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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5.11 23:08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3,052
추천수 :
99
글자수 :
372,138

작성
24.03.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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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회생

DUMMY

“제국의 영웅들이 입장하십니다!”


목청 큰 기사의 외침 소리가 대전 가득 울려 퍼졌다.


거대한 이중문이 열리자, 길게 도열해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파이론. 테일러. 마리엔. 루시. 레니. 그레이스.


다섯 명의 학생과 한 명의 마녀가 길게 깔린 붉은 카펫 위를 걸었다.


수많은 대신들과 귀족들은 기사들의 뒤편에 서서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웅을 치하하기 위해 자리한 이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저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재앙의 운명을 바꾼 영웅이 저렇게 어린 청년들이었다니···!”

”아카데미의 마녀님께서 도왔다더니 진짜였군!”


대전의 끝, 단상 위에는 황태자, 황제, 황후가 왕좌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황금 왕관을 쓴 파이어 제국의 황제.

파르티안 드 파이어는 길게 자라난 금빛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고고히 지켜보았다.


마녀를 제외한 다섯의 학생들이 단상 아래 무릎을 꿇자 황제는 옥좌에서 일어났다.


그들을 찬찬히 내려다보던 황제는, 단상에서 내려와 그들 앞에 섰다.


척. 척. 척.


붉은 갑주를 착용한 여기사가 보석이 박힌 금빛 보검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는 황제 앞에 무릎 꿇어 두 손으로 보검을 내밀었다.


황제는 보검을 들고 파이론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검을 대었다.


“나. 파르티안 드 파이어는 대재앙의 운명으로부터 제국을 구한 영웅, 파이론에게 백작의 작위를 내리노라. 작호는 「오브」이며 가문은 마녀를 이끄는 자로써 「위치」라 하라.”


그가 보검을 물리자 황후와 황태자도 단상에서 내려왔다.


황족들은 대신이 가져온 영웅 휘장을 각각 손에 들었다.


“영웅들은 모두 일어서라.”


황제의 명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국의 위대한 일원으로써 그대들에게 언제나 영광이 있으라.”


황후는 마리엔과 루시에게, 황태자는 레니와 테일러에게 휘장을 달아주었다.


마리엔은 무덤덤했지만, 레니는 긍지 높은 눈을 했으며, 테일러는 미소 지었고, 루시는 긴장해 몸에 힘을 주었다.


황제는 백작이 된 파이론에게 직접 휘장을 달아주었다.


“파이론 오브 위치 백작. 그대에게 구 아스펜가의 영지와 성, 그리고 저택과 가신을 하사하노라.”


황제는 파이론에게 금실로 봉해진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


---


황성의 무도회장에서 벌어지는 연회.


고급스런 악상의 현악이 울리고 수많은 귀족들이 화담을 나누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파이론을 비롯한 영웅들은 귀족들의 찬사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들은 연회의 주인공이었다.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테일러는 마리엔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다가갔다.


“꼬마 아가씨. 가서 춤이라도 한번 출까?”

”됐어. 너나 많이 춰.”


어쩐지 뚱한 마리엔.

하지만 테일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셀레나 황녀.


황태자는 이 자리에 영웅뿐만 아니라 그녀도 함께 초대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황태자가 셀레나의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


지금 셀레나는 황태자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있을 터.

마리엔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것뿐이었다.


“걱정이 많아 보이는군요. 아가씨. 하지만 저와 춤을 추다 보면 그런 생각은 잊어버릴 겁니다.”


테일러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었다.


마리엔은 한숨을 쉬었지만, 마지못해 그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무도회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레니와 루시는 하객처럼 서서 연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다가갔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관심을 정중히 사양했다.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제가 영웅 휘장을 받게 되다니요.”


루시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정말 자격이 있는 걸까요? 저는 그저 파이론을 도왔을 뿐인데.”

”그를 도왔던 것이 옳은 것이었다는 뜻이다.”


레니는 자랑스럽게 휘장을 쓰다듬었다.


“영웅 휘장은 수백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제국의 위기를 구해낸 영웅만이 달수 있는 휘장이지. 우리뿐만이 아니야. 가문도 빛낸 거야. 영웅을 배출한 가문은 황제 폐하의 신임 아래 많은 물자를 지원받게 되지.”


그의 말에 루시의 표정이 밝아졌다.


“전부 파이론 덕분이에요.”

”그래. 파이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거야.”


두 사람은 그레이스와 함께 수많은 귀족 인사의 중심에 서 있는 파이론을 바라보았다.


파이론 오브 위치 백작.


그를 가론 출신이라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녀를 거느린 그는 명실상부 제국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황제가 직접 그를 백작의 지위에 앉혀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황제는 물론, 황태자의 신임마저 얻었으니 그의 길은 탄탄대로였다.


레니는 그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가 되었다.


---


---


파이론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과 대화한 것은 한평생 처음이었다.


매번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함께 덕담을 주고받았다.


다이스 공작이니 레비사노 후작이니 누가 봐도 제국 귀족의 거두들도 다녀갔다.


혜성같이 등장한 제국의 영웅이자 미래.


아무래도 파이론은 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걔중에는 란크로모리스 공작도 있었다.


그는 국무총리로서 제국의 실정을 맡은 제국의 실세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수많은 귀족 인사를 데리고 파이론에게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딸인 스칼렛도 함께였다.


아카데미에선 학생회장으로서 성숙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여기선 영락없는 귀족 영애와 같은 모습이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걸친 채, 웃음꽃을 핀 얼굴로 여러 귀족들과 환담을 나누며 다가온 스칼렛.


“아버지. 제가 말씀드렸죠? 반반한 미청년이라구요.”

”허허. 그렇구나. 우리 딸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있었군 그래.”


사근사근하게 다가온 그녀는 란크로모리스 공작과 파이론 사이의 가교역할을 했다.


“파이론 군. 인사해요. 제 아버지 란크로모리스 공작님이세요.”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하며 서로의 모습을 관찰했다.


스칼렛과 같은 선홍빛 눈동자를 지닌 공작은 인자함과 덕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는 파이론을 눈여겨보듯 유심히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눈빛이 살아있군. 자네같이 능력 좋고 창창한 젊은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네. 자네만 괜찮다면 내 딸과의 만남을 주선해 줄 수도 있지.”

”아버지이! 파이론 군 앞에서 못하시는 말이 없어요! 파이론 군에게 실례라구요~!”


결국 얼굴을 붉히고야 마는 스칼렛을 보며 공작과 파이론은 웃음을 터트렸다.


참 사이좋은 부녀였다.


“미안하군.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일이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란크로모리스 공작은 직책이 있는 만큼 바쁜 사람이었다.

그의 곁에는 비서와 같은 귀족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스칼렛은 뒤돌아선 공작의 옆에 붙어서 파이론에게 짧게 손을 흔들며 함께 사라졌다.


파이론은 잠깐 생긴 공백에 잠시 주위를 환기했다.


연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걔중에는 고위 귀족임에도 마법사와 기사의 제복을 갖춘 자들도 있었다.


마력을 감지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강함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레니와 같은 마력량을 지닌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기사들과 5 위계 마법사들이었다.


기사단에 속해있거나, 제국 곳곳에 있는 마탑에 속해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물론 그 이상의 경지에 있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기사단장이나 장군들로 보이는 열 명 남짓한 이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였다.

7위계에 해당하는 소수의 황실 마법사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단연 우뚝 선 마력을 지닌 이도 있었다.


황실 수석 마법사 카발라.


그는 제국 유일의 8위계 마법사로 확실히 그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기사 중에도 그와 비슷한 자가 있었다.


대전에서 황제에게 보검을 내밀었던 여기사.

로렌스 폰 크리졸라 공작이었다.


제국 내 유일한 그랜드 마스터 검사이자,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실력자.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흉흉함은 그레이스와 비견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파이론에게 다가왔다.


“만나서 반갑네. 위치 백작.”

”반갑습니다. 크리졸라 경.”


깔끔하게 빗어낸 적갈색의 긴 생머리.

호방하면서도 찌를듯한 눈매를 지닌 이십 대 후반의 여기사.


제1 황실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으로서 금실 달린 적빛 군복을 갖춘 그녀는, 드레스를 입은 수많은 여귀족들 사이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아카데미에는 내 여동생이 다니고 있지. 자네에게 내 동생을 지켜줘서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때 한 번도 입을 열지 않던 그레이스가 다가왔다.


“영혼이 날처럼 벼려져 있는 인간이로군.”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크리졸라 공작을 바라보았다.

크리졸라 공작 역시 그레이스를 보며 미소 지었다.


“당신이 장미 불꽃의 마녀인가.”


두 사람은 마치 신경전을 펼치는 것처럼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섰다.


그 순간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근처에 있던 귀족들 몇몇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마녀와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번 하긴 했었지.”

”시시하던 것들 중 그나마 영걸이 느껴지는 인간이로구나.”


대치하던 두 사람.

그러나 발을 뺀 건 크리졸라 공작이었다.


“호승심에 제국의 수도를 연무장으로 만들 순 없는 법.”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위치 백작. 다음에 보지. 언제 한번 전장에서 만났으면 좋겠군.”


제국의 검은 그 말을 끝으로 멀어졌다.


“수도를 연무장으로 만든다라.”


참으로 무시무시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네 말대로다. 파이론.”

”뭐가?”


무심코 그레이스를 돌아본 파이론.

그리고 불타오를 듯한 붉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밖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군.”


아무래도 크리졸라 공작의 도발에 제대로 걸려든 것 같다.


“하긴. 그러니 나한테 내기를 걸었지.”


파이론은 승부욕을 불태우는 그레이스에게서 시선을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위에 새하얀 보름달이 내비치고 있었다.


새하얀 보름달.

셀레나 생각이 문뜩 들었다.


마리엔은 말했었다.

셀레나는 제국의 마법 부흥을 위해 신분을 숨기고 마법을 배우려 한다고.


그녀가 신분을 숨긴 것은 제국 간의 갈등 때문이다.


황태자는 셀레나를 이곳에 초대했다.

그건 그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챘다는 방증이다.


파이론은 황태자에게 셀레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려 했으나, 그녀가 막아섰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처리하겠다라.’


걱정이 안 될 순 없었다.

그녀가 부담감에 떨던 모습을 눈앞에서 본 사람으로서.


파이론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믿어보자.

그녀는 제국의 황녀다.

이러한 일쯤 스스로 해낼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다.


파이론은 마리엔을 찾았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마리엔이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길 터.


아마 지금도 혼자 뚱하니···


그때 파이론은 무도회장에서 테일러와 함께 왈츠를 추는 마리엔을 발견했다.


“이건 예상 못 했네.”


---


---


황태자는 테이블에 올려진 고급 와인을 능숙하게 잔에 따랐다.


그는 마주 앉은 상대에게 눈을 빛냈다.

셀레나는 불쾌한 듯 시선을 돌렸다.


“원래는 널 사로잡을 생각이었어. 그리고 워터 제국을 압박해 정략결혼을 강제할 생각이었지.”


그 말에 셀레나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솔직하게 털어놓는군요. 엠비시오닌.”

”셀레나. 당연한 거 아닌가. 타국의 첩자가 허락도 없이 우리 제국의 마법 지식을 훔치고 있었잖나. 그게 황녀 본인이라니 더욱 괘씸하기 짝이 없지.”

”···”


침묵하는 셀레나를 보며 황태자는 음미하듯 천천히 와인을 들이켰다.

그는 와인뿐만 아니라 이 상황 자체를 즐기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결국 참지 못한 셀레나가 물었다.


“그래서 절 어떻게 할 생각이죠?”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에게 어떤 해코지라도 할 수 있었다.


파이어 제국은 인간 제국 중에서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황태자가 그녀를 처형한다 하더라도 정치적 군사적으로 심히 흔들리는 워터제국이 파이어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셀레나는 두려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한참을 야릇하게 쳐다보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만두려고.”


그가 와인을 다시금 들이키자 당황한 셀레나가 물었다.


“왜죠?”

”양자택일이 되어버렸으니까.”

”양자택일?”

”널 이용하면 제국은 더 나아지겠지. 형님은 더더욱 좋아할 거고. 하지만 난 그닥 좋지가 않아.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단 얘기지. 오히려 나에 대한 파이론의 신뢰가 깨지게 되지.”

”저 때문에 신뢰가 깨진다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허. 모른 척하면 쓰나. 셀레나 황녀.”


황태자는 취기에 오른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내 보자마자 알았지. 그게 아니래도, 네 외모에 홀리지 않을 남자가 있겠는가?”

”그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이건 많은 사람들을 보아온 내 감일세. 파이론이 괜히 목숨 바쳐 자넬 구하려 들었겠나.”

”이 이상 파이론을 모욕한다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곧 형님이 돌아올 거야.”


황태자의 말에 일어서려는 셀레나의 몸이 멈칫했다.


“리처드 매니악 파이어. 그 망나니 1 황자가, 자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걸?”


셀레나는 경멸의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어쩌란 거죠?”


엠비시오닌은 웃었다.


“마침 형님이 사우스 대륙에 출장을 가서 없단 얘기야. 그리고 그의 동생도 마침 바쁜 일이 있을 거 같아.”

”그 얘기는···”


얼떨떨해하는 셀레나를 본 황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로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군. 남은 연회는 잘 즐기다 가라고. 셀레나 후안 아스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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