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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회귀로 메이저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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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7.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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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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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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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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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4. 6회차 삶의 시작

DUMMY

“자.. 잠깐만, 엄마. 엄마가 나영이를 모른다고?”

“걔가 누군데? 네가 언제 엄마한테 여자 이야기 한 적 있어?”


순간 멍했다.

멘탈을 부여잡으려 애 쓰면서 엄마한테 다시 물었다.


“잠깐 엄마, 그럼 정수는? 문정수, 내 초중고 친구.”


그러자 엄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얘, 성운아, 너 어디 아파? 팔 말고 어디 아픈데가 있는 거야?”

“잠깐, 엄마, 스톱, 잠깐만 기다려.”


나는 엄마에게 남은 손을 내 뻗으며 멈추게 한 후에 빠르게 폰으로 검색을 했다.

나영이는 몰라도, 정수는 검색하면 금방 알테니까..


‘문정수, 문정수..’



없다.


어디에도 정수의 흔적따위는 없었다.


‘말.. 말도 안 돼. 그럼 2차 1라로 지명받은 건 누구야?’


난 다시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2014년 2차 1라운드, 김.. 주명? 김주명? 얘가 누구야? 이런 애가 있다고?’


아예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다.

난 대체 어떤 평행세계로 회귀한 것인가?


나영이랑 정수가 없는 삶따위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홀로남은 외토리가 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럼 세아는? 아.. 맞다. 아직 데뷔 안 했지? 데뷔 올해 9월인가? 8월인가 뭐 그랬어.’


데뷔를 안 한 이상 검색해도 나올리가 없다.

나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었다.


“얘, 괜찮아?”

“잠깐 엄마, 잠깐만.. 나 지금 마취가 덜 깨서인지 좀 정신이 없어, 기억이 헷갈려. 잠깐만..”


나는 내 자신을 검색해봤다.

내 기억이나 기록은 무난했다.

늘 회귀할때 그대로였다.


‘원래 회귀할때마다 바뀌나? 주변 인물이 이렇게 바뀌었던 적은 처음인데? 가만있어, 상태창’


띠링~


관자놀이를 눌러 상태창을 쓰윽 훑었다.

그리고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미션: 당신은 이번 삶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어야 합니다. 기한은 2023년시즌까지 입니다.]


성공시: 한 번의 삶이 더 주어집니다.

실패시: 삶이 끝납니다.

페널티: 구속이 일부 제한됩니다.

························



‘자.. 잠깐, 월드시리즈 우승이라고? 미친.. 이게 뭔 개소리야?’


끝났다.

불가능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장난인가? 100년 넘게 못했던 컵스 같은 팀도 있다.

팀이 30개나 있으니 수십 년에 한 번 할까 말까다.


토미존 수술하고 2년 재활하면서 공익하고 무슨 재주로 2023년까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시키나?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고사하고 해외진출도 그 시기까지 어려웠다.

심지어 구속 페널티까지..


나는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렸다.


‘뭔 놈의 삶이 시작부터 그냥 종 치고 싶냐, 차라리 지난 삶에서 1년만 더 살게 해주지.’


정말이었다.

지난 삶에서 1년 정도만 더 살게 해주었다면 나는 미련을 버렸을 것이다.


결국 나영이는 만나지도 못했고,

세아와는 가까워지지도 못했다.


나만 덩그러니 남은 것이었다.


‘하아..’


그 때 의사의 회진이 들어왔다.

의사와 간호사가 같이 들어온다.


“진성운씨 상태 어때요?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라 잘 되었으니 걱정 안 해도 돼요.”

나는 건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한 3~4개월 재활 잘 하면 후반기부터는 던질 수 있을 겁니다.”

“네? 뭐라고요?”

나는 황당했다. 이 의사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아니.. 토미존을 무슨 3~4개월 재활을 해요?”

“토미존이라뇨? 진성운 씨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어요. 아주 가벼운 수술입니다.”

“네, 뼛조각 제거요? 아니 그걸 왜 시즌 중에..”

“진성운씨가 아파서 못 견뎌 했잖아요? 신경을 너무 자극한다고.. 차라리 빨리 수술받고 재활하자고 해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토미존 수술이 아니라 팔꿈치 뼛조각?

이 모든 것들이 기괴했다.

내가 알던 과거들과 너무 달랐다.


한참을 멍때리던 나는 의사가 나간 후에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다.


“매니저님, 저 수술 끝났는데 군대 안 가나요?”

“군대는 야 무슨 군대? 퇴원하면 재활군에 얼른 합류해, 후반기에 나가야지.”


지금은 5월 말이었다.

후반기라고 해도 9~10월에나 던질 수 있을까 말까다.


“아, 네. 알겠습니다.”




****


나는 며칠동안 상황 파악을 하려고 애썼다.


‘내 고등학교때 최고구속은 153km/h 이건 동일함.’


그리고 기사를 많이 찾아봤다.


[슈퍼루키 진성운 1이닝 무실점, 최고 151km]

[슈퍼루키 진성운 선발 데뷔, 6이닝 2실점 선발승 최고 148km/h]


[진성운 결국 수술대로..]


슈퍼루키 진성운이 수술대에 오른다.

구단측에 따르면 팔꿈치 뼛조각이 신경을 계속 건드려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기에 차라리 빨리 수술을 받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수술 자체는 간단한 수술로 9월에는 복귀가 가능..



‘가만 있어, 내 기록은..’


“5월말 현재 3승 1패 3.59 2홀드

처음에 몇 번은 불펜을 돌다가 4월 중순이 진난 이후부터 선발로테를 돌기 시작해서 선발로 7번 등판..이라

흐응.. 관리를 해 주었지만 팔꿈치 부분 통증으로..”


“그래 그랬다 이거지?”


기록 자체는 지금까지의 삶중에서 가장 좋은 편이었다.

이 말은 기량이 원래의 삶과 가장 비슷하게 유지가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집에 가서 사생활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찾아봤다.

졸업앨범도 보고,

스마트 폰의 전화번호와 연락처들도 확인해 보고,


내 기억과 큰 차이는 없었다.

나영이와 정수가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없었다.

어디에도 이 둘의 흔적이 없었다.


두 가지 가설이 가능했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어디에서도 없는 사람들이거나,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찾을 수 없는 것 이던가,


어느 쪽이건 나와 인연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휴우..’


마치 외국에 혼자 떨어진 것 같은 생경함과 막막함이 느껴졌다.

내 삶에서 이 둘의 존재는 이렇게 큰 것이었다.


‘제기랄.. 사진 한 장 없다니..’


삶을 회귀하면 지난 삶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은 다 리셋 된다.

남는 것은 나의 기억 하나밖에 없다.

나만 추억이 쌓이고 나만 힘들다.


그냥 적응하며 살아야 했지만 이번 삶은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았다.


‘친구도 없고, 옛 연인도 없고, 아무것도 없구나. 미션은 말도 안 되고..’




****


재활군에 합류했다.


‘지금 이 시기에 재활군 코치가 누구였더라? 아.. 맞다. 김강삼 코치였지?’


“성운아, 팔은 안 아파?”

“안 아프다고 해야할까요? 뭔가 좀 통증의 종류가 다릅니다.”


“응, 말해 봐.”

김강삼 코치는 현역시절 부상이란 부상은 다 당해본 사람이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았다.


“전에 같이 용광로에 달궈진 쇠로 지지는 것 같은 그런 극심한 통증은 없고요, 뭐랄까 찌릿찌릿하면서 웅웅거리고 울려요.”

“응, 그건 어쩔 수 없을거야. 신경문제라서..”

“그래도 참을 만 합니다.”

“응, 아마 점점 나아질거야. 상태 봐가면서 천천히 재활하자. 너 아직 19살이야.”

“네.”


이럴 때 나영이가 있었다면 ‘마니 아파써요? 오구오구 이 누나가 호~~ 해줄까?’ 이랬을거다.

정수가 있었다면 ‘성운아, 뭔 걱정을 해? 너라면 분명히 잘 할거야.’ 라고 해 줬을 거다.


항상 이 두 사람의 빈 자리를 느꼈다.



김강삼 코치와의 기나긴 재활훈련을 지나 9월 마지막날 드디어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결과는 3.2이닝 3실점 패전투수,


나쁘지 않게 던졌지만 4회 투아웃 2실점 상태에서 예정된 투구수가 되어 뒤에 올라온 투수가 승계주자를 들여보냈다.

팀 입장에서는 굳이 나를 무리하게 던지게 할 생각도 없었다.


“잘 던졌어, 너무 신경쓰지마.”

“네.”



‘흥이 나지 않아.’


같은 팀이지만 다른 멤버들, 그 옛날이 꼰대들이 한 가득한 신인시절,

뭐 하나 흥이 나지 않았다.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별로 없었다.


형규형은 군대가서 없었고, 그나마 지훈이형 정도, 하지만 투수와 야수다 보니 접점이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당시의 지훈이 형은 자기 앞가림 하기도 벅찼으니까..


투수중에는 류형국 선배가 신경을 써 줬지만 나이차이도 있고 성격적으로 그렇게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주위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나는 준플레이오프에도, 플레이오프에도 부름받지 못했다.


이전에는 항상 공익으로 있었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팀에 있으면서 명단에서 제외되니까 소외감이 컸다.

정수라도 있었다면 서로 격려하며 같이 해 나갔을텐데..

친구들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불과 1년전에 우승하고 모든 걸 손에 넣었던 삶에서 다시 모든 걸 잃는 삶으로의 전환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건 뭐.. 처음 회귀했을 때 생각나네.’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나왔다.

처음 회귀를 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삶을 망쳐버렸던 기억,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났다.


‘그럴 수는 없지만..’


외로웠다.

깊은 우울증에 힘들었다.


나는 포스트시즌은 남의 일인양 내가 전생에서 근무하던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저.. 말씀 좀 여쭤볼게요.”

“네.”

“여기 혹시, 기초수급 신청하러 오시는 분중에 이영춘 할아버지라고 계시지 않나요?”

“글쎄요? 저희가 일일히 다 기억할 수 없어서요. 그리고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는 말씀 드릴 수 없어요. 왜 그러시죠?”

“아.. 아뇨. 그냥, 제가 좀 아는 분인데 도움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성운이와 할아버지가 잘 계시는 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주민센터에 마땅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난 온 김에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집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허름한 집의 벨을 눌렀다.


띵똥~~


“누구세요?”


안에서 전혀 모르는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저..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여기 혹시 이영춘 할아버지 안 계시나요?”

“그런 사람 몰라요.”

“아, 여기 안 사세요?”


딸칵


문도 열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끊어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아..”


‘내가 지금껏 쌓아온 것들은 다 뭐란 말인가?’


난 집 앞을 나와 계단위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 날 이후로 내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내가 연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월드시리즈? 무슨 얼토당토 않는..




****


그렇게 2년이 지났다.


2015시즌 6승 14패 5.32

2016시즌 8승 12패 4.46


가능성이 보이는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솔직히 내 기량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많이 마셨고, 입도 예전처럼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2회차의 삶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구단은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유일한 좋은 점(?)이 있다면 유세아가 있는 퓨리티스는 데뷔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또 남이 되어서 TV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나마 유세아는 있구나. 남이지만..'

다행이었다. 그녀를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두 번이나 사귀었는데.. 왜 항상 너는 남이 되어 있니?’


하지만,

유세아와 두 번의 연애가 늘 그러했듯이 내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갈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그저 그녀를 TV나 너튜브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거리가 되었다.




무미건조한 일상과 우울증 속에서 맞이한 2017시즌의 여름,


나는 내일 선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운아, 너 단장님이 부르신다.”


단장실 문을 노크했다.


똑똑,


“어, 성운아, 들어와.”


유독 단장이 살갑게 맞이해준다.

‘이럴리가 없는데?' 뭔가 느낌이 싸하다.


“성운아, 그동안 고생 많았고, 너 트레이드 되었으니까 히어로즈로 가면 돼, 거긴 젊은 선수들한테 기회가 많으니까 너한테도 좋을거야.”


“네??? 트레이드요?”


2017년 7월말의 어느 날, 트레이드 데드 라인을 며칠 안 남겨두고 나는 2대1 트레이드 중 한 명이 되어 서울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되었다.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면서 나를 히어로즈로 보낸 것이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6회차 시작입니다. 여기까지 오신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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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대망의 한국시리즈(2) +4 24.05.28 16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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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 마이 네임 이즈 제임스 딘 +4 24.05.22 179 8 13쪽
69 69. 오빠 화이팅! +6 24.05.21 185 7 12쪽
68 68. 환장하겠네 +6 24.05.20 192 7 13쪽
67 67. 2023 WBC(4) +2 24.05.19 185 6 14쪽
66 66. 2023 WBC(3) +4 24.05.18 1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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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 2023 WBC(1) +2 24.05.16 20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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