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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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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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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817

작성
18.05.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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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경계(3)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일본 하코네 산등성이


히로토는 방아쇠울에 걸친 손가락을 떼어 천천히 방아쇠에 다시 얹었다.

언제든지 발사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는 동작이다.

이틀 전에 설치해놓은 적외선 감지기 앞을 체열이 있는 존재가 지나갔다는 신호가 왔다.

3번 감지기인 것으로 보아 곧 저격지점으로 설정한 앞쪽을 지나갈 것이다.

모니터에 잡힌 열영상을 보니 동물의 크기는 아니었다.

이 근처는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 되어버렸으니 지나가던 주민도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몸에서 내뿜는 체열의 수준이 사람의 범위를 한참 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가 나타났다는 얘기이다.


모리타워에서 실종된 료타와 하루토가 하코네의 료칸에서 참극을 벌였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우노와 히로토는 미리 챙겨놓은 짐만 들고 헬기를 탔다.

그리고 이틀 째, 이곳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노는 뒤이어 따라온 특수작전군을 지휘하여 료칸 인근 지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무선연락 없이 이곳을 지나다니는 직립동물은 두 명의 좀비 밖에 없다는 뜻이다.


히로토는 우노와 상의 끝에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주요 통행로 근처에서 매복하기로 결정했다.

좀비가 바이러스를 전해줄 숙주를 찾는 것이라면, 굳이 험한 산속을 누빌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둘 다 료칸에서 인기척을 찾아 마을 쪽으로 걸어 내려오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둘 다 사람일 때의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본능에 의해서 이동하느라 추격자들이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이 마을로 가기 위해 꼭 지나갈 수밖에 없는 요지를 미리 차지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좀비에게 협동작전은 없을 테니, 각각을 따로 잡아야 했다.


우노는 둘 다 한시바삐 사살해야 한다고 했다.

료칸과 아랫마을 사이에, 군데군데 료칸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되는 곳들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추가적인 습격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두 명의 좀비를 잡지 못하면, 하코네 전체가 위기에 빠질 지도 모른다.

화산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관광휴양지가 된 이곳에 좀비가 출현한다는 소문은 주민들에게는 끔찍한 재앙일 수밖에 없다.


하코네 산간지역을 운행하는 버스들과 이곳을 대표하는 등산열차는 이미 멈춰서 있었다.

료칸에 투숙했던 외국인 여행자들도 뒤늦게 명단을 입수해서 대조해보고 있지만, 생존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우노와 히로토의 어깨에 관광지의 명성 그 이상의 것이 달려있는 것이다.

그 때, 히로토는 료타를 발견했다.

둘 중에서 키가 좀 작고 배가 많이 나온 사람이 료타, 키가 크고 근육질의 몸을 가진 사람이 하루토라고 들었다.

료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샛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드라구노프의 약실에는 7.62×51mm 탄알이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구경의 탄알은 워낙 관통력과 사거리가 좋기로 명성도 있었고, 히로토가 가진 드라구노프 모델도 사냥용으로 쓰기에 부족함 없는 tiger 모델이었다.

히로토의 조준경에 잡힌 료타의 모습은 평범하고 배나온 회사원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아마 지나가던 사람이 료타와 마주쳤다면 그 자리에서 숨을 잠시 멈춰야 할 정도로 흉측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여러 건의 습격을 통해 료타의 온 몸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눈은 핏빛 붉은 색일 뿐만 아니라 입 주변에도 온통 피투성이였다.


료타와의 거리는 약 250미터, 이정도면 한발이면 충분했다.

조준경 십자선에 완벽하게 료타의 머리가 들어왔다.

그 때, 걷고 있던 료타가 갑자기 멈춰버렸다.

히로토는 그 이유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료타의 안면부가 함몰되는 것이 조준경으로 똑똑하게 보였다.

료타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루토뿐.

그런데 왜 료타는 내가 조준을 끝내자마자 멈췄을까라는 의문이 히로토의 본능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히로토, 히로토?”

군용무전기에서 우노의 호출이 들려왔다.

“여기 있어. 료타는 방금 사살했다”

“정말인가? 그런데 방금 하루토를 우리가 발견했다. 매복 중이던 우리 병사들이 발견했는데,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네가 있는 쪽으로 모는 데 성공했다. 곧 도착할지 몰라”

하루토까지?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았다.

애초에 이 작전은 위험부담이 많았다.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민간인을 소개시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 인근 민간인을 대대적으로 지역에서 나오게 했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습격을 당할지 몰랐고, 예상보다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히로토는 드라구노프를 든 채로 이동하여 료타를 사살한 지점보다 3백 미터쯤 위로 저격지점을 상향시켰다.

만일 료타의 시신에서 흘러나오는 피 냄새를 맡고 하루토가 몸을 피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히로토는 매복에 자신이 있었다.

델타포스의 저격수들이 총알 한 발을 쏘기 위해서 1주일 동안 총을 겨누고 엎드린 채로 대소변을 다 본다고 하지만, 히로토는 그 이상 버틴 적도 많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열흘 정도를 엎드려서 굳어질 대로 굳어진 몸을 가지고 500미터 이상 떨어진 적의 머리를 맞춘다는 것은 결국 정신력의 문제였다.


우노의 얘기대로 3번 적외선 감지기 앞을 하루토가 지나쳤다.

그리고 잠시 후, 육안으로도 분명히 보일 정도로 하루토가 다가왔다.

벌써 피 냄새를 맡은 것일까?

하루토는 다가오면서 코를 킁킁거리고 고개를 돌려 뭔가 찾는 듯 보였다.

조준경으로 예측한 거리는 단 100미터.

이정도면, 무조건 적중이다.


조준선에 하루토의 머리가 안정적으로 잡히자, 히로토는 방아쇠에 얹은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하루토의 머리가 사라져버렸다.

히로토가 조준경에서 얼른 눈을 떼어 쌍안경을 찾아 다시 확인했을 때, 하루토는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달아나는 동작이었다.

그때서야 히로토는 료타가 왜 갑자기 자신이 조준을 끝냈을 때, 멈춰섰는지를 알았다.

하루토보다 훨씬 더 먼거리에 있던 료타도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좀비는 인간보다 훨씬 민감하게 위기를 느끼는가?’

이것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훗날 좀비들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히로토의 이 발견은 상당히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우노, 하루토가 저격을 스스로 감지하고 피한 것 같다. 추격하겠다”

“이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원하겠다”

우노의 목소리가 차분한 것을 들으니 아마 하루토와의 접촉에서 사상자가 났을 때, 유사한 일을 목격했던 것 같았다.

아마 특수작전군들도 자존심상 스스로 처리하려고 했을 것이 뻔했을 텐데, 그들의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 확실했다.

히로토는 드라구노프를 챙겨들고 하루토가 달아난 방향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제 저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가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지가 불분명해질 것이다.

아마 총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다.

료칸에서의 벌어진 참극의 현장을 보니, 하루토의 뛰어난 운동능력이 쏟아진 아드레날린에 의해서 배가되어서 그런 지, 출동한 경찰들이 뽑아든 총은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특수작전군을 투입하는 것 보다 실전경험이 많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숲속을 헤맨 지 십여 분이나 지났을까?

풀포기와 땅바닥에 남긴 하루토의 흔적을 보고 방향을 잡아가던 히로토는 걸음을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이 근처 어딘가에 하루토가 분명히 있었다.

아마 자신이 도리어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때, 누군가 바닥의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불과 십여 미터 앞에 있는 하루토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이 거리에서 드라구노프를 들어 쏠 수는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하루토의 한 번 도약에 목을 물리고 말 것이다.

드라구노프를 옆으로 내려놓은 히로토는 차고 있던 NR-2 나이프를 꺼냈다.

오랜만에 육박전을 겪는가 싶었고, 몸의 관절들에 잔잔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스페츠나츠를 제대하기 직전 있었던 마지막 작전에서 그는 체첸 반군중 한명과 육박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190센티가 넘는 거구의 그는 특수전 장교 출신임이 틀림없었고, 자신의 몸에 무수히 많은 상처를 남겨주었다.

결국 그의 목을 분지르는 것으로 갚아주었지만, 히로토도 입원치료가 필요했다.

이제 그보다 더 어려운 상대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히로토는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스페츠나츠에서 배운 그들의 특기 중 하나를 써야할 때가 되었다.

이 거리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달려오는 적이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루토는 예상대로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히로토도 두 발 정도 마주 뛰어나가면서 지체 없이 점프를 했고, 공중에서 한 바퀴 거꾸로 회전을 했다.

히로토가 보인 덤블링 동작은 스페츠나츠가 근접전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었고,

짧은 거리에서 최대의 원심력을 실어서 단검을 던질 때, 효과적이었다.

정확히 공중에서 180도쯤 회전해서 어깨가 땅바닥을 향했을 때, 히로토의 단검이 날았고,

하루토의 이마를 파고들었다.


하루토는 그대로 절명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린 히로토는 무전으로 우노에게 상황을 들려주었다.

이제 특수작전군들이 마음 놓고 주민들 중 감염자를 가려낼 차례가 되었다.

아마 그 와중에서 어떤 무리한 일들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그건 그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히로토는 이제 자신이 발견한 것을 이 사태를 해결할 책임을 가진 사람에게 알려주어야겠다고 확신을 가졌다.

좀비는 그냥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기보다 인간에 못지않게 위기의식을 발동한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나는 히로토와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이 없었다면 인류 종말의 시계바늘이 몇 칸쯤 더 갔을지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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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인간의 경계(9) 18.05.28 600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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