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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6,212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5.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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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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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3쪽

사라진 하성우(4)

DUMMY

“한국 헌터들은 형편이 없더군요.”

“그거야 GIANT 길드는 내가 각성 이전부터 훈련을 시켜서 그런 거고···. 그게 일반적인 거야.”

“일본 헌터들도 저들보단 강할 텐데요.”


세실의 말에 레테는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세실. 동아시아에선 한국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어.”

“예?”

“머지않아 일본은···. 지도에서 사라질걸?”

“혹시 지진이라든가 쓰나미입니까···?”

“아니, 던전 브레이크. 그러니까 어서 왕을 찾아야 해.”


그러니 미래에서 봤던 왕을 찾아, 그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해 의논하고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그거뿐이니까.’


“도대체 무슨 미래를 본 겁니까···.”

“이 세계의 멸망.”

“예?”

“그런 게 있어.”


선글라스를 낀 채로, 선베드에 누워 세실에게 보고서를 건네받은 레테.


그녀는 세실이 건넨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뭐···? 내 디자인을 따라 한 것 같다고? 마스터키로 안 열렸어?”

“예···. 혹시 몰라서, 한국 헌협 측에 요청해서 숙소 1층에 이번에 상대한 더미 로봇 한 기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한 번 분석해 보시겠습니까?”

“아, 귀찮은데···.”


레테는 몸을 일으키며, 바로 옆에 놓아두었던 담요를 몸에 두르곤 그녀가 말한 1층으로 향했다.


레테가 걸을 때마다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세실의 몫이었다.


세실은 수건 하나를 들고 그녀가 흘리는 물방울들을 닦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흠, 어디 보자···.”


곧바로 세실이 가져온 더미 로봇 앞에 앉아 기체를 살펴보는 레테.


방금 전까지 선베드에 누워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세실···.”

“예?” “지금 당장 미국에 가···긴 힘들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무슨 일이시길래 그러십니까?”

“이건 다른 회사가 만든 게 아니야.”


그녀는 뭔가 확인할 게 있다며, 세실이 빌려온 공구 통에서 여러 공구를 꺼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그것도··· 5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도 익숙하게 더미 로봇을 분해하는 레테였다.



* * *



“그러니까 보이드 타입, 유도진을 정식으로 임명하자는 거예요?”

“그, 그럼 유도진 헌터님이 불쾌해하지 않을까요?”


내 공격을 본떠 만든 더미 로봇이 나타난 건 벌써 두 번째였다.


이에 갑작스럽게 S급들의 회의가 열렸으며, 나 역시 운명 길드의 길드원들과 함께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불쾌까지는 아닙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봤는데, 더미 로봇이 사용한 공격은 샐러번이 맞았거든요.”


사건 해결 직후,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보았다.


3일 전의 고블리자처럼 해당 더미 로봇이 사용한 기술은 샐러번이 맞았다.


“분명해요. 유도진 헌터의 샐러번이었습니다. 심지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면 확실한 거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해요···.”

“그럼 보이드 타입, 유도진이네요.”

“이름이 좀 부끄러운데요···.”


각각의 현장에서 더미 로봇과 싸웠던 운명 길드원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시끄럽게 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회의실 한편에서 아무 말 없이 고민하던 비암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예전에 말했던 거 기억 납니까?”

“······어떤?”

“예전에 도진이 형이 임프를 잡고 나왔을 때 했던 말이요.”


‘내가 S급이 되기 전에 했던 말인가?’


“능력을 써야 하는 임프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돌창과 돌검을 사용했던 이야기요.”

“아···. 그쵸. 그거 가지고, 몬스터들이 최후의 최후까지 다다랐다고 하셨잖아요.”


비암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몬스터들은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진화를 말하는 거지?”

“약한 몬스터는 기계를 붙이고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몬스터의 모습을 한 로봇까지 나왔죠···.”


비암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비장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의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안 나올 거란 보장이 없단 겁니다.”


처음은 나. 그리고 다음은 어떤 S급 헌터를 흉내 내는 더미 로봇이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저는 왜 자꾸만···. 거기에 하성우가 연관되어 있을 거 같죠?”

“유도진 형 스토커요?”

“응···. 왠지 자꾸만 거슬려.”

“저도 약간은 생각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말은 안 하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윤혜성이 의견을 덧붙였다.


“하성우, 그 사람은 유도진 헌터를 스토킹하면서 모은 정보가 많았거든요. 전투 방식이라든지, 기타 등등의 것들을요.”


그리고 때마침 내 기술을 흉내 내는 더미 로봇이 나타났다.


나 혼자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 타키온 회사 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본인들이 제작한 더미 로봇이 맞다고 하던가요?”


윤혜성은 눈을 돌려, 이희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뇨. 타키온 측에서는 자사에서 만든 더미 로봇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외형이 자기네 것과 똑같다는 점에서 일단은 따로 조사해 보겠다고 합니다.”

“흠···.”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회의가 계속되던 찰나.


“그래서 몬스터는 보이드 타입, 유도진으로 부르는 거예요?”


저수지의 물음에 다른 S급 헌터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모아졌다.


“그··· 그··· 이름은 조금 그러니까, DJ? 아니면··· 불명이는 어때요···.”


결국, 내 마력 등급을 따서 ‘보이드 타입: 불명이’가 정식 이름으로 채택됐다.



* * *



“언제까지 놀고먹어야 하나···.”

“그러니까 말이야. 아직 길드가 정식으로 해체되지도 않아서 다른 길드 면접도 못 보잖아.”

“나는 월세 내야 하는데 아직 못 내고 있어···. 이번 기회에 그냥 본가로 내려가야 하나.”

“아니면 너 우리 집 와서 같이 살래? 그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잠실의 한 카페. 그곳에는 반밤 길드의 소속인 정찬영과 이명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거지 같은 게이트 안 가도 되고, 길드장의 유도진 타령을 안 들어서 좋긴 한데···.”

“그것 말곤 좋은 게 없네···.”


두 사람은 현재, 게이트 공략 금지 처분이 되어 있는 반밤 길드의 길드원들이었기에 ‘백수’나 다름이 없었다.


“우리 길드장 지금 실종 상태라며.”

“아, 나도 이야기 들었어. 어젠 경찰한테 전화 오더라.”

“누가 숨겨주겠냐.”

“듣기론 게이트 안에서 실종됐다던데?”

“엥? 그럼 우리 길드는?”

“뭐, 정 안 나타나면 사라지는 거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두 사람.


“차라리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우리가 활약하면, 그래서 돈이라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용병 활동도 아니라서 돈 벌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두 사람이 돈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던 그때였다.


- 쨍강!


어디선가 무언가 깨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소리와 함께 곧바로 카페 쪽으로 들이닥치는 두 마리의 더미 로봇.


“와···. 더미 로봇이 카페도 오네. 근데, 문 여는 법은 모르나 봐.”

“헌터 협회 심부름인가?”


아직, ‘보이드 타입: 불명이’를 모르는 하급 헌터들에게, 그 모습은 그저 평범한 더미 로봇에 불과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긴장을 놓은 그 순간,


- 끼리이익.

- 끼릭, 끼익.


더미 로봇들은 두 사람을 향해 손에 쥔 막대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더미 로봇의 갈색빛 막대기에서는 유도진의 스킬 ‘레레이크’가 나와 주변에 모래바람을 흩뿌렸다.


“모래바람이···.”


그리고 그 옆의 더미 로봇의 막대기 끝에서는 모래 창이 발사되었다.


“아까 찬영이, 너가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난 거 아니야!?”

“돈 벌고 싶단 사람이 누구였는데!”


정찬영과 이명상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곧장 자세를 바로잡았다.


“너······. 무기를 가지고 다니네?”

“내가 할 소리야. 출동할 일 없는 헌터가 무기는 왜 들고 다니냐.”

“이런 일 있을까 봐.”

“나도.”


당연한 말이었지만, 두 사람이 더미 로봇을 쓰러뜨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 *



- 오빠, 도와줘···.

“어디야!”

- 집···. 지금 집에··· 더미 로봇이 공격해 왔어···.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정은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무슨 긴 막대기를 들고 있는 더미 로봇인데, 불을 만들어 내는 스킬을 써···.

“샐러번···?”

- 그것보단 조금 약한 거 같은데···! 아니, 꺼져! 이 개x끼야! 꽂혀라! 천둥이여!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전화 너머, 내 반응을 읽었는지 비암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지금 집에··· 더미 로봇이···.”

“불명이?”

“그런 것 같아···.”


그때, SNS를 하고 있던 최강산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나와 비암의 곁으로 달려왔다.


“저기, 이것 좀 봐요···. 지금, SNS에 올라온 실시간 동영상인데···. 헉헉···.”


동영상 속에는 정찬영과 이명상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건··· 레레이크랑 꾸름이잖아···.”

“저것도 불명이···?”


지금 노려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밤 길드원이었다.


그 말은 즉, 다른 반밤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로 위험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크단 뜻이었다.


아무래도 그 끝엔 하성우가 있다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출동하시죠. 여러분한테 반밤 길드원들 집 주소 보냈으니까 조를 나눠서 가면 충분할 듯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윤혜성은 곧장 반밤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인원을 분산시켜 보냈다.


“그래서 우린 우도진이, 자네 집으로 가는 건가? 내 차로 가지. 내가 운전해 줄게.”


그리고 나는······.


조건웅이 모는 차에 탑승해 곧바로 정은진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 * *



“집···. 또 고쳐야겠네···.”


조건웅이 곧장 주차를 마치자마자, 나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집은 또다시 천장이 날아가 있었으며, 어디 갔는지 더미 로봇과 정은진은 보이질 않았다.


- 콰지직! 쾅!

“참 찾기 쉽단 말이야.”


그때, 뒷산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룩끼룩!”


나는 아이언그리폰인 실버가 준 마지막 선물, 끼룩끼룩을 사용해 하늘 높게 뛰어오르고는 활강을 사용해 방금 전 벼락이 떨어졌던 곳으로 향했다.


- 끼리이익···.

“덤벼. 아직 더 할 수 있어···.”


마법사와 마법사의 대결.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오빠···.”

“은진이는 이제 쉬어. 고생했어···.”


나는 곧바로 피어 이터를 고쳐 잡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비크르르!”


그러자 피어 이터의 끝에 머물던 작은 마력은 빛을 내며 더미 로봇을 향해 날아갔다.


- 끼리이익, 끼익. 끽.

- 끼릭, 끼릭.

- 끼이익!


그 순간, 주변에서 더미 로봇 세 개체가 더 모습을 드러내 나를 향해 막대기를 겨누었다. “한국 헌터들은 형편이 없더군요.”

“그거야 GIANT 길드는 내가 각성 이전부터 훈련을 시켜서 그런 거고···. 그게 일반적인 거야.”

“일본 헌터들도 저들보단 강할 텐데요.”


세실의 말에 레테는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세실. 동아시아에선 한국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어.”

“예?”

“머지않아 일본은···. 지도에서 사라질걸?”

“혹시 지진이라든가 쓰나미입니까···?”

“아니, 던전 브레이크. 그러니까 어서 왕을 찾아야 해.”


그러니 미래에서 봤던 왕을 찾아, 그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해 의논하고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그거뿐이니까.’


“도대체 무슨 미래를 본 겁니까···.”

“이 세계의 멸망.”

“예?”

“그런 게 있어.”


선글라스를 낀 채로, 선베드에 누워 세실에게 보고서를 건네받은 레테.


그녀는 세실이 건넨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뭐···? 내 디자인을 따라 한 것 같다고? 마스터키로 안 열렸어?”

“예···. 혹시 몰라서, 한국 헌협 측에 요청해서 숙소 1층에 이번에 상대한 더미 로봇 한 기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한 번 분석해 보시겠습니까?”

“아, 귀찮은데···.”


레테는 몸을 일으키며, 바로 옆에 놓아두었던 담요를 몸에 두르곤 그녀가 말한 1층으로 향했다.


레테가 걸을 때마다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세실의 몫이었다.


세실은 수건 하나를 들고 그녀가 흘리는 물방울들을 닦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흠, 어디 보자···.”


곧바로 세실이 가져온 더미 로봇 앞에 앉아 기체를 살펴보는 레테.


방금 전까지 선베드에 누워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세실···.”

“예?” “지금 당장 미국에 가···긴 힘들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무슨 일이시길래 그러십니까?”

“이건 다른 회사가 만든 게 아니야.”


그녀는 뭔가 확인할 게 있다며, 세실이 빌려온 공구 통에서 여러 공구를 꺼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그것도··· 5년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도 익숙하게 더미 로봇을 분해하는 레테였다.



* * *



“그러니까 보이드 타입, 유도진을 정식으로 임명하자는 거예요?”

“그, 그럼 유도진 헌터님이 불쾌해하지 않을까요?”


내 공격을 본떠 만든 더미 로봇이 나타난 건 벌써 두 번째였다.


이에 갑작스럽게 S급들의 회의가 열렸으며, 나 역시 운명 길드의 길드원들과 함께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불쾌까지는 아닙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봤는데, 더미 로봇이 사용한 공격은 샐러번이 맞았거든요.”


사건 해결 직후,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보았다.


3일 전의 고블리자처럼 해당 더미 로봇이 사용한 기술은 샐러번이 맞았다.


“분명해요. 유도진 헌터의 샐러번이었습니다. 심지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면 확실한 거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해요···.”

“그럼 보이드 타입, 유도진이네요.”

“이름이 좀 부끄러운데요···.”


각각의 현장에서 더미 로봇과 싸웠던 운명 길드원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시끄럽게 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회의실 한편에서 아무 말 없이 고민하던 비암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예전에 말했던 거 기억 납니까?”

“······어떤?”

“예전에 도진이 형이 임프를 잡고 나왔을 때 했던 말이요.”


‘내가 S급이 되기 전에 했던 말인가?’


“능력을 써야 하는 임프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돌창과 돌검을 사용했던 이야기요.”

“아···. 그쵸. 그거 가지고, 몬스터들이 최후의 최후까지 다다랐다고 하셨잖아요.”


비암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몬스터들은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진화를 말하는 거지?”

“약한 몬스터는 기계를 붙이고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몬스터의 모습을 한 로봇까지 나왔죠···.”


비암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비장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의 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안 나올 거란 보장이 없단 겁니다.”


처음은 나. 그리고 다음은 어떤 S급 헌터를 흉내 내는 더미 로봇이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저는 왜 자꾸만···. 거기에 하성우가 연관되어 있을 거 같죠?”

“유도진 형 스토커요?”

“응···. 왠지 자꾸만 거슬려.”

“저도 약간은 생각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말은 안 하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윤혜성이 의견을 덧붙였다.


“하성우, 그 사람은 유도진 헌터를 스토킹하면서 모은 정보가 많았거든요. 전투 방식이라든지, 기타 등등의 것들을요.”


그리고 때마침 내 기술을 흉내 내는 더미 로봇이 나타났다.


나 혼자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 타키온 회사 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본인들이 제작한 더미 로봇이 맞다고 하던가요?”


윤혜성은 눈을 돌려, 이희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뇨. 타키온 측에서는 자사에서 만든 더미 로봇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외형이 자기네 것과 똑같다는 점에서 일단은 따로 조사해 보겠다고 합니다.”

“흠···.”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회의가 계속되던 찰나.


“그래서 몬스터는 보이드 타입, 유도진으로 부르는 거예요?”


저수지의 물음에 다른 S급 헌터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모아졌다.


“그··· 그··· 이름은 조금 그러니까, DJ? 아니면··· 불명이는 어때요···.”


결국, 내 마력 등급을 따서 ‘보이드 타입: 불명이’가 정식 이름으로 채택됐다.



* * *



“언제까지 놀고먹어야 하나···.”

“그러니까 말이야. 아직 길드가 정식으로 해체되지도 않아서 다른 길드 면접도 못 보잖아.”

“나는 월세 내야 하는데 아직 못 내고 있어···. 이번 기회에 그냥 본가로 내려가야 하나.”

“아니면 너 우리 집 와서 같이 살래? 그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잠실의 한 카페. 그곳에는 반밤 길드의 소속인 정찬영과 이명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거지 같은 게이트 안 가도 되고, 길드장의 유도진 타령을 안 들어서 좋긴 한데···.”

“그것 말곤 좋은 게 없네···.”


두 사람은 현재, 게이트 공략 금지 처분이 되어 있는 반밤 길드의 길드원들이었기에 ‘백수’나 다름이 없었다.


“우리 길드장 지금 실종 상태라며.”

“아, 나도 이야기 들었어. 어젠 경찰한테 전화 오더라.”

“누가 숨겨주겠냐.”

“듣기론 게이트 안에서 실종됐다던데?”

“엥? 그럼 우리 길드는?”

“뭐, 정 안 나타나면 사라지는 거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두 사람.


“차라리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우리가 활약하면, 그래서 돈이라도 벌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용병 활동도 아니라서 돈 벌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두 사람이 돈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던 그때였다.


- 쨍강!


어디선가 무언가 깨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소리와 함께 곧바로 카페 쪽으로 들이닥치는 두 마리의 더미 로봇.


“와···. 더미 로봇이 카페도 오네. 근데, 문 여는 법은 모르나 봐.”

“헌터 협회 심부름인가?”


아직, ‘보이드 타입: 불명이’를 모르는 하급 헌터들에게, 그 모습은 그저 평범한 더미 로봇에 불과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긴장을 놓은 그 순간,


- 끼리이익.

- 끼릭, 끼익.


더미 로봇들은 두 사람을 향해 손에 쥔 막대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더미 로봇의 갈색빛 막대기에서는 유도진의 스킬 ‘레레이크’가 나와 주변에 모래바람을 흩뿌렸다.


“모래바람이···.”


그리고 그 옆의 더미 로봇의 막대기 끝에서는 모래 창이 발사되었다.


“아까 찬영이, 너가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난 거 아니야!?”

“돈 벌고 싶단 사람이 누구였는데!”


정찬영과 이명상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 곧장 자세를 바로잡았다.


“너······. 무기를 가지고 다니네?”

“내가 할 소리야. 출동할 일 없는 헌터가 무기는 왜 들고 다니냐.”

“이런 일 있을까 봐.”

“나도.”


당연한 말이었지만, 두 사람이 더미 로봇을 쓰러뜨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 * *



- 오빠, 도와줘···.

“어디야!”

- 집···. 지금 집에··· 더미 로봇이 공격해 왔어···.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정은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무슨 긴 막대기를 들고 있는 더미 로봇인데, 불을 만들어 내는 스킬을 써···.

“샐러번···?”

- 그것보단 조금 약한 거 같은데···! 아니, 꺼져! 이 개x끼야! 꽂혀라! 천둥이여!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전화 너머, 내 반응을 읽었는지 비암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지금 집에··· 더미 로봇이···.”

“불명이?”

“그런 것 같아···.”


그때, SNS를 하고 있던 최강산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나와 비암의 곁으로 달려왔다.


“저기, 이것 좀 봐요···. 지금, SNS에 올라온 실시간 동영상인데···. 헉헉···.”


동영상 속에는 정찬영과 이명상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건··· 레레이크랑 꾸름이잖아···.”

“저것도 불명이···?”


지금 노려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반밤 길드원이었다.


그 말은 즉, 다른 반밤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로 위험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크단 뜻이었다.


아무래도 그 끝엔 하성우가 있다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출동하시죠. 여러분한테 반밤 길드원들 집 주소 보냈으니까 조를 나눠서 가면 충분할 듯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윤혜성은 곧장 반밤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인원을 분산시켜 보냈다.


“그래서 우린 우도진이, 자네 집으로 가는 건가? 내 차로 가지. 내가 운전해 줄게.”


그리고 나는······.


조건웅이 모는 차에 탑승해 곧바로 정은진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 * *



“집···. 또 고쳐야겠네···.”


조건웅이 곧장 주차를 마치자마자, 나는 곧바로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집은 또다시 천장이 날아가 있었으며, 어디 갔는지 더미 로봇과 정은진은 보이질 않았다.


- 콰지직! 쾅!

“참 찾기 쉽단 말이야.”


그때, 뒷산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룩끼룩!”


나는 아이언그리폰인 실버가 준 마지막 선물, 끼룩끼룩을 사용해 하늘 높게 뛰어오르고는 활강을 사용해 방금 전 벼락이 떨어졌던 곳으로 향했다.


- 끼리이익···.

“덤벼. 아직 더 할 수 있어···.”


마법사와 마법사의 대결.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오빠···.”

“은진이는 이제 쉬어. 고생했어···.”


나는 곧바로 피어 이터를 고쳐 잡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비크르르!”


그러자 피어 이터의 끝에 머물던 작은 마력은 빛을 내며 더미 로봇을 향해 날아갔다.


- 끼리이익, 끼익. 끽.

- 끼릭, 끼릭.

- 끼이익!


그 순간, 주변에서 더미 로봇 세 개체가 더 모습을 드러내 나를 향해 막대기를 겨누었다.


작가의말

유도진이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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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34 3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9 3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31 3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9 3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6 3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31 3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6 3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30 3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32 3 12쪽
117 리치, 카르셀(1) 24.05.16 31 2 13쪽
116 유도진과 하성우(2) 24.05.15 26 3 13쪽
115 유도진과 하성우(1) 24.05.14 34 3 13쪽
114 광신도(5) 24.05.13 35 3 13쪽
113 광신도(4) 24.05.12 30 2 13쪽
112 광신도(3) 24.05.11 28 3 12쪽
111 광신도(2) 24.05.10 27 3 12쪽
110 광신도(1) 24.05.09 34 3 13쪽
109 유도진, 진짜 휴일(4) 24.05.08 28 3 12쪽
108 유도진, 진짜 휴일(3) 24.05.07 33 3 13쪽
107 유도진, 진짜 휴일(2) 24.05.06 36 3 13쪽
106 유도진, 진짜 휴일(1) 24.05.05 38 3 12쪽
105 S급 헌터(4) 24.05.04 41 3 12쪽
104 S급 헌터(3) 24.05.03 41 3 13쪽
103 S급 헌터(2) 24.05.02 40 3 12쪽
102 S급 헌터(1) 24.05.01 49 3 11쪽
101 칠흑의 갑옷, 듀라한(6) 24.04.30 46 3 12쪽
100 칠흑의 갑옷, 듀라한(5) 24.04.29 44 3 13쪽
99 칠흑의 갑옷, 듀라한(4) 24.04.28 47 3 12쪽
98 칠흑의 갑옷, 듀라한(3) 24.04.27 47 3 13쪽
97 칠흑의 갑옷, 듀라한(2) 24.04.26 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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