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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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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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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817

작성
18.05.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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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좀비가 손을 물었다(8)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CNN 선임기자 프레드는 10년 만에 중국 쓰촨성을 다시 찾았다.

10년 전,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 지옥같은 참상을 취재하고 나서 프레드는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원자폭탄 250개가 동시에 터진 것과 같은 지진의 위력 앞에

쓰촨성은 살아남은 자의 지옥이 되어버렸다.


바로 조금전까지 자신의 손을 잡고 뛰어놀던 손자의 죽음앞에

할머니는 망연자실했고,

실종된 가족들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다.

삶의 기반을 모두 잃은 주민들은 가혹한 운명 앞에 목놓아 울었다.

당시 아직 마음이 모질지 못했던 프레드도 취재기간의 절반은 주민들과 같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10년만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프레드가 기획한 취재는

쓰촨성에서 다시 산발적으로 소규모의 지진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시작되었다.

취재부에서는 일단 위험하다는 이유로 취재를 불허했지만,

지진 전의 평화로움과 지진 후의 참상을 대비하지 않으면,

자연재해로 인한 삶의 파괴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그의 열정에 국장은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프레드의 앞에 기다린 것은 전혀 다른 운명이었다.


쓰촨성에서 진도 3~4의 약한 지진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때,

프레드는 지진에 취약한 건물들과 매몰이 가능한 지역들을 열심히 다녔다.

그 와중에 막다른 골목에서 개에게 물렸지만,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은 탓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저 비눗물로 상처를 깨끗이 씻은 다음에 근처 병원에서 간단히 치료를 받았을 뿐이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지만,

이미 대비를 마친 프레드는 간단히 두 바늘만 봉합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놓일 정도였다.


하루가 지나,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쓰촨성에 다시 몰려올 무렵.

프레드는 자신이 감기몸살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아니, 열이 많이 나고 근육통이 심한 것을 볼 때, 독감 같았다.

머리도 꽤 아픈 것을 보니 독감이 맞는 것 같았지만, 계절은 5월이었다.

쓰촨성이면 비교적 남쪽인데, 5월에도 독감이 유행하나?

프레드의 작은 의심은 이내 바쁜 일정에 묻혀 버렸다.

다행히 열과 근육통은 이틀이 지나면서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프레드의 다음 일정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취재였다.

거의 8년째로 접어든,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현재는 어떤지를 따라가 보는 기획이었다.

중국에서 바로 터키로 떠나 난민캠프를 들러 다시 독일의 난민촌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그 일의 시작은 터키로 떠나기 전날 밤에 시작되었다.


한밤중에 프레드는 타는 듯한 갈증 때문에 일어나야 했다.

전에도 취재차 들렀던 지역에서 새로 사귄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나면,

가뜩이나 당뇨증세가 있던 프레드가 취침 중에 갈증을 느낀 적은 많았지만,

이번은 전과 달랐다.

금방이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함이라고 할까.


갈증을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킨 프레드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켰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물을 토해냈다.

‘분명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신 건데, 다시 토하다니...’

순간 프레드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며칠 전, 개에게 물렸던 사건이었다.

‘광견병에 걸린 건가?, 그런데 이렇게 잠복기가 짧았던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일을 보았던 프레드는

순간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차분해지기로 했다.

혹시 자신이 광견병에 걸려서, 그래서 물을 삼키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 거라면,

그래서 결국 치사율 90%가 넘는 전염병의 희생자가 된 것이라면...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스로가 택한 직업이었고,

자신이 택해서 나선 길이었다.

그러나 묻혀진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직업이라면 역시 감염여부에 대한 확인은 해야 했다.


프레드는 물컵에 다시 물을 따라서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창문으로 스며든 옅은 달빛에 물의 잔잔한 흔들림이 보였고,

바로 얼굴 근처까지 왔지만,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물컵을 들어 천천히 아주 조금씩 입안으로 물을 흘려 넣었다.


역시 아무 반응도 없었다.

물을 무서워한다고 해서 공수병이라고 이름붙여진 광견병이었다면,

분명 물을 보고 진저리를 쳤을 것이다.

‘광견병은 아니군’

일시에 모든 짐을 덜은 듯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이유 없는 갈증은 물 한 컵을 다 마셔도 가라앉지 않았다.


어차피 숙면을 당장 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프레드는

이번에 귀국하면 당장 내분비내과를 찾아가서 당뇨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년 전 쯤 건강검진 결과를 말해주던 의사는 프레드가 당뇨 전단계라고 얘기했다.

공복혈당이 120쯤 나왔던 것이다.


“나가면서 내분비내과 진료를 예약해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처방이 나오면 꼭 영양교육을 받고 가세요.

분명 드시는 식단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6개월 후에는 당뇨약을 드셔야 할 것입니다.“


프레드는 그 후 2년이나 병원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그가 좋아하는 와인과 파스타는 입에 달고 살았다.

중국에 와서도 면요리라면 게눈 감추듯 했다.

의사의 권유와는 거꾸로 산 것을 아는 탓에

이렇게 갑작스런 갈증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프레드가 만약 당뇨증세가 전혀 없었다면 그 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다음날 아침 당장 진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에만 갔어도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드는 침실을 빠져나와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복도를 지나다가 동료 기자가 자고 있는 방을 지나면서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문을 닫아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그는

자고 있던 동료를 보고 몸에, 정확히는 정신에 변화가 닥쳐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잠을 깨운 그 갈증이 몸 전체로 번져오는 것과,

머리 꼭대기로 치뻗는 강한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방안으로 들어섰다.


단잠을 자던 헤일리는 꿈속에서 뭔가 자신을 물어뜯는 것을 느꼈다.

꿈이라고 하기엔 통증이 너무 강해서 헤일리는 눈을 떴고,

불처럼 눈이 새빨개진 프레드가 자신의 목을 물어뜯는 것을 알았다.

이미 후두가 잘려진 그는 한마디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다음날 취재진이 머물던 숙소로 앰뷸런스 두 대가 총알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이미 사후강직이 시작된 헤일리를 한 대에 태우고,

자다가 손이나 다리를 개에게 물렸다는 취재진 세 명과 숙소관리자 두 명을 태우고,

인근 병원으로 돌아갔다.


프레드는 어저께 자신이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입이 피로 덧칠된 것을 보기 전까지는,

프레드의 선택은 두 번째도 잘못되었다.

아무에게도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말하지 않은 프레드는

이제 자신에게 뭔가 커다란 변화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본사에 전화를 걸어 터키를 거치지 않고 곧장 독일로 가겠다고 일정을 변경했다.

훨씬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독일의 시리아 난민촌으로 바로 가기로 한 것이다.


터키를 들러서 가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비교도 안되게 훨씬 많은 독일의 난민촌에 취재거리가 더 많을 것이다.

몸에 나타난 변화가 자신의 기자로서의 일생에 종지부를 완전히 찍기 전에

마지막으로 명예로운 취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독일의 난민촌 치안을 맡고 있는 군터 대령은 6개월 남은 자신의 정년이

30년이 넘는 군 생활 중에서 가장 길다고 느껴졌다.

어차피 30년 동안에 단 한 번도 실전에 투입된 적은 없지만,

그래도 25년 이상은 항상 야전에서 근무했다는 자부감이 넘쳤다.

그런데 최근 6년간 이 난민촌에 자신의 경력이 매몰되었다고 생각했다.


야전에 있을 때에는 작전을 세우고 훈련하는 일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빨리 갔지만,

여기서는 난민들에게 사건만 안 생기면 그냥 따분함의 연속이었다.

비록 마지막 군 생활을 보람 있는 곳에서 마무리한다며 축하해주는 사관학교 동기들의 격려가 있었지만,

그들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게 되면 이 똑같은 일상에 진저리를 냈을 것이다.


프레드와 악수를 하고 난 군터는 군인의 직감을 자극하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부하들이 취재진을 난민촌 안으로 안내해주고 있는 동안,

프레드라는 기자에게 소위 살인의 냄새를 약하게 느낀 것 같았다.

한때 헌병중대장으로서 군 관련 사건 수사를 했던 지라

군터는 프레드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프레드를 유심히 봐야겠다는 육감이 강하게 들었다.


취재진에게 난민촌은 기사의 보고나 다름없었다.

각자가 죽음을 뚫고 이곳까지 온 경로도 그렇지만,

이곳에서 새로 태어난 새 생명들이 이제 꽤 자라서 2세들의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완공된 대형텐트로 된 체육관에서 영재기질을 가진 소년들이 축구시합을 연일 벌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사연이었고, 기사가 되었다.

어느새 난민촌의 생활에 빠져든 취재진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삶은 언제 봐도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프레드의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다거나

터키를 먼저 들렀다면 이곳의 난민들은 삶의 에너지를 간직한 채로

내일의 희망을 여전히 넘겨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독일의 분데스리가나 다른 유럽의 리그의 일원이 되어

다른 난민들에게 희망의 꽃이 되어줄 수 있는 축구선수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와 그에게 부상당한 동료들이 포함된 취재진의 방문은

이 모든 희망에 고리를 걸어 잠궈버렸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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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운명(2) +13 18.06.06 560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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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9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4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600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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