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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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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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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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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광신도(5)

DUMMY

“샐러번!”


하성우를 향한 분노는 곧장 뜨거운 불꽃이 되어 피어 이터의 끝에서 분출되었다.


화염방사기 같은 고온의 불꽃들이 순간 공중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아이언 그리폰들을 휩쓸었다.


- 꾸루루룩. 꾸룩. 꾸룩.

- 끼루우우우.

- 끼이이익!


몸에 불이 붙은 아이언 그리폰들은 하늘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동료들과 부딪혔고, 그 덕에 샐러번의 불꽃은 주변으로 더욱 크게 번졌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었다.


불에 타버린 그리폰들은 땅으로 추락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그리폰들이 다시 그 자리를 메꾸었다.


‘곰, 에너지 볼 한 번 더 쓰면, 나··· 쓰러지겠지?’

< 당연하다. 아무리 네가 다른 헌터들보다 마력이 많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그 기술을 두 번 쓴다면 몸이 버티질 못할 게다. >

‘이래서는······.’


나 역시, 하늘을 날 수 있는 스킬은 없었기에 그저 땅에서 하늘을 향해 스킬을 사용할 뿐 별다른 방도는 없었다.


‘그리폰이랑 대화라도 통했다면, 보스만 잡고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아직 그리폰 종족의 괴식 수치는 0이었다.


‘아직 한 입도 먹지 못했어. 여기서 100%를 채울 수도 없고···.’


하늘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정은진이 조금은 기력을 차렸는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늘 하던 것처럼 아무렇게나 해결해 봐···. 나 체력 포션 없단 말이야···. 빨리.”

“······!”


‘아무렇게나 해결···.’


나는 은진의 말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고마워, 정은진.”


하늘을 날 수 없다면, 하늘에 최대한 가까워지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나는 꾸역꾸역 땅에서 하늘을 공격하려 했던 거지.


- 끼루우우우욱!


그때, 아이언 그리폰 한 마리가 나를 공격하기 위해 활강하며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좋아, 너가 내 실버다!”

< 실버가 무엇이냐···? >

‘옛날에 TV에서 강아지 이름으로 실버가 많이 나왔지 않나?’


그리폰이 내 등 뒤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가볍게 점프해 그것의 위에 올라탔다.


앞으로 내 하늘 이동 수단은 얘로 정했다! 이름은 아까 말했듯이 이미 ‘실버’로 지었다.


- 끼룩? 끼이이익! 끼루욱!

“어허, 좀 참아. 너는 특별히 살려줄 테니까.”


당연히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리폰은 계속해서 몸을 흔들어 등 뒤에 올라탄 나를 땅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아니, 실버야! 조금만 같이 싸우자니까?”


하는 수 없이, 나는 실버의 등에 피어 이터를 꽂아 넣었다.


- 끼륵···! 끼이잉···.

“그러니까 진작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안 왔잖아. 왜 나서다가 다치려 그래.”


그러자 곰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너··· 지금 그리폰이랑 대화 안 통하는 거 알고 있느냐···? >

“알아, 이게 다 영혼의 대화야. 사나이 대 사나이끼리 통하는 뜨거운······.”

< 그 아이는 암컷이다···. >


곰의 대화는 무시한 채, 실버를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연구는 금방 끝날 수 있었다.


등 뒤에 피어 이터를 찔러넣으면 직진이었고, 오른쪽 날개를 찌르면 오른쪽으로 꺾는 평범한 조이스틱이었다.


“좋아. 가보자고. 실버.”

- 끼이이··· 꾸룩, 꾸룩, 꾸룩.


내 말을 알아듣는지 아닌지, 그리폰은 점차 동료들이 있는 곳까지 빠르게 날아갔다.


“잘했어, 실버. 나중에 다 싸우고 나서도 살아있으면 너가 좋아하는 고기 줄게.”


나는 실버의 뒷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피어 이터를 들었다.


“샐러번! 고블리자!”

- 끼이이익? 끼룩··· 끼루룩?


그리고는 주변에 날아다니고 있는 그리폰들을 향해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내가 스킬들을 사용하자, 실버는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내 귀에 해석이 되진 않았다.


꺼지지 않는 화염에 휩싸인 그리폰들은 이리저리 휘청이며 다른 그리폰들에게 그 화염을 옮겼다.


고블리자의 바람 칼날에 맞은 그리폰들은 저마다 신체 부위 하나씩을 잃으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보스는 어디 있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도엄배TV 좀 보고 올걸.”


하늘에 올라와서 주변을 바라보니, 보스로 보이는 몬스터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야, 너 혹시 보스 몬스터가 누군지 알아?”


나는 괜히 잘 날고 있는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보스 몬스터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곰···. 급해서 그런데, 혹시··· 보스 몬스터가 어딨는지는 모르는 거야?”

< ······정말 몰라서 묻는 게냐. >

“뭔 소리야.”


곰의 말에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봤지만,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몬스터는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애초에 내가 등에 타고 있는 실버 자체가 몸집이 좀 큰 편이라 그런지, 다른 그리폰들의 크기가 작아 보일 정도···였,


어···?


“혹시 실버가······. 보스 몬스터야?”


내 물음에 왜인지, 실버가 잠시 움찔하는 것 같았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몸집이 월등히 컸으며, 상황 판단 능력 또한 탁월한······.


“안 돼! 나 실버 죽이기 싫단 말이야!”

- 끼루루루룩, 꾸루룩. 꾸꾸욱.

< 본인도 죽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구나. 한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이자가 보스인걸. >


곰은 실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내게 통역해 주었다.


“후우···.”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지금 땅에서는 정은진이 대자로 뻗은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실버. 나중에 너 같은 그리폰을 꼭 탈게!”


그렇게 피어 이터를 실버의 등 뒤에 꽂아 넣으려던 순간이었다.


- 끼이이익! 끼룩, 끼우우우.

< 잠시 기다려 보라는 것 같구나. >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것인지, 실버는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버는 내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나를 등 뒤에 태우고 어딘가로 날아갔다.


- 끼이이익, 끼루욱. 끼익.


역시나 그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어린 그리폰들이 지내고 있는 둥지였다.


그곳에 조심스레 내려앉은 실버는 어딘가로 향하더니, 이제 막 털이 난 듯, 뽀송뽀송한 그리폰들을 내게 데려왔다.


- 꾸룩, 꾸루룩, 꾸룩. 꾸우.


그리고 실버는 내게 한 마리씩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거··· 뭐 하는 거야?”

< 부탁이 아닐까 싶구나···. >

“부탁?”

< 자신이 죽으면 이 아이들이 죽을 테니까··· 대신 이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몸을 바르르 떨면서 내게 어린 그리폰들을 전달하는 걸로 봐서는 그의 마음이 진심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사나이 대 사나이의 부탁이니까.


< 암컷이라니까···. >


나는 곰의 채팅을 무시한 채, 목걸이를 통해 게이트를 열었다.


“곰, 몬스터들은 서로 대화가 통하는 거지?”

< 대부분의 몬스터는 그렇다. 그··· 인간들의 사투리 개념으로 생각하면 편할 게다. >

“그럼 됐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코가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 삭, 사아악!? 사아아··· 사악? (부르셨습니까, 보··· 이건 뭡니까!? 어찌, 그리폰이···.)

- 끼루욱··· 끼이이익!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드라코를 보고 있던 실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 끼루루룩, 끼룩. 끼이익, 끼익.

- 사아악, 사악. 삭, 사아악! 삭, 스으윽. (그렇지. 저분이 우리의, 보스. ······벌써 보스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단 거군요.)

- 꾸룩, 꾸루룩, 꾸룩. 꾸우욱.

- 삭, 사아악. 사악, 스으윽, 삭, 사아악. (괜찮습니다. 이 아이들은··· 저희 샐러맨더들이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드라코와 대화를 나누던 실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 눈빛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적대시하는 눈빛이 아닌, 존경과 감사가 담긴 눈빛으로 느껴졌다.


- 사악, 사아악. 슥, 스으윽. (보스, 이자가··· 몇 마리의 그리폰 성체들도 같이 맡아달라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삭? 스으윽, 스윽, 사악! (나는 상관없는데, 너넨 괜찮아? 사는 곳이 좀 좁지 않겠어?)”

- 슥, 스으윽, 사아악. 사악. (그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우선 허락이 떨어진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윽고, 드라코가 실버와 몇 마디를 더 주고받더니, 멀리서 그리폰 열 마리 정도가 날아와 실버의 앞에 주저앉았다.


- 끼룩, 끼익··· 끼이이···.

- 꾸룩, 꾸루루루, 꾸루우···.

- 끼이익, 끼룩··· 끼익···.


그들은 실버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곤 드라코의 안내를 따라 게이트 안으로 이동했다.


“사악, 사아악. 스윽, 슥.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중에 설명해 줄 거지?)”

- 사악, 사아악. 사악. (당연합니다, 보스.)


그리고 몇 마리의 어린 그리폰과 알 몇 개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게이트는 닫힐 수 있었다.


게이트가 닫히고, 어린 그리폰들이 모두 사라진 텅 빈 둥지에서 실버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 난 깃털들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 끼룩, 끼이익. 끼룩, 끼룩.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부리로 살점을 한 점 떼어 내게 내밀었다. 마치, 내가 어떻게 강해지는지도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 어쩌면, 저쪽 세계에 네 소문이 났을 수도 있겠구나. 몬스터를 먹고 스킬을 얻는다는···. >

“큰일 아니야? 아니 근데 그게 나인 건 어떻게 아는 건데?”

< 인간 중에서 샐러맨더의 불꽃을 사용하는 자는 너뿐이지 않느냐. >


나는 내 손 위에 올려진 그리폰의 살점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떼어 낸 살점이었기에, 중간중간 근조직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이, 이렇게··· 당사자가 먹으라고 주는 건··· 샐러맨더 이후에 처음인데···.”


하지만 이게 그리폰의 마지막 부탁이라면 먹어야 했다.


그게 전사의 긍지일 테니까.


나는··· 실버가 내민 살점을 입에 가져다 씹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가급적 느끼고 싶지 않았던 그리폰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쫄깃한 식감과 씹을 때마다 나오는 핏기는 알싸한 맛을 잔뜩 머금은 카레의 맛이었다.


그것도 인도 카레 특유의 알싸하고 담백한 맛.


거기에 일본 카레의 녹진함까지 더해진 맛이었다.


물론, 실버가 준 것이 가슴살이었던 탓에 약간의 퍽퍽함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게 아니었다.


[system]

[고유 특성 ‘괴식’ 발동]

[아이언 그리폰을 뜯어 먹었습니다. 현재 그리폰 종족의 괴식 수치 8.5%]

[아이언 그리폰의 발동 스킬, ‘끼룩끼룩’을 획득했습니다.]


[발동 스킬 : 끼룩끼룩]

발을 지면에서 박차고 하늘 높게 점프한다. 그 높이는 발에 주입하는 마력에 따라 다르다.


내가 스킬을 얻은 걸 확인한 듯, 실버는 이내 고개를 꾸벅이더니 내 앞에 천천히 누웠다.


“실버, 고마워···. 네가 드라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너네도 결국은 싸우고 싶지 않았던 거지···?”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실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실버의 가슴팍에 피어 이터를 꽂아 넣었다.


그와 동시에 ‘구우웅’하는 진동이 일며, 게이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나도··· 내 소중한 가족을 지켜야 해서···.”


본래였다면, 보스 몬스터의 시체를 먹기 위해 게이트 안에 넣었겠지만···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끼룩끼룩! 아니, 근데 또 왜 하필 스킬 이름이 이따구야!”


나는 곧장 끼룩끼룩을 사용해 하늘 높게 뛰어올랐다.


이 정도면 중간에 발 디딜 곳이 없어도, 헬리콥터가 다니는 고도까지는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속 스킬 ‘활강’이 활성화됩니다.]


하늘 높이 뛰어오른 나는 곧장 활강을 이용해 하성우와 정은진이 있던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작가의말

몬스터들의 세계에도... 유도진은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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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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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6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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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4 3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9 3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6 3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9 3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32 3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31 2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5 3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31 3 13쪽
» 광신도(5) 24.05.13 33 3 13쪽
113 광신도(4) 24.05.12 28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6 3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5 3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3 3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8 3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3 3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6 3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7 3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41 3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40 3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40 3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9 3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4 3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4 3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7 3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7 3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6 3 13쪽
96 칠흑의 갑옷, 듀라한(1) 24.04.25 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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