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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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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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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사라진 하성우(2)

DUMMY

“저 더미 로봇···. 헌터님의 고블리자를 흉내 내는 거 같네요.”

“그러게요···.”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 앞에 있던 더미 로봇은 정확히 내 모습을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럼 이건···.”


고블리자와 고블리자의 싸움.


마치 위력도 나와 똑같다는 듯, 내가 사용한 고블리자는 더미 로봇이 사용한 고블리자에 막혀 그대로 허공에 흩어졌다.


‘고블리자만 흉내 내는 걸까?’


나는 이번에는 피어 이터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강력한 화염 방사기를 떠올렸다.


“샐러번!”


하늘 높게 치켜든 피어 이터의 끝에서 점차 마력이 응축되더니 곧바로 검붉은 화염이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 끼릭···! 끼이익···.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더미 로봇이 사용하는 기술은 고블리자 뿐이었다.


샐러번을 맞은 더미 로봇은 아무런 흉내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먹히고 있군요. 이대로 건물 밖으로 내보내요! 볼텍스 블래스터!”


잠시 움츠린 더미 로봇을 보자, 윤혜성은 자신의 손끝에 바람을 만들더니, 이내 손을 앞으로 뻗으며 강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 화륵··· 화륵.

- 끼리이이익···.


강한 바람이 불면서 샐러번의 불꽃이 건물 안을 뒤덮었고, 그와 동시에 반대쪽 막힌 벽이 부서지며 더미 로봇은 건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뭐야, 몬스터야?”

“그런가 봐. 아, 모처럼 감시 임무인 줄 알았는데···. 싸워야 하네.”


더미 로봇이 바깥으로 나가자, 주변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지호와 저수지가 밖으로 나오며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다.


“마침 전화하려고 했는데, 나왔네.”

“아핫, 길드장님···! 저건 더미 로봇인가요?”

“맞아. 유도진 헌터의 고블리자를 사용하더군.”

“그럼 보이드, 유도진 타입인가요? 하하!”


윤혜성은 곧바로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상황을 설명했고, 나는 더미 로봇과 마주하고 있었다.


- 끼릭··· 끼익.


다시금 가지고 있던 막대기를 뒤로 깊게 빼는 더미 로봇.


고블리자를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게 쓰는 거 아니라고! 꾸름!”


나는 피어 이터를 앞으로 내지르며 꾸름을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창날의 끝부분에 모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소환된 모래들은 곧바로 작은 창의 모습으로 변해, ‘사출’이라는 내 생각에 따라 앞으로 쏘아졌다.


- 끼릭! 끼릭!


하지만 더미 로봇도 마냥 공격에 맞을 생각이 없다는 양, 곧바로 고블리자를 사용했다.


모래 창과 바람 칼날의 대결.


나는 마력을 좀 더 방출하며 ‘꾸름’을 계속해서 앞으로 움직였다.


“우와. 진짜 고블리자네요. 셰클!”


그리고 그 순간, 더미 로봇의 모습에 감탄하던 저수지가 그쪽으로 ‘셰클’을 사용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황금빛 사슬들이 나오더니, 더미 로봇의 몸을 구속했다.


“페르데레!”


그리고 곧바로 또 이어진 저수지의 스킬.


이번엔 더미 로봇의 머리 위에 거대한 철퇴가 소환되더니, 그대로 더미 로봇의 머리를 내리꽂았다.


- 쾅!


머리에 닿은 철퇴는 곧바로 폭발했다.


- 끼릭···.


하지만 더미 로봇은 아직까지 몸이 거뜬한지, 다시 몸을 움직이며 저수지의 사슬까지 풀어버렸다.


“에어 본!”


사슬에서 벗어난 적을 윤혜성은 곧바로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눈으로 쫓을 수도 없는 빠른 속도였기에, 나는 그저 더미 로봇이 올라간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최지호가 앞으로 나서며, ‘본 브레이커’를 공격 모드로 전환해 하늘 위로 높게 점프했다.


“딱콩!”


그는 곧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치던 더미 로봇이 있는 곳까지 뛰어올랐고, 건틀릿으로 적의 복부를 가격했다.


- 콰직.

- 콰아앙!


그러자 더미 로봇의 팔 한쪽이 지면으로 떨어졌고, 이내 몸의 다른 부품들도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 끼익, 끼이이익···.

- 콰아아아앙!


그때였다. 더미 로봇의 코어가 큰 폭발을 일으켰고, 그 탓에 주변 건물의 유리창들은 모두 깨져버렸다.


“역시 무기 차이인가···.”


윤혜성은 땅으로 착지한 최지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기도 하지만, 당신이 무식하게 강한 것도 있잖아요?”

“그런가···.”


저수지와 윤혜성은 다시 한번 ‘본 브레이커’의 위력을 실감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 * *



상황은 빠르게 진압되었고, 건물에서 밖으로 대피했던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창문들이 깨지고, 집안 곳곳에 균열이 생기긴 했지만.


나는 윤혜성과 같이 하성우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역시나 그곳에 있어야 할 물건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하성우의 옷가지들이나 평범한 가구들뿐이었다.


“아까 더미 로봇 때문에 날아간 게 아닐까요?”

“아뇨···. 그러기엔 너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가져간 것처럼···.”


그러더니 그녀는, 집 앞에 서서 대기하던 경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하성우는 안 왔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거 좀 이상하군요···.”

“뭐가 말입니까?”

“마치 우리가 올 줄 알고, 이곳에 더미 로봇을 보내둔 게 아닐까 싶은···.”


윤혜성과 경찰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도 당연할 게··· 나한테 집착하는 스토커가 나타난 것도 짜증 나는데, 이번엔 내 스킬을 사용하는 더미 로봇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근데요···.”


그러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나는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윤혜성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왜 더미 로봇이 게이트에서 나온 거죠? 왜 더미 로봇이 몬스터···에요?”


바로 본질적인 의문이었다.


저명한 과학자, ‘레테 제이 홀링스워스’가 만들었다는 더미 로봇.


그 로봇이 왜 몬스터의 마력을 품고 있냐는 것이었다.



* * *



“큐브에서 본 모습과 똑같은데? 저게 몬스터라고?”

- 끼릭···?

“아니, 원래부터 저런 모양일 리가 없잖아.”

- 끼릭! 끼익!


한편, 사라진 하성우는 여전히 게이트 내에 펼쳐진 공장의 시험관 앞에서 더미 로봇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게 유도진의 기술을 따라 할 수 있는 거야? 그게······. 내가 가져온 이것들 덕분이고?”

- 끼릭.

“오오···. 이거라면 네가 진짜 유도진이 될 수 있겠구나. 정말 고마워···.”

- 끼리익···.


풀린 동공. 하지만, 그 풀린 동공에서마저 그는 유도진을 그리고 있었다.


- 어휴···. 아윽··· 이건 뭡니까! 인간들은 똥을 싸곤 이런 종이에 전시하는 겁니까?


물론···. 카르셀만 빼고.


카르셀은 하성우가 가져온 쓰레기들 사이에서 유도진에 대한 단서들을 찾고 있었다.


“소중한 거니까··· 따로 모아둬.”

- 그러니까, 이런 종이에 왜 똥을 전시하는···.


카르셀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휴지 뭉치를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그 모습에 하성우는 화들짝 놀라, 빠르게 달려 바닥에 던져진 휴지 뭉치를 다시 주워들었다.


남들에게는 쓰레기라 할지라도, 하성우에게는 그것이 보물이었으니까.


과거 자신을 위협하던 그라운더를 죽인, ‘잘생긴’ 유도진의 흔적이 남은 보물.


- 철크럭, 철컥.


그때, 등 뒤에 있던 공장에서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는지 가동을 시작했다.


- 끼릭···!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에서는 더미 로봇이 하나 만들어졌다.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있는, ‘보이드 타입: 유도진’의 두 번째 모델이었다.



* * *



“뭐!? 내가 몬스터들한테 돈 주고 더미 로봇을 판다고?”

- 하지만, 지금 정황이······. 그럼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나? 나 지금 한국! 여기 어디지? 아! 제주도!”

- 얼른 서울로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희 ‘타키온’이 몬스터와 거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레테 제이 홀링스워스. 그녀는 현재 제주도에서 휴가를 즐기는 중이었다.


찾아야 할 사람은 언젠가 찾을 거였으니까.


물론, 자신이 아닌 ‘세실’이 찾아 줄 예정이었다.


편하게 제주도에서 쉬던 와중,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전화의 내용은, 그녀가 소유한 더미 로봇 제조사 ‘타키온’과 관련된 것이었다.


“분명 그건···. 내 오리지널 디자인이야. 그걸 흉내 낼 순 없다고.”

- 저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번 등 뒤를 따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시리얼 넘버 말이지?”

- 예. 그걸 확인하면, 어디로 팔렸다가 잘못됐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하아···. 모처럼 강연도 없이 쉬는 날이었는데···. 세실한테 부탁해야겠네.”

- 본인이 직접 움직일 생각은 없으십니까?

“어차피 지금 세실이 서울에 있으니까, 세실이 해 주지 않을까?”


간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치한들이 그득한 중국도 아니었고, 서로 통수를 치기 위해 각을 재고 있는 일본도 아니었다.


그저 돈만 많으면 편하게 쉴 수 있는 한국이었다.


다만, 외국인한테 떼가는 돈이 너무 많은 게 흠이었지만.


‘무슨 라면을 3만 원이나 받아먹어.’


레테는 고개를 저으며, 현재 서울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을 세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강연이 아직 남아있어서 제주도에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근데 더미 로봇이 몬스터 취급을 받고 있다는데, 너가 좀 확인해 주면 안 돼?]


수영장이 딸린 펜션.


그녀는 세실에게 메시지 하나를 대충 보낸 뒤, 수영장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쉬는 게 최고지! 암암!”


그러더니, 한쪽에 세워진 홍학 모양의 튜브를 들고 와서 편하게 물놀이를 즐겼다.


아직까지 그녀가 유도진을 만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모양이었다.



* * *



운명 길드와 동행한 지 3일째, 나는 윤혜성과 같이 길드 사무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이희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 길드장님···. 아무래도 보이드 타입, 유도진. 이거 진짜인 거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죠?”

- 지금 샐러번 같은 걸 쓰는 더미 로봇이 다짜고짜 나타나서 저를 공격하고 있어요···. 이거 맞아요?


이희철은 현재, 사라진 하성우의 행방을 쫓기 위해 영등포 시장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철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었던 나는 윤혜성의 전화를 건네받았다.


“또 저예요? 이번엔··· 샐러번?”

- 아, 유도진 헌터도 같이 있었어요? 아니, 헌터님! 얘 뭐예요! 왜 헌터님 기술을···. 아아!


그는 꽤 다급한지, 곧 전화는 끊겨버렸다.


“더미 로봇이 또 나타났다고 하는군요. 다행인 건, 그 주변에 제조사에서 파견 나온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그분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

“제조사요?”

“더미 로봇을 만드는 회사 사람입니다. 그분은 S급 헌터, ‘세실’이거든요.”

“······혹시 모르니 저도 가 봐야겠네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너무 께름직해요.”


나는 그녀의 말에 현장으로 가겠다며 운명 길드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택시 기사님을 불러 곧장 영등포로 향했다.


< 냄새가 나는구나. >

‘육포 줘?’

< 그 냄새가 아니란 말이다···! >

‘그럼···?’

< 너를 미친 듯이 좋아하던 자가 사라졌고, 네 기술을 흉내 내는 더미 로봇이 나타났지 않느냐. >

‘그럼 이 모든 일 배후엔 하성우가 있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하성우를 찾아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또다시 강한주와 같은 일이 벌어져선 안 됐다.


그러니까, 잘 숨어있는 게 좋을 거야. 하성우···.


만나면 죽기 직전까지 패버릴 테니까.


작가의말

몬스터가 갑주나 로봇 부품을 낀 애들이랑

아예 로봇인 애들은 소속이 다릅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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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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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7 3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30 3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9 3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5 3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30 3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6 3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9 3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32 3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31 2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6 3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33 3 13쪽
114 광신도(5) 24.05.13 34 3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8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6 3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5 3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3 3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8 3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3 3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6 3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7 3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41 3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41 3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40 3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9 3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4 3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4 3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7 3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7 3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6 3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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