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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6,337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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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보이드 타입: 불명이(2)

DUMMY

계속된 더미 로봇들의 침입에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군단장.’


물론 이전과는 달리, 정말 생으로 ‘잡아먹지도’ 못 하는 몬스터였지만, 어딘가 군단장이 엮여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 중 누군가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

‘하성우?’

< 그런 자가 이런 큰일을 꾸밀 리가 없지 않느냐. 이건··· 네가 말한 대로 군단장급의 사람이다. >


곰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성우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군단장, 혹은 인간들 중에서도 더미 로봇을 다루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그게 제일 궁금할 뿐이었다.


‘네가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더미 로봇 같은 건 못 본 거야?’

< 더미 로봇이라···. >


곰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 비슷한 자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더미 로봇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진 외형의 자였지. >

‘그 몬스터도 온몸이 기계로 이뤄져 있었어?’

< 아마 그랬을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철갑을 두른 듯한 피부였으니까···. >


그럼··· 모종의 이유로 더미 로봇이 저쪽 세계로 넘어갔던 걸까.


“머릿속이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아···.”


이럴 땐, 현재 저쪽 세계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자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마침, 최근 칠흑의 군단에 몸을 담았던 샐러맨더들이 내 게이트에 들어와 살고 있었으니까.


정은진을 호텔에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허겁지겁··· 들키지 않을 우리들만의 아지트, 사찰의 동굴로 향했다.


< 이쯤이면 차라리, 사찰에 풀어놓는 것이···. >

‘그건 정말 싫어.’


그렇게 사찰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때였다.


- 삐이이··· 삐이!

- 쨔아! 쮸우우! (같이 놀자!)

- 다들 그렇게 뛰면 곤란합니다! 실버, 땅으로 내려오세요오오!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오는 여러 마리의 아기들. 그리고···.


“어라?”

- 엥?


카르셀이었다.


카르셀이 내가 만든 게이트에 나타난 것이다.


물론, 카르셀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카르셀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 사아악, 사악···. (카르셀, 제발 아이들을 얌전히 만들 순 없는 건가요?)


그리고 그 뒤로, 카르셀과 어느 정도 대화를 주고받은 듯한 모습의 드라코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 * *



-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톱니의 군단에서 가출을 하고···.

“근데 왜 내 게이트에서···.”

-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그저 특이한 생태계구나 싶어서 아예 눌러앉을 생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는데요!

“뭐?”


그 말은 즉, 카르셀이 가지고 있던 리모컨이 그를 내 게이트로 데려다줬다는 뜻이었다.


< 아무래도 지난번, 저 아이의 게이트 안에서 네가 게이트를 열었던 것이··· 저자에게 각인이 된 듯싶구나. >

‘아무리 그래도···. 나만의 공간이라며···.’

< 그렇지. 오직 너만의 공간이자, 너만의 차원이다. >



근데 어떻게 나 말고도 다른 존재가 내 공간에 침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자, 곰은 내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 지금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차원도 인간들이 말하는 ‘신’이라 칭하는 자가 소유한 차원이다. 한데, 우리가 어찌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었겠느냐···. >

‘나야 모르지···.’

< 그건 바로, 다른 차원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


저쪽 세계, 그리고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서로의 세계를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침략을 한다면 비교적 쉬울 것이란 말까지.


< 어느 차원에 있는지만 알면 간단한 일이렸다. 게다가 여러 번 부딪힌 차원의 경계는···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지. >

‘뭐?’


내가 곰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그때, 카르셀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내 손을 덥석 잡았다.


- 엄청 낯익다, 낯익다 했는데, 맞네요!

“응? 뭐가. 저번에 봤잖아. 우리.”

- 아뇨! 그게 아니구요! 사진이요, 사진. 선생님 성함이 유도진 맞죠?


이제 ‘선생’이 되어 버린 건가.


나는 그의 말을 듣던 와중, 내 이름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내 이름을 알려줬던가?”

- 아뇨! 그 인간이 매일같이 말을 하던데요!

“그 인간? 혹시 하성우···야?”

- 몰라요. 이름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더러운 놈입니다. 어찌나 쓰레기가 많은지···.


쓰레기?


나는 카르셀의 말에 집중하며, 다른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 사진은 무슨 말이야?”

- 제가 영토로 넘어갔을 때, 대뜸 저를 따라서 온 인간이 가져온 사진입니다. 그 사진에 유도진 선생님 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그거 말고는···?”

- 싸우는 모습, 상처를 치유할 때 쓴 피 묻은 붕대, 침···. 뭐 이것저것들도 보긴 했죠.


하성우였다.


카르셀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운명 길드와 경찰의 합동 조사에서 하성우의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들이었다.


“걔는 거기서 뭘 하는데?”

- 군단장에게 완전히 홀려버린 건지, 뭐···. 되도 않는 말을 주고받던데요?

“역시 군단장인가?”

- 뭐, 그렇습니다.


카르셀의 추가 증언에 따르면··· 아직 ‘탄생 중’인 군단장이 내 전투 방식을 따라 하기 위해 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계속해서 인간계로 침략해 오는 더미 로봇들은 모두 프로토타입이며, 머지않아 완벽한 ‘나’이자 군단장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 확실해?”

- 어우, 그럼요! 저는 선생님께 닿지도 못하고, 지금은 제가 지내고 있는 게이트의 주인님이시잖아요. 제가 어떻게 감히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카르셀의 모습에 곰은 혀를 내두르는 듯한 이모지를 채팅창에 띄웠다.


< 줏대 없는 놈이구나. >

‘그렇지만···. 뭐, 일 처리 하나는 제대로 하겠지.’


그때 갑자기 카르셀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뭐, 뭐야?”

- 아,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복구되잖습니까?

“아. 놀랐네···.”


이후, 나와의 대화에서도 카르셀의 몸은 몇 번이고 무너져내렸었다.


곰이 추측하기론, 카르셀이 시스템에 위반되는 말을 했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몸을 부수는 것뿐이라는 거였다.


< 어차피, 코어만 건드리지 않으면 죽지 않을 테니까··· 그리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게다. >

‘그런가?’


그때, 카르셀이 의문인 표정을 지으며··· 사실, 해골이라 표정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내게 물었다.


- 근데 말입니다, 선생님.

“뭐지?”

- 왜 똥을 전시하시는 겁니까?

“응?”

- 그 인간 놈이 가져온 것 중에는, 새하얀 종이에 똥을 묻혀서 전시하던 것도 있었거든요?

“뭐···?”

- 인간이란 종족은···. 자신의 분뇨를 전시하는 풍습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카르셀의 질문에 결국··· 화장실과 화장지, 인간들의 뒤처리 방법에 대해 설명까지 하고 나서야 오해를 풀어줄 수 있었다.


“사악. (드라코, 잠깐 나 좀 봐.)”


카르셀이 정보를 준 것과는 별개로, 드라코와는 나눌 이야기가 있었다.


내 말에 아이들 틈에서 섞여서 배를 까고 시체 놀이를 하고 있던 드라코가 몸을 일으키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사아악, 스윽, 슥? (카르셀 말이야. 실제로 우리 게이트에 도움이 되고 있어?)”

- 삭! 사아악, 스윽슥삭! 슥삭슥삭! (네! 아주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특히나 창고지기 일도 열심히 합니다! 쓱싹쓱싹! 청소도 잘하고요!)


드라코는 눈을 반짝이며 카르셀의 전입을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창고 이야기를 할 때엔 여태까지 봤던 어떤 모습보다도 열변을 토하기까지 했다.


“삭, 사아악. 슥. (그럼 그대로 내버려둬도 괜찮겠지?)”


내 말에 드라코는 짧은 목을 연신 까딱이며 ‘제발 그래 주세요.’라며 사정했다.


- 어차피 저는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응? 리모컨은?”

- 그거, 이제 다 써서 이동도 못 합니다. 제가 갈 곳은 이제 선생님의 보금자리가 아니면···. 인간 세계입니다.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카르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쁜 짓은 할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럼 그럴까? 좋은 정보도 줬고 말이야.”

- 감사합니다요! 선생님. 선생님은 복받으실 겁니다. 만수무강하세요!


카르셀이 기뻐서 이리저리 둥실거리며 뜀박질하자, 옆에서 상황만 보고 있던 드라코도 이내 덩실덩실거리며 기분이 좋음을 나타냈다.


‘창고 정리가··· 많이 힘들었구나···.’

< 그러게 말이다. 게으른 주인을 만난 드라코가 불쌍하구나. >

‘나 그렇게 안 게으르거든!?’

< 아직 그리폰들의 말도 못 알아듣지 않느냐. >

‘아니···. 그건 별개고!’


동굴 안에서, 나는 드라코와 카르셀, 그리고 추가로 게이트 밖으로 나온 라이덴과 함께 현재, 더미 로봇의 군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다지 건질 것은 없었지만 말이다.



* * *



- 주인님···.


하성우와 ‘미러’만 남아있는 공장의 한 공간.


시험관 안에 들어있던 이상한 액체가 모두 사라지고, 그 안에 있던 미러가 드디어 입으로 말을 내뱉었다.


“하아···.”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하성우.


그는 침까지 흘릴 정도로 미러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더 이상 시험관 안에는 더미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기계 덩어리는 없었다.


체형은 유도진과 완벽하게 똑같아졌으며, 카메라 두 개만 달랑 달려있던 얼굴에도, 확실하게 눈코입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철사로 머리카락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유도진과 모든 것이 똑같아진 미러.


- 제가 말했죠···. 제가 주인님의 그분이 되어주겠다고.


미러는 살며시 눈을 뜨고,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며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하성우는 당장이라도 시험관을 깨버릴 기세로 시험관에 달라붙으며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른···. 얼른 내 품에 안겨! 유도진···.”


무한의 군단장이 완성되는 순간이자, 유도진의 쌍둥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한의 군단장 미러는 시험관을 깨부수며 밖으로 나왔고, 공장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옆에는 하성우가 미러의 손을 붙잡곤 그의 발을 맞추며 걸었다.


- 이거면··· 주인님이 말하던··· 우리 둘만의 집을 만들 수 있어요.

“좋아···. 어디든··· 어디든 좋을 것 같아···.”

- 마침··· 좋은 곳을 발견했거든요···.


수백 개체의 더미 로봇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큰 모니터에는···


대한민국이 아닌, 그 옆의 나라, 일본에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작가의말

[차원이 있음]의 상태라면 다른 차원의 존재가 해당 차원으로의 침입?이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카르셀이 다른 차원(인간계인 줄 알았는데 도진이네 창고)으로 이동할 수 있던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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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6 3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31 3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6 3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30 3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32 3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32 2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6 3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34 3 13쪽
114 광신도(5) 24.05.13 35 3 13쪽
113 광신도(4) 24.05.12 31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9 3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7 3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4 3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8 3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3 3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6 3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8 3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41 3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41 3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40 3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9 3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7 3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5 3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8 3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8 3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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