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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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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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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계(14)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카불공항 인근 도로


기관총 사수가 쓰러지고 나서 1~2초 후에 둔탁한 총성이 들렸다.

적 저격수가 약 450~500미터밖에 있다는 것이다.

가슴을 관통당한 사수는 우리가 있는 아래쪽 좌석으로 힘없이 흘러내렸다.

심장을 뚫리면서 바로 즉사한 듯 보였다.

“RBA 방탄조끼를 뚫은 것을 보니 총알 구경이 꽤 큰 것 같은데...”

마틴의 긴장한 음성을 들으니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호를 맡은 팀은 미군 제75레인저 부대였다.

베트남전 때 창설되어 늘 미 육군 작전의 선봉에 섰던 팀.

적진 깊숙이 잠입한 특수부대가 고립되면 구출하는 임무도 맡던 수색대라고 알고 있었다.

오늘 공항에서 우리를 대통령궁까지 안전하게 경호하는 것이 아마 이들에게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전이 될지 모른다.


기관총 사수가 공석이 되자마자, 바로 조수석에 앉아있던 대위가 대신 올라가 기관총을 잡고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응사를 시작했다.

물론 저격수를 맞춘다는 목표보다는 추가적인 저격을 막는 엄호사격의 차원일 것이다.

장갑차는 최고 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빠르게 날아오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

기관총 사격을 멈춘 대위는 우리가 불안해 할까봐 바로 설명해주었다.

“우리 쪽 공격헬기입니다”


인도와 필리핀에서 헬기라면 치를 떨었던 나였다.

이제는 한쪽 눈을 감고 보아도 코브라와 아파치 헬기를 구분할 수 있었고,

주렁주렁 매단 것이 로켓탄인지 미사일인지도 구별할 수 있었다.

아파치헬기는 날아오면서 저격수 방향으로 로켓탄을 연이어 발사했다.

집중된 폭발의 규모로 볼 때, 아마 죽음을 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또 다른 아파치 헬기가 세 대나 날아오면서 총 네 대의 공격헬기가 우리 머리 위를 돌아다니자, 더 이상의 추가적인 공격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거꾸로 우리를 호위하는 헬기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은 아군은 없었다.

헬기가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때,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개활지 도로를 지나가는 도중에 인근 야산 쪽에서 대전차 미사일들이 무려 네 발이나 날아왔다.

장기간 훈련된 인력에 의해 발사된 듯, 거의 동시에 날아온 미사일마다 각각의 헬기를 겨냥한 것 같았다.

저공으로 날고 있던 아파치 헬기들은 혼비백산하여 흩어졌고, 저 살기에 바쁜 모양이 되었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미사일들 중 최소 1~2대는 헬기에 명중될 것 같았다.

헬기 조종사들은 이럴 때, 낙하산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것이 더 치명적일 것 같았다.


그러나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장갑차 1대가 다른 미사일에 맞아 폭발음과 함께 도로 저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탄 장갑차와 맨 뒤에서 기관총 1대 거치하고 따라오는 험비 한 대 뿐.

IS를 우습게 안 것일까?

공격헬기 네 대면 충분한 경호가 되리라고 생각했겠지만, IS는 습격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고 레인저들은 방심한 나머지 방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뿐이다.


마틴이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더 부담이 되는 얘기를 던진다.

“대통령궁까지 간다고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대통령 궁 바로 앞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하는 놈들 이라서요. 지금의 대통령은 그냥 놔둬도 자신들의 체제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우리들은 반드시 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내 가슴은 더 답답해질 뿐이었다.

평범한 과학자였던 내가 지금은 전 세계를 활보하며 죽을 자리만 찾아다니는 꼴이 아닌가?

카를로스가 진지하게 한마디 더 보탠다.

“WHO에서 가족들에게 충분한 보상금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네”

내가 죽고 일이 틀어지면 우리 가족은 보상금을 타서 좀비들과 나눠 써야 할지도 모르는데 저런 천연덕스러운 농담이 나오는 것을 보니 둘 다 인물들이긴 하다.


어쨌든 지금은 아이언맨이라도 나와서 순식간에 우리를 구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유감스럽게도 아이언맨은 아니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낸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였다.

나중에 마틴이 설명해줘서 알았지만, 미군에서 제공받아 단 8대만 갖고 있다는 헬기가 지원을 나온 것이다.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아파치 헬기는 회피기동을 연이어 시도하면서 1대를 빼곤 미사일을 피했고, 뒤이어 지원 나온 블랙호크의 공격으로 야산 방면에서 우리를 공격하던 복병들은 잠잠해졌다.

추락한 아파치 헬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2명은 모두 목숨을 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벌써 오늘만 해도 7~8명에게 목숨을 빚진 셈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 관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우리가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

악수도 형식적일 뿐.

자신에게 괴로운 결정을 강요하러 온 불청객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지금 상태에서 검사를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것 자체가 미국이 꾸민 거짓이라고 믿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오히려 바이러스를 접종하려 한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으니까요”

내 느낌으로는 가니 대통령도 일부분 이 소문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검사장 주변 경계를 강화하는 것은 미군기지에서도 충분히 지원을 해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대통령님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앞장서겠습니까?”

카를로스가 강한 어조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카를로스도 가니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도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을 억지로 검사장까지 끌고 갈수는 없지 않습니까?”

점점 더 이 대통령의 나약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통령님이 직접 제일 먼저 검사를 받는 것을 보여주시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UN에 요청해서 예산 지원을 받아 볼 테니, 검사를 받은 사람들에게 1주일분의 식량을 주는 것도 같이 해보면, 처음에만 망설이지 나중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검사를 받을 것 같은데요”

마틴도 한 마디 보탰다.

여기까지 딱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아무 소득이 없었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검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야 정상인데, 거꾸로 우리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것도 남의 나라에 와서 미사일 공격까지 받아가면서...


“이 검사를 원하지 않는 것은 IS 뿐만 아니라 탈레반도 마찬가지요. 더군다나 미군이 지키는 검사장이라면 이번처럼 폭탄테러의 표적이 될 뿐입니다. 아마 검사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른다면 아무도 검사장에 가지 않을 겁니다. 바이러스 감염이야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탈레반이 겨누는 총구는 눈앞에 있을 테니까요”

가니 대통령의 말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없었다.

“아쿤자다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또 감당하기 어려운 말을 뱉어 버렸다.


카를로스와 마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무척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같은 팀끼리 반대의사를 즉각 말할 수는 없었다.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가 2년 전에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지도자가 된 아쿤자다를 겁도 없이 내가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어도 말이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탈레반은 아무리 잔인해도 아프가니스탄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겠지만, IS는 다를 것입니다. 탈레반과 협력해서 IS가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미군이 검사를 주도하면 탈레반과 IS 모두가 적이 될 수 있어도, 탈레반이 지켜준다면 IS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카타르 도하 탈레반연락 사무소


가니 대통령은 끝까지 이 회담을 못마땅해 했다.

탈레반을 정치적 동지로 삼겠다던 그의 말은 정치적 수사가 많았던 것이지, 자신의 임기 내에 꼭 이루겠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회담에는 아쿤자다 외에 탈레반의 창설자인 오마르의 장남인 야쿠브도 참석했다.

우리 쪽 참석자는 가니 대통령과 나, 그리고 마틴 외에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인 존 볼튼 등 4명이 참석했다.

가니 대통령이 이제부터 잘해볼 테니 좀 만나자고 해서 탈레반이 그 시간에는 약속이 없으니 만나봅시다 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 줄 선물을 볼튼이 들고 온다는 기대감에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 검사가 무사히 끝날 때까지 우리보고 경호를 서 달라는 애기입니까?”

아쿤자다가 퉁명스럽게 물어왔다.

“그런 게 아닙니다. 단지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들을 위해서 바이러스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검사를 방해하는 세력은 아프간의 적으로 여기겠다는 강경한 발언이 실제로 총을 메고 검사장 주변을 지키고 서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뭡니까?”

야쿠브가 아쿤자다 대신 물어왔다.

“그건 천천히 협상을 통해서 하나씩 찾아보는 게 어떨지...”

가니 대통령의 말이 이어지려고 할 때, 내가 순간적으로 그의 말을 잘랐다.

“지금 확실히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더 이상 검사를 미루면 아프간의 국경은 다른 나라에 의해서 차단당하고, 공포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좀비들과 싸우다가 나라 전체가 소멸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아쿤자다와 야쿠브는 나를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물론 탈레반측이 검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UN과 WHO는 아프간을 포기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이 보다 빨리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부터 아프간을 살리기 위해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협력관계가 된다면, 여기 있는 볼튼 보좌관이 탈레반에 대한 적대적 공격을 중지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미국이 모든 지원을 한다는 보증을 해드릴 것입니다. 볼튼, 당신이 가져온 선물을 지금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보여줄 것이다.

하얀 콧수염의 산타클로스가 어떤 선물을 더운 나라에 가져왔는지.

볼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평화적 의회구성만 이루어진다면 미군은 무조건 철수합니다. 그리고 매년 100억 달러의 경제지원금으로 대신해주겠소”

가니 대통령도 미리 듣지 못했던 말이다.

볼튼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물론 탈레반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도 우린 철수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신 단 한명도 국경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나온 감염자가 하루 만에 미국으로 올수도 있으니까요”

이것도 가니 대통령은 미리 알지 못했다.

그리고 가니 뿐만 아니라 아쿤자다와 야쿠브에게도 그것은 영향력이 있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바로 그날 공동 선언을 통해 평화적 동반자로서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고 아프간의 발전을 위해서 모든 갈등을 종식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아프간의 내일을 위해서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바이러스 감염검사에 적극 협력하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아프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적으로 여기고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것도 발표했다.

이제 아프간은 위기를 벗어난 것 같다.

하지만, 강대국들에게도 이런 얘기가 통할까 싶었다.

카를로스를 통해 듣는 소식은 중국과 미국의 감염이 더 미궁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의 감염문제를 해결하러 드블라지오 시장이 백악관에 왔다는 것을 볼튼이 귀띔해줌으로써 불안은 짙어졌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돌아오는 걸프스트림 안에서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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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운명(2) +13 18.06.06 559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 인간의 경계(14) +8 18.06.03 5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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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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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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