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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7.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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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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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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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3. 우승과 두 여자

DUMMY

‘드디어 우승 했어.’


초겨울의 추위도 우승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옛날에도 우승 많이 했는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어. 이렇게 가슴 벅찰 줄이야..’


이제는 기억도 희미한 원래의 삶,

그 삶에서는 너무 쉽게 우승을 했다.


신인 때 했던 2014년 첫 우승 정도는 기억에 남는다.


그 이후에는 그러려니 했던 우승,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정도.

이제는 그 때 그 시절이 꿈을 꾼 것 같다.


40년만의 우승


남들은 29년만의 우승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얼추 40여년 만의 우승이었다.


‘후우.. 누구에게 말은 못하지만 참..’


우리는 구장에서의 1차 행사에 이어 단골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뒷풀이를 했다.

여기에는 구단주인 모 그룹 회장님과 선수 가족들도 모두 참여를 했다.


“야, 성운아, 넌 세아씨 안 불러와?”

“불러와도 되나요?”


“야, 임마, 당연히 불러야지, 너보다 다들 유세아씨를 더 보고 싶어해.”

“불러와.”


원래는 내가 금새 자리를 일어나 세아를 만나러 갈 계획이었다.

나는 세아에게 전화를 했다.



“저.. 지금 사정이 이렇게 되어서.. 와 줄 수 있.. 어?”

“어머 물론이지, 오빠는.. 금방 갈게.”

“내가 데리러 갈까? 여기 팬들도 많아서..”

“응, 그래주면 좋고..”


나는 자리를 일어나며 형규 형, 지훈이 형등에게 말했다.


“저.. 나가서 좀 데려올게요. 아무래도 이 시간에 혼자 오기가 좀..”

“야!!! 얼른 가서 모셔와, 얼른..”


호텔 앞이면 몰라도 일반 식당인지라, 그리고 29년만의 우승인지라 팬들이 고깃집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 매너 있게 고깃집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와~~ 진성운이다, 진성운!!!”


팬들이 다가온다. 나는 양해를 구했다.


“저.. 죄송한데 급히 지금 다녀올때가 있어서요. 다시 오겠습니다. 죄송해요.”




나는 세아의 손을 잡고 식당 앞으로 다시 왔다.


“사람들 한테 많이 찍힐텐데..”

“괜찮아, 원래 나 사진찍히는게 직업인데 뭐..”


세아는 너무나 당당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살짝 눈 인사를 하면서 나와 함께 식당으로 걸어들어왔다.


그야말로 빛이 났다.


와아아아아아아~~ 유세아다!! 유세아!!!


식당 앞 팬들도, 그리고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우리 선수들도 난리가 났다.

뭔가 되게 행복했고, 뿌듯했다.


원래의 삶에서도 이렇게 대중앞에서 같이 있어본 적이 없다.

선수들 가족 모임에서 이렇게 있으니 더 가족같이 느껴졌다.



“두 분은.. 결혼 생각 있으신거죠?”

회장님의 돌발질문, 그룹 4세대 회장으로 총수치고는 비교적 젊은 40대 회장님은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냈다.


“아.. 네.. 아직은.. 좀.. 네, 아직 젊어서요. 하하”

내가 애써 머리를 긁적이자 세아가 노련하게 받아친다.


“어머~ 저희 결혼하면 회장님 와 주실거죠?”

“불러만 주신다면, 물론입니다. 저야 영광이죠.”

“네, 나중에 꼭 연락드릴게요.”


노련하다.

뭔가 노련한 프로들 사이의 대화에 쭉정이처럼 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회장님이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진성운 선수, 우리 팀에서 오래오래, 영구결번 될때까지 해주세요. 에이스는 어디 가는 거 아닙니다.”

“아.. 네··· 네. 물론입니다.”


사실 이게 진짜 삶이라면 '외국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 내 삶은 얼마 안 남은게 뻔..


잠깐,


진짜 삶이라면?


그럼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갑자기 현타가 세게 온다.


“오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 아.. 아냐.”


나는 대체 뭘 위해 살아가고 있나?

분명히 미션을 클리어 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다시 돌아가서 도돌이 표를 찍는 건 괴롭다.


우승도 했다.

예전 연인이던 슈퍼스타 유세아도 내 곁에 있다.


‘그냥 이번 삶만 제대로 살고 이대로 죽으면 안 되나?’


그냥 이 상태로 이렇게 살고 싶었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사이영상도,


그게 다 뭔가 싶다.


그냥 이 상태로, 유세아랑 제대로 사귀면서 팀의 에이스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턱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관자놀이를 눌러 상태창을 확인 했다.


······························

[미션 클리어]


축하합니다. 미션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새 삶을 얻을 예정입니다.

그 때까지 보너스 타임을 즐겨주세요.

······························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지난 삶에서는,

맞아.. 지난 삶에서는 루게릭 병에 걸렸었구나.


나영이의 손을 잡으며,

그렇게 숨을 거뒀지.


뭔가 정신이 혼미하다.

술 기운 때문인지 현타가 와서인지 생각이 탁해지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

“오빠, 다음 달에 우리 여행 다녀오자. 나 연말까지는 시간 있어.”

“어? 그래. 그럴까?”


다음 날 집에 들어가서 쉬는데 세아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로 갈래?”

“글쎄, 너무 추운데는 싫어, 따듯한 곳으로 가자.”


“유럽 가고 싶다며?”

“아니, 그냥 휴양지 가서 오빠랑 뒹굴뒹굴 할래. 흐흐”

“그래? 응 그러자. 우리 다음주에 구단에서 축승회 여행가니까.. 다녀와서 또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톡을 봤더니 여기저기서 우승 축하, MVP 축하라고 몇 백개의 톡이 와 있었다.


“응?”


ㄴ 성운아 우승 축하해, MVP 받은 것도, 잘 지내지? 너랑 유세아씨 잘 어울리더라, 잘 지내.


나영이한테 톡이 와 있었다.

손이 약간 부르르 떨린다.


‘어떻게 지낼까? 연락을 하는게 맞을까? 이제 내 삶이 얼마 안 남았을 텐데..’


그래도 지난 삶에서 나영이는 나의 연인으로서 끝까지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한다.


뚜르르르르


“여보세요?”

“어, 나영아, 나야, 성운이, 통화 괜찮어?”

“어.. 괜찮아. 우승 축하해.”

“고맙다. 너는 어떻게.. 잘 지내?”

“응, 뭐 그냥 그렇지.”


“뭘 그냥 그래? 그래도 아직 신혼이잖아? 남편이 잘 해줘?”

“응, 잘 해줘, 잘 지내고 있어.”

“아이는? 아직 아이는 없고?”

“응, 아이는 아직..”


서로 오랜만의 통화라 그런지 서먹서먹했다.

뭔가 할 말이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성운아.”

“응?”

“너 어디 아픈데 없지?”

“어? 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순간 깜짝 놀랐다.

루게릭병으로 죽던 지난 삶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수화기를 건너 나영이의 목소리에 약간 떨림이 전해져 온다.


“몰라. 나도 모르겠어. 얼마 전에 되게 안 좋은 꿈을 꿨어. 너 등판 전날.”


나는 뭔가 가슴이 철렁했다.

“뭔데?”

“지금이야 뭐 다 지난 거니까, 개꿈인데, 네가 너무 고통 받으면서 눈코입에서 피를 쏟으면서 차라리 날 죽여달라고 제발 이제 끝내 달라고 내 손을 잡고 놔 주지를 않았어. 너무 생생해서 겁이 나서 잠에서 깼다?”




“나~~, 꿈에서 놀라서 자다가 깬 건 처음이야.”

“....”

“그래서 오랜만에 야구도 봤어, TV로 6차전에 너 던지는 거 봤는데 평소랑 다르게 몸이 너무 무거워 보였어. 근데, 그래도 잘 던지더라, 역시 꿈은 개꿈이더라고.”

“그래서 연락 한거야?”

“아니~, 그냥 겸사겸사.. 하여간 너무 놀랐어. 갑자기 잊고 있던 네가 나와서..”

“야, 개꿈이야, 개꿈, 내가 얼마나 잘 지내는데..”

“그치?”


“저.. 나영아.”

“응?”

“우리.. 괜찮으면 차나 한잔 할까?”


뭔가 나영이 얼굴을 한 번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나 이번 주는 조금 어렵고, 다음 주는 괜찮은데..”

“아 그래? 다음 주에는 구단 행사가 있어서 일본에 좀 다녀와야 하고, 다다음 주 어때?”

“어, 그러자.”

“근데 너희 신랑한테 혼나는 거 아니지?”

“얘는 무슨.. 너랑 뭐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대낮에 차 마시는 건데..”

“그래, 다녀와서 연락할게.”

“응, 우승 축하해.”


띠링


전화를 끊고 마음이 무거웠다.

침대에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본의든 아니든, 어쨌든 간에 나의 회귀를 나영이가 어떤 징조로 느끼는 건 아닐까?


‘지난 삶의 죽음과 관련이 있나? 아니면 현재 내 삶과?’


그냥 별 뜻은 없지만, 그래도 나영이 얼굴을 오랜만에 보면 조금 진정될 것 같았다.

특별히 세아에게 미안하거나 그런 감정은 없었다.

왜냐하면 나영이를 무슨 연애감정을 가지고 보고 그런건 아니니까..


일단, 우승 여행이나 다녀오자.



****

여행은 즐거웠다.

구단 대부분의 선수들이 참여해서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갔다.

즐겁게 놀았고, 정말 포상을 받은 그런 느낌이었다.

안 좋은 생각 따위 까맣게 잊어버렸다.


내년 시즌에 대한 이야기들도 서로 많이 했다.

하지만 난 내년 시즌에 같이 할 수 없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 세아와 해외 여행을 확정 지었다.

며칠 국내에서 쉬고 다시 세아와 해외여행을 갈 것이다.

마음이 콩콩 뛰었다.


그녀와는 두 번째 사귀는 거지만 처음 사귈때보다 더 설레였다.


나영이를 만나러가기 하루 전 저녁,


‘언제 죽을지 모르니 행동을 조심하자. 되도록이면 운전도 하지말고..’


내일은 대중교통을 타고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서 세수를 할 때였다.


“어?”


주르륵


뭐지?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흐른다.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왜?


“어.. 이게 뭐야? 씨”


육성으로 짜증을 내며 코피를 닦으려고 코를 움켜쥐자 코피가 더 세게 흘러내린다.

왜 그랬을까? 갑자기 나영이가 말 했던 그 대화가 선명히 떠올랐다.


‘네가 너무 고통받으면서 눈코입에서 피를 쏟으면서 차라리 날 죽여달라고 제발 이제 끝내달라고 내 손을 잡고 놔 주지를 않았어.’


“이 무슨..”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하늘이 빙글 돈다.


우당탕 쿵!!


세면대를 잡으며 쓰러지며 어딘가에 머리를 크게 찧었다는 것을 느꼈다.


쿵!!!


‘아.. 안 돼.’


시야가 흐려진다.

여기서 이런 식으로 마감하다니..


나영이도, 세아도 못 보고 갑자기 이렇게 마감하다니..

지난 번에는 그래도 반 시즌을 더 살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더니 하얀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하얀 빛으로 둘러싸인 곳, 바로 그곳이다.




“이게 뭡니까? 이건 아니잖아요?”

“대답해주세요, 거기 있는 거 압니다.”

“저는.. 대체 왜 살아야 하는 거죠? 제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온전한 제 인생을 돌려 주십시오. 그냥 한 번을 살더라도 온전히 살게 해 주세요.”

“대체 제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난 당신 장난감이 아니라고!!!!!!!!!”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


팟!!!


“허어억!!!”


눈을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팔에는 붕대가, 그리고 엄마와 낯익은 천장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아이 씨.. 이건 아니잖아!!”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얘는 뭐래? 성운아! 아니긴 뭐가 아냐? 너 꿈꿨어?”


엄마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침대 위의 나를 내려다 봤다.

나는 짜증이 나서 엄마와 댓거리하고 싶지 않았다.


“내 폰.”

“얘는~ 수술 깨자마자 엄마를 부려먹어.”


나는 엄마에게 폰을 받아들자마자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영이는? 언제와?”


그러자 엄마가 지긋이 나를 쳐다본다.




“나영이가 누구야?”

“어?”




“누군데? 네 여자친구야?”

“뭐?”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번엔 대체 또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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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 우승과 두 여자 +6 24.06.03 197 9 12쪽
82 82. 29년만의 우승 +6 24.06.02 183 7 17쪽
81 81. 의도치 않았던 전개 +4 24.06.02 155 5 12쪽
80 80. 인간이 밤 하늘에 하얀 별을 쏘아 올릴 때 +6 24.06.01 16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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