또는 차출에 의한 공무원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의 시작은 내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시작 전에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가 안 되었다.

이미 감염자와 좀비가 발생한 시점에서 알렉산드라의 빈민촌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방문한 집안의 가족들을 모두 한 방으로 모이게 한 후, 양쪽에서 경계병이 장전된 총을 겨누고 시작될 검사는 따뜻함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었다.

그저 조금 더 편안하고 신속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지켜가려는 것이었다.

아차해서 오발사고라도 나면, 이미 한 번 일어난 폭동을 두 세배로 더 키우는 장본인이 내가 될 것이다.

물론 내 뒤에는 무장한 평화유지군 병사들이 내 한 몸이야 지켜줄 수 있었지만, 긴장해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남아공 병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마 이런 작전에 처음 참가한 그들로서도 그야말로 리얼한 공포영화의 실제 주인공이 된 기분일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빈민촌 초입에 있는 첫 번째 집의 문을 두드리자, 곧 문이 열렸다.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얘기하고 협조를 구하려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폭동 중에 희생된 상황에서 그들의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내가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특별히 긴급으로 요청한 초콜릿 선물이 없었다면 문턱을 넘기 어려웠을 가정도 많았을 것이다.

수색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에 나와 동행하며 영상촬영까지 하던 카를로스와 마틴은 어느새 나와 헤어져 각기 다른 분견대를 이끌고 다른 팀을 참관하기 시작했다.


총 2천명이 400개조로 나뉘어 시작된 작전은, 해가 저물 무렵 거의 2/3이상의 가정에서 끝을 보고 있었다.

카를로스의 예측대로 처음 빈민촌에서 수색을 시작했던 용병들이 상당수의 감염자들을 이미 처리한 것 같았다.

작전이 시작된 지, 여섯 시간이 지나가자 거듭되는 긴장으로 탈진한 병사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 반면에 초반 지나친 두려움으로 시작했다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되어가는 작전 속에서 긴장이 풀려 일부 나태해진 병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지금 이 때가 가장 확률이 높았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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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운명(4) +6 18.06.09 545 10 13쪽
51 운명(3) +8 18.06.08 543 14 12쪽
50 운명(2) +13 18.06.06 559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48 인간의 경계(14) +8 18.06.03 581 14 12쪽
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 인간의 경계(9) 18.05.28 599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40 인간의 경계(6) 18.05.24 685 14 10쪽
39 인간의 경계(5) +2 18.05.22 68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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