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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7.02 16:40
연재수 :
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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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2,470

작성
24.06.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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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1. 의도치 않았던 전개

DUMMY

3차전의 여운은 4차전의 대승으로 연결되었다.


야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큰 게임에서 다 잡았던 게임을 놓쳤을때, 팀은 동력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토요일 낮에 벌어진 4차전에서 맹폭을 쏟아부었다.


15-4


한국시리즈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심지어 한때는 스코어가 15-1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날은 추웠지만 우리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자들은 석이 완전히 주거부런네. 흐흐흐”


이호순 코치의 말에 밤석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야, 밤석아, 너 그게 뭔 말인지 모르지?”

“네, 흐흐”


“성운아, 너는 아냐?”

“아이 그럼요, 저는 알죠.”


“오호~ 젊은 놈이 우찌 알아?”


어찌 알긴? 내가 산 세월이 한 70년 이상 되니까 알지.


“뭐, 그냥 집에서 아버지 말씀하시는 거 줏어 들었어요. 흐흐”

“밤석이한테 느가 설명 좀 해줘.”


나는 밤석이를 불렀다.


“저기 봐봐, 완전히 다들 얼굴이 썩어 있잖아? 저렇게 기세가 꺾인걸 석이 죽었다고 하는 거야.”

“아아~~”


만 19살 밤석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겪어봤지만 저렇게 극적인 역전패를 당하면 충격이 몇 배로 있다.

심지어 9회말 1사만루 찬스까지 날려버렸다.


아마 라커룸에서는 아무도 숨쉬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을 것이다.


초상집?


초상집은 우는 소리라도 나고, 대화하는 소리라도 나지..


죽음과도 같은 적막,

그러한 패배는 오로지 적막만을 부른다.

그 누구도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우리 야수들은 상대 마운드를 연신 두드렸고 상대는 저항없이 자멸했다.


보성이와 지훈이 형이 홈런을 연신 때려댔고, 7회에는 8명의 타자가 연속안타를 치는 한국시리즈 신기록도 세웠다.


“쉽다, 쉬워~~”

“야, 그런 말 하지마, 시리즈 안 끝났어, 임마,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헌수 선배가 풀려있는 야수들에게 따끔하게 야단을 친다.


“우승할때까지 끝난 거 아니라고~~ 우승 한 다음에 얼마든지 즐겨.~”


29년만의 우승이라는 무게감,

그것이 선수단 전체에게 주는 긴장감,

우리는 단 한순간의 방심도 할 수가 없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

이제 9부능선까지 왔다.


남은건 다시 홈으로 돌아가 치루는 5차전, 에이스 켈슨이 나온다.




****


“오빠, 나 드라마 끝났는데 오빠 우승하면 우리 여행같이 갈까?”


유세아에게 온 전화, 늘 바쁘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는 만큼 한창때에 비해서는 조금 낫다.

드라마와 음악 활동기때는 겁나게 바쁘지만 요새 연예인들은 마치 시즌제처럼 활동하고 쉬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그래도 쉴때는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꿀꺽


‘여.. 여행이라니.. 아직 키스도 제대로 못 해 봤는.. 데..’


얘가 왜 이리 대담하지?


사람 일이라는게 참 웃기다.

나는 유세아랑 사귈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사귄다 하더라도 별 감정의 변화가 없을거라고 느꼈다.


예전에 한 번 사귀어 봤으니까..

이미 그녀에 대해 알만한 건 다 안다고 자부하던 나였다.


하지만, 40년의 삶이 기억을 퇴색시켜서인가?

새롭다.

전혀 새롭다.


‘아마.. 10번을 다시 사귀어도 늘 새로울 것 같아.’


그렇게 느꼈다.

마음이 쿵쿵 뛴다.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아직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본 사이라 그런지 더 마음이 콩닥거린다.


‘와.. 정말 이론과 실제는 다르구나.’


겪어보니 전혀 다르다.


두 번째 사귀는 새로운 그녀, 오히려 처음 사귈때보다 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오만해서 그냥 들이댔지.’


그때는 세상이 모두 다 내 뜻대로 되는 줄 알았다.


‘휴우..’


“근데 마음대로 여행 갈 수 있어? 또 활동 안 해?”

“오빠.”


세아의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어? 왜?”

“우리 팀, 6개월 뒤에 재계약이야, 나 센터라고~~ 호호호”


“아~~”


연예계 기사에서 눈에 들어온 적이 있는 것 같다.

세아가 그런 쪽 이야기는 안 해서 깜빡 잊고 있었다.


“나 요새 회사가면 다리 꼬고 소파에 턱 기대고 앉아. 담당 이사님이 손을 얼마나 비비는지 지문이 없어질 정도라니까? 호호, 결혼 빼고는 다 해도 좋대. 하하하”


“어.. 그래, 우승하면.. 그러자. 어디 가고 싶은데?”

“글쎄? 한국 사람 없는 곳?”

“남극에 가도 세종기지가 있는데 한국 사람 없는데가 있겠어?”

“호호 맞아, 오빠 잘 아네, 그냥 유럽가자. 내가 생각해 볼게.”

“어.. 그래. 그러자.”


“오빠, 혹시 6차전 가면 오빠가 던져?”

“어, 가면 그렇지.”

“응, 알았어, 6차전 가면 나도 갈게.”

“어, 그래. 알았어, 쉬어.”


띠링


‘6차전 갈 일 없어, 가겠냐고..’



****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는 의외로 5차전에서 역전패를 했다.


확실히 시즌 내내 마법의 선풍을 일으킨 수원 위즈는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그 충격의 3차전 패배와 4차전 대패를 딛고 우리의 홈 잠실에서 보란듯이 5차전을 이겨버렸다.



“괜찮아, 6차전에서 끝내자,”



나는 마운드로 향했다.


오늘 끝낸다. 오늘 끝내지 못하면 정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성운아, 5이닝만 버텨, 너 저번에 124구 던졌잖아? 5이닝만 막고 가자.”

“또 완봉할게요, 걱정마세요.”


나는 김정태 코치를 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나, 내 팔은 무거웠다.


데드암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 되었다.

그 상태에서 124구를 던졌으니 몸이 무거울만도 했다.


‘남자가 던지면 던지는 거지.’


상대 선발은 외인 에이스 쿠에멘스,

나는 쿠에멘스랑 붙는게 좋았다.


저쪽도 상남자다.

변명을 모르는 상남자,

쿠에멘스와 붙으면 내 기운도 같이 고양되는 것 같았다.


‘멋지게 던져보자고.’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잠실구장 마운드,

폐속이 얼어붙는 것 같다.


하아, 하아~~


슈우우우웅


팡!!


[포심 패스트 볼 144.5km/h]


‘확실히.. 구속으로 누르긴 쉽지 않겠구나.’


하지만 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다.

문제없다.


선두타자 배성대,

잘치고 잘 달리는 호타준족의 우리 천적,


슈우우우웅


딱!!


“3루수 강습, 아~~ 문보성 선수 공이 몸에 맞고 튑니다. 1루에 송구 못합니다.”

“지금은, 문보성 선수가 급했어요. 천천히 잡아서 처리해도 되는데 배성대 선수 발이 빠르다 보니까 조~금 급했네요.”

“박영택 위원, 날씨가 추운 영향도 있겠죠?”

“물론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야수들의 몸이 굳죠, 한 3회정도 되면 몸이 좀 풀릴텐데 아직은 굳은 상태일 겁니다.”

“선두타자 에러로 1루에 진출한 수원 위즈, 진성운 선수가 지난 등판에서도 1회 무사만루의 위기를 잘 막아냈지요?”

“그렇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진성운 선수도 항상 1회가 고비라고 볼 수 있죠.”



나는 3루수 보성이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어쩔 수 없다. 야구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노아웃 주자 1루, 다음타자는 베테랑 김장수,


‘도루 조심해야 해.’


나는 1루 견제를 하며 주자를 신경썼다.

리드 폭이 크다. 분명히 2루를 노리고 있다.


볼 카운트 1-1에서 3구,


슈우우우우웅


내가 던지는 것과 동시에 포수인 종원이 형의 자세가 변한다.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다.


‘뛰었구나.’


따악!!


“악!!”








타자의 파울타구가 그대로 포수 종원이 형의 손을 강타했다.

원래 포수의 오른손은 항상 몸 뒤로 감추고 있는데 주자가 뛰다보니 빨리 송구하려고 손이 나오다 하필이면 파울타구에 직격당했다.


종원이형이 미트를 집어던지고 바닥에 쓰러져서 손을 쥐고 부르르 떤다.

나는 얼른 마운드에서 내려와 포수에게 다가갔다.

트레이너가 번개같이 뛰어나온다.


만원 관중이 움직한 잠실구장이 침묵속에 휩싸인다.


“종원이 형, 괜찮아요?”


안 괜찮다. 한 눈에 봐도 손가락이 부어오르는 게 보통이 아니다.

종원이형이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쥐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트레이너가 살짝 손을 대보다가 엑스자 표시를 한다.



“아~~~ 서울 트윈스 이거 대형 악재네요. 지금 1회부터 주전포수인 박종원 선수가 빠지게 되었는데요, 공수 양면에서 치명적입니다. 허수환 선수가 나오네요.”

“박종원 선수가 이번 시리즈에서 결정적일때 홈런을 2방이나 치지 않았습니까? 아.. 이건 굉장히 크네요.”



박종원!!!

박종원!!!!


관중들은 덕아웃으로 퇴장하는 박종원 선배를 연호했다.


교체로 들어온 허수환 선배도 좋은 포수지만 공수 모두 박종원 선배와 비교대상은 아니다.


“휴우..”


카운트는 1-2, 바깥쪽 슬라이더 사인,


슈우우우웅


부우웅


팡!!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1루 주자 배성대는 이미 2루까지 도루를 한 상태, 공을 더듬느라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괜찮아, 막으면 돼.’


3번 황대균 선배, 4번 박병후 선배

둘 다 무서운 장타자들이지만 타격감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슈우우우웅


팡!!




“아, 역시 진성운 선수 에이스 답네요. 차분하게 내야 땅볼 두 개로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시리즈는 3승 2패지만 오늘 이기는 팀이 우승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봐야죠. 트윈스가 이기면 당연히 우승이고, 위즈가 이기면 2연승 동률이라 기세를 타거든요.”

“그 만큼 양 팀 에이스들의 어깨가 무겁겠네요.”



슈우우우웅,

팡,


슈우우우웅,

딱,


시합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3회까지 무실점,


그런데 진짜 사고는 여기서 터졌다.


3회말 박종원 선배의 백업으로 들어간 허수환 선배의 타석,


슈우우우웅


퍽!!!!


“어억!!”


쿠에멘즈의 공이 손에서 빠졌다.

커터를 던진 것 같은데 종아리 부분을 강타했다.


허수환 선배가 쓰러진다.


원래 종아리는 부상을 잘 당하는 약한 부위다.

게다가 베테랑 선수들은 특히 그렇다.

40살의 허수환 선배가 절뚝이면서 1루로 나간다.


‘안 될 것 같은데?’


덕아웃에서 직감이 왔다.


억지로 참고 걷는 것 같지만 안 될 것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하난데?’

난 덕아웃 한 구석을 쳐다봤다.


박정완 배터리코치가 19살 밤석이를 부른다.

이제 포수라고는 밤석이 밖에 없다.

프로에 와서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심지어 어깨부상으로 실전에서 포수를 본 적도 없는 밤석이,


박정완 배터리 코치가 뭐라고 열심히 설명을 한다.

감독은 그라운드만 바라보고 있다.

아마 속이 타들어가겠지.


김정태 투수코치가 나에게 걸어온다.


“성운아.”

“네, 알고 있어요. 괜찮습니다. 저 밤석이 믿습니다. 고등학교때 포수로 평 좋았던 녀석이에요.”


김정태 투수코치가 내 허벅지를 툭툭 친다.


“고맙다 성운아, 믿는다.”

“네, 걱정마세요.”

“얼른 밤석이랑 사인만 맞춰.”


그 사이에 허수환 선배가 포스 아웃 당하고 홈으로 들어온다.

뛰기는 커녕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대주자를 아끼려고 안 쓴건가?’


감독의 속을 다 알수는 없지만 나는 내 할일을 할 뿐이다.

박정완 배터리 코치가 김밤석을 데리고 나한테 온다.


“성운아, 미안한데 밤석이랑 맞춰야 할 것 같아. 일단 기본 사인은 다 가르쳐 줬어. 너무 걱정하지마 볼배합 벤치에서 싸인 나갈거야.”

“아뇨, 괜찮습니다. 밤석이한테 맡겨 보죠. 급하면 제가 사인 낼게요.”


나는 밤석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밤석아, 나는 존을 넓게 쓰는 걸 좋아해, 특히 대각선으로..”

“대각선이요?”

“응, 인하이 아웃로, 이런 식으로.. 그리고 하이 존 좋아하고.”

“네, 평소에 선배님 투구 보면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내가 너랑 처음으로 맞추는 투수라 영광이다.”

씨익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쳐주었다.




웃으며 나누는 주먹인사.


“자, 나가자.”


0-0 동점,


이제 우리는 4회초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향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연참입니다.

5분 뒤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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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 6회차 삶의 시작 +4 24.06.04 204 8 12쪽
83 83. 우승과 두 여자 +6 24.06.03 190 9 12쪽
82 82. 29년만의 우승 +6 24.06.02 177 7 17쪽
» 81. 의도치 않았던 전개 +4 24.06.02 150 5 12쪽
80 80. 인간이 밤 하늘에 하얀 별을 쏘아 올릴 때 +6 24.06.01 161 5 12쪽
79 79. 우주전쟁 +2 24.05.31 167 5 13쪽
78 78. 대망의 한국시리즈(4) +4 24.05.30 164 8 14쪽
77 77. 대망의 한국시리즈(3) +6 24.05.29 158 7 14쪽
76 76. 대망의 한국시리즈(2) +4 24.05.28 163 7 12쪽
75 75. 대망의 한국시리즈(1) +4 24.05.27 168 5 13쪽
74 74. 마지막 데이트 +4 24.05.26 184 5 12쪽
73 73. 정규리그 우승 +4 24.05.25 171 8 11쪽
72 72. 팔씨름 달인 홍지상 +8 24.05.24 171 8 12쪽
71 71. 마지막 과제 +6 24.05.23 174 7 12쪽
70 70. 마이 네임 이즈 제임스 딘 +4 24.05.22 175 8 13쪽
69 69. 오빠 화이팅! +6 24.05.21 181 7 12쪽
68 68. 환장하겠네 +6 24.05.20 188 7 13쪽
67 67. 2023 WBC(4) +2 24.05.19 181 6 14쪽
66 66. 2023 WBC(3) +4 24.05.18 190 5 12쪽
65 65. 2023 WBC(2) +2 24.05.17 198 8 12쪽
64 64. 2023 WBC(1) +2 24.05.16 203 9 12쪽
63 63. 윈터리그(2) +4 24.05.15 209 7 12쪽
62 62. 윈터리그(1) +5 24.05.14 209 10 12쪽
61 61. 2022년의 마무리 +6 24.05.13 21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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